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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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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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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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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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늑대소동

DUMMY

"네놈은 나를 놀려먹기만 하는구나! 한 번 날을 잡고 너를 두들겨 패주어야겠다. 반드시 때려주고 말겠어!"






남작은 지금 그런 것 따위 전혀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 누가 보았을까 주위를 살피더니 험악한 표정으로 아들을 노려보면서 어깨를 툭툭 밀쳤다.






"저놈들 앞에서 약한 모습 내보이지 마. 여기가 너네 집 안방인 줄 알아? 애비 얼굴에 먹칠할 생각은 아니겠지? 응? 저, 저, 가늘롱 새끼 순 울보새끼다, 이런 말이 돌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 뚝 그쳐!"






가늘롱은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쉬지않고 얼굴을 훔쳐댔다.






"한 번 더 이런 한심한 꼴 보였다간 봐라. 나야말로 언제든 너를 두들겨 패줄테니! 당장 따라와!"






가늘롱과 그의 시종 드로송, 그리고 남작과 남작의 수행원들은 본인들이 타고 온 말에 안장을 올리고 가져온 검과 석궁만을 챙겨서 몰이꾼 역할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남작 일행도 사냥에 합류하는 것이다. 저 멀리 신이 나서 한밤에 뿔피리를 부는 소리가 들려오자 원장은 남작이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우리는 늑대는 죽일 생각이 없고 쫒아내기만 할 거라고 전하고 싶었지만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말 타고 뛰어다니는 놈들을 쫒아갈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이것들이 원장이 모르는 사이에 허락도 없이 수도원의 약초 정원이며 안뜰, 분수대 돌바닥과 수사들의 숙사 근방에 말발굽을 박아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쪽에 늑대가 있다! 저쪽에 늑대가 있을 것 같아!" 하면서 처음에는 엄숙한 사냥꾼같은 태도로 말을 몰았으나, 나중에는 아주 신이 나서 깔깔 웃어댔다.




바실리쿠스는 밖을 내다보았는데 진정되기는 커녕 갈수록 일이 커져만 가는 것 같았다. 이따금 숨을 헐떡이며 이쪽저쪽으로 뛰어가는 수사의 무리와, 돌바닥에 말 편자가 부딪히면서 커다란 불똥이 튀는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다들 그 애를 쫒고 있어!"




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러다 눈 먼 화살이라도 맞겠군. 얘야, 조심해라! 다들 너를 쫒고있어!"




말레이카는 본인도 겁을 먹은 나머지 그 말에 덧댈 생각도 못했다. 밖에서 거센 뿔나팔소리가 기어들어와 감방을 울릴 때마다 그녀는 몸을 움츠리며 철장 사이에 박았던 코를 빼고 구석쪽으로 도망갔던 것이다. 잠시후 나팔소리가 잦아들고 사람들이 멀어지는가 싶으면 다시 조심조심 철장 앞으로 나가 창밖을 쑥 내다보았다. 저놈들의 눈에 띄이면 본인도 무사하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 늑대소녀가 다시 창문가에 나타나 깜작 놀랐다.




"돌아가자마자 아줌마랑 사제한테 전부 말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가서 전부 말할게! 가서 뭔가 또 전할 말은 없어요?"


"게랙탱과 그 친구 롤마르라는 것들이 나를 밀고했다고 가서 꼭 좀 말해다오! 그 사실을 반드시 가서 전해! 녀석들이 이곳에 있는 동안 놈들의 집 벽에 똥을 발라버려야 해!"


"알았어요.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렴!" 말레이카가 절박하게 외쳤다. "이대로 가다간 나 역시 언제 돼지고기가 될는가 모르겠다!"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려요."


"여기 늑대가 있어! 여기 늑대가 있다고!" 저편에서 누가 외쳤다.




늑대는 옆을 휙 보더니 다시 왔던 것처럼 쏜살같이 어둠 속으로 달아나버렸다. 바실리쿠스는 최대한 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보았다. 창문 너머로 수어명의 발걸음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바실리쿠스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빌었다.




"전능하신 하나님 제발 저 아이가 무슨 변고라도 당하지 않게 좀 살펴봐주시면 안됩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이 다시 늑대 아이가 빨간 혓바닥을 헥헥거리면서 나타났다.




"내 걱정은 말고 본인들 걱정이나 해요, 난 괜찮아!"




달의 역광에 가려 잘 보진 못했지만 어쩐지 즐거워하는 투였다. 이 날 늑대소녀가 어떻게 맹렬하게 쫒아오는 추격자들을 피하고 따돌리며 농락하였는지 이곳에서 상세히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늑대는 수도원 안뜰을 크게 한 바퀴 돌아 공동묘지와 돼지우리를 가로질렀고, 잠시 약초밭 사이에 숨어 쉬다가 성벽 위에 올라 사냥꾼들이 어디쯤 있는지 확인하고는 다시 감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이곳에서 아무도 해치지 않았으니 저것들이 나를 대놓고 죽이려들지는 못하겠죠?"


"그건 너무 안일한 생각같다."


"내 생각에 이건 스승님께서 도와주셔도 어떻게 될 것 같지는 않아. 차라리 쿠미누스 사제님한테 물어봐. 그분이 바실리쿠스 오빠를 평소에도 잘 돌봐주시니 어떻게든 해결책을 주실지도 모르니까."




바실리쿠스는 이런 때에 쿠미누스같은 편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느님께 감사했다.




"하지만 제가 이 소식을 가지고 간다고 한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아이가 말했다. "저한테 니가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아냐고 추궁이라도 당하면 어쩌죠? 사제는 지금 제가 교회 곁방에서 자고 있는 줄만 안다고요."


"그래, 그거 참 큰일이네. 어떡하지?" 돌연 바실리쿠스의 얼굴이 절망으로 굳어졌다. "그건 정말 방법이 없겠는데? 어찌해야 자연스럽게 사제님 귀에 그 소식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저 멀리서 또다시 늑대소녀를 쫒아오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늑대는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이번에는 진짜 갈게요! 내일 봐요! 또 올 테니!"


"가는 길 조심해!" 말레이카가 외쳤다. "내일부터는 경비가 삼엄해질테니 정말 조심해야 해!"




늑대는 대답없이 멀어졌다. 그만큼 사냥꾼들이 가까이 쫒아왔던 것이다. 가까이 다가온 사냥꾼 무리는 더 이상 가지 못하고 감방 창문 앞에 주저앉아 늑대새끼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몇몇은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내마시거나 근처의 우물 두레박을 황급히 끌어올리고 있었다.




"저놈 저거 일부러 우리를 놀리고 있는 거야!" 그곳에 있었던 원장이 외쳤다. "망할 늑대새끼! 저런 놈들에게 저주 있기를! 어디 수도원이 저런 놈들 제 안방 드나들듯이 하는 곳이냐? 여기 이 구멍은 뭐냐?"


"그냥 전부터 있던 구멍입니다." 수사 중 한 명이 똑같이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감방 안으로 이어지죠. 안에는 낮의 그 돼지치기와 돼지가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그 바실리쿠스 비스콘티라는 그놈이 들어있다고?" 원장은 구멍 가까이에 대고 그를 불러보았다. "바실리쿠스! 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바실리쿠스는 그 소리를 듣고 자는 척을 하기로 했다. 불러도 대답이 없자 원장은 그 앞에 엎드린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자나 본데? 여기 정말 그 놈이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낮에 재판이 끝나자마자 이곳에 가둬놨죠."


"그래? ....근데 돼지는 뭐냐?"


"아기를 잡아먹은 돼지를 못 잡아서 다른 돼지라도 잡아온 겁니다."


"아기를 잡아먹은 돼지는 또 뭐야?"




조금 전부터 원장에게 설명하고 있던 사람은 낮에 바실리쿠스를 재판했던 그 젊은 판사였다. 판사는 원장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렇게 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원장이 고개를 들었다.




"다른 돼지는 왜?"


"범인 돼지 대신에 재판을 받게 만들어야죠. 어찌 됐든 똑같은 돼지가 저지른 일이 아닙니까. 신민들한테 이런 일은 못되다는 걸 알리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원장의 얼굴은 아직도 격한 운동 직후의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원장은 모자를 벗고 시원한 밤바람이 머리카락을 쓰다듬게 놔두면서 목적없이 땅이나 감방 벽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점심의 만찬한 것이 여전 속을 더부룩하게 하고 있었기에 그는 돼지를 잡는다는 말에 회의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옛날 원장님 대부터 내려온 관례입니다."


"관례야?" 원장은 쩝... 입맛을 다녔다. "관례면 어쩔 수 없지."




그 후에도 원장은 한참 동안이나 멍을 때리다가 부하들의 숨이 돌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그는 한 가지 외면할 수 없는 의문에 사로잡혀 있어서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말에도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그 의문은 이런 것이다.




'왜 하필이면 그 늑대가 저 감방의 구멍 앞에 멈춰서 있었을까? 그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어. 왜지? 어째서지?


고기 냄새가 나서? 아니야. 그러려먼 다른 외양간이나 사람이 있는 곳에서 피해소식이 들어왔어야 해. 마치 그 안의 것이랑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같았단 말이지... 그래. 맞아. 늑대가 그 감방 앞에 있었던 건 한두번이 아니었어! 이거 수상한 냄새가 나고 있는데? 어떻게든 그 늑대를 잡아야겠다. 그리고 바실리쿠스 비스콘티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해!'




잠시 후 늑대가 성턱을 넘어서 수도원을 완전히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듣자 원장은 분통해했다. 그리하여 차라리 더더욱 철저하고 엄밀하게 돼지치기를 심문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던 것이다. 그 뒤를 수사들이 열심히 따라갔다.




"원장님 이런 일은 저희에게 맡기세요. 권위가 서지 않는 일입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러시는지 이유를 도통 모르겠습니다."


"자네들은 잠자코 있게! 나의 직감이 작동했어. 하느님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신 게야. 나는 이 돼지치기 고발 안건을 절대 예삿일로 그냥 처리하지 않을 작정이네." 이쯤되어 원장은 이런 사람들이 모두 불신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그 방인가?"




원장은 다짜고짜 방문을 열고 안에 있던 사람들을 몰아세웠다.




"정말인가? 자네들, 우리한테 말했던 모든 게 사실이야?"




불쌍한 밤부크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구석으로 밀려났다.




"원장님, 수사님들, 훌륭하신 분들께서 이 무슨 부끄러운 일입니까?" 그나마 배짱있는 롤마르가 여전히 얼굴은 공포에 젖은 낮빛을 하고 물었다. "어째서 무기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들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한번에 위협하시는 겁니까?"




그도 그럴 게 방안은 두 사내가 겨우 쓸 만큼 좁았고, 지금 그곳으로 횃불 든 사내들이 우당탕탕 쳐들어오는 것이다. 수사들의 행렬은 열린 문 밖까지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들 중 절반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관망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묻는 말에 대답해! 바실리쿠스가 정말 돼지를 부리는 악마숭배자인지 묻고 있잖아! 게랙탱! 게랙탱이 누구야? 게랙탱이 너야? 너 이 자식 왜 나를 보면서 사타구니를 긁는 거지?"




고발의 주제인 게랙탱을 찾는 것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따라와버린 오리넨(젊은 판사)은 이 모든 촌극을 회의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원장은 지금 되도않는 판단으로 우리 모두를 피곤하게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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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여자가 있어! 24.08.09 4 0 11쪽
50 그놈이 여기있어! 24.08.08 6 0 11쪽
49 에레디오스의 악마 (6) 24.08.08 7 0 13쪽
48 에레디오스의 악마 (5) 24.08.08 7 0 13쪽
47 에레디오스의 악마 (4) 24.08.08 8 0 12쪽
46 에레디오스의 악마 (3) 24.08.07 8 0 11쪽
45 에레디오스의 악마 (2) 24.08.07 6 0 12쪽
44 에레디오스의 악마 (1) 24.08.06 5 0 11쪽
» 한밤의 늑대소동 24.08.06 6 0 11쪽
42 원장의 지저분한 속내 (2) 24.08.06 7 0 11쪽
41 원장의 지저분한 속내 (1) 24.08.06 7 0 12쪽
40 돼지재판 (4) 24.08.06 6 0 11쪽
39 돼지재판(3) 24.08.05 9 0 12쪽
38 돼지재판 (2) 24.08.05 7 0 11쪽
37 돼지재판 (1) 24.08.05 7 0 11쪽
36 지금, 땅 아래에서는 (3) 24.08.05 7 0 11쪽
35 지금, 땅 아래에서는 (2) 24.08.04 7 0 11쪽
34 지금, 땅 아래에서는 (1) 24.08.04 7 0 11쪽
33 늑대한테 뼈다귀를 줘놓고 24.08.04 6 0 11쪽
32 누굴 탓합니까 24.08.03 7 0 12쪽
31 쟤가 오늘 왜 저러지? 24.08.03 7 0 12쪽
30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24.08.02 7 0 11쪽
29 콧물이 묻어서 소매로 닦아냈다 24.08.02 9 0 12쪽
28 늙은이 장례준비 (6) 24.08.02 10 0 12쪽
27 늙은이 장례준비 (5) 24.08.01 7 0 11쪽
26 늙은이 장례준비 (4) 24.08.01 4 0 12쪽
25 늙은이 장례준비 (3) +1 24.08.01 12 1 11쪽
24 늙은이 장례준비 (2) 24.08.01 7 1 12쪽
23 늙은이 장례준비 (1) 24.08.01 8 1 11쪽
22 매춘하는 개 인간 (5) 24.07.31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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