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온리펄스 천재

제일 길드(2)

팬 미팅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준비해 둔 48만 개의 피규어는 완판.

길드 가입을 문의하러 온 사람도 많고 노잼 밈이 잡혀 있는 대전에서 떠들썩한 축제라 방송국과 수많은 스트리머가 왔었다.

문제는 제일 길드인가.

우리가 쉽고 편하게 승승장구하면 누군가 따라 할 줄 알긴 했는데 길드 순위 1위인 길드가 따라 할 줄이야.

길마와 대련하는데 길마가 말했다.

“제일 길드에 쳐들어갈 겁니다. 같이 가시죠.”

“길드전인가요? 우리가 질 것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현실은 게임이 아니라고요. 팬 미팅 가는 겁니다.”

“···.”

길마도 털박이었어?

진짜 어디에도 없는데 어디에도 있구나.

“뭔가 이상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

“아뇨, 그럴 수도 있죠.”

“뭐가 그런데요.”

“혹시 아내분이 퍼리인가요?”

“맞긴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다 이해합니다. 퍼리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죠.”

“아니라고!”

온리펄스를 1년 이상 운영하며 수상한 사람을 많이 본 만큼 길마는 ‘진짜’에 가깝지만, 가치관의 혼란으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다.

아아, 이 어찌 불쌍한 운명인가.

나만큼은 자기 자신을 찾지 못하는 길마를 이해해 줄 거다.

길마가 변명하길 제일 길드는 팬 미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직접 보고 좋은 점이 있으면 따라 하겠다고 했다.

“음음. 좋은 핑계군요. 아무도 의심하지 않겠어요.”

“···.”

“저는 이해해 줄 수 있으니까 돌려 말할 필요 없이 퍼리 만지고 싶다고 하면 돼요.”

“정상화가 필요하겠군요.”

3월 인센티브를 30% 받을 줄 알았는데 20%밖에 못 받았다.

···

서울.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서울민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나라 그 자체나 다름없는 곳.

서울의 인구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탑이 많네요.”

높은 탑이 자주 보였다.

“인구 분산 정책을 해도 서울은 서울이니까요.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르고 있죠.”

“높은 탑이 나타나면 철거하기 힘들 텐데.”

“그만큼 고랭크 헌터도 많아요.”

고랭크 헌터···.

태양 길드는 최근 들어 길드원이 늘면서 고랭크 헌터가 많이 유입됐지만 내가 입사했을 당시 헌터가 1,450명인데 C- 이상인 헌터가 10명이었다.

실력 좀 있는 헌터는 다 수도권에 있다는 거고 대외적으로 E- 광전사인 나는 어깨 좀 으쓱이며 다니다간 시골 헌터라며 놀림 받겠지.

“행사 관계자들 말고 저랑만 온 이유가 있나요?”

“괜히 사장이 옆에서 알짱거리면 할 일도 못 하죠. 저는 저대로 보고 오고 직원은 직원대로 보고 오면 돼요.”

나 말고 같이 올 사람 많지 않나?

난 이제 입사한 지 반년 조금 넘었는데.

옆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 사람 그 사람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와 팔 되게 두껍다.”

“앞에 있는 사람이 신태양이지?”

“아니, 신태양은 밈이고 전태양이야.”

길마가 웃는 걸 보면 사람들 눈에 띄려고 데려온 건가.

퍼리피아 행사에서 날 광고판으로 쓰더니 맛 들인 것 같다.

근데 팬 미팅을 나처럼 눈에 띄는 사람이 가면 눈치 보이지 않나?

“우리가 가면 쫓아내지 않을까요?”

“정정당당한 염탐이지만 손님인데 쫓아내겠어요? 저는 모든 굿즈를 다 구매할 건데.”

“역시 다 구매하시는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 언제부터 믿었는데요.”

알면서.

제일 길드에 도착했다.

건물의 면적이 월드컵 경기장만큼 넓고 높이는 무려 100층.

이 건물에서 수만 명은 살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대한민국 1등 길드의 저력인가.

4중 출입문을 지나고 로비로 들어가자, 건물 내부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광활한 공간이 펼쳐졌다.

1층 높이만 20m쯤 되는 데다 탁 트여있어서 너무 으리으리해.

수상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일 길드 내부가 궁금하거나 고급스러운 건물 내부가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와볼 만하다.

“저희도 이런 건물 지어요.”

“돈 좀 모이면 사옥을 새로 짓고 싶은데 이 정도까진 엄두가 안 나네요.”

더 안쪽으로 이동하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었고 25명의 퍼리가 사람들과 떠들고 사진을 찍어주는 데다 포토 존에는 수많은 퍼리가 서 있어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수상한! 길마님과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 수상함이에요. 설마 제일 길드의 길마도 퍼리충이었던 걸까요?”

“이 정도의 수상함이라면 합리적 의심입니다. 굿즈부터 사죠.”

길마는 피규어 25종류와 그 외의 굿즈도 하나씩 샀다.

이걸로 쫓겨날 일은 없겠지만 이제 뭘 하려는 거지?

“앉아있죠. 사진 찍고 싶으면 갔다 오세요.”

“저는 관심 없어요. 길마님이 갔다 오시죠. 짐은 제가 지키고 있을게요.”

“훗. 사진 한 번은 찍어봐야 제대로 확인했다고 할 수 있겠죠.”

길마는 흑늑대 눈나의 줄로 갔고 10분은 있어야 올 테니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내야겠다.

—ㅇㅇ

—제목 : 헤으응 콜록콜록

(제일 길드 팬 미팅 현장.jpg)

콜록콜록콜록

└응오옥 콜록콜록

└콜록콜록

└켁 케엑

└이 새끼들 왜 이럼?

└폐에 털 참

—ㅇㅇ

—제목 : 김민수랑 전태양

(줄 서 있는 사진.jpg)

당당하게 줄 서서 사가심

└퍼리가 부끄럽냐?

└아니라곤 할 수 없지

└설마 퍼리 차별주의자임? 퍼리도 사람이야 사람

└피규어 종류별로 하나씩 사 가는 거 봄

└나도 봄 ㅋㅋ

└수상한 길드끼리 돕고 사는 건가?

└수상하다 수상해

—세최털

—제목 : 헤으응 코끼리 오빠 너무 좋아

(코끼리 퍼리와 같이 찍은 사진.jpg)

빵빵해요

└음심 가득(진짜임)

└님보다 어리지 않음?

└세최털) 빵ㅋㅋ면 다 오빠임

└근육 개오지네 레스타이거보다 조금 못한 듯?

└대신 엄니가 멋짐

└ㄹㅇ

└퍼리도 멋있는 사람만 모아두니까 인식이 좋아짐 ㅋㅋ

—수달ㄹㄹㄹ

—제목 : 농ㅋㅋ 수달 퍼리를 한 번 드셔보겠습니까?

(귀여운 수달 퍼리.jpg)

와캬퍄헉농ㅋㅋㅋㅋㅋㅋㅋ

└오천만 농농단이 이 글을 추천합니다

└갤러리 신기록 찍겠네

└백억 퍼리단을 무시하는 것이냐

└지구인보다 많아?!

└근육도 없고 가슴도 없는데 뭐가 좋음?

└그게 좋은 거임

└꼴알못

—음탕한꼬리로나를

—제목 : 굿즈 다 삼 ㅎㅎ

(제일 길드에서 파는 모든 굿즈.jpg)

요즘 행복해서 죽을 것 같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있을까?

└ㄹㅇ

└퍼리로 대동단결할 수 있는데 이걸 왜 지금까지 안 함?

└그야···.

└?

└글 쓴 놈 닉을 보면 이해되지 않을까?

└콜록콜록(행복사함)

└콜록! 콜로옥!

└폐암으로 죽어가는데 어떻게 퍼리를 추진하냐고 ㅋㅋㅋ

—ㅇㅇ

—제목 : 흑늑대 눈나랑 같이 사진 찍는 신태양

(흑늑대 퍼리와 전태양.jpg)

└이왜진

└정보 태양 길드는 퍼리를 앞세우기로 유명한 길드다

└이상할 건 없음 ㅋㅋ

└개 환하게 웃는데?

└흑늑대 눈나를 어떻게 참음? 진짜 모름

└머리 쓰다듬으면 헤실헤실 웃을 수밖에 없음

└불가항력임 ㄹㅇ

***

“길마님, 행사장에 전태양이 나타났습니다.”

“녀석은 뭘 하고 있지?”

“굿즈를 종류별로 사고 퍼리와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

‘그 녀석 설마 ‘진짜’였나?’

퍼리를 내세운 건 전략적 선택이 아닌 사심!

온갖 욕망이 그득그득 들어가 있고 자신은 그것도 모른 채 발을 들여버린 느낌이다.

위잉~

급할 때만 진동하는 업무용 스마트폰이 진동하고 있다.

화면 잠금을 해제하자마자 뜨는 충격적인 내용의 그림.

전태양이 흑늑대 퍼리의 다키마쿠라에 키스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진짜다. 우리가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음심으로 뒤집어버렸어!’

태양 길드는가 대전에 있어서 그렇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전부터 대길드였다.

지금은 체급이 더 커졌는데 그곳의 사장이 경쟁사 제품, 여자 퍼리 그림이 그려진 베개에 키스한다?

제일 길드로 쏠렸던 시선이 전부 전태양한테 갈 게 뻔했다.

인터넷에 난리 났을 게 뻔해서 검색을 해보자, 예상대로였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꼴잘알 신태양

—신태양이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네

—온 세상이 퍼리충

—GOD SUN

—[뮤지컬 신태양]

—Hello Furries

—대태양

—태양의 힘을 쓰면 차별주의자를 정상인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진 퍼리 라인업으로 대세를 이끌고 있었는데 전부 전태양 이야기로 가득 찼다.

“말도 안 돼. 남의 행사에 깽판을 놓는 게 어딨어! 이건 항의해야 합니다!”

“깽판이 아니야. 녀석은 진짜다.”

“···! 설마 전태양은.”

“그래, 퍼리충이다. 녀석과 입사 동기인데 나조차 이제야 알 정도로 철저하게 숨겼군.”

“그러고 보면 전태양의 아내는···.”

“양 퍼리다.”

오싹

알고 지낸 지가 10년은 되는 데다가 퍼리와 결혼까지 하고 최근 들어서 친퍼리적인 행사를 하는데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어디에도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는 그들.

헌터라는 직업과 길마라는 직위로 수상함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어쩌면 우리는 전태양을 이기지 못할지도 모르겠군.’

아무리 진짜를 따라 하려 해도 진짜에 미치진 못할 테니까.

1층으로 내려가자 흑늑대 다키마쿠라를 자기 아내인 것처럼 꽉 껴안고 얼굴을 비벼대는 미친놈이 있었다.

‘계속 어그로를 뺏어가는 건 길마인 내가 용납하지 못해.’

“어이. 전태양.”

“오랜만이다 제일아.”

“그 꼴은 뭐지?”

“보면 모르나? 홍보하고 있잖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퍼리에 빠진 50대 등골브레이커 모쏠 백수 퍼리충인 것 같지만 진짜 정체는 태양 길드의 길마.

그 간극에서 오는 엄청난 갭 모에는 관심 없는 사람조차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가 이 녀석만큼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태양 길드는 모든 길드가 나락을 가는 동안에 치고 올라오는 유망주다.

아직은 위세를 유지하는 길드가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약해질 테고 태양 길드가 치고 올라온다면 제일 길드와 경쟁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론 태양 길드를 억누를 수 없어.’

전태양부터 광기에 휩싸여서 퍼리를 추진하는데 자신의 정상적인 가치관으론 맞붙는 것조차 불가능할 거다.

‘제일 길드는 항상 1등이 여야 해. 하지만 이길 순 없다. 그래, 나는 각오가 부족했던 거야. 수치심은 이번 행사를 하면서 다 버렸다.’

농퍼리인 수달 다키마쿠라를 가져와서 전태양 옆에 앉았다.

“너 설마.”

“네가 하면 나도 할 수 있지.”

쪽

다키마쿠라에 그려진 수달 퍼리에 뽀뽀했다.

···

—길드렉카

—제목 : 퍼리충 분들은 보고 가면 좋은 짤

(수달 다키마쿠라에 뽀뽀하는 이제일.jpg)

봤으면 꺼져

└이게 나라냐?

└나라 맞음 ㅋㅋ

└나라(뒤집힘)

└아니 ㅋㅋ 대길드 길마가 퍼리충?

└이러다가 대통령도 갑자기 퍼리충 선언하는 거 아니냐?

└ㄹㅇㅋㅋ 지금 털밍아웃하기 가장 좋은데

└퍼리도 계속 보다니까 꼴리는 것 같기도?

└님아

—세최털

—제목 : 지금까지 털의 수호를 위해 암약한 퍼리 유공자 님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수달 퍼리와 사진 찍는 이제일.jpg)

└강제로 빨간약 섭취

└농약을 마신 것 같아 머리가 아파

└그거 이마에 뿔 나는 거임

└유니콘은 나가 있어

└사실 대한민국은 퍼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던 거임

└그게 수면 위로 떠오른 거지

└제1차 퍼리파동인가?

└충격은 충격인데 ㅋㅋㅋ

—ㅇㅇ

—제목 : furrit 슈퍼스타 이제일

(흑늑대 퍼리와 포옹하는 이제일)

한국 유명인사됨;;

이런 식으로 유명해지는 건 바라지 않았는데

└지금 전 세계에서 팬 미팅 참가하러 온다더라

└이게 퍼리피아 행사라고 ㅋㅋㅋㅋㅋ

└나 제일 길드인데 길마가 저럴 줄 몰랐다

└진짜 점잖은 사람이었는데 배신당한 것 같아

└야 너도?

└야 나도

└ㅋㅋ

└ㅋㅋㅋㅋㅋ

—음탕한꼬리로나를

—제목 : 어둠의 퍼리단이 세상을 지배하는 걸 들켰군

(25인의 퍼리와 단체 샷을 찍은 이제일.jpg)

무지몽매한 것들은 모른 채로 당하는 게 좋았을 텐데

└나는 구한 거다 이 나라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애초에 모두가 퍼리를 좋아한다면 퍼리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도 될 텐데

└··· 털박이 씨?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도 있다

└그것이 우리다

└우리에서 나는 빼줘

—터리조아

—제목 : 아아, 그렇게 된 건가.

(이제일.jpg)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길드.

제일 길드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님 태양 길드잖아요

└터리조아) 아군임

└아군 ㅇㅈㄹ

└터리조아) 이곳에 건방진 녀석이 있군요. 미쓰 파딱?

└세최털) ay

└방금 사람이 하나 죽었다 이유는 터무니없다 퍼리를 모욕했기 때문이다

└나 세상이 무서워졌어

└도대체 언제부터 퍼리충이 없다고 생각한 거지? 우리는 항상 존재했다

└ㅅㅂ 이민을 가던가 해야지

└그렇게 강한 말은 하지 마 약해 보이니까

└안심해라 세상은 그대로니까

└님 미국가도 똑같음 ㅎㅎ

‘이제 브레이크는 없어.’

“제일 길드가 하늘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