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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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작품등록일 :
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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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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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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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DUMMY

초승달이 뜬 오밤중,

눈에 보이는 것이 거의 없다.


“조화검 어른, 오늘은 안 마려우십니까?”


수완은 긴장된 마음을 풀기 위해 일부러 농담을 던졌다.


“이 사람아, 똥 마려운 걸로 그러기 있긴가?”

“하하하, 긴장 푸시라고요.”

“자네나 잘하시게. 에헴.”

“그나저나 여기가 맞겠죠?”

“맞아, 확실해.”

“어찌 그리 자신하십니까?”


장평은 얼굴을 붉히며 뒤쪽에 있는 큰 나무를 가리켰다.


“아··· 거기다 치르셨군요.”

“에헴...”


담은사는 산 중턱에 있었고, 달빛에만 의지해야 했기에 자칫 길을 잃을 뻔했으나 그것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을 기준 삼아 비밀창고에 다다랐다. 거기에는 무승으로 위장한 가솔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오늘도 둘뿐이군.”


장평과 수완은 복면을 뒤집어썼다. 수완은 뒤로 돌아가 목을 졸랐고, 장평은 점혈을 집었다.


‘오!!!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

‘동네 형한테요.’


원래라면 장평 쪽이 훨씬 빨랐겠지만, 밤이 깊어 몇 번 엉뚱한 곳을 집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


말 대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뜻이 통하자, 장평은 재미가 들렸는지 계속해서 수신호를 보내며 지휘했다.


‘하나씩 둘러메고 들어가자.’


비밀창고로 들어가 횃불을 켜니 엄청난 양의 재물이 보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금빛과 은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세상에...”


장평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인삼, 비단은 물론이요, 궤짝에 쌓인 금자만 해도 족히 천 냥은 넘어 보였다.


“절강성 도지휘사 반년이면 구십구칸 집이 하나씩 생긴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야. 씨바꺼, 도지휘사라는 인간이 이게 말이 돼?”


공직에만 몸담아서는 절대로 모을 수 없는 엄청난 양. 장평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쌍욕을 내뱉었다.


“시간 없습니다. 어서 챙겨 가시지요.”


수완은 빼앗긴 고려인삼을 둘러맸고, 장평은 금자 중 일부를 챙겼다.


“그건 왜 가져가십니까?”

“도지휘사께서 비단을 아주 많이 사셨잖아. 수금은 내 역할이라고. 히히.”


그러고는 재워두었던 경비병을 발로 차 깨웠다.


“어이!”

“누, 누구냐! 이러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입 다물어.”


장평이 그들의 목에 칼을 가져다 대었다.


“보이지?”

“뭘 말이냐.”

“니들 눈으로 보라고.”


그들 역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아마 저 정도로 많은 재물이 있는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팔자 고칠텨?”


경비병들은 서로 눈빛을 맞추더니 침을 삼켰다.


“가지고 가고 싶은 만큼 가져가. 우리 이만 간다.”

“자, 잠깐. 이거 함정 아니야?”

“함정은 자식아. 부처님께서 내리시는 공덕이다.”


장평과 수완은 어둠 속으로 다시 녹아들었다.



11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삐융~!

펑!


같은 시각,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절간 앞마당에 폭죽이 터졌다. 갑작스러운 폭음에 한참 꿈나라에 빠져있던 스님들이 버선발로 뛰쳐나왔다.


“무, 무슨 일이야.”


거기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거지라고 하긴 너무 깨끗하고,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분위기가 묘했다. 남자는 술을 물처럼 들이켰다.


벌컥벌컥


“크~ 술맛 좋다.”


계율원의 스님이 나섰다.


“처사님.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신지요.”

“오~ 스님. 반갑소이다. 한잔 하실라우?”


남자는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했다.


“처사님. 가실 곳이 마땅히 없으시다면 객당을 내어드릴 테니 묵어가시지요.”

“정말요? 으헤헤헤.”


벌컥벌컥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처사님. 그만하십시오. 이곳은 깨우치는 공간입니다.”


스님들은 화를 억누르며 염불을 외웠다. 남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어찌나 목청이 큰지 절간이 떠나갈 지경이었다.


벌컥벌컥


「 술맛은 좋으나 내 맛은 쓰다.

강산은 그대로인데,

어찌 님은 떠나는가.

금을 쫓아 버려진 마음,

한때는 밝았으나 이제는 어둡고 차갑다네. 」


남자의 노랫소리에 주지 원봉대사의 미간이 찌그러 들었다.


얼핏 들으면 가난한 남자가 연인을 잃은 슬픔을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속뜻은 재물에 눈이 멀어 타락해버린 자신을 비난하는 노래였다.


“마군을 불러 빠르게 치워 버리게.”


열 명이 넘는 마군, 그러니까 도지휘사의 가솔들이 들이닥쳤다. 절에서 날붙이를 사용할 수 없기에 타구봉을 들고 남자를 몰아세웠다.


“으하하, 머리만 빡빡 깎았지 군사가 따로 없구나. 덤비거라.”

“으아압!”


처음에는 개개인의 무위로 남자를 제압하려 했으나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남자는 그들을 농락했다. 결국 뒤에서 지켜보던 운영이 소리쳤다.


“삼각진법을 펼쳐 독 안에 든 쥐로 만들어라.”


마군들은 재빠르게 남자를 중심으로 정삼각형을 그렸다.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는 완벽한 진법처럼 보인다.


한발짝 한발짝, 마군들이 포위망을 좁혀왔다. 그 순간,


남자가 삼각형의 한 변으로 튀어나가더니, 둘, 셋을 순식간에 넘어뜨렸다.


마군들은 크게 당황했다. 움직임 한 번으로 한쪽 변이 무너진 것도 신기한데,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기이했기 때문이다. 무공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공격받았다기에도 아프지 않았다.


“실수로 넘어진 거지?”

“어, 어 맞아. 그런 것 같아.”


벌컥벌컥


남자는 계속해서 술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우웩~~~~~!!!


위장에 있는 모든 토사물을 그대로 쏟아내었다. 그 덕분에 남자를 둘러싸고 있던 마군들은 토사물을 뒤집어 써야만 했다.


“으~ 드러워. 이 자식 잔뜩 취했잖아.”

“어제 새로 장만한 옷인데. 다 튀었네.”

“이놈들! 당장 삼각진법을 제대로 펼쳐!”


운영이 목청을 높였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튄 토사물을 정리하기에 바빠 진영이 뭉개지건 말건 상관하지 않았다.


순간, 남자의 형체가 사라지더니 도지휘사의 그림자 운영 앞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검집에서 검을 빼내, 빙그르르 돌아 운영의 몸통을 갈랐다.


누군가 이리 물을 수 있다.


운영은 꼬리에 불과하지 않은가? 맞다. 몸통은 주지요. 머리는 도지휘사다.


하지만 그들을 대책 없이 죽이기엔 일이 너무 커진다. 특히 도지휘사가 죽을 경우에는 군사 공백으로 발생할 문제가 상당하다. 자칫 이 땅이 해적 놈들의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


“왜, 나만...”


운영은 황망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가 나직이 속삭였다.


“쓰임대로 쓰였을 뿐이네. 극락왕생 하시게.”


*


“장주님은 괜찮으실까요?”

“걱정하지 마시게. 틈이 보이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으시는 분이시니까.”

“그렇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찌합니까? 그래도 이름 정도는 꽤 알려지신 모양이던데.”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남자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수완은 깜짝 놀라 바위 뒤에 숨었다. 하지만 장평은 숨는 대신 포권을 취했다.


“장주님. 물건을 확보했습니다.”

“고생들 했다.”

“???”


수완은 경계를 풀지 않고 바위 뒤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남자는 얼굴 근육을 기묘하게 뒤틀더니 익숙한 얼굴을 만들어 냈다. 마운이었다.


“역용술이라고, 잡기 중 하나야.”

“세상에... 평상시에도 그 모습으로 하고 다니시지.”


거의 가면 변장급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름 하나 없는 청년의 모습이었다.


“일 없다. 그리고 장사하기엔 이 모습이 더 낫다.”


‘하긴, 너무 어리면 사람들이 무시하지. 그래도 너무 심한데.’


마운이 말했다.


“오늘 밤 안으로 영파를 빠져갈 테니 마음 단단히 먹거라.”

“네!”

“준비되었습니다!”


힘이 좋은 장평이 인삼을 짋어지고 내공이 부족한 수완은 빈 몸으로 경공을 펼치는 일에만 집중했다.


처음에는 고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말발굽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눈치가 빠른 작자군. 하긴, 그러니까 도지휘사에까지 올랐겠지.”


한참을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하지만 점점 군사들의 소리가 가까워졌다. 게다가 이젠 지쳤고 서로의 이목구비가 선명히 보일 정도로 날이 밝아왔다.


“잠시 쉬었다 가자.”

“네.”


모두 바위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마운은 태평하게 등짐에서 인삼을 꺼냈다.


사람을 닮은 고려인삼, 몸통과 뿌리가 곧고 단단하다. 문외한이 보기에도 실했으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적어도 물건 가지고 장난치지는 않았군. 6년근이 확실해.”


두 뿌리를 꺼내 흙을 털어 내고는 한 뿌리는 장평에게, 다른 한 뿌리는 자신의 입으로 쑤셔 넣었다.


‘잉? 나는?’


그러더니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했다. 그의 입에서 알싸한 인삼 향이 감돌았다. 약효까지 틀림없는 모양이다.


“훌륭해. 피곤이 싹 가셨어. 과연 고려인삼이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건 여전했다.


"후~"


마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장평이 결의를 다지며 포권을 취했다.


“제가 활로를 뚫을 테니 장주님께서는 그 길로 나아가시죠.”

“어허, 어찌 인삼따위와 수하의 목숨과 바꿀 수 있다더냐. 나를 욕보이지 말거라!”


하지만 상황이 너무 어렵다. 중원 인삼이라고 우기기엔 품질이 너무 좋고, 날씨마저 더우니, 기약 없이 군사가 물러가기만 기다리기엔 인삼이 썩어 못쓰게 될 것이다.


그때였다.


“뉘, 뉘.. 뉘슈.”

“할아버지 친구야?”

“까, 깜짝이야.”


일행이 잠시 쉬던 바로 앞 동굴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노인과 아이가 불쑥 나왔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물었고, 노인은 긴장했는지 아이의 손을 꽉 잡았다.


장평이 마운에게 속삭였다.


“정리하고 올까요?”


그냥 두었다간 군사들에게 일러바칠 게 뻔하다. 그러나 마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해할 수는 없는 법이야.”


장평은 반쯤 빼 든 칼을 도로 집어넣고 노인에게 다가갔다.


“지나가는 장돌뱅이입니다. 길을 잃었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노인은 경계의 눈빛으로 장평, 마운, 수완 순으로 쳐다봤다.


장평은 칼을 들고 있어 위화감을 줬으나 행상이 무기를 휴대하는 건 당연하거니와 영락없는 짐꾼의 몸이다. 다음은 계집인 듯 보이고, 늙은이는 당장이라도 숨이 꼴깍 넘어갈 듯 기진맥진해 보인다.


“적당히 값만 치른다면 안될 것도 없지. 운 좋은 줄 아슈.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였으면 호랑이 밥이 되든 말든 모른척 넘어갔을 거요.”


장평은 얼른 은자 두 냥을 꺼내어 노인에게 건네주었다.


“신세 좀 지겠습니다.“

“이렇게까지 크게 원한 건 아니었는데...”


노인을 따라 그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약초꾼이나 사냥꾼일까? 아무튼 산속에 어린 손자와 단둘이 사는 노인네였다.


“먹을 걸 가져올 올 테니 잠시 기다리슈. 진청아, 이리 와라.”

“제가 돕겠습니다.”


수완은 얼른 일어나 따라 들어갔다. 하지만 부엌에는 커다란 솥뚜껑 외에는 보이는게 없었다.


노인은 민망해한 듯 웃음지으며 솥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몇 번을 우렸을지 모를 생선 대가리가 수완을 맞이했다.


거기에 맹물을 한 바가지 붓고 팔팔 끓인다. 그러더니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를 딱딱한 미리 반죽을 덩어리 채 칼로 숭숭 썰었다.


몽글몽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냄새는 흡사 매운탕을 연상케 한다. 워낙 배가 고파서 그런지 그래도 침이 꼴깍 넘어갔다. 수완은 소주 한잔을 들이키는 시늉을 하며 지친 마음을 달랬다.


'크아~ 매운탕에 소주라~'


그런데 한 장면이 문득 스쳤다.


“그래, 그거라면 포위망을 뚫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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