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길드(1)
—길드렉카
—제목 : 창천 길드 해체 발표
(창천 길드 홈페이지.jpg)
각성자 수 5500에서 4000으로 감소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됨
└얘네 10위 길드인데 왜 망한 거임?
└돈 없어서
└지난달 월급 밀림
└길드가 월급 밀리는 건 참신하네
└잠잠하길래 안정적인 줄 알았는데 바로 망하는 게 어디 있냐고
└사옥 짓겠다고 3,500억 투자했는데 길드원 빠지니까 답 안 나온 거지
└우리 길드는 별로 나간 사람 없는 데 왜 이리 많이 줄어듦?
└지방 살지?
└ㅇㅇ
└서울은 고랭크 많아서 엄청나게 빠져나감
—털합뉴스
—제목 : 각성자 세금 감면 혜택 추가
(정부 정책.jpg)
각성자 유출 심해서 하는 듯?
└돈 많은데 뭘 더 주냐
└그러게
└자원을 각성자가 캐오는데 각성자가 사라지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음
└물가 안정화 정책임
└지금 길드에 사람 없어서 망하려고 하던데
└각성자 걱정은 하는 거 아니다
└ㄹㅇ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걱정이 연예인이랑 각성자임
—음탕한꼬리로나를
—제목 : 은근히 태양 길드로 별로 안 가네
창천 길드 사람 중에 이미 이민 갈 사람은 갔고 다 서울에 있는 다른 길드 들어감
다 태양 길드 갈 줄 알았는데 의외임.
└대련을 E+ 이하까지만 해줘서 그래
└보수가 적음 그게 전부임
└이게 맞다
└다른 길드도 해체될 위기라 당근 주면서 데려간 거지 뭘 ㅋㅋ
└꽤 좋은 조건으로 갔다던데
└ㅇㅇ 창천 길드보다 많이 줌
—ㅇㅇ
—제목 : 그래서 창천 길드가 운영하던 탑은 누가 가져감?
(22층, 25층 탑.jpg)
다 인원 부족인데 저거 2개 가져갈 수나 있음?
└공동 운영?
└싸움 나기 제일 좋음
└저층이 무조건 유리한데 절대 안 주지
└근데 저거 아무도 안 가져가면 어떻게 함?
└철거
└철거를 누가 하냐고 지들 탑도 노는데
└그러네?
└관리되던 탑이라 어렵진 않을 텐데 그것조차 치명적인 게 지금임
팬 미팅 3일 차, 금요일.
서울에 있는 창천 길드가 해체를 발표했다.
대기업 하나가 통째로 증발한 거나 다름없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안심했다.
다른 길드도 버티기 힘들었는데 창천 길드가 해체되며 계약되어 있던 헌터가 프리로 풀리고 그들을 흡수할 수 있어서 줄줄이 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진짜 문제는 방치되는 2개의 탑인가.
좋은 자원이 많이 나오는 알짜배기 탑이라지만 그것도 자원을 캐올 때나 해당하는 말이지 아무도 안 들어가면 흉물이다.
최근까지 관리됐으니 철거하려면 금방 철거하겠지만 철거에 쓰는 시간이 아까울 테고 방치되면 몬스터가 들끓다가 나중엔 철거하지 못하게 될 테지.
뭐 서울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털을 핥아봐도 되겠습니까?”
“끼아앙~ 쫑긋 솟은 귀가 너무 야해요.”
“케케케케케 음탕한 꼬리나 흔들어 보시지.”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
창천 길드가 망한 건 시작이다.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지겠지.
···
작년 퍼리피아 행사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의 각성자 흡수는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각성자가 크게 늘었지만,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세금이 전부 각성자들 지갑을 채워주는데 들어가다 보니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미카가 말했다.
‘미국도 고생이 많네.’
‘대신 물가가 내려가서 수출도 잘 되고 살기 좋아졌어요.’
미국이 돈 잔치를 하면서 흉물인 탑을 철거하고 각성자를 끌어모으고 있지만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각성자 수는 국가의 경쟁력이나 마찬가지인데 미국에서 돈 잔치 한 번 한다고 인재를 홀라당 뺏기는 나라가 멍청한 거니까.
아무리 각성자가 운 좋게 각성해서 인생 꿀 빨며 사는 사람들이라 해도 섭섭하게 대우하진 말아야 했는데 다수의 의견을 신경 쓰다가 이제 와서 정상화한들 너무 늦은 거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거니 좋게 보인다.
‘미카, 미국이 세계 멸망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아직 시간 많아서 될 것 같아요.’
미국은 미카 덕분에 A+까지 도달하는 각성자가 유독 많다.
긴 시간 동안 고랭크 각성자가 양산된다면 나중에 증축 현상이 자주 발생해도 별 무리 없이 철거할 수 있겠지.
근데 미카 이 녀석 퍼리를 너무 좋아해서 내 팔을 다키마쿠라마냥 껴안고 뺨을 비벼대고 있다.
진성 퍼리충인 줄 알았으면 퍼리인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었는데···.
‘퍼리가 그렇게 좋으면 평소에도 껴안게 퍼리 하나 붙여달라고 해. 말만 해주면 다 들어주잖아.’
‘부. 부끄럽잖아요!’
‘나는 안 부끄럽고?’
미카가 팔에서 떨어졌다.
볼이 빵빵해진 게 불만이 많은 모양이군.
‘미국에 자주 와요! 많이 만지고 싶은데 영약 주러 한 달에 한 번 오는 게 전부면서.’
‘아니··· 물리적으로 너무 멀다고.’
비행기 타고 12시간이나 걸릴 정도인데 거길 자주 갔다간 내 몸이 먼저 축나.
‘흥!’
삐진척하면서 또 팔을 껴안고 뺨을 비빈다.
어차피 나는 1시간밖에 안 자서 오래 못 있고 미카도 퍼리를 마음껏 만지며 쉬고 싶겠지.
‘호랑이 퍼리 말고 흰 사슴으로 변신해 줄까?’
‘그. 그런 거로 좋아할 줄 알았으면 착각이에요.’
히죽
입은 그래도 몸은 솔직한걸?
***
대한민국 길드 순위 1등인 제일 길드.
그곳의 길마인 이제일은 최근 들어 고민에 빠졌다.
‘퍼리가 너무 인기 있어.’
한때 길드원이 8,500명이나 됐지만 고랭크 헌터만 있다 보니 계약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 이민을 가버렸다.
길드원이 줄어들며 매출이 줄어들고 운영하던 탑 중 하나를 포기할까, 싶었는데 흐름을 역행하는 길드가 있었으니 태양 길드였다.
태양 길드가 고블린 촬영물에 퍼리를 앞세워서 광고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딱히 관심 있진 않았다.
지방에 있는 찌끄레기 길드엔 저랭크 헌터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태양 길드는 각성자가 줄줄이 이민 가는 시기에 탑 철거라는 초강수를 뒀다.
“전태양··· 좋은 딜러였지만 길마의 자질은 부족하군.”
“전투와 운영은 다르다는 걸 모르나 봅니다.”
··· 아니었다!
항상 하는 일만 하며 유유자적 돈만 버는 헌터 생활보단 수백 명이 연합해서 레이드를 하고 지칠 때까지 사냥하는 탑 철거가 랭크업을 자주 하는 건 상식!
탑에서 나오는 수익을 포기했지만, 길드원의 이탈은 막았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길드를 유지할 수 없어. 헌터처럼 비싼 사람을 데리고 무상노동을 하다간 파산할 거다.’
“님 태양 길드 봄?”
“고블린 운동회 개재밌더라.”
“몸이 가벼우니까 바람 저항 받는 옷만 입으면 막 날아다니잖아.”
“얘네 벌써 천만 조회수 돌파했네. 하루에 영상 하나씩 찍어내는데 돈 엄청나게 벌겠지?”
‘하루에 천만 조회수가 하나씩 복사된다고?··· 이게 돈이 됐어?’
불법은 아니라서 따라 해볼 생각은 있었지만 무언가를 시도하기엔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
게다가 제일 길드가 퍼리를 앞세우면 명성에 먹칠이고 같잖은 짓 안 해도 순수 체급으로 앞설 수 있다.
‘··· 대련권 판매?’
태양 길드는 대련권을 팔더니 헌터가 아닌 전투계열 각성자와 아예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던 비전투 계열 각성자를 상대로 장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전태양의 전투력.
현역에서 물러나서 약한 몬스터만 잡는 줄 알았건만 B- 딜러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게다가 B로 랭크업 하면서 대련 붐을 일으켰다!
“전태양? 잘 싸우는 사람이었지.”
“그 사람하고 15분간 대련하는데 100만 원이면 싼 거야. 1시간에 400만 원밖에 안 하는 거잖아.”
“나는 D인데 국내에 대련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 나도 대련권 좀 사보고 싶다.”
‘짜고 친 건가? 어쨌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군. 전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사업 감각이 있는 녀석이었어.’
안 그래도 사람이 너무 빠져서 10층짜리 탑을 매각하고 남는 인원을 대련 교관으로 투입했다.
하찮은 태양 길드와 다르게 C+ ~ D-인 각성자만 대련할 수 있게 했지만 사지 절단 사건이 발생하며 인기는 곤두박질쳤다.
‘애초에 C+ ~ D-는 너무 적잖아! 박리다매가 안 된다고!’
하지만 돈이 되긴 했고 악명은 소문이 지날수록 희석될 테니 쭉 진행하면 됐다.
··· 될 줄 알았다.
태양 길드에서 털의 시대를 여는 행사, 팬 미팅을 공표했다.
“하하하하. 길마님, 전태양이 드디어 미쳤나 봅니다.”
“이 친구 요즘 무리하다가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거 아니야? 하하하.”
퍼리가 각성자라서 크게 이상할 건 없지만 수상하다는 밈이 있는데 굳이 퍼리를 전면에 세운 팬 미팅을 하겠다니.
머리가 돌아버려도 이렇게 돌아버리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퍼리 피규어?
두고두고 망하기 직전 길드에서 하는 짓이라고 회자될 게 틀림없었다.
‘··· 돌아버린 건 나였고.’
대호황.
12만 개의 피규어가 전부 매진되었고 길드를 무서워하던 헌터가 아닌 전투계열 각성자들이 대거 참가하며 태양 길드에 입사했다.
“우리도 해야 하나?”
“퍼리는 분식집 같은 겁니다. 저흰 레스토랑이죠. 자극적인 맛에 한두 번 휘둘릴 순 있어도 결국 질릴 겁니다.”
그리고 태양 길드는 3월에 5일짜리 팬 미팅이 한 번 더 열었고 유례없는 대호황을 맞이했다.
“···.”
“···.”
“··· 우리도 털을 판다.”
“길마님!”
“닥쳐! 퍼리인 헌터 목록 가져와! 내가 고른다.”
‘태양 길드에 퍼리가 아무리 많아도 우리보단 많지 않고 피규어를 만들어도 우리보다 잘 만들진 못해!’
“재고해 주십시오. 퍼리는 정말 아닙니다.”
“제일 길드는 항상 1등이어야 한다. 경쟁자가 치고 올라오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라고? 퍼리 피규어 보기 싫으면 대안을 가져와.”
“저희도 고블린 촬영물을-”
“지금 당장 망하게 생겼는데 그걸 언제 해! 돈은 어디서 나고!”
“대련을 좀 더 추진-”
“고랭크 헌터가 얼마나 비싼지 몰라? D급이랑 대련해 줘야 본전이고 E급이랑 대련해 주면 손해야!”
“··· 가져오겠습니다.”
‘창천 길드는 자금이 없어서 먼저 해체됐다. 다음은 우리 차례야.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 없어.’
“여기부터 여기까지 퍼리 25명 모아다가 레이드 하는 영상 찍어. 저랭크 길드원하고 대련 하는 영상도 찍고 영상 좀 쌓이면 팬 미팅 들어간다.”
“··· 피규어도 만듭니까?”
“당연하지. 그 조그마한 게 10만 원인데 왜 안 팔아.”
모두가 반대했지만 강행했다.
위기가 닥쳤을 때 돌파구는 물러나는 게 아닌 전진하는 거니까.
—세최털
—제목 : 제일 길드 너무 좋아 최고최고
(25명의 퍼리 분대.jpg)
캬~ 빵빵 ㅋㅋㅋㅋㅋ
└와캬퍄헉농빵털ㅋㅋㅋㅋㅋㅋㅋ
└얘네 태양 길드랑 안 겹치는 퍼리 고른 거 고트임 ㅋㅋㅋㅋㅋ
└근육질 검은색 늑대 눈나? ㅗㅜㅑㅗㅜㅑㅗㅜㅑ
└수달 서포터 개꼴리농ㅋㅋㅋㅋㅋ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가져옴 ㅋㅋㅋ 너무 좋아
└역시 대한민국 1위인 길드는 뭐가 달라
—길드렉카
—제목 : 제일 길드 팬 미팅 일정 공지 렉카
(팬 미팅 일정.jpg)
판매 물품에 피규어, 다키마쿠라, 쿠션, 브로마이드, 스티커가 있네요
왜 있는 거지?
└엌ㅋㅋㅋㅋㅋ
└다키마쿠라가 겨우 30만 원? 딱대
└집까지 어떻게 들고 감?
└차 타고
└난 당당하게 들고 갈 건데?
└암사자 눈나 브로마이드? 이거 어떻게 참음?
└ㄹㅇ 개꼴려서 보이는 곳마다 걸어둘 듯
└기숙사인데 걸어놔도 되겠지?
└룸메도 좋아함 ㅇㅇ
└흑늑대 눈나 피규어 개잘뽑혔다
└이게 겨우 10만 원?
└얘네 태양 길드랑 협업함?
└ㄹㅇ 합리적 의심인데
└노트북에 스티커 붙이고 다녀야지
└퍼리퍼리야
└난 스마트폰에 붙이고 다닐 건데?
└퍼리퍼리퍼리야;;
└정보 제일 길드는 홈페이지 메인에 퍼리를 내세웠던 적이 있다
└온 세상이 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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