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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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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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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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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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감녕(甘寧)(2)

DUMMY

감녕은 특이하게도 장강에 금범적(錦帆賊)이라는 자기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 장수이다. 굳이 말하자면 수적이라고 해야겠지만,


감녕이 익주를 떠날 때 수적질을 멈추고 형주 군벌에 투항했기 때문에 그의 개인 사병으로 분류되었다.


여기서 금범적(錦帆賊)의 뜻은 비단으로 돛을 만들고 다니는 수적이란 뜻이다.


그는 과거에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까지 엄청나게 사치스럽게 비단옷을 입혔고 어디를 가든지 화려한 행차를 즐겼다. 배를 정박할 때도 비단으로 묶어뒀다가 떠날 때는 미련도 없이 잘라버렸다고 한다.


‘그래!’


감녕과 함께하면 고민하던 사병과 장강을 통한 무역도 다 가능하다.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더할 나위 없는 시기에 와 주었다.


“소비 부장이 여기 가보라고 해서 왔더니만 도대체 유기란 사람은 어디를 가야 만날 수 있소?”


나는 감녕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감흥패님, 반갑습니다. 제가 유기입니다. 아직 자가 없으니 편히 유기라고 불러주십시오.”


“이 비리비리한 네가 유기라고? 아무래도 내가 잘못 찾아왔나 보네. 형주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하던데··· 아직 자기 몸조차 못 가누는 사람인 것 같은데 어떻게 형주의 주인이 될까나!”


“하하하. 오시자마자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제가 비록 아직 몸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였지만, 몹쓸 정도는 아닙니다.


어린 시절부터 매일 된 암살의 불안감을 버티고 실제로 많은 상처를 입으며 살았습니다. 겉은 약해 보일지 모르더라도 내실만큼은 누구보다도 강하고 단단하다고 자부합니다.”


“헛.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내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아낸다면 인정해 주지. 보아하니 너는 검을 쓰는 것 같은데 난 그보다 훨씬 짧은 단검을 쓰니 한 번 정도는 막아낼 수 있겠지?”


그렇다. 나는 그동안의 수련을 통해 주 무기를 ‘검’으로 정했다. 이 이유는 나의 체형과 근력, 현재 체력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본 결과, ‘도’보다 다루기도 쉽고 다른 병장기에 비해 그리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점이 반영된 결과다.


지금 실력은 누구와 마주쳐도 질 게 뻔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의 전략은 상태를 방심하게 한 다음 단 한 번의 찌르기로 전투를 역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검’을 선택했고 ‘자법’을 중점으로 수련하고 있었다.


‘자법(刺法)’은 말 그대로 검첨(劍尖, 검 끝)을 이용해 곧바로 찔러 나가는 기법이다. 자법 중에는 역린자(逆鱗刺) 및 탄복자(坦腹刺) 라고 하여 목과 복부를 찌르는 기법과 좌우협자(左右夾刺) 즉 왼편이나 오른쪽 옆구리에 상대의 무기를 끼어 잡고 찌르는 기법이 존재한다.


그때 서성이 끼어들었다.


“불가입니다. 공자님. 이 장수의 기세는 보통이 아닙니다. 저도 승리를 확신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아직 몸도 성치 않으신 공자님이 검을 겨루시면 안 됩니다. 차라리 제가 대신하게 해주십시오.”


나는 차분한 서성에게 말했다.


“아니네. 서문향. 내가 하겠네! 그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어떻게 저 장수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감녕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몸은 비루하지만, 배포는 마음에 드는구나. 다만 내 칼에 자비는 없다.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말아라.”


나는 감녕에게 손짓했다. “그럼, 연무장 중앙으로 오시지요.”


솔직히 감녕의 공격을 막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대련을 허락한 이유는 설마하니 양양성의 중지인 나의 별채에서 형주자사의 장남을 다치게 할 수 담이 있을까 싶었고,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죽을 듯이 수련한 결과를 보고싶었다. 그래서 무모한 대련을 수락한 것이다.


“자, 들어오십시오. 감흥패.”


감녕과 나는 연무장 중앙에 마주 보며 섰다.


“약속대로 한 번의 공격이지만 최선을 다해 드리지요.”


순간 감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시야를 가득 메우는 붉은 빛에 흠칫 놀랐다.


감녕의 단검이 내뿜는 수많은 선이 수십, 아니 수백 개로 나누어져 내게로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나를 집어 삼킬려는 그 순간! 한 줄기 맑은 철음이 터졌다.


챙!


감녕이 공격을 멈쳤다. 갑자기 자신을 향한 나의 벼락같은 찌르기에 당황하여 수비를 한 것이다.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 내가 공격하고 감녕이 막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고 연무장은 정적에 잠겼다.


하지만 공격이 막힌 반발력으로 나의 신형은 붕 떠서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었다.


서성은 급히 달려와 내 상태를 살폈고 감녕은 숨을 들이켜며 중얼거렸다.


“저 인간이 그 순간에 수비가 아닌 공격을 했다고 허!”


감녕의 공격은 옆에 있던 서성이 보아도 대단한 공격이었다.


단검이 내뿜었던 수백 개의 검선. 물론 실제 실초는 하나지만, 초보자가 보기에는 수백 개의 허초도 실초와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그 짧은 시간에 실초를 찾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그걸 두 달 전 무공에 입문했다는 내가 그 공격을 멈추고 공격까지 한 것이다.


감녕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며 말했다.


“허. 아까 그 공격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말투가 바뀌었다. 하대에서 존대로.


아까 감녕의 공격이 시작된 순간 나는 준비 동작을 하고 있었다. 한 호흡을 쉬는 찰라 감녕은 수 많은 검, 즉 최상의 환검(幻劍)을 구사했다. 나는 그 혼란 속에서 진검을 찾아낼 능력이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막기를 포기했고 반대로 역린자(逆鱗刺)를 구사해 감녕의 목을 향해 나의 검을 찔렀다. 그동안 죽어라고 연마했던 그 찌르기였다.


감녕이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반격을 시행한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불가능하겠지만 의외로 단순하다. 단 한 번의 기회가 보이면 내 검을 찔러내면 된다.


애초에 감녕이 방심하지 않고 나의 공격을 예상했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찌르기는 감녕의 몸에 닿지도 못하고 반격당하여 나의 신형은 날아가 땅에 구르는 바람에 엉망이 되었다.


실전이었다면 뒤에 따라오는 연격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감녕님의 공격은 제가 가진 실력으론 막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막아낼 수 없다면 공격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전 그것을 했을 뿐입니다.


감녕님이 전력을 다하셨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손속에 여유를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감녕은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속에 여유를 주지 않았소. 다만 공자님의 공격을 예상하지 못한 내 패착이오. 이 승부는 제가 졌고, 약속을 지켜 공자님을 인정하겠습니다.”


감녕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소비 부장을 통해서 저를 만나고자 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 감녕님을 제 동료로 삼고 싶습니다.”


“동료?”


“그렇습니다. 군은 명령체계가 존재합니다. 다만 저는 감녕님을 일방적인 상하관계의 부하로 삼긴 싫습니다.”


감녕은 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감녕님과 부하들은 장강에서 금범적이라 불린다지요? 한때 형주와 익주를 잇는 물길을 장악하고 주요 이권 사업인 비단 무역을 독점해, 왕 부럽지 않은 위세를 누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이라니요. 큰일 날 소리입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다 옛말입니다. 익주를 벗어나고서는 비단 무역에 손을 뗐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익주를 떠나 형주에 오게 되셨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장강을 지배할 만큼의 수군을 가진 감녕님과 형제들이 형주 수군에 꼭 필요합니다.”


처음이었다. 자신들을 수적이 아닌 수군이라 칭하는 사람이.


“수전은 젬병인 제가 감녕님께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전 이런 관계를 ‘동료’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감녕이 익주에서 형주로 도망 온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유언(劉焉)전에 따르면 194년 익주에서 유언이 죽고 아들인 유장(劉璋)이 집권하자, 심미, 누발, 감녕이 장안에서 이각(李傕)이 임명한 익주자사 호모를 내세워 반란을 일으켰으나 패주하여 형주로 달아났다는 기록이 있다.


“동료···. 참으로 가슴 설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럼, 공자님 옆에 있는 저 장수도 동료가요?”


“서문향은 저의 오른팔이고 심복이자 나의 번쾌(樊噲)이기도 하죠.”


번쾌는 전한(前漢) 한고제 시대의 군인이다. 유방(劉邦)의 최측근 무장으로 함께 하며 그의 천하통일에 공헌했다고 한다.


“동료보다 그 말이 더 좋게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이겠죠?”


“하하하··· 기분 탓입니다.”


서성의 얼굴은 항상 굳은 듯 무뚝뚝한 표정이었지만 이 순간에는 살짝 붉은 기가 돌았다.


나는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나 감녕에게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저랑 악수(握手)나 한번 하시죠.”


삼국시대에는 악수(握手)라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악수의 뜻은 손에 무기가 없으니 안심하고 친구로 지내자는 예법이다. 이 시기에 무장한 남자들이 서로 손을 잡는다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악수가 무엇입니까?”


“그냥 손 한번 잡자는 겁니다. 대신 악수를 하면 저랑 동료가 되는 겁니다.”


감녕은 잠시 쭈뼛거리더니 나의 손을 굳게 맞잡았다.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의형제를 맺었다는 도원결의(桃園結義)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렇게 감녕은 나의 ‘동료’가 되었다.


“처음으로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저랑 무릉에 한 번 다녀오시겠습니까?”


“무릉이요?”


“네. 혹시 당장 부릴 수 있는 부하들은 얼마나 됩니까?”


“익주에서는 이천 정도 되었습니다. 다만 형주로 오면서 익주에 남는다는 부하들을 빼고 현재는 팔백 명 정도 됩니다. 단, 팔백 모두가 정예이니 실력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습니다. 며칠 후 무릉으로 출발할 예정이니 준비시켜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공자님 무릉 상황은 제가 잘 압니다. 형주에 오기 전에 한참 동안 머물렀던 곳이니까요. 무릉은 오계만 중에서도 만계(樠溪)의 족장인 만왕(蠻王) 전체를 다스린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만계가 무릉을 장악했나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만왕의 아들이 꽤 포악하고 다혈질로 유명합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 족장 아들의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사마가(沙摩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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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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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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