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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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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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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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任命)(3)

DUMMY

유비는 그대로 연회장을 빠져나갔고 나는 옆에 있던 제갈량에게 웃으며 물었다.


“선생이 보기엔 어떠하던가요?”


“자사님께서 사람에게 이렇게 적대적으로 대하시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저의 적의가 느껴졌습니까? 이거 더 마음에 드는군요.”


“선생이 보시기엔 그자는 어떻습니까?”


제갈량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가까이 두려면 그 누구보다 가까이 두어야 하고. 멀리 두려면 그 누구보다 멀리 두어야 할 사람 같습니다."


“그 의미는 정확히 먼가요?”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자사님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될 사람이란 뜻입니다.”


단정하듯 제갈량이 말하자 나는 히죽 웃었다.


자신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는 제갈량을 향해 소리 내어 웃은 나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그는 매우 위험한 사람입니다. 그와 엮인 군주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조조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그는 역병과 같은 존재입니다.”


제갈량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차라리 지금 제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와 그의 형제들이 가진 능력이 그냥 죽이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입니다. 그 능력이야말로 그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겠지요. 저도 저 능력을 적군을 죽이는데 쓸려고 합니다.”


“그것이 그를 번성에 두는 이유로군요!”


“맞습니다. 선생.”


나는 앞에 놓여 있는 술잔에 술을 꿀꺽 마셨다.


연회는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나는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연회를 열면서 계획했던 것들은 모두 처리했다. 많은 일을 진행하느라 몸과 정신이 매우 피곤했다.


연회의 마무리는 제갈량에게 맡기고 무영전으로 돌아가려는데


연회장 출구에 여인이 홀로 서서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그것도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지독하게 아름다운 절세미인이.


잠깐 전까지 매우 지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그녀가 주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그런 생각마저 일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보자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나는 그녀가 자신을 향해 인사를 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아! 이런 무례라니!’


분명 그녀는 내 소개를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자신은 아무 생각 없이 있었다.


나도 그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유기라고 합니다. 소저는 누구신지요?”


나의 말에 그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는


보(步)가의 연사(練師)라고 합니다. 다시 한번 형주로의 이주를 허락 해주신 형주자사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보연사!!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내가 소리치자 그녀가 물었다.


“왜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입니까?”


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소저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입니까! 다만 백언이 보가의 여인과 함께 온다고 말했는데 이리 아름다운 분이 오셨는 줄 몰랐습니다.”


내가 칭찬을 하자 보연사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보연사는 뛰는 가슴의 소리가 들킬까 부끄러워 일부러 태연하게 대꾸했다.


“공자님, 실례지만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무슨 질문을 하실려고...”


천하에 제갈량이나 유비 앞에서도 안 떨었던 내가 긴장돼서 손에 땀이 찼다.


보안사는 내 모습을 보며 이내 빙그레 웃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도 모르시면서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소저가 무슨 말을 하실지 더 긴장되네요. 뭐든 물어보십시오!”


“손가의 백화(白花)가 왜 형주에 있는 건가요?”


“그건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본인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아까 연회장에서 마주쳤거든요!”


손백화가 연회에 참석하면서 보연사랑 우연히 마주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형주에 아는 사람이 없는 손백화가 동오에서 온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또래인 보연사랑 어울렸을 수도 있다.


“맞습니다. 손소저는 형주에 있습니다. 그녀는 동생을 찾기 위해 잠시 양양성에 들린 것입니다.”


“···.”


보연사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제가 바보인 줄 아세요? 백화(白花)를 육공자와 연결하려는 거죠? 제 말이 틀렸나요?”


육손과 손백화.


이건 제갈량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의 계획이었다. 육손은 내 계획을 듣자마자 쓰러져 버려서 남에게 알릴 틈이 없었을 텐데 그녀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하하하.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닌가요?”


“설사 제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혼인은 당사자들끼리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손가에서도 형주로 귀부한 육가 사람에게 손소저를 주겠습니까?”


나는 일단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관점에서 대답했다.


내 계획은 손가의 허락이던 있거나 말거나 육손과 손백화가 서로 혼인할 생각만 있다면 어떻게든 시킬 생각이다.


나의 말에 보연사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맺혔다.


“과연 그럴까요?”


“당연하지요. 백언이 대단한 인재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그가 육가를 재건한다면 그의 유명세는 천하를 진동하겠지요.


하지만 혼인이라는 것은 가문과 가문의 결합입니다. 형주로 귀부한 육가를 손가에게 허락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공자님이 착각 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착각하는 것이요? 그게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백화랑 저는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답니다. 가문이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보진 못했지만,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곤 있지요. 저는 백화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손백화와 보연사는 비슷한 나이 또래였다. 동오의 호족 사회는 귀족 자제들끼리 자주 부딪칠 수밖에 없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 둘은 마음을 터 놓을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보연사는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백화(白花)에게 손가의 허락 따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기 아버지인 소패왕이 죽자 손가의 여인들이 손가의 이익을 위해 팔려 가듯이 혼인하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는 아이예요.”


보연사는 손을 불끈 쥐며 말했다.


“백화가 좋으면 그걸로 되는겁니다. 백화의 마음만 움직이면 혼인은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럼, 손소저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일 수 있습니까?”


“그건 육공자가 알아서 하셔야죠.”


“하···. 그렇죠···.”


실망하는 내 모습을 보던 보연사는 잠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도와드릴 수도 있는데. 제가 백화의 마음을 여는 것을 도와드린다면 공자님도 제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으신가요?”


“소저가 원하는 것이 무언인가요? 그것을 알아야만 이 거래는 성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랑 친우(親友) 해요!”


왠 남녀 사이에 친우란 말인가.


“왜?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저에게 친우 하자고 그러시는 거죠?”


“간단합니다. 공자가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내 심장을 움직인 최초의 남자니까요.”


“지...금 고....고...고백 하신 건가요?”


“네!! 고백을 꼭 남자가 먼저 하라는 법 있나요? 여자가 먼저 할수도 있는것이지!”


내가 보연사를 간과한 게 있다. 손노반이 중국 역사의 수많은 공주들 가운데서도 가장 권력욕이 강했던 여인 중 하나로 기억되는 것이 그저 전투적이고 괴팍한 손가의 핏줄이 생각했다.


보연사의 기록에는 질투심이 없어서 오히려 손권에게 여러 여자를 첩으로 천거하였다고 하며, 덕분에 손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다고만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손노반도 손권 혼자 낳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녀에게 흐르는 핏줄에 반은 보연사의 혈통인 것인데. 그걸 간과했다.


손노반의 어머니라면 그녀도 똘끼가 남 못지않을지인데 그걸 간과하다니···.


“왜 저의 고백이 싫으신가요?”


“제가 소저의 고백이 싫을 리가 있겠습니까! 비록 소저가 먼저 고백하게 했지만 백언과 손소저의 일이 잘 마무리되면 제가 소저의 부탁을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녀를 바라봤다.


보연사의 옆얼굴.


달빛 아래 그 아름다운 얼굴이 연한 미소로 물들었다.


‘난 이제 큰일 난 건가?’ 불안한 생각이 몰아쳤다.


***


눈 깜짝할 사이에 203년 3월에 접어들었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에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졌던 형주에도 봄바람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기온에 맞추어 지역의 정세도 갑자기 안정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대사건은 202년 5월 관도(官渡)에서 패배로 생긴 병을 이기지 못하고 원소(袁紹)가 죽었다.


역사대로 원소는 후사를 정하지 못하고 죽었는데, 미묘하게 역사와 다른 부분이 있었다.


원상(袁尙)이 연령 문제 때문에 공식 후계자로 정해지지 못했을 뿐, 원소는 유년기 무렵부터 신동으로 알려진 원상의 재능과 용모를 아끼며 총애했고


원소도 원상이 장성하면 후계자로 세울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원소는 원담을 죽은 형의 양자로 입적시켜 자신의 호적에서 폐출시켰고 청주자사(靑州刺史)로 내보내 권력에서 소외시켰는데,


이는 장자인 원담을 후계 구도에서 일찌감치 제거함으로써 어린 원상의 승계에 최대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의도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원소가 원상에게 권력을 승계할 틈도 없이 갑작스럽게 급사하자 많은 무리는 원담의 나이가 많다고 하여 원담을 원소의 후계자로 옹립하려고 했고, 원담도 이에 호응하여 군사를 이끌고 업(鄴)으로 향했다.


그에 심배와 봉기는 원담이 도착하기 전에 원상(袁尙)을 옹립하여 원소의 지위를 물려받게 하였다.


청주에서 뒤늦게 도착한 원담은 이에 불만을 품고 여양에 주둔시키며 원상을 향해 시위했다.


그런데 202년 9월 조조가 북상해 여양의 원담을 공격해 오자 마침내 원담은 원상의 정통성을 승인하며 원상과 화해했고,


원상은 원담을 도와 직접 군대를 이끌고 조조와 맞섰다. 원상과 원담은 여양에서 조조와 약 반년에 걸친 대전을 벌였다.


전황은 일진일퇴를 거듭했으나 203년 3월 업으로 귀환하는 원상군을 쫓던 조조를 원상(袁尙)이 오히려 반격해 격파하게 된다. 결국 조조는 잠시 허도로 퇴각하게 된다.


조조가 허도로 퇴각하면서 전쟁에 물들었던 정국이 잠시나마 소강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나의 형주자사 취임식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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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임명(任命)(2) 24.09.18 138 8 12쪽
39 임명(任命)(1) +1 24.09.16 185 8 12쪽
38 비상(飛翔) +2 24.09.13 206 8 13쪽
37 육손(陸遜)(2) +2 24.09.12 202 6 12쪽
36 육손(陸遜)(1) 24.09.11 207 8 11쪽
35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208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224 9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40 8 12쪽
32 장합(張郃)(1) +3 24.09.05 240 8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231 7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4 24.09.03 240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 24.09.02 237 6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63 6 12쪽
27 담판(談判)(4) +2 24.08.29 237 7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41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46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55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45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50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57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51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62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49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5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59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57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75 8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95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97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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