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 후 대기업이 나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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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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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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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감당할 수 있으십니까?

DUMMY

학 테크는 20세기 정보 통신과 마찬 가지로, 미래 자동차와 계약된 하청 업체 중 하나다.


주 업무는 미래 차에 방문하여 기계, 전기 장비를 수리 하는 것.


그 업무라는 게 프로그래밍에 더 치우쳐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명백한 20세기의 경쟁 업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생각보다 퀄리티가 더 좋은데요?"

"역시 최원식 이사가 맡아서 그런가, 질이 달라요."


최원식.

학 테크의 기술 이사인 그는 T엔진 가공 과장의 칭찬에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정도 퀄리티면 윗 선에서도 군말 없이 OK 할 거에요. 단가도 맞고요."


가공 과장 주원태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가공 로스(LOSS), 특히 스펙 불량에 관해서는 차장 급이 와도 고집을 꺾지 않을 정도.


하청 업체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건 예삿일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최 이사 작품이니 잔 고장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네요."


그런 그가 학 테크 최 이사를 칭찬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칭찬이 아니라, 극찬.


지켜보던 보전 과장, 이인수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최원식 이사가 그 정도야?'


보전 과장과 가공 과장.


한 공장 안에서 질릴 정도로 부딪혀 봤기에 누구 보다 잘 안다, 주원태 과장의 괴팍한 성격은.


그래서 더 궁금했다.


그 주원태 마저 온순하게 만들어버린 최원식 이사의 실력이.


"보전 과장 이인수입니다."

"아, 최원식 입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저희 보전 부도 간단하게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주원태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아직 시연 단계일 뿐인데, 굳이 보전에서?"

"문제 있습니까?"

"최종 승인 나면 설명은 그때 한 번에 듣는 게 낫지 않아?"

"어째 보전은 찬밥 신세 취급하는 거 같습니다?"


분위기가 험악해 지는 것을 느낀 최원식이 두 사람을 중재 했다.


"주 과장 님. 실례가 안된다면, 간단하게 설명 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최 이사님 귀찮게.."

"아닙니다. 오퍼레이팅은 가공 반에서 하지만, 회로에 문제 생기면 조치는 보전에서 하지 않습니까? 설명을 들을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 합니다."

"흠흠. 그렇게 까지 말씀 하신다면야.."


주 과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 과장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설명 시작 하겠습니다."


최원식 이사가 설명을 시작 했다.

이 과장을 필두로 한 보전 반 인원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얼마나 회로를 잘 짜길레..'

'주 과장이 굽신 거릴 정도라고?'

'그래 봤자 업체 수준이겠지.'


T엔진 보전 반 사람들은 최원식 이사를 잘 몰랐다.


그는 Y엔진과 R 엔진에만 출입 했었고, T엔진에 방문 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높은 콧대 덕분에 인사 발령 직후부터 마찰을 일으킨 주 과장.

그가 인정하는 실력자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말이다.


"먼저 초절전 회로가 뭔지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 합니다."


보전 반 인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동작 설명은 생략하고, 바로 회로 설명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저희 학 테크에서는 회로의 충돌과 스캔 이상을 방지하기 위해.."


최원식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동작을 위해 어떤 FB(기능 블록)을 사용 했는지.

그 FB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그리고 유지 보수를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


"...... 이상입니다."


그의 설명이 끝나고, 보전 반 인원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주 과장이 그렇게 극찬 했는지 알겠네.'

'회로를 저렇게 간결하게 짜 놓으면, 유지 보수도 쉽지.'

'딱 필요한 기능만 딱딱 넣어 놨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이 과장은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다.


"....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무슨 소문이요?"

"다른 건 몰라도, 지멘스 쪽은 학 테크 최 이사가 최고라는 소문이요."

"....... 과찬입니다."


머쓱한 표정의 최 이사가 주 과장을 바라 보았다.


"오늘 여러 모로 쑥쓰럽네요."

"하하. 이쪽 업계에 유명한 격언이 있지 않습니까. '실력 있는 놈이 곧 법이다.' 최 이사 님은 실력에 비해 너무 겸손 해요."

"하하... 주 과장 님까지.."


잠시 주변을 살핀 최 이사가 넌지시 물었다.


"송기오 과장은 왔다 갔습니까?"

"YM 송기오 말씀하시는 거죠? 그쪽은 어제 왔다 갔습니다."

"그럼 오늘 오후에 온다는 입찰 업체는 어딥니까?"

"오늘 오후라면.."


잠시 기억을 더듬던 주원태는 이내 기억이 난 듯 손뼉을 쳤다.


"20세기에서 오기로 했네요."

"20세기라면 전현우 부장이 이직 했다는?"


최원식의 표정에 약간의 긴장감이 어렸다.

20세기 전현우. 미래 차의 부장까지 해 먹은 그라면 충분히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주 과장은 걱정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하하. 맞습니다, 그 20세기. 근데 그 양반은 이번 입찰에는 관여 안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요?"

"네. 애초에 신 사업부 런칭 때문에 이직한 양반이라.."

"그럼 시연은 누가 하는 겁니까? 김 차장도 이직 했다고 들었는데. 이만한 입찰을 총괄할 만한 인자는 없을 텐데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3주 전에 연락 해봤는데, PLC 회로를 반도 못 짰다고 하더라고요."


최원식의 표정이 짜게 식었다.


'시연 3주 전인데 PLC 회로도 마무리 못 했다고?'


허술 했다.

잠깐이나마 긴장 했던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반적으로 3주라면 PLC 구성을 마치고 보완 및 HMI 작업을 할 단계였기 때문.


'20세기 쪽은 신경 꺼도 되겠어.'


이번 입찰은 큰 난관이 없을 거라 확신한 최원식이었다.




오후 3시.

춘식과 도현은 미래 차 T 엔진 공장에 도착했다.

업무용 스타렉스에서 내린 춘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아직 까지도 이게 맞나 싶다."

"뭐가 말입니까?"

"시연회 발표 말이야. 원래 임 차장이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우리 보고 하라고 할 줄은 몰랐지."


춘식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이유였다.

일반적으로 시연회 발표는 차장 급 이상에서 맡는다. 더군다나 입찰이 걸린 경우라면, 이사가 나오는 경우도 빈번했다.


"많이 긴장 되십니까?"

"어. 존X. 애 낳고 끊은 담배가 절실할 정도야."

"......."

"넌 긴장도 안 되냐?"


춘식이 어이 없다는 듯 물었다.

지나칠 정도로 평온한 안색의 도현 때문이었다.


"긴장 됩니다."

"그런 말 할거면, 최소한 손이라도 떨어야 하는 거 아니야?"

"진짜 떨립니다."

"에휴, 말을 말자."


춘식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업무 능력만 바뀐 줄 알았던 도현. 이제 보니 성격도 몰라볼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임 차장 앞에서 쫄지도 않고..'


과거 임 차장의 부사수로 다닐 때.

도현은 지켜 보는 이가 동정심을 느낄 정도로 저자세를 유지 했었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일주일 전 도현이 보여준 모습이.


-업무 메일도 확인 안 하고 쿠사리를 넣으시는 겁니까?


그 임 차장 앞에서 따박따박 말 대꾸를 하다니.

단기간에 사람이 너무 심하게 바뀌니, 실 없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무슨 기연이라도 얻은 건가?'

그럴리가 없지-

춘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은 드라마가 아니다. 노력 없이 바뀌는 건 없다.

'미친 듯이 노력 했겠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미친 듯이 자신을 몰아 붙였을 게 분명 했다. 그러지 않고선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가 없었다.

'나도 정신 차리자.'

춘식은 도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매일 보는 뒷 모습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넓어 보이는 건지.


춘식도 명색이 과장이었다.


부하 직원에게 귀감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쫄아 있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도현이 덕분에 금일봉도 탔는데.'


춘식은 오늘 아침 통장에 입금된 돈을 떠올렸다.


[입금 : 3,000,000원]

[입금 주 : (주) 20세기 미래 테크]


전 이사가 약속한 인센티브가 입금되었다.

그 말인 즉 불가능 하리라고 여겼던 HMI 작업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발표라도 잘해야지.'


50대의 HMI 중 40대는 도현이 마무리 했다.

자신이 작업 한 10대 마저도 도현의 손을 거쳤다.


사실 상 도현 혼자서 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춘식은 미안 해서라도 발표를 잘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 했다.




20세기 미래 테크의 시연회가 시작 됐다.

잔뜩 긴장한 춘식과는 다르게, 지켜보는 T엔진 직원들의 표정에는 따분함 만이 가득했다.


'어차피 학 테크에서 입찰 받을 텐데 뭐.'

'아주 칼을 갈아서 준비 했더만?'

'YM 송기오도 잘 했지만, 이번 초절전 회로는 최 이사 쪽이 압도적이야.'


CNC 장비 전문 업체인 YM.

그리고 종합 설비 업체인 학 테크.

두 업체의 위상은 높았다. 엔진 변속기 사업부 쪽은, 두 업체가 꽉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김 차장이 있을 때는 또 몰라.'


송기오, 최원식, 그리고 김 차장.

이쪽 업계에서 제일 유명한 세 사람이다.

그중 김 차장은 미래 차 내부에서도 소문이 자자 했다.


'이제 20세기는 끝물이지.'


그 김 차장이 빠진 20세기는 단무지 빠진 김밥이었다. 쭉정이들만 남았다는 뜻.


사람들의 불신 어린 시선과 함께, 시연회가 시작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20세기 미래 테크, 김춘식 과장입니다."


보통 소개를 하면 박수라도 쳐주기 마련인데.


"......"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무반응으로 일관 했다. 몇몇은 대놓고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기도 했는데.


'.... 흔들리지 말자.'


춘식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 했다.

이게 하청 업체의 현실이다.

원청의 한 마디에 설설 기고. 실력이 없으면 무시 당하기 일쑤인 삶.


하지만 진정한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초절전 회로 설명은 됐고, HMI 화면부터 봅시다."

"아, 네."

"아, 그리고 최대한 빨리 끝냈으면 좋겠네요."


주 과장의 말투는 무척이나 시큰둥했다.

학 테크 최 이사를 대할 때와는 180도 상반된 모습이었는데.

춘식은 감히 항의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준비한 화면을 열었다.


"먼저, 초절전 기능 ON/OFF를 위한 HMI 화면 추가 작업이 있었습니다. T엔진 크랑크 투입 공정 같은 경우에는 멜섹 GOT를 이용해 작업 했으며.."

"잠깐만요. 그 부분 설명은 패스해도 될 거 같습니다."

"아.... 네."


춘식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기 시작 했다.

주원태 과장의 태도가 너무 안하무인이라고 느낀 것이다.

'이게 시연회 인지, 사내 회의인지..'

물론 토는 달 수 없었다.

원청 과장과 하청 과장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계급 차이가 있었으니까.


주 과장이 물었다.


"PLC 파일이랑 HMI 파일, 지금 바로 다운로드 가능 합니까?"

"지, 지금 바로 말입니까?"

"네. 실사용 테스트를 먼저 해보고 싶어서요."

"....."


순간 춘식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실사용 테스트.

그 단어가 의미 하는 바를 깨달은 것이다.

'제길, 대놓고 무시하겠다는 거네.'

너희가 짠 회로를 신뢰하지 못하겠으니, 제대로 작동하는 지 직접 테스트 해봐야 겠다는 뜻이었다.


'.... 이렇게까지 무시 당할 줄은 몰랐네.'


과장하고 대리.

딸랑 두 명에서 방문해서 그런 건가? 그래서 무시 하는 건가?

절레절레-

춘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이건 회사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김 차장이 떠난 이후, 20세기 테크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결과로 보여주면 돼.'

무시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명하는 거다.

춘식은 노트북 화면을 열었다. 그는 자신 있었다. 이미 전현우 이사 선에서 컨펌까지 받은 회로 였으니, 에러가 날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 했다.


"알겠습니다. 라인이 5분 정도 멈출 건데, 괜찮습니까?"

"어차피 오늘은 라인 정상 가동 안 하니까, 편하게 작업 하세요."


춘식은 말 없이 장비에 노트북을 연결 했다.

그리곤 능숙한 손놀림으로 준비한 파일을 장비에 다운로드 하기 시작 했다.

1%..

2%...

.

.

100%...

Download Complete!


얼마 안 가 파일 다운로드가 끝났다.

다행히 다운로드 과정에서는 별 다른 에러가 없었는데.


삐익! 삐익! 삐익!


다음 순간, 타워 램프에 적색 등이 점등 되며 부저가 미친 듯이 울려 대기 시작 했다.


"아, 아니 이게 왜 이러지.."


춘식은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주륵-


선선한 가을 날씨임에도, 춘식의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미친 듯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


주원태 과장이 한 건 잡았다는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다운로드가 끝난 직후에 알람이 걸린 거 보면.... 파일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겠네요?"

"파일 자체엔 문제가 없습니다. 저희가 몇 번이나 확인 했습니다."

"그럼, 멀쩡한 장비가 갑자기 먹통이 되는 건 말이 되고요?"

"......"


춘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멀쩡하게 돌아가던 장비가, 파일을 다운로드 직후에 퍼졌다? 안 봐도 뻔 했다. 파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이럴 줄 알고 테스트 해보자고 한 겁니다."

"......"

"만약 라인 정상 가동 중일 때 이런 일이 생겼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어휴.."


주원태 과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도현아. 파일 테스트 해 봤지?"

"네. 몇 번이나 돌려 봤습니다. 이상 없었습니다."

"근데 왜 장비가 퍼진 거지.."

"......"


도현도 궁금했다.

멀쩡한 장비가 왜 퍼진 건지. 프로그램 자체는 몇 번이고 확인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쪽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


도현의 시선이 장비에 닿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엔지니어의 눈이 발동 했다.


[T엔진 크랑크 투입 장비]

[하드웨어 레벨 : 4]

[소프트웨어 레벨 : 2]

[엔지니어의 눈 레벨이 부족하여 하드웨어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정보는 확인이 가능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확인한다.'


[프로그램 종류 : PLC.]

[메이커 : 지멘스.]

[프로그램 레벨 : 2]

[성능 : 66%.]

[성능 개선 목록 : 27.]

[현재 에러 : 1.]


도현은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찾았다!'

PLC를 뒤집어 까야 찾을 수 있는 에러 내용을 단박에 찾아낸 것이다.


[에러 내용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한다.'

[현재 에러 : 하드웨어 OT 센서 LIMIT.]

순간, 도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드웨어 OT 센서 LIMIT.

고장 수리를 다니면서 수도 없이 들어 본 단어였기 때문이다.


'하드 웨어 OT 센서가 나갔다고?'


하드웨어 OT 센서는 기계가 안전 범위 안에 있을 때 ON 되는 센서였다.

쉽게 말하면 물리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 시켜 주는 센서인 것이다.


'OT 센서가 PLC를 다운로드 했다고 나갈리가..'


그럼 답은 하나 뿐이다.

실제로 OT 센서가 나갔다는 것.

그런데 전까지는 멀쩡하던 OT 센서가 PLC 회로를 밀어 넣자 마자 나갔다는 건...


"더 이상의 시연회는 무의미한 거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김춘식 과장 님?"

"PLC는 저희가 다시 짜오겠습니다. 이건.... 실수 입니다."

"한 번 실수를 한 업체는 언젠간 다시 실수를 하기 마련이죠. 저희가 왜 그런 리스크를 감당 해야 합니까?"


주원태 과장의 시선이 도현에게 닿았다.

멍한 표정으로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한 도현.

주 과장이 끌끌 혀를 찼다.


"보니까 데리고 다니는 후임인 거 같은데... 교육을 좀 똑바로 시키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상사가 깨지고 있는데 PLC 회로나 쳐다보고 있고.."

"......."

"이 봐요. 시연회 끝났어요. 더 이상 회로 안 봐도 됩니다."


주 과장이 도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때.

"이거.... 변칙 작업인 거 같습니다."


도현이 중얼거리 듯 말했다.

시연회 시작 이후, 처음 으로 입을 연 것이었다.


".... 변칙 작업?"

"하드웨어 OT 센서 쪽에 말입니다. 진작에 갈았어야 할 센서를, 변칙 회로 수정으로 돌리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변칙 작업.

그 한 마디에 장내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 붙었다.


"... 지금 고장난 게 저희 탓이라는 겁니까?"


주 과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낮게 가라 앉은 목소리.

차장 급 인사들도 질리게 만들었던 그의 악바리 근성이 도현을 향했다.


"그 발언, 감당할 수 있으십니까?"

"네. 확실합니다."


도현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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