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급 파일럿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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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DUMMY

알파 스트라이커, 천유화.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그것도 우주군 사이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이나 다름 없었다.

사관학교는 그가 몸으로 뛰어서 얻은 전투 교리를 가르쳤다. 육탄전을 상정하고 설계되었던 초기 단계의 메카들이 단순 육탄전뿐만 아니라 화력 지원, 방어, 기동전 등의 여러 용도로 개발된 것도 그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천유화의 업적은 너무 신격화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이유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의 킬 카운트 대부분에는 강재구 사령관의 기여가 있었다. 혼자 출격 했을 때도 강재구 사령관이 오퍼레이팅을 맡았다. 그가 ‘알파’가 된 계기였던 달 작전도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하면 이카리와 유소은의 기여도가 더 크다.


“···선배님.”

“왜? 아, 아니. 예?”


반말을 할 거면 아예 반말을 하고 아니면 아예 존댓말을 하지.

멀끔하게 생긴 것과 달리 흥분하면 사람이 달라지는 어벙한 모습도 이유나의 의심을 키운 이유 중 하나였다.


“질문을 조금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만들어진 영웅.

작금의 CDA에서 이카리 리코를 억지로 알파로 승급시켜 달 수복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유나가 그런 생각을 가진 이유 중 하나였다.


실제 기량과는 상관없이 실적과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으로 얻은 명성.

직접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거수 조우 직전에 육안으로 확인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반응하신 겁니까?”

“패널이 반응했어요. 가까이에 있다고.”

“따로 패널이 반응하진 않았는데 혹시 판단의 근거를 알 수 있겠습니까?”

“전장이 산악지대였으니까.”


그렇게 대답한 천유화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이게 끝?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이유나가 캐물었다.

다시 존댓말이 사라진 걸 보아, 지금만큼 질문하기 적절한 때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산악지대라는 게 어떻게 근거로 작용하는 겁니까?”

“호크아이 그 메카는 몇 톤 급이지?”

“···4000톤입니다. 중력 경감을 적용하면 2800톤까지 감소합니다.”

“중력 경감을 적용해도 질량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 작은 산은 4000톤짜리 쇳덩이가 땅 위에서 쿵쿵거리면 지형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 그런데 지형이 멀쩡했지? 그 말은 메카가 돌아다녀도 될 만큼 지반이 단단하고 나무뿌리가 깊게 박혀 있다는 뜻이야.”


유화가 설명하는 사이 두 사람은 유인기용 시뮬레이터 앞에 도착했다.

동그란 구 형태의 시뮬레이터. 그 안에 전방위형 트레드밀과 실제 메카를 탑승했을 때와 비슷한 디스플레이가 전면에 설치되어 있었다.

시뮬레이션용 슈트 또한 유화의 현역 시절에 쓰던 엑소 슈트 같은 게 아닌, 관절에만 부착하는 간소화 된 슈트였다.


“그 정도로 지반이 단단한 숲은 웬만한 지진이 와도 버텨. 메카 정도 되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아니면 패널에 다른 진동이 포착되지 않는 게 정상이야.”

“하지만 패널에 표기된 진동 수치는 허용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었지 않습니까?”

“내가 라이플을 내려놨는데 허용 범위가 수정되지 않았어. 아무리 작게 잡아도 수십톤 짜리겠지? 중량이 수십 톤이 줄었는데 허용 범위가 그대로면, 다른 곳에서 지속적으로 진동이 발생하고 있었고 패널이 그 진동까지 포함해 허용 범위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아?”

“···맞는 것, 같습니다.”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거지 맞는 것 같은 건 뭐야.”


농담조로 말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린 유화는 순식간에 진지한 어조로 돌아와 말했다.


“그리고 하나가 더 있었어. 소음.”

“소음, 말씀이십니까?”

“숲이 흔들렸지. 태풍이 불면 넘어갈 것처럼 휘청이는 거 있잖아. 그런 식으로 나무들이 휘청거리면서 나뭇잎들끼리 부딪히면서 소음이 생겼지. 정작 바람은 그 나무가 휘청이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불고 있었고.”


시뮬레이터라고는 하나 실전 환경과 거의 비슷하게 만들어져서 패널은 백여 개에 달했다.

그 작은 패널들이 보내오는 정보들을 한 번에 취합해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그 결과는 패널조차 감지하지 못한 거수를 조우하기도 전에 미리 피해낸 것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유나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다. 그녀는 유화가 시뮬레이터 슈트를 착용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물었다.


“그러면 거수를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앵커를 이용해 기동한 것에도 근거가 있었던 겁니까?”

“100% 확실한 근거는 아니고 반쯤은 도박이었지.”

“그러면 그 나머지 반이 된 근거는 어떤 겁니까?”

“진동이 잡히고 소음이 발생한다. 거수가 있는 건 확실한데 거수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현역 때 봤던 고질라 같이 생긴 놈들이 아니다. 체구가 작은 대신 발이 빠르다. 한 번에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한다. 이 정도?”


발부터 관절 부위마다 착용한 시뮬레이션 슈트.

헬멧을 옆구리에 낀 유화가 시뮬레이터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들어가면 돼?”

“예.”

“설정은? 이번엔 안 도와줘?”

“···유인기용 시뮬레이터는 한국어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설정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오케이.”


철컥. 신발 대신 착용한 시뮬레이션 슈트를 트레드밀을 밟자 시뮬레이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헬멧을 착용해주십시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안내 음성. 유화는 옆구리에 끼고 있었던 헬멧을 썼다.


-10초 뒤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카운트다운 시작. 10, 9···.


시뮬레이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유나는 입구가 닫히는 것을 확인한 뒤 시뮬레이션 내용과 시뮬레이터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향했다.

동기화가 시작되기 전, 다가오는 인기척에 이유나가 고개를 들었다. 김기태 소령이었다.


“부관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배님의 시뮬레이션 말인가?”

“예.”


졸업생이 다섯 명뿐이었던 1기 사관생도를 제외하고 우주군 사관학교에서 선발하는 파일럿은 극소수였다. 4기였던 김기태는 다른 생도들처럼 파일럿을 희망했으나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육을 아예 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파일럿 훈련만 제외하면 일반적인 군사 훈련은 동일하게 받았다. 실전, 시뮬레이터 등의 결과를 분석하는 건 기본이었다.


“왜 선배님을 알파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지.”

“······천유화 선배님께서 가장 뛰어난 파일럿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생각엔 그래. 아무리 무인기용 시뮬레이터라고는 하지만 두뇌 회전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야. 실전은 고사하고 시뮬레이터도 10년 만에 처음이실 텐데···.”


아무리 뛰어난 운동선수도 10년 동안 운동을 쉬면 선수 시절의 기량을 펼치는 건 불가능하다. 아직 천유화는 기량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뜻.

그런데도 이 정도라면 기량을 회복했을 땐, 어느 정도로···.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상념에 빠져 있던 이유나가 기계음이 정신을 차리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김기태도 곧 그녀를 이어 시뮬레이터 내부 상황을 알리는 화면을 보았다.


“···72%?”


메카가 굳이 인간형 기체로, 파일럿이 탑승하는 유인 기체로 개발되는 이유.


동기화.


수천 톤에서 수만 톤에 이르는 거대한 병기, 메카.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통신 기술로도 실시간 원격 조종이 어려울 정도로 메카는 거대했다. 커도 너무 컸다. 거수에게 체급을 맞춰야 했기에 덩치가 커졌고, 놈들에게 체급을 맞춰서 벌이는 육탄전에는 통신 지연으로 인한 느릿한 움직임이 발목을 잡았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 동기화였다.

메카와 탑재된 인공지능, 그리고 파일럿의 의식을 동기화시킨다. 파일럿은 메카의 주 제어를 맡고, 인공지능은 파일럿의 지시 없이 보조 제어를 맡는다. 직접 제어를 통해 메카는 한층 더 기민해진다.


파일럿들의 통상적인 수치는 40% 내외.

훈련용 시뮬레이터는 그 수치보다 조금 낮은 30% 내외.


그리고 천유화는 72%였다.


-전장 환경을 구성합니다.


화면 속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바다.

불타는 해안 도시를 등지고 선 거인.

어설프게 용접해서 덧댄 합판과 그걸로도 가려지지 않는 깊은 스크래치와 벗겨진 페인트 자국. 전장을 구르고 구른 노병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환경 구성 완료. 훈련 설정을 반영합니다.


-파일럿, A1. 동해 전투단 1번 기체, 바다 거인.


-거수, 람다급. 코드네임, 피욜.


1.5세대 메카닉 바다 거인.

경감 전 중량 14000톤. 전고 80m. 체급만은 4세대 메카들에 비해 꿀리지 않는 말 그대로의 거인.

하지만 작전 지역의 해수면의 높이와 거수와의 체급 싸움만을 상정하고 만들어져 둔하기 그지없는 느림보. 심지어 동기화 기술이 채 완성되기 전에 개발된 까닭에 눈의 역할을 하는 광각 렌즈는 하나뿐이고, 손에 달린 손가락은 세 개뿐이었다.


“···하?”


체급은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전과 달리 거수들은 진화를 거듭해왔다. 람다급에 이르러서는 추측하기도 힘든 괴이한 이능을 가진 놈들도 많았다.


피욜. 북태평양에서 등장한 개체. 바다 거인보다는 작지만 그에 못지 않은 체급을 가진 괴물.

등을 비롯한 몸체의 후면이 장갑으로 뒤덮여 있고 위협을 느끼면 가시가 튀어나온다. 거북 같은 외형과 달리 고슴도치에 가까운 거수. 가시의 존재를 몰라서 놈에게 희생된 파일럿도 있었다.


“······.”


그 정도 머리 회전과 판단력이라면.

화면을 지켜보던 이유나는 입을 다물고 시뮬레이션 내용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뮬레이션을 시작합니다.


해가 져서 어두운 밤. 무채색의 바다에서 두 괴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카의 발걸음 한 번에 사람만한 크기의 파도가 일었다. 부둣가에 매달린 상선들이 파도에 휩쓸려 맥없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에 질세라 거수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살을 헤치며 앞으로 다가온 거수가 체구와 중량을 이용할 작정으로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바다 거인이 몸을 앞으로 살짝 숙였다. 수심이 깊은 곳을 잘못 디뎠나? 그러면 승부는 이미 끝난 셈이었다.

거수는 발을 잘못 디딘 메카가 다시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짐승이 아니었다.

이유나의 생각대로 거수는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바다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무식할 정도로 빠른 반응 속도. 1.5세대 메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날렵한 움직임과 함께 메카가 세 손가락 뿐인 주먹을 쥐었다.


그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헬멧을 통해 뇌리에 새기면서, 유화가 팔을 뻗어 올렸다.


쩌엉!


뻗어 올린 주먹이 거수의 턱에 꽂혔다. 천지가 준동하는 충격음과 함께 한 층 더 거센 파도가 일었다.

거수는 순식간에 기세를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거수가 자비 없는 괴물이듯, 거인을 조종하는 인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다 거인이 반대쪽 주먹을 휘둘렀다.


단순한 주먹. 하지만 1만 톤이 넘는 거구가 티타늄 엔진 수백 개가 들어간 팔을 휘둘러 뻗은 주먹은 그 자체로 무지막지한 질량 병기였다.

육탄전. 메카가 탄생하게 된 계기. 그 시절 최전선에서 가장 많은 거수를 죽인 파일럿은 제대로 싸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지금···!”


거수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면서 몸을 아래로 바짝 낮추었다. 두꺼운 장갑으로 둘러싸인 등딱지가 부르르 떨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가시. 4세대 메카닉의 장갑도 가볍게 꿰뚫은 무기. 1.5세대에 합판이나 덧대놓은 바다 거인이 가시를 맞고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끄오오오오!


등딱지가 갈라지며 가시가 쏟아져 나오려는 순간.

바다 거인은 거수의 목 위에 위치한 등딱지의 끝부분을 잡아 어마어마한 힘으로 놈을 뒤집었다.


아무리 바다 거인의 힘이 강하다지만, 체급이 비슷한 거수를 저런 식으로 뒤집는 건 불가능했다.

적합도의 한계. 손가락부터 시작해 메카의 거의 모든 신체 부위를 한꺼번에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적합도가 낮은, 메카를 온전히 조종하기 힘든 파일럿들은 보일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말도 안 돼.”


비록 시뮬레이터라고는 하나, 4세대 메카도 골머리를 썩힌 거수가 뒤집힌 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시뮬레이터이기에 망정이다. 아니었으면 피떡이 된 거수의 사체가 바다에 둥둥 떠다녔을 테니.


-시뮬레이션을 종료합니다.


유화가 동기화를 끊고 헬멧을 벗고 시뮬레이터 밖으로 나오자, 놀람을 넘어 경악한 얼굴의 김기태와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나의 얼굴이 보였다.


작가의말

연재 시간은 조만간 고정한 뒤 공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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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슈퍼스타 +6 24.08.27 6,991 13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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