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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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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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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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DUMMY

날이 밝기 무섭게 노크 영지 일행은 떠났다. 롱포드 영지민 포로들을 모두 데리고서.


“저기, 마법사님은 출발 안 하십니까?”

상인 무리의 용병 대장이 로건에 한 말이었다.

어젯밤 로건이 스태프를 꺼내어 마법사라는 걸 보여주었기에 같이 가고 싶은 것이다.

“난 조금 쉬었다가 가겠소. 먼저 가시오.”

“예······.”

군터는 잠자코 있다가 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말했다.

“오늘을 출발 안 하시려고요?”

“아니에요. 롱포드로 가야죠. 롱포드에서 빨리 더 위로 올라가야 해요. 시간이 좀 늦었어요.”

“그런데 왜······.”


로건은 고개를 젓고는 야영지 외곽으로 걸어 나갔다.

‘노크 영지가 이상하단 말이야? 정말 그 적은 병력으로 롱포드를 공격하려고? ······뭐, 마법사가 더 궁금하지만.’


이세계에서 처음 본 마법사.

로건의 관심은 상당했다.

그 자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법의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후······ 말도 안 되는. 누가 마법을 공유한다고. 마탑이나 학파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


로건은 하늘을 두리번거렸다.

시야와 소리를 공유하는 패밀리어 마법 쓰려는 것이다.


로건은 가까운 숲으로 가서 산비둘기를 패밀리어로 만들었다.

그리고 새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야영지로 돌아왔다.

패밀어화 된 산비둘기는 하늘을 탐색하는 듯하다가, 곧 매 한 마리를 유인해서 로건의 근처로 데려왔다.


피잉!

로건의 손가락에서 무형의 마나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매를 때렸다.

매는 패밀리어 마법에 제압당해 로건의 앞에 내려앉았다.


“가. 얼른 가서 확인해.”


로건이 손을 흔들자 비둘기와 매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비둘기는 상인 일행을 쫓고, 매는 노크 기사 일행을 쫓아갈 것이다.


“이제 출발하죠.”

군터와 핸서는 홀린 듯이 지켜보다가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로건은 말을 타고, 군터와 핸서는 그 옆에서 걸었다.

“군터, 영지민을 잡아간 걸 보면 영지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렇게 막 잡아가도 되는 거예요?”

“거의 안 그러죠.”

“영지민을 인질로 잡고 싸움을 유리하게 끌려는 걸까요?”

“영주에게 통하겠습니까?”

“안 통하죠. 저 영지민 중에 돈이 많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배상금이나 좀 받겠죠. 아니면······.”


로건은 말끝을 흩트렸다.

패밀리어 매가 노크 영지 일행을 발견해서, 매가 더 높이 날도록 했다.

마법사가 있어서 안전한 거리를 좀 더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래도 매는 시력이 뛰어나서 다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인 일행에 붙은 비둘기는 아예 마차 지붕에 숨어서 그들의 대화까지 다 들었다.


‘패밀리어, 우습게 볼 게 아니네. 정찰병 푸는 것보다 훨씬 유용하잖아.’


멀링가의 성벽에서 얻은 마법들은 기존의 마법보다 발전한 형태.

이 패밀리어는 동물이 죽어도 마법사에게 타격을 주지 않는다.

다만 마법의 기운을 약하게 풍겨 마법사 가까이 가지는 못 하는데, 그것도 경지가 높아질수록 높아지면 마법의 기운이 희미해졌다.


로건은 주로 노크 영지의 병력을 살펴보면서 롱포드 방향으로 이동했다.

옆에서 걷는 핸서는 무료한 표정이 역력했다.

로건은 계속 생각에 잠긴 모습이고, 군터는 그저 묵묵히 걷기만 했다.

어느 순간 핸서는 지루함을 못 참고 탄성 비슷한 한숨을 터트렸다.

“하!”

로건은 패밀리어 2마리를 계속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핸서, 난 이상하더라?”

“아! 이상해요? 뭐가 이상한데요?”

“노크 말이야. 아무리 소수 정예라도 그 병력으로 상대가 되겠어? 그냥 죽으러 가는 거잖아.”

군터가 말했다.

“롱포드를 멀링가와 비교하면 안 됩니다. 롱포드는 병사가 5백 명도 안 돼요. 여기저기 지키는 병력 빼면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3백 명도 안 될 겁니다.”


“어째서 그렇죠?”

“싸움이 끊일 날이 없으니까요. 병사를 모집해도 모조리 도망가곤 합니다. 싸움이 터졌다 하면 사상자가 너무 나와서 병사가 모일 사이도 없고요.”

“그 정도로 쌈박질을 한다고요?”

“롱포드가 유독 시끄러운 영지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사들 실력은 좋다고 하더군요.”

“3백······ 그러면 영 못 할 싸움은 아닌데. 그래도 노크가 패할 건 불 보듯 뻔한데.”

“당연히 패하죠. 대낮에 저렇게 움직이면 벌써 롱포드가 알고 있을 거고요.”

“그러니까요. 기습도 아니고. 핸서, 무슨 생각 안 나?”

“노크나 롱포드나 싸움에는 이골이 났거든요. 알아서 하겠죠?”


로건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겠지. 아무튼 노크 병력 근처에 있으면 안 돼. 괜히 휘말릴 수도 있어.”

“아. 그래서 늦게 출발한 거예요?”

“그래.”

로건은 대화를 끊고 다시 패밀리어 마법으로 매와 비둘기를 살펴보다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허.”

“로건님?”

“잠시만.”


노크 영지 일행은 싸움이 났다.

상대는 롱포드 쪽에서 달려온 세력.

로건은 하늘에 뜬 매를 통하여 전투를 지켜보았다.


‘그래······. 적어도 이틀은 롱포드 쪽으로 움직였을 건데 롱포드가 가만있는 게 더 이상하지.’


노크의 마법사가 전투에 신경을 쏟고 있어서, 로건은 매를 적당히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작게나마 소리까지 들린다.

맹금류들의 청력은 의뢰로 좋다.

매도 마찬가지.

같은 맹금류인 부엉이의 청력은 고양이보다 4배는 청력이 뛰어날 정도이다.


전장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했다.

죽고 사는 판에 비겁함이 무슨 말인가.

살아남은 자가 제일이었다.

그러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부위를 가리지 않는 기습 같은 건 너무한 것 같았다.


‘난장판이군······. 불의 마법산가?’


노크의 마법사는 병사 10명의 보호를 받으며 연속적으로 파이어 볼을 썼고, 계속 스태프를 흔들며 적의 신체 균형을 무너뜨려 싸움의 승기를 잡아나갔다.


‘염력? 그냥 마나 같기도 하고.’


로건은 매를 통하여 마법사를 계속 관찰하면서, 그의 마법과 자신의 실력을 끊임없이 비교했다.


숫자는 롱포드가 많다.

롱포드 영지의 기사는 4명으로 1명이 더 많고, 병사도 30명 정도가 더 많았다.

하지만 노크에는 마법사가 있어서 승부가 팽팽했다.


그러다가 롱포드 쪽이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롱포드 기사들이 노크에게 사로잡힌 롱포드 영지민 10명을 모두 풀어준 것이다.

그중 풀려난 사냥꾼 3명이 전투에 합세했다.

영지민 7명은 서둘러 도망쳤으나, 사냥꾼들 오히려 노크 병사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대단한 활 솜씨를 지녔다.

쏘는 족족 노크 병사들을 쓰러뜨렸으며, 화살의 위력도 대단해서 노크 기사까지도 순간적이나마 뒷걸음질 치게 했다.


롱포드 기사는 흥이 나서 크게 소리쳤다.

“좋구나! 마법사! 마법사를 쏴라!”


사냥꾼들이 일제히 마법사를 겨냥했다.

3명이니까 한 번에 3발씩.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마법사를 노렸다. 마법사를 지키던 병사들은 어느새 다 죽었다.

마법사는 실드 마법으로 화살을 막다가 못 견디고 물러났다. 말을 타고 도망치는 것이다.

너무 많은 마나를 썼는지라 실드 마법 자체가 온전하지 않았다.

마법사가 물러나는 순간 승부는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노크 병사들은 더 빠르게 죽어가거나 땅에 엎드리고 포로를 자청했다.

그리고 노크 영지 기사 3명은 서둘러 후퇴했다.

이 와중에 1명이 죽어서 남은 기사 2명만 마법사를 쫓아갔다.

그래서 마법사가 가장 앞에서 도망치고, 그 뒤를 노크 기사 2명을 따라갔으며 롱포드 기사 4명이 일제히 그들을 뒤쫓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마법사가 도망치고 있어. 도주 방향은 이쪽이야. 얼마 뒤에 만나겠는걸?”


로건은 군터와 핸서에게 전투 과정을 실시간으로 말해주었다.


“지금 도망치는 마법사가 로건님을 찾아온다는 말이에요? 도와달라고요?”

군터가 말했다.

“아니지. 도주할 길이 하나밖에 없잖아. 그냥 이쪽으로 도망치는 거야.”

“방금 노크 기사 2명이 롱포드 기사 2명과 같이 죽었어요.”

“아.”


로건은 가볍게 손을 들었다.

“이제 노크 쪽은 마법사 혼자만 남았어요. 롱포드 기사 2명에게 쫓기고 있네요. 아!”


롱포드 기사 중 1명이 말 위에서 떨어졌다.

말이 돌부리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갑자기 고꾸라진 것이다.

말 위의 기사는 오른쪽 다리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 말에서 떨어지며 또 그쪽 다리를 땅에 찧고 말았다.

말도 도망가 버리고, 사실상 마법사를 쫓기는 불가능했다.


핸서는 로건의 설명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마법사가 이기는 거 아니에요? 남은 기사는 1명. 기사 1명을 못 이기는 마법사는 없잖아요.”

“지금은 못 이겨. 말 위에서 피를 토했거든. 더 이상 마법을 쓰면 심장이 터져 버릴 거야. 마나 홀에 금이 가거나, 혹은 부서지거나.”

“아.”

“마법사는 중간에서 만난 상인 무리를 그냥 지나쳤어. 마법사를 추격하는 마지막 롱포드 기사도 마찬가지고.”


로건의 표정은 편안했다.

패밀리어 마법으로 살펴보니, 기사도 마법사도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군터는 허리춤에 있는 검에 손을 올렸다.

“곧 만나겠군요.”

“우리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 나설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죠.”


마법사는 말을 타고 맹렬히 달리다가 로건을 보고는 고함을 질렀다.

그는 어제 스태프를 꺼내어 신분 검사를 하는 노크 병사를 쫓은 마법사였다.

“도와주시오! 대가를 드리겠소!”

마법사는 로건의 앞에 말을 몰아세우고 숨을 헐떡였다.


로건은 마법사가 주겠다는 대가가 어떤 것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무엇을 주시게?”

“마법서면 되겠소?”


로건의 눈 깊은 곳에서 빛이 반짝했다.

마법서는 많을수록 좋다.

단독 마법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고.


“어떤 마법서를 주시려고?”

“초급 실드 마법.”


로건은 당장 군침이 돌았다.

실드 마법은 자신에게 없다.

이 마법이 있었다면 멀링가의 내성에서 그 정도의 봉변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기초 지식이 중급 수준이어서 초급 마법서라도 그 이상의 위력을 낼 자신이 있었다.


“설마 쫓아오는 기사를 나보고 죽이라는 말은 아니겠지? 난 롱포드에 아무런 원한이 없소.”

마법사는 가볍게 놀랐다가 말했다.

“마법으로 보신 모양이군. 그냥 제압만 해주시오. 따로 쓸 곳이 있소.”


로건은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기사를 왜 죽이랴,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사로잡으라니.

‘기사도 그렇지만 너는 또 어떤 사람인 줄 알고? 뭘 따로 쓰겠다는 말이야.’

에반이 저주를 받아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나.

어쩌면 저 기사도 죽는 것보다 못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거절하오.”

“내가 보상하겠다는 마법서는 우리 학파의 고유한 기법이 담겼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하외다.”


로건은 마법사의 말투가 무척 점잖아서 찬찬히 그를 살펴보았다.

위기 중에도 침착하고 자세도 단정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니야, 사람은 겉모습이 다가 아니니까.’


“싫소. 기사를 살려주면 후환을 남기게 되오. 나하고 원한 관계가 생기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그런 일을 한단 말이오?”

“롱포드 기사들은 죽어도 싸오. 영지민을 멋대로 죽이는 악마 같은 놈들이거든. 정말 죽어도 싼 놈들이라니까.”

“뭐, 사로잡아서 저주라도 걸려고 그러시오?”

마법사는 화를 버럭 냈다.

“말씀을 삼가시오! 지금 어디 다가 더러운 흑마법 얘기를 하시오!”

“미안하외다. 내 마음을 흔들려고 그런 말을 했나 싶어서.”


마법사는 포션을 단숨에 마시고서는 차갑게 말했다.

“롱포드의 어느 기사가 우리 학파의 마법사를 죽였소이다. 기사 놈을 끌고 가서 심문할 것이오.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야지.”


‘아하, 그러면 마법사가 어그로를 끈 건가?’

노크와 롱포드는 사이가 나쁘다.

그래서 원한을 가진 마법사가 노크를 부추겨 영지전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기사를 잡아가려고 한 것 같았다.

롱포드의 기사를 바깥으로 유인하여 낚아채려는 계략.

그러면 노크가 무모하게 롱포드로 향하는 이유 절반은 나온다고 보았다.


로건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안 되오.”

“그대도 마법사가 아니오! 같은 학파의 마법사가 죽었는데 어떻게 참소. 당신이라면 참을 수 있소? 있냐고!”


순간 로건은 같은 마탑이나 학파의 마법사들끼리는 그 유대감이 굉장하다는 걸 알아챘다.


“나의 학파 마법사가 죽었다? 당연히 원수를 갚아야지.”

마법사는 애원하듯 말했다.

“그럼 방법을 바꾸시오. 내가 공격하는 것처럼 꾸며서 저 기사를 제압하면 되지 않소. 그럼 그대가 원한을 살 일은 없지 않소? 이럴 시간이 없소이다.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소?”

“염려 마시오. 기사가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로건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롱포드의 기사가 죽어도 싼 놈이고, 자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이 마법사는 수고에 합당한 마법서까지 준다기에 마음이 기울었다.

로건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떠봤다.


“난 생사람을 잡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거든. 롱포드 기사가 정말 그렇게 악독하오? 나중에 다 확인할 거요.”

“나는 앤서 학파요. 앤서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오. 제 기분에 따라 제멋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악마들이오.”

“좋소. 기사를 사로잡아 보지. 대신 비밀은 지켜주시오.”

“물론이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마법서를 드리겠소.”

“거래 성립. 도망가시오. 도망가면서 자주자주 뒤를 돌아보시오. 그러면서 입술을 웅얼거리시오.”

마법사는 대번에 알아들었다.

“그런 방법으로? 알겠소, 그럼 출발하리다.”


로건은 손을 내밀었다.

“선불이오.”

“끙······.”


마법사는 마법 주머니에서 실드 마법서를 꺼내어 로건에게 주었다.

중급이라면 어림도 없지만, 초급 실드 마법서.

상대도 실드는 배웠을 것이다.

아마 자신이 배운 실드 마법과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여 수준을 높이려는 속셈에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겠지.

약간의 이득은 볼 것이다.

자신은 목숨을 구하고, 기사를 사로잡고.

공평한 거래였다.


“마법서를 받고 나 몰라라 하지는 마시오. 앤서 학파의 마법사들은 한 번 본 자의 얼굴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소.”

“잠깐만요. 그 마법서가 지금 거래를 성립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요?”

로건을 믿는, 핸서의 말이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아무리 마법서라도 겨우 책 한 권인데요? 목숨을 구해주는 값으로는 부족하죠. 그 책이 얼마길래요.”


로건은 핸서를 말리지 않았다.

단독 마법서는 돈으로 못 산다. 하지만 정말 사겠다면 얼마일지 궁금했다.

마법사는 성난 표정으로 근처의 산 하나를 가리켰다.

“저거다.”

“네?”

“저 산만큼 금을 쌓아서 갖고 오면 생각은 해보겠다.”

“······.”

“그럼 부탁하오.”

마법사는 로건에 고개를 까닥하고는 말의 배를 걷어차 다시 도주하기 시작했다.


“착하지. 안전한 곳에 있어.”

로건은 자신이 타는 말에게 패밀리어를 걸어 숲속으로 피신시켰다.

그리고 군터와 핸서의 팔을 잡고 뱅글의 마법을 일으켜 모습을 감추었다.

시야가 미치는 먼 곳.

길에서 한참 떨어진 산의 어느 바위 중턱이었다.

“으앗!”

“엇!”

“여기서 기다려요.”

로건은 군터와 핸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고깔모자를 쓰고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뱅글을 이용하여 다시 본래 자리에 나타났다.


순식간의 일.

마법사와 헤어진 지 수십 초도 안 되었다.

로건은 고깔모자로 모습을 감추고 길가 한편에 서서 롱포드의 기사가 오길 기다렸다.

매를 통해 관찰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움직임은 훤히 꿰고 있다.

“이랴!”

곧 나타난 롱포드 기사는 빠르게 길을 지나쳐 달려 나갔고, 로건은 레비테이션 마법으로 그를 뒤쫓았다.


5분이나 뒤쫓았을까.

기사는 드디어 도주하던 마법사의 뒤꽁무니에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법사는 수시로 돌아보며 기사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입술을 웅얼거렸다.

그럴 때마다 기사는 움찔 속도를 늦추었다가 다시 따라붙고는 했다.

그런데 그런 거짓 행위가 대여섯 번이나 반복되자 기사는 속았음을 깨닫고 말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둘 사이의 거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노옴! 서라!”

그렇게 둘 사이의 거리가 10m 정도 남은 순간.

마법사는 또 다시 고개를 팩 돌리고 입술을 웅얼거렸다.

“하하! 내가 속을 줄······.”

꽈아아아앙!

“으아악!”

형체가 없는 폭발.

기사는 바람 속성이 깃든 익스플로전을 얻어맞고 허공에 붕 떴다가 땅에 떨어졌다.

위력을 조절하여 터트린 마법이었다.

기사는 마법의 폭발로 몸속이 뒤흔들려서 신물을 토하다가, 뒤통수에 염력을 얻어맞고는 정신을 잃었다.


로건은 고깔모자의 마법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 마법사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그대는 밴든 학파가 아니오?”

“······.”


마법사는 로건이 말이 없자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 계열의 기초가 없으면 다루지 못하는 익스플로전.

몸을 감추는 하이드 마법도 마찬가지이고.

신속하게 잘 따라온 걸 보면 ‘블링크’ 마법을 사용한 것 같았다.

그것도 공간 마법 계열이었다.


마법사는 루덴 왕국에서 공간 계열 학파는 ‘밴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밴든의 마법사들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지 수십 년이 넘어서 학파가 무너졌다는 소문이 나돌지. 그런데 이 젊은 마법사가 밴든이었군. 밴든이 망하지는 않은 모양이야.’


출신을 공개하지 않는 일은 매우 흔하다.

마법사는 상대에게 말 못 할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고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고맙소이다. 훗날 인연이 있다면 다시 뵙겠소.”

“알겠소. 살펴 가시오.”


로건은 마법사와 헤어져 길을 되돌아 날아갔다.

‘밴든? 그 학파의 마법이 내 마법과 비슷한가 보군.’

철과 자석이 달라붙듯이 강렬하게 끌린다.

만약 그 학파의 마법을 얻는다면 자신의 마법 실력은 수직으로 오를 것이 분명했다.

‘밴든······. 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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