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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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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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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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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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 장례준비 (5)

DUMMY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래? 그렇다면 미안해. 내가 못 되 쳐먹은 계집애라 니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나보네."


"아씨..."


"아씨라고 부르지도 마? 지금 속으로는 아주 나를 죽일듯이 씹어먹고 있겠지? 내가 너 평소 성격을 모르는 줄 알아? 그런데도 내 앞에만 서면 싱글싱글하게 웃고 알랑방구를 뀌고 말이야. 겉과 속이 다른 걸 보면 정말 무서워 죽겠다니까."




시녀들은 모두 근방에서 지체 높고 교육받은 가문의 아가씨들을 모신 것이다. 그리고 어쩐지 항상 하녀들에게 짜증이 나있었다.


마리에뜨는 어쩔 줄 몰라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그리고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전에 말했듯이 잿물에 빨래질 하느라 손이 못생겨진게 콤플렉스다. 헤르프리카가 그 손을 잡아챘다.




"그건 뭐지? 뭘 숨기고 있는 거야? 이리 내, 마님 면전에 들고 왔어도 되는 물건인지 내가 확인을 해야겠어."




그 소리에 엘프리데가 옆으로 다가왔다. 마리에뜨는 깜짝 놀라 손을 뒤로 빼려고 했다.




"이게? 가만히 안 있을래!"


"그렇게 숨기는 폼을 보아하니 어디서 좀도둑질이라도 하다 왔나보지? 그러지 않았으면 이렇게 숨길 일도 없을 텐데. 수상해."




헤르프리카는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촛불까지 빌려왔다.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왜 바보처럼 혼자 손가락을 꿈지럭거리고 있었을까?"


"그건 모르지만, 정말 못생긴 손이네."




엘프리데가 지나가는 투로 말하자 헤르프리카가 빨갛게 오르고 거칠게 부르튼 손가락을 놔주지 않고 매만지면서 대꾸했다.




"얘는 세탁부잖아. 손이 이런 건 어쩔 수 없지. 손이 이런 건 올리브 기름이라도 짬짬히 발라주면 훨씬 좋아지는데 말이야...."




마리에뜨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졌다.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그들 사이에 동요가 일었다. 신분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나 시녀들은 어린 나이고, 본인들이 나쁜 사람이 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목이 딱 굳고 얼어버렸다.




"아가씨들."




잠시 조용해진 틈을 타서 이런 상황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바깥 상황이 험악하게 돌아가자 가레랑이 방앞에 세워둔 경비 그로가네(며칠 전에 바실리쿠스와 대판 싸우고 난 뒤, 그때 걔가 왜 그랬을까 생각하고 있던 그 사람) 였다. 이 사람은 지금 혹여나 자기한테 불똥이라도 튀면 어쩌지 하고 심기가 불편했다.




"주제넘게 입을 열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마님이 방안에 계시고 밤이지만 보는 눈도 있으니 이런 대화를 나누기엔 장소가 영 아닌 것 같습니다." '좀 다른 데 가서 싸워.'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해요." 헤르프리카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란을 마님께서 들으시면 저희 모두 혼이 납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누군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다고 생각이 든 건지 마리에뜨가 돌연 분노와 깊은 수치심에 떨리는 몸을 추슬러 용기를 냈다.




"맞아요. 아가씨들 정말 너무하시네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우릴 세워놓고 그래요? 아니면 마님이 일부러 저희를 이렇게 괴롭히라고 시킨 거예요? 아님 망신 주려고? 왜 저희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죠? 저희가 평소에 테레사 아가씨와 함께 놀고먹었던 건 맞지만 그건 모두 일이 다 끝난 밤에 한 일이었어요. 저희가 아가씨를 부추긴 것도 아니었고요. 저희는 그냥 어린애들이 놀이터에서 만나는 것처럼 아무 목적도 계산도 없이 마음이 맞아서 놀게 됐을 뿐이에요. 그거 가지고 저희가 이런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속상하고 서럽게 하시네요. 분명하게 따지고 보자면 이건 저희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잖아요. 아가씨가 사라진 그날 밤에 저희는 방에서 자고 있었다고요. 반대로 아씨들은 테레사 아가씨와 한 방에서 자고 있었어요. 이렇게 되면 결국 더 큰 책임이 이른 사람이 누구죠? 어디 제 말에 틀린 구석이 있나 보시라고요."


"뭐가 어쩌고 저째? 그럼 지금 그게 모두 다 우리 탓이라는 거야! 너 그 말을 했다는 이유로 혀를 잘라버릴 수도 있어."


"제 혀를 자르고 싶으면 그냥 잘라가세요. 아가씨들이 죄가 없다면 없다고 해드릴게요. 그런데 그러면 우리가 이렇게 혼나는 것도 억울하죠!"


이에 다른 하녀들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맞아요! 맞아요!" "억울해요!" "우린 그때 모두 자고 있었다고요!" "아가씨가 혼자 나간게 왜 우리 잘못이란 말예요!"




그들은 모두 한입으로 이 밤의 소란을 일깨웠다. 몹시 성난 사람도 있었고 억울함에 눈물 짓는 사람도 있었다. 율리돈나도 그들처럼 큰 목소리로 따져들었다. 이에 시녀들과 그로가네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뒤늦게 이런저런 말로 달래거나 하며 혼란을 수습해보려고 했지만 지난 사흘간 사람들에게 눈치와 흉을 보여 쌓일대로 쌓인 사람의 독기는 만만찮았다. 율리돈나는 그러다 눈치껏 시녀들 쪽에 합류해서 하녀들을 같이 말렸다. 그 때 문이 벌컥 열렸고,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화난 사람, 모두를 쏘아보는 마리가 나타났다. 그녀가 근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용히 해라!"




그러자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뚝 그쳐버렸다. 마리는 시녀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것들이 한밤중에 지랄을 하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시녀들은 그녀가 나오자마자 재빨리 한쪽에 모여 두 손을 모아 읍하고 섰다. 하녀들은 그보다 조금 느렸고, 아직까지 훌쩍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너희는 내 말을 듣고 나가서는 되려 소란을 피우게 되니 도대체 뭐하는 것들이냐? 이런 간단한 일조차 망치려 들면 내가 너희를 이 성에 잡아두고 옷과 밥을 주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죄송합니다, 마님." 헤르프리카가 말했다. "저애들이 하도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길레 혼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게 무슨 말이길레 그러지?"


"저 애들이 말하길..." 헤르프리카의 눈에 울컥 눈물이 치밀었다. "테레사 아가씨가 사라진 게 저희 잘못이었다는 거예요."


"아니에요!"




마리에뜨가 외쳤다.




"제가 왜 그런 말을..."




허나 시녀들과 마리의 시선이 다가오자 뚝 그쳐버렸다.




마리가 그게 맞냐고 엘프리데한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꿀 먹은 벙어리였다. 헤르프리카가 팔꿈치로 허리를 찔렀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번에는 하녀들을 추궁했다.




"너희들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들 했었지?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말해봐라. 들어나 보겠다. 만약에 별 이상한 소리들을 해댄다면 니들 혓가죽을 이 자리에서 죄다 뽑아버릴 줄 알아라!"




하녀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모아 한 명이 총대를 매고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하기로 했다. 대표자는 자연스럽게 마리에뜨가 되어있었다.




"왜 하필 그게 나야?"


"너가 우리 중에서 제일 당차고 이빨도 잘 까잖니. 아까 그 상황에서 우리들은 다 겁먹고 해야 될 말도 못해서 바보처럼 울고만 있었어. 그때 니가 저 아씨들한테 겁먹지 않고 대거리하는 걸 우리가 다 봤는데 어떻게 너 말고 다른 사람을 고를 수가 있겠어."




그 말을 듣고 마리에뜨는 용기를 얻었다. 아직 목이 꺽꺽거리긴 해지만 이왕에 하기로 한 거 하고 싶은 말들을 야무지게 모두 해버리기로 했다. 그녀는 마님 앞에 서서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가게 된 경위와 평소 자기들이 테레사를 몹시 아끼고 친절하게 대해주었다는 것, 그리고 테레사가 자기들한테 이따금 고맙다는 말을 했었다는 것까지 모두 말하고 나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자 고개를 내리고 마리의 판결을 기다렸다.


초조하게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마리가 어금니를 깨물고 박박 갈아대는 소리를 들었다. 잠시 후 마리가 그들을 모두 방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런 뒤 침대 앞에 모아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어디 니들 잘못이겠냐."




헤르프리카가 그래도 테레사에게 그런 못된 버릇을 들인 건 저 애들이라고 항변했다. 마리는 고개를 저었다.




"걔는 원래 지 혼자 잘 싸돌아 다녔었어. 그게 천성인걸 어떡해, 애비 닮은 걸. 가레랑은 테레사가 어릴 때부터 그애를 안장 앞에 걸쳐놓고 들판을 천천히 달리곤 했었잖아. 그리곤 다른 영주의 숲이나 과수원에 들어가 열매를 서리해먹곤 했었지. 그 성질이 혈통으로서든 자라온 추억으로서든 그 애의 마음속에 뿌리내렸던 건 분명하다. 내가 이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는데 어차피 언젠간 일어날 일이 아니었을가 생각도 든단다. 그 나이 여자애가, 그것도 고귀한 신분의 여자애가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면 험한 꼴을 당하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불운을 당한 거지 특별히 누군가의 잘못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니야.




앞으로의 일은 하나님이 어떻게 하시는가인데... 그분은 항상 우리한테 그리 잘해주시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나쁘게 하신 적도 없었다. 그러니 평소 부끄러움 없이 살았다면 별 문제없이 이 일을 해결해주실지도... 하다못해 어떤 단서라도 내려주시겠지. 너희들은 앞으로 될 수 있으면 많이 기도를 하도록 해. 알았느냐? 나도 교회당에 촛불을 켜고 봉헌을 바쳐야겠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떨결에 같이 방 안에 들어와버린 그로가네도 그렇게 했다.




"그러니 다시는 이런 문제 때문에 그런 추한 꼴 보이지 말거라. 뿐만 아니라 이 일에 관한 그 어떤 얘기든 밖으로 세어나갔다간 내 손수 너희들의 허벅다리를 터뜨려주겠어. 알겠느냐? 죄인은 내 딸애를 납치해간 그 튀겨죽어도 시원찮을 놈들이고, 그것 때문에 너희끼리 서로 싸워댈 일도 없단 말이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가 그들을 물러나게 했고, 다시 시녀들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왔다. 친척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모두 완성한 뒤 전령에게 특히 발이 빠른 말을 태워 보내고 나서 그녀도 잠에 들었다.




그로가네는 문 밖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빌어먹을 고장은 어째 하루도 싸움이 잦아드는 날이 없을까. 그러다 한 몇 달 쯤 있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지내다가도, 며칠 뒤에 보면 또 다른 문제로 싸우고 않았어.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야. 그런 곳에 몇년 간 붙박여 사는 나 역시 할 말은 아니다만. 그런데 바실리쿠스 그 녀석은 그 때 왜 고작 돼지 한 마리 때문에 나를 그토록 못살게 때리려고 했던 걸까 모르겠네.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어. 평소에 내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나? 설마 사제랑 같이 목걸이를 씌웠던 그것 때문인가?'




그는 잠시 생각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심했어. 나는 지금 녀석에게 되려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라. 좀 있다 근무가 끝나고 나면 술이랑 안주를 들고 찾아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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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여자가 있어! 24.08.09 4 0 11쪽
50 그놈이 여기있어! 24.08.08 6 0 11쪽
49 에레디오스의 악마 (6) 24.08.08 7 0 13쪽
48 에레디오스의 악마 (5) 24.08.08 7 0 13쪽
47 에레디오스의 악마 (4) 24.08.08 7 0 12쪽
46 에레디오스의 악마 (3) 24.08.07 8 0 11쪽
45 에레디오스의 악마 (2) 24.08.07 6 0 12쪽
44 에레디오스의 악마 (1) 24.08.06 4 0 11쪽
43 한밤의 늑대소동 24.08.06 5 0 11쪽
42 원장의 지저분한 속내 (2) 24.08.06 7 0 11쪽
41 원장의 지저분한 속내 (1) 24.08.06 7 0 12쪽
40 돼지재판 (4) 24.08.06 6 0 11쪽
39 돼지재판(3) 24.08.05 8 0 12쪽
38 돼지재판 (2) 24.08.05 7 0 11쪽
37 돼지재판 (1) 24.08.05 7 0 11쪽
36 지금, 땅 아래에서는 (3) 24.08.05 7 0 11쪽
35 지금, 땅 아래에서는 (2) 24.08.04 7 0 11쪽
34 지금, 땅 아래에서는 (1) 24.08.04 6 0 11쪽
33 늑대한테 뼈다귀를 줘놓고 24.08.04 6 0 11쪽
32 누굴 탓합니까 24.08.03 7 0 12쪽
31 쟤가 오늘 왜 저러지? 24.08.03 7 0 12쪽
30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24.08.02 6 0 11쪽
29 콧물이 묻어서 소매로 닦아냈다 24.08.02 9 0 12쪽
28 늙은이 장례준비 (6) 24.08.02 10 0 12쪽
» 늙은이 장례준비 (5) 24.08.01 7 0 11쪽
26 늙은이 장례준비 (4) 24.08.01 3 0 12쪽
25 늙은이 장례준비 (3) +1 24.08.01 11 1 11쪽
24 늙은이 장례준비 (2) 24.08.01 6 1 12쪽
23 늙은이 장례준비 (1) 24.08.01 8 1 11쪽
22 매춘하는 개 인간 (5) 24.07.31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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