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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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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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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세기 테크 이도현 대리입니다.

DUMMY

변칙 작업.

한 마디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장내의 분위기는 더 이상 차가워 질 수 없을 만큼 딱딱해졌다.


하청 업체.

그것도 시연회를 위해 방문한 입찰 업체 측에서 원청의 안전 사항을 지적 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도현, 너 미쳤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건 춘식이었다.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현의 귓가에 속삭였다.


"하드웨어 OT 센서는 필수 안전 요소라고! 미래 차에서 그걸 PASS 하고 돌렸을리가 없잖아!"


필수 안전 요소.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직접적으로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를 뜻 했다.


안전 사고에 극도로 민감한 미래 자동차에서 그런 어설픈 조치를 취했을리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수습하고 넘어 가자. 이거 잘못 대응 했다간 피 볼 수도 있어."


춘식이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우는 이유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필수 안전 요소는 사업부 대표까지 보고가 올라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하다고요?"


그때.

미간이 깊은 골을 생성한 주 과장이 물었다.

그는 이런 치욕을 당할 줄은 몰랐다는 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본사 안전과에서 안전 점검을 하고 간 게 고작 한 달 전입니다."

"....."

"그때 지적 사항으로 하드웨어 OT 센서는 없었고요. 그런데 갑자기 센서가 나갔다? 말이 된다고 생각 합니까? 보전 과장!"


보전 과장 이인수가 곧바로 대답했다.


"네. 가공 과장님."

"하드웨어 OT 센서, 어디 메이커에서 만든 거지요?"

"발로프입니다."

"발로프 센서의 평균 내용연수가 어떻게 되죠?"

"5년 입니다. 커버 안에 있는 OT 센서라서, 외부 오염 확률도 희박합니다. 사실 상 고장이 나는 일이 없는 센서입니다."


발로프 사(社).

독일에 국적을 둔 산업 용품 제조사로, 특히 센서 쪽에선 압도적인 기술력을 인정 받고 있는 곳이었다.


경쟁사인 옴론보다 3배 이상 비싼만큼, 잔 고장이 없었다.


특히 커버에 뒤덮여 있는 만큼, 하드웨어 OT 센서가 나갈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했다.


"김춘식 과장님. 그렇다는데요?"


춘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했다.


"저희 직원이 실언을 한 거 같습니다."

"하, 방귀 낀 놈이 성낸다더니, 이제 와서 사과하면 저희 기분이 풀립니까?"

"죄송합니다.."

"OT 센서는 안전 인터록(Interlock, 내부 장금장치.)의 핵심 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그

OT 센서를 BY PASS 하고 돌리고 있다고 지적 하다니.. 솔직히 기분이 많이 나쁘네요."


귀책 사유를 떠나서, 이건 자존심 문제였다.

모두가 알면서 모른 체 하는. 하청과 원청 사이의 유리천장을 도현이 정면으로 들이 받은 것이다.


"이래서 덜 떨어진 인간들하고 일하기 싫다니까.."

"......."

"본인 잘못 쿨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면 될 걸, 왜 애꿎은 원청을 걸고 넘어지는 거야?일만 못하는 게 아니라, 인간 자체가 덜 여물었어. 이 바닥에서 싸가지 없으려면 기술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원."


주 과장의 마지막 몇 마디는 들릴 듯 말 듯 나지막 했지만, 도현과 춘식에겐 천둥소리보다 크게 느껴졌다.


'.... 이게 그렇게 잘못한 건가.'


가만히 듣고 있던 도현은 화가 나기 보다는 의문이 드는 것을 느꼈다.


OT 센서를 걸고 넘어진 게, 이렇게 욕을 먹을 일인가?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덜 떨어진 인간이니 뭐니 걸고 넘어질 만한 건가?


'..... 이제 와서 이런 생각 하는 것도 웃기네. '


피식-

문득 도현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

원청과 하청 관계라고 좋게 표현하지만, 도현이 느끼기엔 21세기 판 주종 관계에 가까웠다. 까딱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밥 값 못한다고 욕 먹고. 괜찮은 성과를 내면 건방지다고 욕 먹고.


이상할 게 없다는 거다. 주 과장의 저런 반응은.


도현은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벌써부터 척을 지기엔.. 너무 리스크가 커.'


바로 주 과장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


시스템이라는 사기 적인 능력을 얻었지만, 아직 레벨 2에 불과 했다.


20세기 미래 테크,

더 나아가서는 미래 자동차에 적을 두고 있는 현재로서는 무작정 막 나갈 수 없다는 뜻.


그에겐 먹여 살려야 할 딸 아이가 있었다.

더구나 이번 일에는 김춘식까지 함께 엮여 있었기에, 더더욱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김 과장은 유일하게 편견 없이 그를 대해준 사람이니까.


'내가 성급했네.'


도현은 자신의 성급함을 순순히 인정했다.

실력 보다는 계급으로 돌아가는 게 이 바닥이다. 그리고 그 계급이라는 건, 상대방의 패를 까보지도 못하게 억제할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상황처럼.


도현은 망설임 없이 허리를 숙였다.

그게 현 상황을 타개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으니까.

그런데.


"...... 김 과장 님?"


허리가 숙여지지 않았다.

큼지막한 손바닥이, 김춘식의 오른 팔이 숙여지려는 그의 몸통을 지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깨 펴, 이 대리."

"......김 과장님?"

"죽을 죄라도 지었어? 저쪽에서 먼저 일방적으로 우리 책임으로 몰아 갔잖아. 아직 누구 잘못인지 까보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김춘식의 표정을 확인한 도현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김 과장 님이?'


항시 유들유들한 웃음을 머금고 다니는 그 답지 않게, 살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 과장 님.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덜 떨어지니 뭐니 하는 막말을 하십니까?"


춘식의 한 마디가 울려 퍼지고.

장내에는 숨 막힐 듯한 적막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깬 건 주 과장의 분노 어린 일갈이었다.


"..... 뭐라고요? 김 과장, 지금 그 말에 책임 질 수 있으세요?"

"책임? 까짓 거 한 번 져보죠, 뭐. 솔직히 말해서 아직 누구 책임인지 나오지도 않았지 않습니까?"

그건 정당한 자기 방어였지만, 동시에 원청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허. 허허!"


주 과장은 실성한 사람처럼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 과장의 표정이 살벌하게 일그러졌다.


"좋습니다. 까 봅시다, 누구 문제인지."




드르륵-

드르륵-!


임팩트 특유의 마찰 소리가 끊임 없이 울려 퍼졌다.

OT 센서의 상태 체크를 위해, 장비 내부의 커버를 풀고 있는 소리였다.


타닥타닥-!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도현은 빠르게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OT 센서의 I/O 신호를 찾아야 해.'


하드웨어 OT 센서 문제라는 건 어디까지나 도현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증명하려면 실물이 필요 했다.


다행인 점은, PLC 상에서 OT 센서의 I/O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찾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 김춘식 과장이 이럴 줄은 몰랐네.'


도현의 시선이 춘식의 뒤통수에 닿았다.

처음 봤다.

김춘식이 화를 내는 모습은.

그것도 원청의 과장급 인사에게 일갈할 줄은, 정말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판을 깔아 줬으면, 확실하게 보여 줘야지.'


큰 용기를 내줬다.

그리고 그 용기는 도현의 성급한 발언에 대한 쉴드이기도 했다.

춘식의 용기가 빛이 바래지 않게 하려면, 한 시라도 빨리 I/O를 찾아야만 했다.


[집중(LV.1)이 발동 합니다!]

[4시간 동안 모든 일의 능률이 50% 증가합니다.]


도현의 두 눈이 번뜩였다.

집중.


시스템의 권능을 등에 업은 도현의 손가락이 쉴틈 없이 노트북 자판을 더듬었다.


[프로그래밍(LV.3)이 발동합니다.]

[원하는 I/O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처음 보는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도현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쳐갔다.


'이런 기능도 있었어?'


원하는 I/O(Input / Output) 신호를 탐색할 수 있다니?

처음 알았다. 이런 기능이 있는 줄은.


'탐색한다.'


도현은 망설임 없이 yes를 눌렀다.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 앉은 현장.


"뭐 때문에 그렇게 언성이 높아지나?"


볼트를 푸는 임팩트 소리만 아스라히 울려퍼지는 와중에, 웬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뒷짐을 진 채로 등장한 것은, 인자한 표정의 중년 남성이었는데.


"시연회 도중에 이렇게 싸울 이유가 있나?"


중년 남성을 알아 본 춘식의 눈빛이 흔들렸다.


"명광호 부장...."


T엔진의 120명 인원을 대표하는 남자, 명광호 부장이 등장한 것이다.


주르륵-


춘식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주 과장과 이 과장 만으로도 벅찬데, 부장까지 등장하다니.

'만에 하나 OT 센서 쪽 문제가 아니라면..'

완전 나가리였다.

부장 급 인사라면 사업부 쪽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타 엔진 공장의 업체 선정권에도 관여할 수 있다. 한 마디로 20세기 테크 전체의 운명이 뒤바뀔 수 도 있다는 뜻이었다.


춘식이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사이.

잠시 현장을 곁눈질 한 명 부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공. 보전."

"네 부장 님!"

"넵!"


명광호의 호출에 두 과장이 대답했다. 갓 전입한 신병처럼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였는데. 명광호 부장의 표정이 평소 답지 않게 굳어 있다는 걸 파악한 탓이었다.


"하드웨어 OT 센서를 PASS 했다니. 무슨 소리야?"

"부장 님 그게..."


주 과장이 상황을 설명 하려는데, 보전 이인수 과장이 그의 말을 끊었다.


"별 일 아닙니다. 시연회 도중에 갑자기 장비에 에러가 걸려서, 원인 확인 중이었습니다."

"아 그래?"

"네. 진짜 별 일 아닙니다. 시연회 도중 생긴 에러라서, PLC 파일만 복구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습니다."


웬지 횡설수설하는 듯한 대답이었는데.

순간 주 과장의 눈가에 이채가 스쳐갔다.


'.... 설마.'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웬지 보전 과장의 두리뭉실한 대답이, 부장을 최대한 이 자리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별 일 아니라니까 다행이구만."

"넵 부장 님. 먼저 올라가 계시면 조치 사항 보고 하겠습니다."

"아아, 알겠어. 근데 주 과장."


순간, 명 부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 시선을 정면으로 받은 주원태는 흠칫 몸을 떨었는데.


"하드웨어 OT 센서를 PASS 했다는 건 무슨 소리야? 보전 과장은 대답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 부, 부장 님."

"보전 과장. 나 지금 주 과장이랑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이나?"

"...... 진짜 별 일 아닙니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이, 이 과장!"


사람 좋아 보이던 명 부장의 안색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횡설수설하던 이 과장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네, 넵!"

"웃으면서 받아 주니까 내 말이 장난 같아?"

"........"

"나는 상사로서 정당하게 업무 보고를 요청 했어. 그걸 이 과장은 보란 듯이 개 무시했고.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겠나?"

"죄, 죄송합니다!"

"뒤로 빠져 있어. 책임은 나중에 물을 테니까."


보전 과장이 호다닥 뒷걸음질 쳤다. 그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주 과장의 안색도 덩달아서 창백해졌다.


'이 과장 이 미친 새끼가..'


OT 센서를 둘러 싼 커버의 고정 볼트 개수가 줄어들 수록 보전 과장의 다리가 달달- 떨리던 게 생각 났다.


뭔가 알고 있는 게 분명 했다.

예를 들면 상부 보고 없이 OT 센서를 PASS 해 놨다거나.. 아니면 회로를 인위적으로 수정 했다거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막연 했던 불안감이 산더미처럼 불어 났다.


"주 과장. 니가 지금 상황 브리핑 해봐."

"아, 알겠습니다."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던 주 과장은, 이내 상황을 사실대로 털어 놓기 시작했다.


명 부장이 언제부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모르는 이상,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모든 사실을 이설직고한 주원태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OT 센서 문제가 아닐 거다. 평소 답지 않은 보전 과장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발로프 센서인 하드웨어 OT 센서가 문제 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비가 퍼지고 난 뒤에, 일 분도 안 돼서 OT 센서를 언급 했잖아. 그 짧은 시간에 원인을 찾았을리가 없어.'


차장도, 과장도 아닌 대리가 일 분 만에 고장 원인을 찾았을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건 10년 차, 아니 30년 차 베테랑이 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 과장. 하드웨어 OT 센서 문제 아닌 거, 확실하지?"

"확실합니다."


주원태가 확언하듯 말했다.


"업체 측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괜히 OT를 걸고 넘어진 겁니다."

"흐음 그렇구만. 20세기 테크라.."


명 부장이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그때.


못이라도 박힌 듯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


"찾았습니다."


명 부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자네는 누군가?"

"20세기 테크 이도현 대리입니다."


도현의 두 눈이 총명하게 빛났다.


"말씀 드린 하드웨어 OT 센서, 신호 OFF 되어 있는 거 확인 했습니다."

".... OT 센서가?"


명 부장이 뭐라 반응 하기도 전에, 주 과장이 고함치듯 입을 열었다. 안색은 새파랗게 질린 상태였다.


"뭐, 뭐라고?"


그가 거친 손길로 도현을 밀쳐냈다. 그리곤 노트북 화면을 바라 보았는데.


".......이럴리가.."


그는 황망한 시선으로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I 4.2(x axis HardWare Ot +)]

[OFF]


도현이 주장한 것처럼, 하드웨어 OT 센서가 죽어 있었던 것이다.


"..... 커버 다 뜯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커버 분해 작업이 완료 됐다.


"X 축 하드웨어 OT 센서... 부식에 의한 단선입니다!"


부식에 의한 단선.

멍하니 서 있던 주원태는 그 한 마디에 고개를 축 늘어 뜨렸다.


'저 어리버리 한 놈 말이 맞다고?'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이었다.




"X축 액츄에이터 커버가 찌그러졌다고?"

"네. 그 찌그러진 틈으로 쿨란트가 침투 해서, 센서 케이블이 부식된 거 같습니다."


원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왔다.

평평하게 펴져 있어야 할 커버의 뒷 부분이 찌그러져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멀쩡한 커버가 왜 찌그러져? 볼트 풀다가 실수한 거 아니야?"

"아마 칩(CHIP : 소재를 가공했을 때 깎여 나간 찌꺼기.)을 제때 청소하지 않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칩이 쌓이면 뭉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꽤 있어서..."


기계 보전 파트장의 말에 명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 과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네? 그, 그게.."

"칩 청소는 가공 과에서 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칩이 쌓이다 못해 뭉쳐 질 때까지 어떤 조치도 없었던 거냐고."

"....죄송합니다."


명 부장이 보전 과장을 불렀다.


"보전."

"네, 넵!"

"커버가 찌그러질 정도면, 분명 X축에 과부하가 걸렸을 건데. 왜 알람이 안 뜬거지?"

"그, 그게..."

"왜, 이번에도 두리뭉실하게 떼우고 넘어 가려고?"

"아 아닙니다. 아마 수동 조작으로 돌리다가, 커버가 찌그러지면서 부하가 사라진 거 같습니다."


보전 과장이 황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업무 일지를 넘기는 그의 손은 그의 심정을 대변 하듯 덜덜 떨리고 있었는데.

명 부장이 추상과 같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보전 과장."

"....네."

"OT 센서 회로 차단한 놈 누구야."

"그, 그게."

"당.장 이 자리로 데리고 와. 오분 준다."

"바로 작업 일지 뒤져 보겠습니다. 근데 작업 자가 누군지 찾으려면 시간이.."


그때,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던 도현이 입을 열었다.


"8월 17일 오후 3시 45분 27초에 회로 수정한 거 같습니다. 그 시간대의 작업 일지를 찾으시면 편할 겁니다."


보전 과장이 거칠게 반응 했다.


"..... 이봐요. 지금 당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

"조용히 해."


보전 과장의 입을 다물게 한 명 부장.

그가 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20세기 이도현 대리라고 했지요?"

"맞습니다."

"몇시에 조치 했는지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도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


"지멘스 PLC에는 자동 SAVE 기능이 있어서, 주요 인터록 신호를 PASS 하거나 수정하면 자동으로 파일이 저장 됩니다."


순간 명광호 부장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원청의 과장급들도 헤매고 있는 고장을 단박에 찾아낸 것도 모자라, 원인 및 조치사항까지 줄줄이 읊고 있었다. 하청 업체, 그것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대리 급 인물이.


'전현우 이사가 키우고 있는 놈인가?'


아마 확실할 거다. 김 차장이 떠난 20세기에 저만한 인자를 키워낼 만한 건, 자기부 출신 전현우 밖에 없었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그가 보전 과장을 호출했다.


"그래요? 보전 과장! 들었지? 해당 작업자 데리고 사무실에 올라 가 있어."

"아, 알겠습니다."


목부터 귀까지 새빨개진 보전 과장이 자리를 벗어났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명광호가 도현에게 성큼 다가섰다.


"17일 오후 3시 45분에 저장 됐다는 그 파일 로그, 삭제할 수도 있는 겁니까?"


명 부장의 목소리는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미세하게.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 도현의 두 눈에 의아함이 스쳐갔다.

"...... 가능은 합니다만."

명 부장이 왜 떨고 있는 걸까. 의아한 점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파일 로그를 왜 삭제 한다는 거지?'

도현의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이었다. 멀쩡한 세이브 파일을 왜 삭제한단 말인가?

'...... 아.'

그때, 순간적으로 도현의 머리 속을 스쳐가는 가설이 있었다.


안전의 핵심이나 다름 없는 OT 센서.


그 OT 센서를 인위적으로 수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T엔진 전체 고과에 악영향이 있을 게 분명 했다. 임원으로 향하는 길에 차질이 생길 것도 자명한 일이었고.


지금 도현의 노트북에 띄워져 있는 PLC 파일 로그는, T엔진에서 본사의 안전 지시사항을 어겼다는 증거나 다름 없는 것이다.


도현은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 이건 예상 못했는데.'


본의는 아니게 약점을 잡아 버렸다는 것을. 그것도 원청 부장급의 약점을 말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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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성공의 비결. +29 24.08.22 28,865 520 18쪽
12 12. 개판이네요, 솔직히. +22 24.08.21 29,920 53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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