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동심(動心)
작품등록일 :
2024.07.25 15:07
최근연재일 :
2024.09.16 21:2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25,773
추천수 :
20,909
글자수 :
314,019

작성
24.08.17 18:00
조회
31,022
추천
535
글자
17쪽

8. 간절함, 집중.

DUMMY

"이사 님이 보증 하신다고요?"


임광혁이 따지듯이 물었다.

상대는 전현우 이사.

평소라면 이런 태도는 상상도 못했겠지만, 지금의 그는 눈 앞에 뵈는 게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확신이 있기도 했다.

방금 본 완벽한 회로를, 춘식과 도현이 만들었을리 없다는 확신이.


"이사 님. 미래 차 자기부 출신이란 건 알고 있지만, 이건 PLC 입니다. 그것도 콘베이어 라인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독일제 메이커. 부장 님께 듣기론 설계 쪽에 계셨다고 들었는데..."

"... 그래서?"

"김 과장, 그리고 이 대리가 이런 수준 높은 회로를 짰다는 걸, 이사 님께서 어떻게 보증하신다는 뜻입니까?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저건 최상급 프로그래머가 짠 회로입니다. 두 사람의 레벨로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 고작 SFB 몇 개 활용하면 최상급 레벨이라는 건가? 아니면 STL 방식으로 짜서 그렇게 판단 한건가?"

"..... 그, 그걸 이사 님이 어떻게.."

"내가 어떻게 SFB에 대해 알고 있는지가 궁금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임 차장."


전현우 이사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나름 회사 내에서 방귀 좀 뀐다고 알고 있었던 임 차장이 SFB 몇 개에 '최상급 프로그래머'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거야."

"..... 아니 그건."

"그것 보다 더 중요한 건, 임 차장의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거고."

"..... 죄송합니다."


그제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광혁.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 속에는 여전히 몇몇 의문들이 둥둥 떠다녔다.


'아니, 설계 쪽에 있던 인간이 어떻게 지멘스를..'

'SFB는 나도 잘 모르는 건데..'

'두 사람이 짠 회로라는 걸 어떻게 보증 한다는 거지?'


그의 의문은 곧 이어진 전현우의 설명에 의해 풀렸다.


"김 부장이 내가 자기부 출신이란 거만 말하고, 다른 이야기는 안 했나 보네."

"다른 이야기라면.."

"자기부 들어 가기 전까지, 미래 정공에서 일했어."

"........!"


임광혁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미래 정공.

현 미래 모비스의 전신인 그곳에서 근무 했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지 깨달은 것이다.


"설마, 공작 기계 사업부에 계셨던 겁니까?"

"기본적인 눈치는 있어서 다행이네요."


미래 정공 공작 기계 사업부.

지금 업계에서 명성을 떨치는 이들 중 대부분은 미래 정공 혹은 미래 위아 출신이다. PLC, CNC에 한해서는 절대적인 기술력을 지닌 곳.

한 마디로, 광혁은 굼벵이 앞에서 주름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임 차장은 나가 봐요."

"이, 이사 님."

"쉿. 한 마디만 더 덧붙이면..."


전현우가 빙글빙글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상사에 대한 태도가 불손한 것으로 판단하고, 인사 고과에 반영 하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업무에 대한 진실성, 상사에 대한 태도도 인사 고과에 포함 된다면서요? 방금 전에 본인이 했던 말이니, 불만은 없겠죠?"

"......아."

광혁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꿈에도 몰랐다. 전 이사가 자신의 추태를 모두 지켜 보고 있었을 줄은.

"이번 분기 인사 고과는 기대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퇴근 길.

도현은 전현우가 했던 말들을 곱씹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 이 대리, 김 과장. 고생 많았어요.

- 아, 아닙니다.

- 임 차장이 했던 말은 다 잊어 버려요.


실제로 전현우 이사와 대화를 나눈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직함은 기술 이사였지만, 평소엔 현장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들리는 소문은, 괴팍한 성격에 그만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라는 것 뿐.


그리고 그 소문은 전현우라는 인간에 딱 들어 맞는 표현이었다.


- '최상급 프로그래머' 같은 단어들은 특히.

- .....네?

- 고작 STL로 회로 작성하고, SFB 몇 개 썼다고 최상급 프로그래머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 하라는 거에요.


뜨끔 할 수 밖에 없었다.

임광혁의 입에서 '최상급' 소리가 나왔을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건 사실이었으니까.


- 하지만... 연차에 비해 훌륭한 건 사실이네요.

- .....

- 지난 2주 동안 두 사람이 고생한 것도 사실이고요.

- 아닙니다. 저흰 그저 맡은 업무를 열심히..

-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 같으니, 저에 대해서 미리 알려 드리겠습니다. 저는 고리타분한 소리를 싫어합니다. [열심히], [노력] 같은 단어들은 더 싫어하고요.

- ......

- 열심히 말고 '잘' 합시다. 그럼 오늘처럼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전현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의 휴대폰에 알림음이 울렸다.


[5,000,000원이 입금 되었습니다.]

[입금 주 : (주) 20 세기 미래 테크]


- 입금 됐나 보네요.

- 이, 이게 뭡니까?

- 특별 성과급입니다. 공용 네트워크에 자료 올라 오자 마자 사장님께 보고 올렸습니다. 솔직히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너무 훌륭하게 마무리했다고.

- 가, 감사합니다!

- 내가 돈 보낸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고마워 해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지시할 게 있는데..


전현우의 지시를 떠올린 도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 다음 주 시연회까지 HMI 화면에 부가 기능 추가 해오세요.

- ..... 다음 주 까지요?

- 거창하게 만들 필요 없습니다. 화면 하나 따로 추가하고, 초절전 ON/OFF 스위치만 하나 추가해 주세요.

- .....


도현은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전현우의 말 대로 간단한 작업이긴 했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지난 2주 간의 페이스로 달려도, 최소 10일은 있어야 했다.

김춘식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저희 둘로는 불가능합니다. 양이 너무 많아요.

- 김 과장.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가능 여부는 내가 판단해요.

- ........

- 만약 정말로 못할 거 같으면 지금 말씀하세요. 외주를 맡기면 되니까요. 두 사람에게 따로 불이익을 없을 겁니다.


잠시 망설이던 김춘식은 결심을 굳혔다.

불이익이 없다는데, 굳이 고된 노동을 맡아서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주 시연회까지 모든 작업을 완료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게 컸다.


- 죄송하지만, 힘들 것 같..


조심스레 거절의 의사를 표하려던 춘식.


- 만약 성공하면, 어떤 베네핏이 있습니까?


그런데, 도현이 그의 말을 끊었다.

어이 없다는 춘식의 표정을 뒤로 하고, 전현우는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방금도 말씀 드렸지만, 전 철저히 성과 위주로 사람을 평가 합니다.

- 그 말은...

- 외주 맡겼을 때의 비용. 그 중 절반을 두 사람에게 지급하겠습니다. 인센티브 명목으로요. 거기에 인사고과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있을 거라고 약속 드리죠.


춘식은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 되었다.


인센티브도 좋고, 인사 고과도 좋지만. 결국 성공 했을 때의 이야기다. 3명이라면 모를까, 두 사람이 모두 떠안기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었다.


- 이사 님. 이 친구가 흥분...

- 할 수 있습니다.

- 야, 이도현!

- 다음 주 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전현우의 눈가에 또 한 번 이채가 스쳐갔다.


- 호오. 자신감 넘치네요?

- 아니, 이사 님. 이건 너무..

- 그럼 믿고 맡기겠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봅시다.


전현우를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여기까지 회상을 마친 도현은 머리를 쥐어짰다.


"내가 왜 그랬을까.."


무언가에 홀린 듯 내뱉은 발언이었다.

평소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

하지만 당시에는 근거 없는 확신이 가슴 속을 가득 채웠다. 해낼 수 있다. 아니, 무조건 해낸다. 마치 이 정도도 못 해내는 건 말이 안된다는 식의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메웠었다.


"할 수.... 있을까."


잠시 고개를 떨구고 있던 도현.

세상 모든 근심을 어깨에 떠안은 듯 침울해져 있던 그는, 이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프로그래밍.]

- LV : 3

- 프로그래밍 속도가 증가 합니다(+50%)

- 회로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 레벨 3 이하 회로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 레벨 3 이하 회로의 에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득 자신에게 찾아온, 말도 안되는 능력의 존재를 상기한 것이다.

도현이 중얼거렸다.


"할 수 있어."


불가능이라 생각 했던 과제를 해낸 것도. 까마득하게 여겨졌던 임광혁을 깜짝 놀라게 만든 것도.

예전의 그였다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해냈다. 보란 듯이.


[5,000,000원.]


게다가 전현우 이사의 지시를 완수하면 돈을 벌 수 있다.

500만원.

사촌에게 물려 받은 옷만 입고 다니는 현서에게 새 옷을 사 줄 수 있는 돈이다. 물이 줄줄 새는 세면대 배관을 바꿀 수도 있다. 조금만 타협하면 샤시도 손 볼 수 있지 않을까? 겨울만 되면 벌벌 떨었던 과거가 스쳐 지나갔다. 돈. 그거 하나만 보더라도 도전할 가치는 차고 넘쳤다.


"게임이라고 생각 하자."


도현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퀘스트를 깨는 거다.

내용은 HMI 50대 작업.

기한은 6일.

하루에 8대 씩만 작업하면 끝난다. 그것마저 반반씩 하면 4대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실패 패널티가 없다.


"현서야. 아빠가 돈쭐 내줄게."


딸 아이를 위해서라도 해내야만 했다.




20세기 미래 테크 사장실.

사장 김원식은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찾아온 전현우를 바라 보았다.


"쓸만한 인재를 찾았다고?"


쓸만한 인재.

[Z엔진 단산 & 리툴링] 프로젝트에 참석 시킬 인자를 뜻했다. 전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도현 대리라고, 아십니까?"

"이 대리 알지. 그 친구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골 머리를 싸 안았는데."


김원식은 떠올리는 것 만으로 머리가 아픈지, 눈살을 찌푸렸다.

Y엔진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얼마나 뛰어 다녔던가?

중대재해 처벌법에 의거해, 안전사고를 낸 사업장의 사주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다행히 Y엔진과의 계약은 파손되지 않았지만, 벌금으로 낸 돈만 해도 수 억대에 다달았다.


"그 친구가 쓸만하다고? 임 차장 말로는 기본도 안 된 놈이라던데?"

".... 네. 저도 그렇게 들었는데, 실상을 까보니 완전 정 반대더군요."

"..... 그 정도야?"

"초절전 회로 아시죠?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프로젝트 말입니다."

"알지. 근데 그거 공개 입찰 방식이라고 하지 않았어? 우리 인력 풀이 부족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잖아."


공개 입찰 방식.

원청에서 내놓은 일거리를, 하청 업체가 경쟁하여 낙찰 받는 방식을 뜻했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낮아지고 작업의 퀄리티는 올라가기에 원청은 좋지만, 경쟁하는 업체들 입장에선 그만큼 매리트가 떨어진다.


초절전 회로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던 상황.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 대리가 회로 작업 마무리 해 놨더라고요."

".... 뭐라고? 이 대리가?"

"정확히는 김 과장이랑 같이 한 거긴 합니다만.. 이 대리가 주축이었던 거 같습니다."


전현우는 텅 빈 사무실에서 봤던 이도현을 떠올리며 말했다.

제법 태가 나는 손놀림으로 PLC 회로를 작성 하더랬다. 반면 김춘식은 일반적인 수준의 그것이었고. 회로 작성의 주축이 누구였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잘 키워 보면, PLC 프로그래밍 정도는 맡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확실해?"

"제 성격 모르십니까?"


김원식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전현우. 그 치열하다는 미래 차에서 부장까지 찍고 내려온 위인이다. 일에 관해서라면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기로 유명한 성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믿을만 하다는 거네."

"지원만 확실하게 해주시면 책임 지고 키워 놓겠습니다."

"..... 알겠어. 그 정도도 못해줄까 봐?"

"아, 그리고 이번 초절전 회로 시연회 말입니다.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어? PLC 작업만 겨우 끝낸 거 아니야? HMI까지 마무리하려면 쉽지 않을텐데.."


PLC가 동작을 제어하는 알고리즘이라면, HMI는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화면이다.


중요도는 PLC 보다 떨어지지만, 비전문가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시연회에서 만큼은 HMI의 비중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전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학 테크하고 YM에서 칼을 갈고 나올텐데, 저희가 입찰 받을 확률은 제로죠."


학 테크, 그리고 YM.

두 단어를 듣는 순간 떠오르는 두 얼굴이 있었다.

최원식 이사, 그리고 송기오 과장.

전현우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두 사람이었다.


"그렇다는 건..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거네."

"네. 일주일 안에 HMI 작업 마무리는 불가능합니다. 그냥 두 사람이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지가 궁금하네요."


김원식이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빡세게 굴리는 거 아니야?"

"빡세게 굴리는 거 아닙니다. 그리고.. 이 정도 일정에 나가 떨어진다면 차라리 없는 게 낫습니다."


전현우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확실한 인재를 원했다. 실력과 독기를 모두 갖춘.

이쯤 하면 됐지, 이 정도면 최선을 다했어-

같은 말들은 그가 제일 싫어 하는 말이었다.


- 다음 주 까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현이 마음에 들었다.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득바득 덤벼드는 악바리가, 두 눈에 가득 차 있는 확신이 마치 과거의 본인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숙련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숙련도가 미미하게 증가합니다!}


작업 하는 내내 시스템 알림이 울려 댔다.

전이었다면 고된 작업의 각성제로 삼았을 기분 좋은 알림이었지만, 지금의 도현은 알림이 울렸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 했다. 그만큼 깊게 몰입하고 있었다.


"이 대리."

"......."

"도현아!"


얼마나 집중을 했냐면, 춘식이 어깨를 툭툭 건드려도 반응조차 하지 않을 정도.


"..... 이 새끼 이거 완전 또라이네?"


춘식은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었다.

일주일 만에 HMI 50대. 춘식은 이미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불가능 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할 생각이야?"


하지만 도현은 달랐다.

미친 놈처럼 집중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진짜 해내려는 거다.

업계 전문가라면 누구나 고개를 저을법한 무지막지한 양을, 기어코 마무리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렇다기엔 진행률이..'


춘식의 시선이 공용 네트워크에 닿았다.


현재 업로드 된 hmi 파일은 17개.

삼일 동안 두 사람이 뼈를 갈아 넣어 만든 결과물이다.


'남은 3일 안에 33개를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


불가능한 일이다.

몸이 두개라면 모를까.


춘식은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닿지 못할 목표에 닿으려 발버둥 치는 건 무의미했다.


"도현아. 그만 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 아니냐? 우린 충분히 최선을 다했어."

"......."

"에휴,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춘식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단기간에 너무 달라지니, 오히려 걱정될 정도였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죽는다고.


"나 혼자라도 먹으러 간다. 니 건 포장 해 올게."


춘식은 미련 없이 사무실을 떠났다. 아니, 떠나려고 했다. 미친 듯이 키보드만 두드리던 도현이 난데 없이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는.


"...... 됐다!"

"아 씨X! 깜짝이야!"

"됐습니다. 김 과장 님!"

"되긴 뭐가 돼? 하, 심장 떨어질 뻔 했네."


춘식은 미친 놈 쳐다 보듯 도현을 쳐다 봤다.

대답도 못 할 정도로 몰입해 있던 놈이, 대뜸 소리를 지르다니.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도현은 김 과장의 팔을 부여 잡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뭐라고?"

"이번 주 일요일 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 거 같단 말입니다!"


도현의 시선이 허공에 닿았다.


[시스템이 한계를 뛰어 넘는 집중력을 감지합니다.]

[스킬 획득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집중(LV.1)을 획득합니다.]


[집중]

- LV : 1

- 하루 네 시간. 일의 능률이 2배 증가합니다.(주의: 스킬 사용 후 충분한 휴식을 권장합니다.)


일의 능률이 증가한다-

그 한 문장이 도현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4시간 동안 속도가 2배라면...'


똑같이 8시간을 일해도, 12시간 만큼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남은 기간은 3일.

남은 대수는 33대.

순간 도현의 머리속에 한 문장이 스쳐갔다.

할 수 있다.

시연회 전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가.'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현 상황에서 제일 필요한 능력을 얻다니.

'운이 좋았어.'

도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감전된 이후로 이상하리 만치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마치 인생 한 번 제대로 살아 보라는 듯이 말이다.

'해보자.'

도현은 불현듯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2024-09-06) 24.08.30 1,254 0 -
공지 연참 공지 + 연재 시간 변경(9시 10분.) +6 24.08.22 30,508 0 -
39 39. 유능하다고 했지 않습니까. NEW +19 20시간 전 10,199 431 18쪽
38 38. 누구 마음대로 인정 합니까. +24 24.09.15 14,540 433 20쪽
37 37. 닮았네. +28 24.09.14 16,847 464 19쪽
36 36. 화낙 본사에서 나온 겁니까? +19 24.09.13 18,154 512 22쪽
35 35.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일부수정) +41 24.09.12 19,549 504 18쪽
34 34. 종자가 다르지 않습니까, 이 부장은. +22 24.09.11 20,944 493 19쪽
33 33. 너도 아웃이라고 새끼야. +17 24.09.10 21,585 552 15쪽
32 32. 키워 봅시다. +16 24.09.09 21,216 554 13쪽
31 31. 걱정 하지 마십시오. +16 24.09.08 21,973 547 19쪽
30 30. 급한 사람이 가는 게 맞지 않씀까? +19 24.09.07 22,063 565 22쪽
29 29. 사고 임박. +14 24.09.06 22,181 517 19쪽
28 28. 안전제일주의. +12 24.09.05 22,943 547 19쪽
27 27. 플렉스 좀 했어요. +18 24.09.04 23,529 524 16쪽
26 26. 완벽한 패배. +15 24.09.03 23,960 543 22쪽
25 25. YM 송기오. +18 24.09.02 24,571 523 16쪽
24 24. 다함께 차차차.(일부 수정) +26 24.09.01 25,328 527 19쪽
23 23. 리더의 자질. +37 24.08.31 25,353 556 19쪽
22 22. 릴레이 보드 제작(2) +16 24.08.30 25,481 527 17쪽
21 21. 릴레이 보드 제작(1) +19 24.08.29 26,199 529 19쪽
20 20. 밥 그릇. +16 24.08.28 26,982 537 19쪽
19 19. 별 미친 놈을 다 봤나. +16 24.08.27 27,340 515 18쪽
18 18. 누군가의 빌런(2) +22 24.08.26 26,811 529 18쪽
17 17. 누군가의 빌런(1) +14 24.08.25 27,023 493 18쪽
16 16. 주사위. +19 24.08.24 27,764 494 20쪽
15 15. 이자까지 쳐서. +40 24.08.23 28,156 512 17쪽
14 14. 이 대리 얼굴을 어떻게 보라는 겁니까. +22 24.08.22 28,120 542 14쪽
13 13. 성공의 비결. +29 24.08.22 28,859 519 18쪽
12 12. 개판이네요, 솔직히. +22 24.08.21 29,911 53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