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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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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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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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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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우(遭遇)(4)

DUMMY

“원본초가 죽는다니요?”


제갈량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공자님께서는 천기를 읽을 줄 아시는지요? 어떻게 원소가 죽는다는 것을 아시는 것입니까?”


“저는 천기를 볼 줄 모릅니다. 다만 꿈에서 사람들의 미래가 보입니다. 이 꿈이 딱 맞아 떨어질는 경우가 있어 저는 이를 예지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저의 아버지께서도 모르는 저의 비밀입니다.”


나는 환생자이다. 과거에는 알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


“공자님께서는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의 모든 미래를 알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에 원소가 죽는 예지몽을 꾸었을 뿐입니다.”


“그 예지몽이라는 것은 공자님이 원하실 때 꾸는 것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예지몽은 갑자기 꾸는 것으로 제가 조율(調律)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공자님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그런 비밀을 왜 저에게 털어놓으시는지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요. 제갈공명 님과 저는 함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 저와 조우(遭遇) 하신 것도 예지몽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갈공명 선생을 만나보라는 것 정도의 예지몽이었습니다.”


“···.” 제갈공명은 한참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말을 꺼냈다.


“저는 공자님에게 변방으로 떠나라 조언하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자님의 처지가 형주에서 후계자가 되긴 힘들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자님에게 한 줄기 희망을 보았습니다. 공자님께 기대를 걸어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제갈공명이 손을 모은 후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만약 공자님이 형주의 주인이 된다면 제가 공자님께 출사하고 싶습니다.”


만약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제갈공명 입에서 출사라는 말이 나왔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늘은 나의 이름만 알게 한다 해도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출사라는 말이 나왔다. 대성공이다. 한마디로 대박 났다.


“당연하지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지금은 저도 제갈공명 님에게 출사하라는 말은 감히 못 하지요. 제가 꼭 형주의 주인이 되어 선생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나와 제갈공명은 한참을 마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짝이는 눈빛들이 오고 가며 마당을 뒤덮었다.


“이만 물어가겠습니다. 제갈공명 선생.”


초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비와 함께 집에 돌아오니 벌써 저녁이다. 제갈량이 돌아오길 하루 종일 기다렸더니 하루가 지나가 버렸다.


쉴 틈도 없이 바로 창고에 있는 반장에게로 갔다. 약속했던 하루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반장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공자님, 호위 병사들을 데리고 올 테니, 절대 그동안 먼저 창고로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소비는 신신당부하며 막사로 병사들을 데리러 갔지만, 나는 바로 창고를 들어갔다. 담대해야 한다. 내 사람이 될 장수인데 담대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반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내가 들어가니 고개를 들었다. 전날 입은 상처로 인해 안색이 어두웠지만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반장에게 물었다.


“내가 제안한 건은 생각해 봤나?”


“반장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공자님, 저는 욕심이 많은 놈입니다. 화도 잘 내 부하들한테도 좋은 말을 듣지도 못했지요. 전쟁 중에도 약탈하는 게 제일 신납니다. 전 그런 놈입니다.

양주 땅에 있는 야만족들을 토벌하고 약탈하는 것이 저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손권에게 투항했습니다.”


반장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다시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공자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는데, 어찌 공자님은 저를 거두려고 하시는지요?”


나는 반장의 손에 묶여있는 포승줄을 풀고 반장의 앞에 걸터앉았다.


“반장, 너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더구나. 자기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 난 그런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자신에게 도움만 된다면 대의와 명분 따위는 필요 없이 그 일이 무엇이든 해내려고 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러면 공자님은 저를 더러운 것들을 치우는 데 쓰려고 하십니까?”


“하하하···”


“더러운 것들이라···. 그건 더러운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일들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고 말이야. 깨끗한 것만 보고 깨끗한 일 만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정치다.”


“형주자사님은 학자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형주자사님의 장남인 공자님도 학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닌가 봅니다.”


“나는 대의와 명분만 중요시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중원에 오롯이 서고 싶다. 그게 내 뜻이다. 난 위정자이다. 정치가란 뜻이다. 위정자란 대의와 명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함이 분명하다. 다만 모든 일이 그리될 순 없다. 추악하고 더러운 것들도 치워가면서 정치하여야 한다.


넌 그런 것들을 해결해 주면 된다. 너에게 높은 관직을 준다고 약속하진 못한다. 다만, 내가 정한 선만 지킨다면 부유한 삶과 하고 싶은 것들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앞으로는 정말 만만치 않은 길이 될 것이고 그 길에는 무수한 정치 공작이 피어날 것이다.

사적으로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공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면 군주는 마땅히 그것을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고에 정치라는 것은 과거든 현재든 깨끗했던 적이 없다. 정치는 더러운 것이다. 꼭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더러운 것, 난 지금 그걸 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직 후계자가 되진 못했지만, 곧 그리될 것이다. 넌 내 옆에서 많은 것들을 도와주면 된다. 어찌하겠느냐?”


반장은 발에 남아있는 포승줄을 스스로 풀고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반장, 공자님의 말을 듣고 보니 이곳만이 살길이고 이곳이 제가 있을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충성을 다한다고 한들 아직 저를 믿지 못하시겠지만, 앞으로 공자님 옆에서 견마지로(犬馬之勞) 하겠습니다.”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반문규.”


“네. 앞으로 주군 한 사람에게만 충정을 다하겠습니다.”


반장이 지금 한 말은 꽤 위험한 해석 될 수 있는 말이다. 국가나 사회보다는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하겠다는 뜻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반장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반장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충성이었다.


“지금부터는 상처 입은 곳을 치료하면서 몸을 회복하는 데만 전념해라. 또한 도독(都督)부의 정보망에 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호위대에 몸을 숨기고 있거라.”


“네, 주군.”


“호위장에게는 내가 말해놓을 테니 잘 안내해 줄 것이다.”


마침, 소비가 병사들을 데리고 창고로 들어왔다. 반장의 포박이 풀려있고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자 깜짝 놀라며 급히 우리를 때어놓으려고 했지만, 내가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말하자, 반장을 인계해 나갔다.


긴 하루가 또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세안하고 조식을 했다.


그리고 무작정 후원 뜰을 뛰기 시작했다. 일단 뛰어보고 현재 내 체력을 확인해야 했다.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머리가 핑 돌았다.


‘이런 미친... 이런 몸 상태론 큰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죽겠구나.’ 몸에 있는 상처들은 거의 아물었지만 내상이 완전히 낫지 않았다는 증거다.


검술이나 창술, 무술을 배울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기초체력을 다지기에 좋은 방법을 생각하다가 후원을 무작정 뛰는 것보다는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줄넘기’를 생각했다.


그래 줄넘기다. 그래 줄넘기를 만들자.


“거기 누구 없느냐?”


시비가 내 부름에 급히 들어왔다.


“성내에서 물건을 잘 만드는 사람은 누가 있느냐?”


“어떤 물건 말씀인지요?”


“나무와 줄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성내에서 그런 물건은 잡화점(雜貨店) 장씨아범이 다 만듭니다. 장씨아범이 못 만드는 물건은 성내 대장간이나 포목점에 맡기지요”


“그럼. 장씨 아범을 데려오거라.”


“네. 공자님.”


시비가 급하게 나가자, 줄넘기의 대략 설계도를 마당 흙바닥에 대충 그렸다. 나무로 손잡이를 만들고 끈으로 줄을 만들면 될 것 같았다.


잠시 후, “공자님, 장씨입니다.”


“어서 오게. 가게 일도 바쁠 텐데 이리 불러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양양성에서 편히 장사할 수 있는 것은 다 자사님 덕분입니다. 자사님의 장남이신 공자님이 부르시는데 만사 제치고 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데 무슨 분부가 있으신지요?”


나는 마당에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이런 물건을 만들 수 있겠는가?” 물었다.


장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무를 깎아서 줄만 연결하면 되니 세 시진이면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 말했다.


“급한 것은 아니니, 서너 개를 만들어서 내일 가지고 오게. 그럴 수 있겠는가?”


“네. 공자. 그리하겠습니다. 잘 만들어서 내일 가지고 오겠습니다.”


잡화점 장씨가 나가자 나는 다시 시비를 불렀다.


“오후에 아버지께 가야겠다. 준비하거라. 그리고 호위장에게 내가 날래고 믿을만한 병사로 두세 명 추려 보내라고 했다고 전하거라.”


소비를 강화로 보내야 하고 아버지를 만나야 했으며, 올리브를 찾으러 남형주로 사람을 보내야 했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곧 장정 세 명이 별채로 들어왔다.


“공자님, 부르셔서 왔습니다.”


장정들을 둘러보며 “너희들은 중요한 임무를 맡을 것이다. 지금 즉시 장강 남쪽으로 내려가 제돈과(齊墩果)를 찾는 것이다.”


한 병사가 손을 들고 물었다. “공자님, 제돈과가 무엇입니까?”


“제돈과란 멋진 모양새와 이국적인 줄기, 잎, 색을 가진 흔히 보기 힘든 나무다. 중원에서는 찾기 힘들 것이다. 장장 남쪽 사시사철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면 물가에 제돈가가 있을 것이다.


열매는 완전히 익어서 검게 된 것과 살짝 덜 익어 연두색인 것이 있는데, 우선 검은색은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며, 반대로 연두색은 신맛이 세고 약간의 떫은맛도 느껴진다.


열매를 으깨면 열매 과육이 흘러서 기름처럼 나오는 특징이 있지. 그걸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릴 것이다.”


병사들은 설명을 듣고 금세 길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자사부으로 갔다.


자사실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다 보니 아버지에게 호출이 왔다. 아버지는 최근 들어 건강이 부쩍 안 좋아져서 오랜 업무를 보기 힘든 상태였다.


“무슨 일로 왔느냐?”


“아버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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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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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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