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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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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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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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로건은 마법사의 고깔모자를 쓰고 있다.

마법으로 몸을 감추고 여관의 지붕 위에서 리안을 관찰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네. 케인도 열심히 고. 이젠 스스로 성장하는 일만 남았군.’

로건은 시야를 멀리하여 모습을 감추었다.

그는 단번에 성문 근처까지 이동한 후 적당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모습을 드러냈다.

성문을 빠져나온 후 가까운 마을에 들렀다.

그리고 마을 사람에게 통통한 돼지 2마리를 샀다. 제법 큰 마을이어서 금방 살 수 있었다.

돈을 조금 주고 돼지를 마을 밖까지 끌고 오게 했다.

남자는 돼지 목을 묶은 끈을 로건에게 건네었다.

“이놈 돼지들이 성격이 보통 아니에요. 조심하십시오.”

“알겠소.”

로건은 돼지를 끌고 사람이 없는 길까지 더 걸었다.

꽤애액!

꽤액!

돼지 2마리는 거칠게 반항했다.

돼지를 기른 남자의 말은 그나마 듣더니 천방지축 제멋대로 가려고 한다.

“이놈들이?”

로건은 줄을 팍 당겼다.

돼지 따위에 밀릴 로건이 아니다.

돼지들은 단번에 힘의 차이를 실감하고 순순히 따라왔다.


로건은 한동안 걸어서 근처 숲으로 들어갔다.

‘조용하군······. 아무도 없어.’

로건은 몇 번이나 주변을 확인하고는 돼지들을 양쪽에 두고 자신은 가운데 섰다.

“해보자.”

그는 양손을 각각 돼지머리 위에 올렸다.

그리고 시야를 멀리하고 실버 뱅글의 마법을 펼쳤다.

순간 로건과 돼지들이 사라졌다.

“좋아! 아주 좋았어! 2명까지 이동 가능해!”

로건은 크게 기뻐했다.

생명에 무슨 구분이 있지는 않으리라.

돼지까지 함께 이동했다. 동물이 이동했으면 사람도 이동이 될 것이다.

로건은 돼지들을 끌고 갈라실 성으로 돌아갔다.

리안은 돼지 2마리를 묶은 끈을 쥐고 당황했다.

“로, 로건님?”

“대충 팔아치워. 저녁은 알아서들 먹고.”


* * *


이틀 후.

멀링가 영지로 이동하는 첫날이다.

덜컹, 덜컹.

로건은 흔들리는 마차 속에 있었다.

‘아, 너무 흔들리는데? 적응하려면 고생 좀 하겠어.’

멀링가 자작령으로 가는 길.

로건 일행은 적당한 규모의 상단 뒤꽁무니에 붙어서 가는 중이다.

마부 포함 용병 5명.

C급 용병 1명에 F급 4명.

마부는 F급 용병이 교대로 맡았다.

용병들은 마차 주위를 자유롭게 감싸고서 도보로 이동 중이다.

리안은 말을 타고 마차 후미에서 뒤따른다.

케인도 말을 탔는데, 로건이 막판에 말을 사서 태웠다.

마부를 시키려다가 너무 피곤하다 싶어서였다.

케인은 언제든 로건의 명령을 들을 수 있도록 마차 옆에 붙어서 움직였다.

용병들의 대장은 당연히 C급 용병이고, 리안은 로건의 대리 격으로 용병들과 조율했다.

로건은 처음 인사만 하고 용병들과 딱히 말을 섞지 않았다.

‘우욱······. 멀미 나네.’

그는 창문을 열고 케인에게 말했다.

“점심때가 얼마나 남았지?”

케인은 하늘을 본 후 말했다.

“한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힘드시면 상인에게 가서 말해 볼까요? 미리 점심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됐어.”

로건은 한 시간을 참았다가 마차가 멈추기 무섭게 내렸다.

그제야 속이 가라앉았다.


리안은 마차를 길 한쪽에 붙여 놓고.

마차를 끄는 말 2마리, 자신과 케인의 말에게 물과 꼴을 먹였다.

케인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깨끗한 자리부터 깔아 로건이 쉴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좌식 탁자를 꺼내어 샌드위치와 우유를 준비한다.

점심시간은 30분 정도.

식사는 조촐했다.

소풍을 나온 것이 아니니까.

용병들은 그냥 땅에 털썩 주저앉아서 거친 육포나 빵 따위를 씹었다.

“이것도 리안과 나눠 먹어라.”

“가, 감사합니다.”

로건은 탁자 위의 음식을 보다가 그대로 밀어버렸다.

속이 뒤집혀서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먹는 것과 리안, 케인이 먹는 것을 구분하지 않도록 했다.

리안과 케인은 잘 먹어야 했다.

두 사람은 가리는 음식이 없고 먹기도 엄청나게 먹는다.

‘먹여도 먹여도 끝이 없을 정도로 잘 먹네? 좋지.’

로건은 커피를 홀짝이며 미소 지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샌드위치는 달빛 여관에서 사 온 것으로 모든 재료가 신선하고 구운 고기까지 가득 들었다.

짧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일행은 다시 출발했다.

여정은 순조롭다.

아직 갈라실 영지 부근이어서 위험이 없으니까.

함께 이동하는 상단의 인원까지 합치면 20명.

이 규모면 도적도 섣불리 달려들지 못한다.


해가 저물고, 일행은 이동을 멈추었다.

곳곳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모두는 걷는데 이골이 났지만.

겨우내 움직이지 않다가 갑자기 걸었으니 용병들까지 다리를 주물렀다.

일행은 여러 무리로 나뉘었다.

상인들, 상인의 용병 무리.

로건과 리안, 케인.

로건이 고용한 용병들.

그리고 가장 뒤에서 따라오는 평민 사냥꾼 3명.

다섯 그룹이나 되었다.


작은 야영터를 잡아서 각 천막은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식사는 역시나 따로.

케인은 자리를 잡자마자 요리에 매달렸다.

여관 식당에서 몇 년간 주방 보조를 한 만큼 제법 솜씨가 좋다.

그는 작은 돌판을 모닥불 위에 올려서 돌을 달궜다.

고기 수프는 기본.

밀가루를 반죽해서 빵을 굽고, 꿀에 절인 과일도 내놓았다.

“맛있네. 더 줘.”

로건은 빈 수프 그릇을 내밀었다.

케인은 퍽 기분이 좋았다.

“예! 맛있게 드십시오!”

“나도 더 줘.”

리안도 수프 그릇을 내밀었다.

“네! 많이 드세요.”

케인은 고기를 가득 건져서 그릇에 담았다.


바로 옆에 둥글게 모인 용병들이 계속 힐긋거렸다.

끓는 물에 곡물가루를 넣고 휘저은 수프.

그래도 오늘은 첫날이라고 육포도 몇 조각 넣었는데.

“흠흠.”

용병 대장은 헛기침하며 부하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래도 로건의 식탁에서 눈이 안 떨어지자 쓰게 웃었다.

그는 이럴 때가 몬스터 사냥보다 더 힘들었다.

“빵도 나눠줘. 소시지도 한 개씩 굽고.”

요리를 담당하는 용병은 재빨리 음식을 꺼내었다.

용병 대장은 나무 꼬챙이에 꽂힌 소시지가 불 위에서 익는 걸 보며 생각에 잠겼다.


로건은 어느 지방 귀족일까.

리안이란 자는 허리에 찬 검하며 말 타는 것에 능숙하다. 행동에 절제가 묻어 있고.

‘기사의 종자야.’

케인은 로건의 시중을 드는 하인이다.

의뢰인을 파악해 두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그런데 놀라운 점은 로건이 아랫것을 다스리는 방법이었다.


모두 함께 식사한다.

먹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실수해도 다시 가르쳐 줄 뿐 화를 내지 않는다.

저런 사람은 천 명에 한 명도 없을 것이었다.


‘정체가 뭘까? 정말 궁금하군.’

“케인. 아이스 카페라떼 만들어 봐. 기억 안 나면 적어준 거 보고 만들어도 되고. 3잔이야.”

“예. 로건님.”

케인은 마법 주머니에서 유리잔 3개, 커피 원액이 든 유리병 1개, 우유가 든 유리병, 계량컵을 꺼냈다.

먼저 유리잔에 커피 원액을 붓고 다음에 우유를 부었다.

‘용량이 얼마더라?’

케인은 헷갈려서 레피시를 적은 종이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계량한 대로 커피 원액과 우유를 섞었다.

그때 로건이 말했다.

“하나는 시럽 넣지 말고. 나머지 2잔은 한 스푼씩 시럽 넣어.”

“예, 로건님.”

케인은 시럽을 꺼냈다.

시럽은 오늘 아침에 로건이 만들어 주었다.

그 비싼 설탕을 얼마나 넣던지, 물 반 설탕 반이다.


로건은 다 만들어진 3잔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절반 정도 수위가 올라온 유리잔.

그는 아공간에서 얼음이 담긴 나무통을 꺼냈다.

마법 주머니는 느리게나마 시간이 흘러서 얼음이 녹기에, 시간이 정지하는 아공간에 얼음을 보관한 것이다.

“얼음을 넣어.”

“예.”

케인은 레피시를 다시 한번 읽었다.

손으로 만지지 말고 스푼으로 얼음을 떠서 넣으라고 적혀 있다.

그는 그대로 했다.

미지근한 카페라떼는 금방 아이스 카페라테가 되었다.

유리잔 바깥에 물방울이 생길 만큼.

로건은 시럽이 없는 카페라테를 가져갔다.

“한 잔씩 마셔.”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먹어 봤다. 그리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리안은 귀까지 쫑긋할 정도였다.

“어때?”

“정말 맛있습니다. 달콤하고요.”

“케인은?”

“맛있습니다. 처음 먹어 보는 맛입니다.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집니다.”

“그래, 앞으로 열심히 연습해라. 커피는 네가 맡아서 만들어야 하니까.”

로건은 천막 안으로 사라졌다.


* * *


다음 날 아침.

야영지는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챙!

챙챙!

리안은 지루한 표정으로 검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한 자리에 서서 케인의 막무가내 공격을 막고 있었다.

“더 빨리.”

“헉헉······. 형님,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힘들어요.”

리안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원래 처음에는 힘들어. 아직 멀었다.”

“아침부터 이러면 못 걸어요.”

“너 말 타잖아.”

“이익!”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거나 말거나, 로건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만끽했다.


그리고 정오가 되어 몬스터와 맞닥뜨렸다.

“고블린이다! 많아! 스물? 서른 마리 이상!”

상인 무리 앞쪽에서 정찰하던 용병의 외침.

당장 소란이 일어났다.

상인과 로건은 30m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두 무리는 각자 지켜야 할 것 주위로 집결했다.

로건의 용병들은 마차 앞을 막으며 가로로 늘어섰다.

리안은 로건이 마차에서 내리자 서둘러 말했다.

“마차에 들어가 계시지요.”

“괜찮아. 케인 너는 마차에 들어가 있어.”

“예.”

케인은 자신은 방해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로건은 리안의 옆에 서서 전방을 쳐다보았다.

벌써 고블린의 괴성과 용병들의 외침으로 난리가 났다.

“어때 보여?”

“저쪽 용병들은 막지 못할 겁니다. F급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니까요. 벌써 한 명 죽은 것 같군요.”


상인과 용병들이 이쪽을 보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도와줘라.”

“예.”

리안은 용병대장에게 말했다.

“마부 용병만 남고 모두 가서 도우시오. 다음은 우리 차례니까 미리 가서 처리합시다.”

“알겠소이다.”

용병 대장은 용병 3명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어차피 코앞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

겨우내 쫄쫄 굶었던 고블린은 정말 사나웠다.

끼익.

끼이익!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한편에서 죽은 사람을 뜯어 먹는 고블린이 있을 정도.

파앗.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목이 허공에 붕 떴다.

C급 용병 대장의 솜씨.

용병 대장은 대부분 한두 번의 칼질 만에 고블린을 죽였다.

어쩌다가 살아남은 고블린은 그의 주위에 있는 용병 3명이 처리했다.

그렇게 용병 대장이 뛰어들어 휘젓자 고블린은 질서 없이 마구잡이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떨어져서 지켜보던 로건이 말했다.

“고블린은 지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그렇지도 않아? 몇 마리 남지도 않았는데 도망을 안 치네?”

“너무 굶주려서 그렇습니다.”

“멀링가 영지로 출발한 지 이제 이틀째야. 벌써 몬스터가 나오면 가는 동안 꽤 시끄럽겠군.”

갈라실에서 멀링가 영지까지는 7일 거리.

앞으로 5일은 더 가야 한다.

로건은 리안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그사이에 전투는 끝났다.


고블린은 전멸.

상인 쪽 용병은 3명만 남았고, 로건 쪽은 용병 한 명이 팔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사상자는 3명 나왔는데 전체적으로 우울한 기색은 있었으나 비통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길 한편에 무덤을 만들어 주고.

고블린 시체를 뒤지며 돈이 될 만한 것을 찾는다.

30분도 안 되어 용병 대장이 돌아왔다.

대장은 리안에게 전리품을 보여주었다.

고블린 마비침 통 3개, 고블린의 귀 20개였다.

“리안, 마비침 통만.”

“예. 들었소? 고블린 귀는 필요 없소.”

“감사합니다.”

용병 대장은 로건에게 인사하고 물러났다.

케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로건님, 계약할 때 몬스터의 사체는 모두 저희 것이라고 해놨습니다. 고블린의 귀 20개를 용병 길드에 주면 2골드는 줄 겁니다. 귀는 마법 재료 중 하나니까요. 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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