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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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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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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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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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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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재판(3)

DUMMY

바실리쿠스는 그만 심장이 철렁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바실리쿠스 비스콘티를 두고 바보, 바보다 해대지만 이런 상황에 짜장 벙어리가 되는 사람은 아니다.



"도대체 누가 저를 고발했다는 겁니까? 고발의 죄목이 무엇입니까?"


"그건 지금부터 들을 수 있을 것이야."



수사가 증인의 입장을 요구했다. 옆방으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아주 익숙한 얼굴이 튀어나왔다.



"개랙탱!" 바실리쿠스는 그만 소리를 내질렀다. "너가 왜 여기 있느냐?" 이제서야 이 모든 일들의 전말을 알 것 같았다. "이 빌어먹을 밤부크 놈아, 네가 하느님이 두렵지 않아 이렇게 나를 모함하느냐?"



피고가 원고를 향해 달려드는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경비가 그쪽으로 가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바실리쿠스가 소리만 질렀다.



"조용!" 수사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시키지 않은 말은 말라고 분명히 말했네." 그는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담긴 손짓을 몇 번 하더니. 다시 종이에 시선을 두었다. "증인의 이름이 무엇이오?"


"밤부크에서 온 개랙탱입니다."


"아버지가 누구요?"


"아버지 이름은 에데리쿠스입니다."


"본인이 여기있는 바실리쿠스를 고발한 것 맞소?"


"그렇습니다."


"정말 네놈이!"



바실리쿠스가 또 한 번 외치자 수사가 그쪽으로 사나운 시선을 보냈다. 얌전히 있겠다는 암묵의 맹세를 들은 뒤에야 수사는 노한 눈길을 거두고 다시 개랙탱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곳은 하나님의 집이고 하나님의 법정이오. 위증은 죄악이지. 당신은 이곳에 선 순간부터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하고, 그리 할 것을 엄숙히 맹세해야 하오. 그리고 그 맹세에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하오."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들을. 또박또박. 천천히. 따라하시오."


"알겠습니다." 개랙탱은 바실리쿠스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지금 그의 시선이 너무나도 올곧은 나머지 바실리쿠스도 설마 이 모든 게 오해나 시답잖은 편견으로 생긴 사고쯤이 아닐까 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일단은 들어보게 되었다. 억울한 밀고나 모함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연 캥기는 게 있어 초조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겠는가? 만약 그렇지 않고 저리 당당하게 있을 수 있다면 그건 완전히 짐승이다! "수사님이 말하신 모든 것을 엄숙히 따르겠습니다."


"본 증인은...."


"본 증인은...."


"우리에게 살과 피를 주시고 이 증언을 하게 된 입을 빚어주신 하나님, 그리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따라하라고."


"우리에게 살과 피를 주시고 이 증언을 하게 된 입을 빚어주신 하나님, 그리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 할 것이며...."


"지금 이 순간부터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 할 것이며...."


"원장의 대리이신 판사님과 본 법정의 권위에 순종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원장의 대리이신 판사님과 본 법정의 권위에 순종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자. 됐소. 이제 시작합니다. 바실리쿠스 비스콘티."



수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바실리쿠스는 개랙탱에게서 눈을 땠다. "예."


"긴장했소?"


너무 갑작스러운 말이라 바실리쿠스가 당황하여 말을 어물거렸다. 수사는 가볍게 웃었다. "긴장은 좋지만 너무 하지는 마시오. 억울한 일이 있어도 본인의 변호를 잘 하지 못 하면 당신을 의심할 수 밖에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판사님." 바실리쿠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개랙탱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번 일이 짧고 간단하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슬슬 말레이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바실리쿠스는 하얘지려고 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저 개랙탱 놈의 혓바닥이 돌아가는 소리에 집중했다.



이 때 민토네는 바실리쿠스가 돌아오지 않은 돼지우리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낮선 사람들이 바실리쿠스를 데려가고도 한참이 지났다. 해가 서산을 향해 뉘엿뉘엿 기어가는 것이다. 말레이카도 보이지 않고 빈부미만 구석에서 낮잠아닌 낮잠을 자고 있었고, 그 밖의 다른 돼지들은 물어도 바실리쿠스가 어디에 갔는지 알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듯 보였다. 처음에는 본인도 모르겠다 하여 한숨 낮잠을 자고 일어나봤는데 그런데도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되려 날씨만 우중충하게 쓸쓸하게 되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민토네는 서늘한 응달에 민들레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 때 바깥에서 늑대아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가 민토네와 마주치고 고개를 꾸벅하여 인사했다.



"넌 어디갔다 오냐?"


"그냥 나가서 놀다 왔는데요."



민토네가 묻자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바깥에서 놀았다면 이곳저곳 많이 쏘다니고 온 게지?"


"네."


"밖에서 바실리쿠스와 말레이카를 보았어?"


"아니요?"


민토네의 낮빛이 어두워졌다. "그래?" 그녀는 밖으로 나가며 아이에게 집 단속을 잘 하고 있으라고 전했다. 아이가 어딜 가느냐고 묻자 그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바실리쿠스가 돼지우리 앞에서 몇 명의 사람 그리고 쿠미누스와 이야기를 하다가 어딘가로 사라졌던 대목에 이르자 아이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아이는 민토네에게 밖은 비가 온다며 여기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 자기가 대신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그러다 감기가 걸리면 어쩌려고."


민토네가 말하자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면 감기에 걸리겠죠. 난 괜찮아."



그러면서 뛰어나가려던 아이를 붙잡고 우리 옆 휴게실로 끌고가서 깨끗한 옷 몇 벌과 면모자 그리고 갈색 삼양말과 나막신을 신게 했다. 다시 한 번 아이를 붙잡고 절대로, 절대 남들이 볼만한 곳에서 변신을 하지 말라고 누누히 말해준 다음 걱정스러운 눈으로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외양간을 빠져나와서 우선 쿠미누스가 있는 교회 쪽으로 향했는데 교회는 완만한 언덕의 시작지점에 자리하고 있었다. 언덕을 올라가면 가레랑의 성이 보이는데 이를 배경으로 하늘이 통째 눅눅한 구름에 먹혀가고 있었다. 군데군데 파랗게 성긴 모습은 훤 열린 창처럼 아래로 맑은 비가 떨어졌다. 어스름에 횃불이 점점해지자 땅이 젖어가는 냄새를 맡다가 민토네는 집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쿠미누스는 비를 맞으며 온 아이에게 난로 자리를 내어주고 왜 이런 늦은 시간에 왔냐며 꾸중한 뒤 방금 받은 빗물과 갈색 빵 조각과 치즈와 말린 무화과를 조금 주었다. 그리고 원한다면 이곳에서 대충 하룻밤 묵고 가라는 말과 함께 현재 바실리쿠스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이곳에서 사건의 대략적인 개요를 알게 되었다. 사제도 아직까지는 개랙탱의 배후를 알지 못했기에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은 했지만 돌아오는 것이 늦어지자 슬슬 불안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그렇다고 이 날씨에 찾으러 나갈 수도 없어. 비가 오고 있는데다 어지간하면 폭풍이 몰아칠 기운이니 그곳에서 하룻밤 묵다가 올 수도 있겠지. 밥은 잘 챙겨 줄 지가 걱정인데. 그곳의 원장은 이기적인 놈이지만 손님에게는 야박하게 군 적이 없었어.'



사제는 아이에게 바실리쿠스가 쓰던 작은 방을 내주었다. 방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그곳에 담요와 이불을 깔아주고 자라며 촛불을 꺼주었다. 그 뒤에도 사제는 늦은 시간까지 남아 일을 하면서 이따금 별이 총총해지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그랬다.



돌연 사제는 몸이 찌뿌둥해졌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에 걸어놓은 철봉에 매달렸다. 그리고 시편의 구절을 외면서 턱걸이를 했다. 사제는 오늘도 평소와 같은 턱걸이 갯수를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 다음에야 목덜미의 땀을 닦으며 책상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했다. 그러나 얼마 뒤, 그런 성실한 사람도 어쩔 수 없이 신앙보다 수면욕구가 더 커지는 시간이 다가왔고, 늙은 발과 허리를 터벅거리며 숙사로 걸어가다가 아이가 있는 방을 흘끔 본 다음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이 때 늑대소녀가 두 눈을 번쩍 뜨며 일어났다는 사실을 사제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녀는 살금살금 창문을 넘어 밖으로 뛰쳐나갔고, 민토네에게 모든 사실들을 말해주었다. 민토네는 불안해하기 시작했지만 다음을 굳게 먹고 숨겨둔 촛불을 켰다. 아이는 이 때 그녀의 사람을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는데, 어디서 가져온 건지 멋진 색실 무늬가 그려진 깨끗한 옷 한 벌과 바지 그리고 머리띠를 차고 바닥에는 돗자리까지 깔았다. 이곳 돼지우리에는 돼지들이 평소 잘 쓰지 않는, 나무와 흙으로 된 깨끗한 바닥 부분이 있었는데 그녀는 그곳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아이를 가까이 오게 했다.



"사제가 그렇게 말을 했다만, 그놈이야 제 맘대로 그렇게 생각하라지! 내가 보기에 이번 일은 예사로 치부할 게 아닌 것 같아. 수도원 놈들은 가뜩이나 일도 많은데 그런 사건의 증언 따위로 사람을 둘이나 시켜서 굳이 이 먼 곳으로 돼지치기를 데려오라고 하겠니?" 그녀가 아이의 두 손을 굳게 잡았다. "네가 좀 더 고생을 해주어야겠다.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십 리쯤 가다보면 비옥한 밭과 높은 언덕이 나오는데, 그 언덕의 꼭대지에 바실리쿠스가 끌려간 수도원이 있단다. 예로부터 수도원은 담장 안이던 밖이던 사람들을 길들이지 못해 안달 난 곳이었지. 그곳에서 바실리쿠스가 무슨 고변이라도 당하는 건 아닐까 심히 걱정이다. 네가 한 번 알아보고 와주렴."



아이는 곧장 입고있던 옷들을 대충 던져놓고 최소한의 것들만 싸서 목에다 감은 뒤 네 다리를 뻗고 쏜살같이 달려 마을을 벗어났다. 그날 밤에 늑대 한 마리가 영지를 벗어났고, 그것은 북서쪽으로 갈 수록 두 마리, 세 마리로 불어나다가 수도원 어귀에 이르러 다시 한 마리가 되었다. 별달구름이 번뜩이는 참나무 광림을 벗어나자 광활한 언덕과 수도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꼭대기에서 까불거리는 초나 잿불처럼 보였다. 수사들이 이 밤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아이는 풀밭에 누운 채 뒷발을 핥으면서 어떻게 하면 안에 들어있는 바실리쿠스와 접촉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오기만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떡하면 좋을까 몰라. 이대로 돌아가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다리는 아프고. 에이, 모르겠다! 그 하느님이라는 사람이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일단 가보자!"



늑대는 망꾼들의 시선을 피해서 높은 벽 아래 어둠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그곳에서부터 땅에 코를 박고 천천히 냄새를 맡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때의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지만, 지금 저 수도원 안에서는 아주 음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게 무슨 일이냐 하면....



...



"그 때 네놈을 죽여야 했다, 개랙탱!" 바실리쿠스가 증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대체 뭔 일을 가지고 이리 멀리까지 사람을 오라가라 하는지 모든 의혹점이 완전하게 드러난 순간 돼지치기가 인내심을 잃은 것이다. 법정에 소란이 일어났다. 경비병이 뛰쳐나가 바실리쿠스를 붙잡았고, 종래에는 두 명의 장정이 그를 바닥에 깔아뭉갰다. 소란에 이끌려 장정은 세 명이 되었다. 이 때는 아직 비가 오기 전이고, 민토네도 빈부미의 옆에서 한창 낮잠을 자던 시간, 개랙탱이 본격적으로 바실리쿠스 비스콘티의 죄목과 의혹점을 낱낱이 고하는 순간이었다. "내 너에게 무슨 원한을 샀다고 그런 위증을 하느냐? 이건 엉터리야! 밀고다! 나를 모함하려는 개랙탱의 음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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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여자가 있어! 24.08.09 4 0 11쪽
50 그놈이 여기있어! 24.08.08 6 0 11쪽
49 에레디오스의 악마 (6) 24.08.08 7 0 13쪽
48 에레디오스의 악마 (5) 24.08.08 7 0 13쪽
47 에레디오스의 악마 (4) 24.08.08 8 0 12쪽
46 에레디오스의 악마 (3) 24.08.07 8 0 11쪽
45 에레디오스의 악마 (2) 24.08.07 6 0 12쪽
44 에레디오스의 악마 (1) 24.08.06 5 0 11쪽
43 한밤의 늑대소동 24.08.06 5 0 11쪽
42 원장의 지저분한 속내 (2) 24.08.06 7 0 11쪽
41 원장의 지저분한 속내 (1) 24.08.06 7 0 12쪽
40 돼지재판 (4) 24.08.06 6 0 11쪽
» 돼지재판(3) 24.08.05 9 0 12쪽
38 돼지재판 (2) 24.08.05 7 0 11쪽
37 돼지재판 (1) 24.08.05 7 0 11쪽
36 지금, 땅 아래에서는 (3) 24.08.05 7 0 11쪽
35 지금, 땅 아래에서는 (2) 24.08.04 7 0 11쪽
34 지금, 땅 아래에서는 (1) 24.08.04 7 0 11쪽
33 늑대한테 뼈다귀를 줘놓고 24.08.04 6 0 11쪽
32 누굴 탓합니까 24.08.03 7 0 12쪽
31 쟤가 오늘 왜 저러지? 24.08.03 7 0 12쪽
30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24.08.02 7 0 11쪽
29 콧물이 묻어서 소매로 닦아냈다 24.08.02 9 0 12쪽
28 늙은이 장례준비 (6) 24.08.02 10 0 12쪽
27 늙은이 장례준비 (5) 24.08.01 7 0 11쪽
26 늙은이 장례준비 (4) 24.08.01 4 0 12쪽
25 늙은이 장례준비 (3) +1 24.08.01 12 1 11쪽
24 늙은이 장례준비 (2) 24.08.01 7 1 12쪽
23 늙은이 장례준비 (1) 24.08.01 8 1 11쪽
22 매춘하는 개 인간 (5) 24.07.31 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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