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온리펄스 천재

털의 시대(1)

새해가 되자 스마트폰에 문자가 마구 쏟아진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 문자가 오지 않았는데 성공한 삶을 살게 된 덕분인가?

세계 멸망을 몰랐다면 유유자적 살아갔을 텐데 반대로 보면 그걸 아니까 열심히 사는 것 같기도 하고.

—ㅇㅇ

—제목 : 태양 길드가 물로켓이라고?

(‘신입 각성자가 몰리는 길드’ 뉴스.jpg)

다른 길드가 물로켓은 아니고?

각성자가 빠져나가면 끌어모을 생각을 해야지 그걸 방치하고 있노

└ㄹㅇ

└민간에서 일하는 각성자 끌어들이는 거 보고 이제 와서 허겁지겁 따라 하는데 인지도 ㅈ망이라 가지도 않음

└태양 길드가 기존 사업장으로 쓰던 층에 신입 채우면 뚝딱

└처음에 증축 현상 일어나고 방치된 탑 철거한다길래 병신인 줄 알았는데 신이었던 거임 ㄷㄷ

└미래를 얼마나 내다본 거지?

└고블린 촬영물에 퍼리 추가할 때부터 각 잡고 있던 거지

└사실 고블린 촬영물을 시작한 이유는 퍼리를 추가하기 위해서고 계획은 더 전부터일지도 모름

└1년을 내다본 계획 ㄷㄷ

└심지어 퍼리피아 리스크까지 예측함

—길드렉카

—제목 : 전태양은 다 계획이 있음

(지도의 태양 길드 위치.jpg)

서울에 탑이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데 굳이 대전에 길드를?

고블린 촬영물에 퍼리 추가?

퍼리피아 참가?

탑 철거?

대련권?

이 모든 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건 나뿐이냐?

└나열해 놓고 보니까 미친놈이 맞긴 하네

└그 와중에 B로 랭크업 함 개미친놈

└특성 뭐 찍었는지 모르겠는데 개쎄짐

└전태양이 잘했다기보단 다른 길드가 병신이었음

└ㅇㅇ 맨날 하던 대로 하다가 변화가 오니까 다 무너지잖아

└아무리 길드 망하는 게 글로벌 현상이라지만 태양 길드라는 선례가 있는데 흐린 눈 하다가 개쳐망하는 거 병신 같으면 개추

—ㅇㅇ

—제목 : 태양 길드 퍼리 12명으로 늘었네?

(태양 길드 너튜브 홈페이지.jpg)

흑우랑 북극곰으로 시작해서 종류별로 다 모아놓음 ㅋㅋ

└쿨럭쿨럭쿨럭 폐암 걸릴 것 같아

└왘ㅋㅋㅋㅋㅋ쿨럭

└태양 길드가 시대를 잘 보긴 함 ㅋㅋㅋ

└왜 다들 퍼리 이야기만 함? 고블린 성장하는 거 보면 재밌는데

└ㄹㅇ 개꿀잼임

└댐 만들기 보면 이게 되나? 했는데 결국 해내더라

└얘네 보면 피라미드는 인간이 만든 게 맞음

—터리조아

—제목 : 태양 길드에서 팬미팅 개최합니다.

(팬미팅 일정.jpg)

사전에 신청한 분만 올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라지 않습니다.

└이왜진

└태양 길드는 항상 우리를 뛰어넘는다고 털ㅋㅋㅋㅋㅋ

└퍼리 12명? 그 외의 길드원 퍼리와 사진 찍을 수 있다고?

└ㅅㅂ 이걸 어떻게 참음? 바로 연차 예약하러 간다

└털ㅋㅋㅋㅋㅋ쿨럭

└전화번호 1개에 1번 신청할 수 있잖아? 바로 폰 4개 개통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엄마 아빠 동생 폰도 신청해야지

└이게 진짜 광기지

—용박이

—제목 : 본인 포토 존에 등판할 예정

(거울에 비친 드래곤 퍼리.jpg)

사이드에 포토 존 있는데 12명 외에도 많은 퍼리 길드원이 사진 찍어줌

많은 관심 부탁

└님 만져도 됨?

└용박이) CCTV 있어서 경찰서 팬 미팅 쌉가능

└궁금한 게 왜 12시부터 21시까지임?

└용박이) 나도 들은 건데 직장인 오기 편하라고

└근데 왜 목금토임?

└용박이) 오후 반차 낼 수 있는 사람은 내고 오고 아니면 토요일에 오라는 뜻

└대전까지 차 타고 한 시간인데 퇴근하고 가면 될 듯?

└강원도만 아니면 굳이 반차까지 필요 없긴 해

—ㅇㅇ

—제목 : 물을 들여와서 젓는 새끼들

(팬 미팅 일정.jpg)

도대체 퍼리피아 행사로 왜 흔들림?

팬 미팅으로 뒤집으면 되는데?

└ㄹㅇㅋㅋ

└도대체 길드원 모으기가 왜 힘들다는 건지 모르겠음

└길드원이 부족하면 신입을 받으면 되잖아?

└퇴사자가 많으면 입사자가 많으면 되잖아?

└FURRIT에 보니까 외국에서도 온다는데?

└이게 퍼리피아 행사지 ㅋㅋ

└우리도 국가가 탑 철거 이벤트 한 번 해줘야 하는 거 아님?

└ㄹㅇ

—세최털

—제목 : 털갤러 총진격 시간입니다.

(사람 적은 시간대.jpg)

토요일은 당연히 많을 테니 제외.

금요일은 유연근로제나 반차 때문에 많을 테니 제외.

남은 건 목요일 13~18시 사이입니다.

└아 ㅋㅋ 우리도 각성자 되면 태양 길드에 들어갈 거라고

└각성자 새끼들은 비켜있어

└우린 피규어를 구매하러 온 사람이라구?

└이러고 몇 명 안 올 거 같은데

└100억 대한민국 퍼리 애호가가 전무 올 거임

—비컴최고

—제목 : 다른 길드는 퍼리 팬 미팅 안 함?

(12인의 퍼리 홍보영상.mp4)

다들 시대에 너무 뒤처진 거 아님?

└우리가 얼리 억세스임

└믿기 힘들겠지만, 미국에 견줄만한 속도라고 ㅋㅋ

└좋아해야 하는 부분이냐?

└정보 퍼리피아에 참가하러 온 외국인이 매우 많았다

└비컴최고) 규모 좀 늘려서 한국판 퍼리피아 행사하면 안 됨?

└ㅋㅋㅋㅋㅋ

└이번에 하고 인기 좋으면 할 듯?

└친구들 데려가야겠다

길마가 일을 벌였군.

···

태양 길드의 수입원은 탑, 버스, 대련, 고블린 촬영물, 이렇게 4개다.

가장 수입 낮은 게 고블린 촬영물인데 반대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게 이거다.

전 세계에 알려져서 인지도만으론 대한민국 1위 길드인 제일 길드를 뛰어넘게 해준 공신이니까.

팬 미팅을 하는 이유도 수입 때문이 아니라 인지도를 위해 하는 거다.

한국 1위를 유지해 온 제일 길드조차 외국에 나가면 무슨 길드인지도 모르지만, 태양 길드는 ‘퍼리 행사를 한’ 길드로 알게 되겠지.

누군가는 부끄러운 행사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체급이 있고 여유가 있으니까, 길드에 있는 퍼리를 모아서 행사를 할 수 있는 거다.

길마와 대련하다가 쉴 때 팬 미팅을 왜 하는 건지 물어봤다.

“돈도 벌고 광고비 대신 쓰는 거죠.”

“광고비는 이해되는데 팬 미팅이 돈이 돼요?”

“민수 씨는 아직 못 봤구나. 피규어 만들었는데.”

길마는 스마트폰으로 SD 캐릭터 형식의 12인의 퍼리 피규어를 보여줬다.

“얼마에요?”

“개당 10만 원이에요. 캐릭터당 10,000개씩 만들었어요.”

퀄리티는 좋아 보이지만 15cm 정도 되는 작은 피규어가 10만 원이나 하면 안 팔리지 않을까?

“전부 악성 재고로 남을 것 같은데요.”

“민수 씨는 아직 털의 힘을 모르는군요.”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합니다만.”

“크크큭. 저는 캐릭터당 100,000개씩 만들려고 했는데 창고가 작아서 그러지 못했답니다.”

길마가 미쳐버렸어!

미카처럼 퍼리충이 되어버렸잖아!

영약을 너무 마셔서 뇌의 일부분이 망가진 건가?

“팬 미팅 하는 날에 대련은 대신 참가해 줬으면 좋겠어요.”

“어··· 음··· 제가 굳이요? 좀 험악하게 생겨서 행사장엔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요.”

“각성자가 많이 올 텐데 민수 씨처럼 강해 보이는 사람이 버티고 있어야지 행패를 안 부려요. 인센티브 줄게요.”

돈을 준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지.

그날 밤, 늦은 시간에 대련이 끝나고 사옥을 나가기 위해 1층으로 갔는데 팬 미팅을 할 준비를 마쳐놨다.

이 넓은 곳이 행사장으로 쓰이게 될 줄이야.

12명의 퍼리는 자리에 앉아서 사인, 악수, 사진을 찍어주고 옆에 있는 포토 존에서는 퍼리인 길드원이 사진을 찍어주려나 보다.

사람이 많이 온다고는 했는데 실제로 많이 올까?

***

25살, 170cm, 80kg, 변신(F-), 드래곤 퍼리로 변신할 수 있는 이용박은 팬 미팅 행사에 도우미로 지원했다.

하는 일은 포토 존에 서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는 게 전부.

굳이 수상한 사람을 상대해 줄 필요는 없지만 실력을 키우고 난 뒤에 고블린 촬영물에 낄 생각이라 미리 얼굴을 비추고 싶었다.

행사 당일 오전 11시 30분.

팬 미팅 시작 30분 전인데도 사옥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대기인원만 1,000명에 달했다.

“30분 당겨서 시작하죠. 먼저 500명만 입장하겠습니다.”

“네!”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와! 퍼리 되게 많다!”

“여우 눈나~ 악수해 주세요~”

반은 일반인이지만 반은 직장인이거나 각성자 같았다.

퍼리와 떠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길드에서 무슨 일을 하고 돈은 얼마나 받는지 상담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는 여러모로 이상한 팬 미팅.

하지만 개최지가 길드일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 그렇게까지 이질적이진 않았다.

‘나는 길마님이 지시한 일을 해야지.’

—용박이

—제목 : 팬 미팅 내부 현황

(1층 현관.jpg)

30분 전에 500명 선입장

10분 단위로 500명씩 계속 들어올 거임

└벌써?

└용박이) 점심시간에 더 늘어날 거라서 미리 줄이는 중

└가면 님 만질 수 있음?

└용박이) ㅇㅇ

└상담 쪽에 줄 서는 사람이 많네

└2층 가는 거 보면 대련하러 가는 사람도 있는 듯?

└각성자 은근히 많이 온 거 같음

길마가 내린 지시는 사진을 찍어주다가 틈틈이 갤질을 하라는 거였다.

기자가 들어와서 사진도 찍고 너튜버가 스트리밍도 하지만 모든 곳에서 활발하게 정보가 올라와야 알게 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보통 갤질 하는 거 알면 그만하라고 할 텐데 길마님은 은근히 자유로워.’

20대 초반의 미모의 여성이 다가왔다.

“반가워요. 그토록 바라던 드래곤 퍼리가 돼셨네요.”

“하하··· 누구시죠?”

“파딱.”

“!”

파딱인 세최털을 비롯한 유명 고닉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갤러리에서 수상할 정도로 미쳐 날뛰던 그들은 너무나 평범하게 생겼다.

‘나도 그렇긴 했지.’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다가 교대 시간이 돼서 사람들이 오지 않는 2층으로 갔는데 수련실에서 소음이 났다.

‘민수 선배님은 행사 참가자랑 대련해 주시는구나.’

압도적으로 발린 상대는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김민수와 같이 길마를 만나러 갔다.

—용박이

—제목 : 길드 가입 문의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로 보임

(수련실의 김민수.jpg)

나이 적은 사람부터 많은 사람까지 다양함

시간 되면 와서 상담 받아보는 거 권장함

└일하는 시간에 이런 거 올려도 됨?

└교대했음

└왠지 안 보이더라

└용박이) 20분 뒤에 다시 교대하는데 ㄱㅊ?

└다른 퍼리랑 많이 찍었음

└용박이) ㅠㅠ

‘나는 고블린 촬영물 쪽으로 가고 싶어서 온 거지만 다른 사람들은 왜 좋은 길드 놔두고 태양 길드로 오려는 걸까?’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김민수가 다가왔다.

“고생이 많네요. 왜 대련하러 안 와요?”

“저. 저는 무서워서···.”

“이렇게 늠름하게 생겼는데 무서운 게 어디 있어요. 야성을 폭발시켜 봐요. 대련해 볼래요?”

“저. 저는 일해야 하는데.”

“5분이면 되는데.”

갑옷은 없지만 살살 휘두른다고 해서 서로 무기만 들었다.

‘대련 영상은 수십 번 봤다. 힘 조절은 필요 없어. 나는 전력으로 간다!’

방패를 몸에 붙이고 검을 휘둘렀는데 김민수는 창으로 방패를 쳤고 몸이 날아갔다.

“큭!”

“좀 더 빠르게!”

달리듯이 돌진해서 방패로 창을 비껴내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창은 앞뒤로 긴 무기.

검과 반대로 조금만 움직여도 창의 뒷부분이 휘둘러지며 검을 막고 거대한 손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

오싹

몸이 잡힌 것만으로도 움직일 수 없고 엄청난 악력에 이대로 몸통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다.

이때까진 죽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저항할 거로 생각했는데 죽음을 바로 앞에 두자 오히려 저항할 의지조차 사라졌다.

‘이게 진정한 강함.’

“···.”

“잘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압도적인 강함을 갖고 싶다.

강자가 되어 세상 모든 사람 위에 서고 싶다.

‘저렇게 강해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