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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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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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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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우(遭遇)(3)

DUMMY

나는 소비를 보며 말했다.


“자네의 자는 현명으로 하겠네. 현명(賢明)은 어질고 사리에 밝다는 뜻이네! 앞으로는 소현명으로 부르도록 하지.”


“현명··· 감사합니다.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제가 현명한 편은 아니지만 공자님이 지어주신 자(字)가 가진 뜻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래. 내 곁에서 현명하게 나를 많이 도와주게. 그건 그렇고. 소현명 자네는 어찌하여 별채 호위장로 오게 되었는가?”


“저라고 호위대로 오고 싶었겠습니까? 저도 전장에 나가고 싶습니다. 호위대는 편하기는 하지만 공적을 쌓지 못해 재물이 안 모이는 자리입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은 공적을 쌓아야만 도태되지 않고 재물도 모을 수 있지요.


다만 제 성격에 불의를 못 참는 부분이 있어 지휘관에게 바른 소리를 해대니, 그 점이 아니꼬웠나 봅니다. 원래 황조장군 밑으로 배정받기로 되어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호위대로 발령받았습니다.”


소비가 황조 밑으로 가야 감녕을 만날 수 있다. 그래야 감녕이 손권 쪽으로 가지 않고 나에게 올 수 있도록 사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별채에서 일어난 사건이 나와 대척점에 있는 호족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면 소비를 먼저 구워삶아야 한다.


“음··· 내가 자네를 강하로 보내줌세. 그러면 자네도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전장으로 보내주신다고만 하면 어떤 부탁도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자네 내 사람이 되어 나의 눈과 귀가 되어주게.”


“공자님 사람이 되라고요?”


“그래. 그리하란 말일세. 어차피 자네는 지금 누구의 줄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신세일세. 내 아직 후계자가 되진 못했지만 형주에서는 누구도 나를 무시 못 하지.


또한 정식 후계자가 된다면 앞으로 형주의 주인이 될 사람이고 자네 인생을 걸어볼 만하지 않겠는가? 절대 자네가 손해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공자님이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이런 말씀해 주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 저에게도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듯합니다. 앞으로 공자님의 눈과 귀가 되어 보필하겠습니다.”


“고맙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게.”


소비는 관사로 돌아갔고 나는 긴 하루를 마치고 곯아떨어졌다.


푹 자고 눈을 떠보니 역시 어제 그대로였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유기의 삶을 이어 나갔다.


시비에게 “간단히 씻을 준비 하거라. 식사 준비도 바로 해주고.”


“네. 공자님. 아침부터 출타 하시나요??”


“그래. 백색 옷 한 벌 준비하도록 하거라. 그리고 내가 준비를 다 마치면 바로 호위장을 부르도록 하거라.”


나는 간단히 씻고 식사를 하였다. 식사는 어제 숙주에게 일러준 대로 간이 없는 담백한 고기와 채소들로 준비되었다.


고급스러운 백색 옷을 차려입고 잠시 기다리니 소비와 병사 두 명가 별채로 들어왔다.


“공자님, 호출하셔서 왔습니다. 바로 창고로 가실 예정입니까?


“아니네. 지금 바로 창고로 가지 않고 밖으로 외출할 예정이니 병사들은 여기 대기하라고 하고, 자네만 가볍게 무장하고 나를 따라오도록 하게.”


별채를 나선 나는 저잣거리를 지나 양양성 인근 산에 올랐다. 산의 경사가 가팔라 숨이 차올랐지만 쉬지 않고 올라가니 멀리 초가가 보였다. 내가 오르는 산 이름은 융중산(隆中山)이다.


제갈량이 머문다는 초옥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당장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이 시점에 제갈량을 만나면 앞으로 공명과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을까 고민 또 고민했다. 하지만 미친 듯이 제갈량을 만나 보고 싶었다.


어느덧 초옥 앞에 도착했다.


“소현명! 집안에 들어가 정중히 형주자사의 장남이 왔다가 전하게.”


“공자님, 이분이 누구시길래 이리 어렵게 대하시는지요?”


“그건 알려고 하지 말고, 말이나 전하게.”


소비가 들어갔고 잠시 후 소비와 소동이 같이 문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소동이 말하기를


“지금 선생께서는 수경 선생님의 학원에 가셨습니다. 저녁 늦게 나오실 텐데··· 혹시 급한 일이시면 제가 가서 모셔 올까요?”


“아니다. 내 여기서 기다리마. 그래도 되겠느냐?”


“불편하실까 봐 걱정이 되지만, 공자님이 그리하시겠다면 들어와서 기다리십시오.”


소비는 밖에 대기하도록 하고 나는 소동을 따라 들어가 마당 한 편에 앉았다.


제갈량의 초가는 작고 아담했지만 깔끔했고, 진이 쳐진 듯 모든 건물과 물건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었다.


잠시 시간이 생긴 나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오늘 제갈량을 만난 후 반장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올리브도 확인하러 병사를 보내야 한다. 또한 장합을 포섭하기 위해 관도대전이 한창인 기주쪽으로도 사람을 보내야 한다.


혹시 반장으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손권 측과의 분쟁도 견제해야 하고 암살자를 별채 내부로 침투할 수 있게 도와준 채모도 처리해야 한다.


모든 일이 한시가 급하지만, 오늘은 제갈량이 올 때까지 여기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다른 무엇보다 이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유비의 삼고초려를 통해 207년에 출사를 한다. 지금은 200년이었고 제갈량이 181년에 태어났으니 20살인 것이다.


이제 슬슬 와룡의 소문이 형주에서 피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제갈량의 스승인 수경 선생이 와룡과 봉추의 이야기를 하면서 제자인 제갈량과 방통의 주가를 올리는 시기인 것이다.


잠시 후 초가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단정한 백색의 옷을 입고 손에 작은 부채를 든 제갈량이 들어왔다. 그의 눈매는 또렷하면서도 지혜로워 보였고, 많지 않은 구레나룻과 수염은 정결한 인상을 풍겼으며, 백옥처럼 투명한 피부에 붉은 입술과 갈색이 뚜렷한 눈동자는 고결해 보였다.


제갈량이 나를 향해 물었다. “여기는 제 집인데 공자님은 누구신가요?”


“저는 형주자사의 장자 유기라고 합니다. 아직 부끄럽지만 자는 받지 못하였으니, 유기라고 불러주십시오.”


“유기 공자시라고요? 전 제갈가의 둘째 공명이라고 합니다. 형주자사의 장자께서 누추한 곳에 왜 오셨습니까?”


“형주 젊은 학자 중에 제일 뛰어난 분이라고 해서 꼭 한번 뵙고 싶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무작정 찾아왔습니다. 용서하십시.”


“제일 뛰어나다니요. 아니 될 말씀입니다. 누구에게 그런 말을 들으셨지는 모르겠지만 전 배움이 부족한 학자일 뿐입니다.”


“그래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형주의 신룡을요.”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두 명의 용이 있다. 한 명은 푸른 청룡의 관우이고 한 명은 아직 날개를 펴지 못해 누워있는 와룡이다.


제갈량은 한동안 출사를 하지 못해 와룡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지금은 나를 일찍 만났다. 그는 누울 겨를도 없이 바로 걷고, 뛰고, 하늘을 나는 신룡이 될 것이다.


“신룡이라니요. 제 스승님이 재미 삼아 와룡이라고 부르시는 걸 잘못 들으신 듯합니다.”


“전 오늘 제갈공명 님을 보자마자 바로 느꼈습니다. 누워있는 용은 여기 없고 이미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용이 여기 제 앞에 있는 것을요.”


나와 제갈량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유기 공자님. 전 그런 사람이 아닐뿐더러, 아직 누구에게 출사할 생각도 없습니다. 공자님은 형주에서 입지가 불안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 호족들이 공자님이 아닌 둘째 공자님을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저를 높이 사주신 점은 감사하나, 공자님은 무슨 자신감으로 저를 찾아오셨나요?”


역시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소적이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출사할 때도 유비의 풍모에 반했거나 유비의 앞날이 창창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에 근거해서 유비에게 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조조는 관도대전에서 승리해 이미 전국 제패를 눈앞에 둔 군벌이었다. 이미 수많은 장수와 군사들이 포진되어 제갈량이 출사하기엔 늦은 시점이었고, 수많은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였다.

같은 시기 손권은 역시 주유라는 멘토이자 친구와 장소라는 스승같은 군사가 있었기에 공명이 출사하기엔 불가능했다.


그래서 제갈량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군사를 필요로 하는 군벌인 유비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제갈공명님, 형주에서 제 입지가 불안한 것은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안에서는 채모와, 괴월 등 호족들이 제 목숨을 호시탐탐(虎視眈眈) 위협하고 있고 밖에서는 형주의 분열을 원하는 세력들이 제가 아닌 동생이 후계자가 되도록 아버지를 압박하고 있죠.


예로부터 후계자는 장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결국엔 분열 뿐이라는 것이 만고의 진리니까요.


하지만 저는 반드시 후계자가 될 것입니다. 호사가들은 제가 몸이 약해 후계자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갈공명님 보시기에는 어떠신가요?


지금은 가파른 융중산도 혼자 올라올 만큼 많이 회복되어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몸이 상한 이유를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 빠른 건강 회복은 자신합니다.”


나는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은 호족들의 지지로 동생이 후계자에 다가선 것으로 보이지만, 제가 곧 돌파구를 찾을 것입니다. 이 일은 제가 꼭 해결할 일이니 지켜봐 주십시오.”


공명은 다소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소문이랑은 아주 다르시군요.”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됐다. 반은 성공이다. 오늘은 인식만 바꾸자.’


“오늘은 후계자 경쟁에 도움을 받고자 제갈공명님을 만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제갈공명님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건 ‘관도대전’ 이후입니다.”


“관도의 전쟁 이후라···. 공자님이 누가 승리하실지 예상이라도 한다는 말씀이니까?”


“당연하지요. 조조입니다.”


“공자님은 왜 조조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원소가 장남을 후계자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원담, 둘째 원희가 있지만 후처의 영향력과 모사들의 간언으로 셋째 원상을 후계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원소가 한 번의 전투로 극적인 승기를 잡았지만 사예주까지 한꺼번에 밀고 내려오지 못해, 혹시라도 대패하여 후퇴하는 상황을 맞이한다면 원소의 세력은 후계자의 문제로 모래알처럼 부서질 겁니다.”


제갈량은 이상하다 듯 고개를 저으며 나에게 질문했다.


“전 그 상황이 이해가 안 갑니다. 원소가 건재한데 후계자 문제로 원소가 무너질까요?”


나는 한 호흡을 멈췄다. 그리고 제갈량을 바라봤다.


“원소는 곧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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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담판(談判)(2) 24.08.27 220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29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21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23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30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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