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채집으로 탑 아닌, 산 정복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세옹
작품등록일 :
2024.08.01 00:14
최근연재일 :
2024.09.15 22:3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3,307
추천수 :
781
글자수 :
239,994

작성
24.08.11 20:31
조회
754
추천
25
글자
12쪽

배달냥(2)

DUMMY

로운은 꼬물이들이 사라진 박씨 아저씨네 집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박씨 아저씨 놀라겠군.’


박씨 아저씨도 꼬물이들을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세 마리가 들이닥쳐서 물약을 건네주면 당황할 터였다.


녹마산 주위에는 아버지처럼 물약을 제조할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주민 대부분이 각성자였기에 물약 수요는 끊이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느린 제조 속도로는 수요를 따라가기 버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유독 아버지의 물약을 선호했다.

각성자 혜택으로 좀 더 빠르게 물약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아버지의 물약을 기다려서라도 사려고 했다.


박씨만 해도 채굴하면서 돈도 꽤 벌었을 텐데 계속 아버지 물약만 고집하신다고 들었다.


그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이학수는 텃밭 가꾸기에 더 진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특성은 제조가 아닌 약초 재배였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빨리 약초 재배를 성공시켜 연금술이 보편화되길 바랐다.


그런 까닭에 그의 명성에 비해 물약 판매 수량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렇다고 가격을 올리진 않았다.


한편 채굴 준비를 마치고 장비를 점검하던 박씨 아저씨.

그의 앞에 갑자기 홀로그램 창 하나가 나타났다.


[주문하신 체력회복 물약 3개가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이고, 깜짝이야! 이게 갑자기 왜 이래?”


박씨는 레이드 전용 개인 메신저가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이게 왜 집에서 작동하는 거지? 고장인가?”


박씨가 메신저 창을 끄며 중얼거렸다. 문득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리던 그때였다.


문지방 너머로 빠꼼이 고개를 내민 작은 머리 셋과 눈이 마주쳤다.


“헛? 니들은 술사가 데려온 신수 고양이들이 아니냐?”


박씨가 반가운 얼굴로 꼬물이들을 불렀다.


“냐옹-!”


수랑이가 마루 위로 냉큼 뛰어 올라오더니 박씨 앞에 앞발을 모으고 앉았다.

토란과 솔이도 수랑을 따라 옆에 앉았다.


신수 고양이 셋이 쪼로록 앉은 모습이 신기해서 박씨 아저씨가 흐뭇한 얼굴로 내려보았다.

그런데 녀석들 머리 위로 웬 투명한 입방체 조각이 둥둥 떠 있다.


“이건 뭐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각 입방체 조각 앞으로 물약병이 뿅하고 나타났다.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지만, 이내 좀 전에 떠오른 메신저 창이 생각난 박씨는 허공에 떠 있던 물약들을 집어 들었다.


“설마, 물약 배달 온 거냐?”


박씨는 그제야 이학수에게 부탁한 체력 물약이 떠올라 물었다.

그러자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문구와 함께 배달료 지급 선택란이 떴다.


[현금/물품]


“허참, 세상 좋아졌군.”


채굴꾼이었던 그는 현금보다 주로 마정석으로 거래하는 쪽이었다.



꼬물이들의 귀여운 등장과 신기한 입방체 모양에 잠깐 셈 능력을 상실한 박씨 아저씨.

주머니에서 적당한 크기의 마정석 조각 세 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투명한 입방체 조각 하나가 손바닥 위에 놓인 마정석 쪽으로 날아왔다.

조각들이 감쪽같이 사라짐과 동시에 [지급 완료]라는 문구가 떴다.


“흠, 이학수가 공간 마법을 대여했는가?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나?”


박씨는 저 네모난 조각이 공간 주머니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가 재차 그럴 리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공간 주머니는 고가였고, 고작 이 짧은 거리를 배달하기 위해 구매했을 리가 없었다.


“흠, 아무튼 정말 놀랍구나. 채굴 다녀와서 한번 들러야겠는걸.”


박씨는 꼬물이들 머리를 차례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오옹-”


그의 손길이 좋은지 솔이가 머리를 비벼대자 박씨는 껄껄 웃었다.


배달을 완료한 꼬물이들이 꾸릉 소리를 내면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박씨는 한 번씩 뒤를 돌아보는 녀석들이 귀여워 대문 밖까지 배웅했다.


길가에 서서 꼬물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로운.

마침내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글귀가 떠올랐다.


[토란이의 배달이 완료되었습니다.]

[솔이의 배달이 완료되었습니다.]


- 채굴꾼 박씨 아저씨네,

- 체력회복 물약 3개


▷배달료

- 하급 셀레스톤 조각 3개


배달료로는 하급 셀레스톤 조각 3개를 받아왔다.

비록 손톱만 한 크기지만, 물약값보다 훨씬 이득이었다.

게다가 빛 속성을 띠는 셀레스톤을 빻아 물약을 만들어 판다면 몇 배나 비싸게 팔 수 있을 터였다.


‘셈이 정확한 박씨 아저씨가 웬일로 후하신 거지.’


신수들을 좋아하는 박씨가 꼬물이들을 보내니 팁을 준 모양이다.


배달이 완료되었는데도 좀처럼 나오지 않던 꼬물이들이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대문 앞에는 아쉬운 듯 배웅 나온 박씨 아저씨가 연신 팔을 흔들어 댔다.


신수 냥이들은 꼬리를 하늘로 치켜세운 채 로운에게 달려왔다.

그러면서도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며 멀어지는 박씨 아저씨를 홀렸다.

저만치서도 환하게 웃고 있는 박씨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수랑, 토란, 솔이 모두 너무 잘했어. 이따가 맛있는 거 줄게.”


로운은 꼬물이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조금만 녀석이 벌써 이렇게 말귀도 잘 알아듣고 기특한데.

테이머의 펫이 됐을 땐 한 달 동안은 새끼 고양이처럼 돌봤었는데.


그때,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첫 배달 업무를 달성하였습니다!]


[하급 물약 3개를 제한 시간 내에 안전하게 배달하세요.]


* 성공 시 : 공방 업그레이드

* 실패 시 : 배달 능력 삭제


[루빅스 마법 공방 업그레이드를 시작합니다···10%]


공방 레벨이 높아질수록 업그레이드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배고프다. 밥부터 먹자.’


로운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꼬물이들은 기분이 좋은지 셋이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로운을 앞질렀다.


도착하니 마당에 나와 어딘가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아버지.

통화를 끊은 그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아버지, 무슨 전화예요?”


마을에 초상이라도 난 건가.

녹마산 마을 주민이라면 로운도 거의 알고 있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아니, 녹마산 병원에서 물약 조달 전화가 왔는데, 지금 마독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더구나. 근데 도와 줄 수가 없어서 말이다. 남은 물약도 없고, 약재들도 남아 있지 않고···.”


이학수는 허탈한 어조로 말했다.

이 동네에서 유일한 연금술사인 그가 긴급 상황에 돕지 못하게 되다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흠, 마독이 급증하고 있었다니···.’


로운은 과거에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각성한 다음 날, 각성 검사를 위해 꼬물이들 데리고 떠났고, 그 후로 바로 숙소를 배정받았었다.


그때, 긴급 메시지가 나타났다.


[녹마산 지킴이 미션 발동!]


[마을에 정체불명의 마독이 퍼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명이 위험에 처했어요.]


[주민들을 구하고 마독의 원인을 밝혀주세요.]


제한 시간 : 3일


성공 시 : 공방 업그레이드 및 신기능 추가


실패 시 : 레벨다운


‘헐, 이건 또 뭐야.’


마독의 원인을 찾아라고?

근데 실패 시 레벨다운 이라니 치사하게.

메시지를 들여다보던 로운은 루빅스 공방에 물약 방울들을 꺼내 허공에 띄웠다.


“아버지, 병원에서 물약 어떤 거, 얼마나 필요하다던가요?”


동동 방울지어 떠 있는 수십 개의 물약 방울들을 본 이학수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 어, 그래. 해독제와 치유 물약이 다 떨어져 간다더구나. 주로 마독이나 외상 환자들이니 하급 물약이면 충분할 거다.”


“지금 가서 주고 올까요?”


“아니다. 곧 어두워지면 위험하니까 내일 갖다주도록 해.”


이학수는 행여나 아들이 고집을 피울까 봐 아예 몸으로 막아서며 집으로 이끌었다.


“휴, 아무튼 우리 아들 덕에 한숨 놓았구나.”


이학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들의 어깨를 꾹 잡았다. 그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과 고마움이 가득했다.

그때, 약초 도둑이 생각난 로운이 물었다.


“아, 쥐구멍은 막으셨어요?”


“아, 그게··· 구멍이 하나도 없더구나.”


이학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공방 안 책상과 찬장은 나무로 되어 있지만 벽은 애초에 갉을 수 없는 재료.

구멍이나 부서진 곳을 찾아보았지만 멀쩡했다.


로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가 잘 못 보시진 않으셨을 텐데.

구멍이 없다면 문을 열고 들어왔던지 다른 방식으로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로운은 잠시 공방을 안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약초를 갉아 먹은 흔적은 있는데, 도둑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갉은 자국을 봐서는 소동물이 맞는 것 같은데. 어디로 들어왔다 나갔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아버지,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이렇게 해 봐요.”


로운은 밀가루를 찾아 바닥에 뿌렸다. 소복이 내려앉은 하얀 가루가 바닥 표면을 얇게 덮었다.


그 위에 루빅스 공방에서 말린 약초 몇 개를 꺼내어 올려 놓았다.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감엽사(甘葉四) 잎이었다.


“약초 도둑은 주로 해독 초와 단맛이 나는 약초들 위주로 갉아 먹었어요. 단 걸 좋아한다면 꼭 먹으러 올 거예요.”


아버지 이학수는 신수들과 동물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 내일 아침에 발자국만 찍혀 있어도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단란한 불빛 아래 고소한 밥 냄새가 터져 나오고, 곧 어머니 손수희의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밥상이 차려졌다.


오늘의 요리는 그린 프로그 무침.


녹마산에서 배터지게 구워 먹었던 그린 프로그였지만, 이렇게 무쳐 먹으니 그 맛이 또 달랐다.


“많이 먹어, 아들.”


“네, 어머니.”


로운은 가늘게 썰린 프로그 고기와 약초를 한데 모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아삭.


부드러운 닭고기 같은 식감에 아삭한 약초들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싱그러운 향연이 펼쳐졌다.


하루 종일 녹마산을 누비느라 쌓인 피로가 어머니의 요리를 한 입 먹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졌다.


‘아, 이것이 행복이로구나.’


로운은 새삼 깨달았다.

자신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걸.


사랑하는 펫을 잃고 나서 그가 먹은 음식들은 능력치와 회복을 올리기 위한 것들 뿐이었다.

그 음식들에는 위로도, 행복도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았다.


‘과거의 나는 어째서 이런 행복을 당연하게 여겼던 걸까. 훌쩍.’


“맛있어요! 어머니 최고!”


로운이 손수희에게 엄지척을 해 보이자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한편, 꼬물이들에겐 손수희표 생식이 주어졌다.

그린 프로그와 각종 약초들을 섞어 양념 없이 만든 신수 전용 생식.


냥냥냥-!

영양가가 한층 올라간 프로그 고기 맛에 꼬물이들은 밥그릇에 코를 박은 채 열심히 먹어댔다.


그 모습을 아버지 이학수는 귀엽다는 듯 묵묵히 내려보시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와, 내가 구워준 프로그 고기보다 더 맛있어 보이네.’


하긴, 무려 C급 요리사님의 요리였으니, 버프 효과와 맛이 비교될 수 없을 터였다.

**


다음날, 로운은 녹마산 종합 병원으로 향했다.

껌딱지처럼 붙어서 계속 따라오려는 꼬물이들도 함께.


문득 뭔가 허전하다 싶은 생각에 루빅스 공방 창을 열어본 로운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밤새 루빅스 공방 레벨이 올라 있었던 것이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루빅스 공방 조각의 개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쩌적. 쩌적.


루빅스 조각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분열해 나갔다.


눈 깜짝할 새 가로와 세로로 갈라지더니, 어느새 로운이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큐빅 장난감처럼 3X3 모양이 되었다.


이어서 레벨업 정보가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채집으로 탑 아닌, 산 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바꿔 보려합니다. < EX급 채집으로 탑 아닌, 산 정복 > 24.09.06 40 0 -
공지 [월요일은 쉽니다.] 연재 시간 < 오후 10시 35분 > 24.09.05 14 0 -
공지 [연재 안내] 24.08.01 392 0 -
40 그녀는 능동형 각성자 24.09.15 203 11 13쪽
39 첫 게이트 배달(3) 24.09.14 276 10 14쪽
38 첫 게이트 배달(2) 24.09.13 323 15 13쪽
37 첫 게이트 배달(1) 24.09.12 355 14 12쪽
36 콩쥐가 수상하다 24.09.11 373 12 15쪽
35 의문의 초대장 24.09.10 385 15 14쪽
34 만월 밤에 이루어지는 교배법 24.09.08 401 17 14쪽
33 쉬익, 나 엄마 없는뎅 24.09.07 407 16 14쪽
32 정수가 깃든 서펜스 스테이크(2) 24.09.06 415 17 11쪽
31 정수가 깃든 서펜스 스테이크(1) 24.09.05 427 18 13쪽
30 맹독봉 정복(4) 24.09.04 426 15 14쪽
29 맹독봉 정복(3) 24.09.03 430 17 13쪽
28 맹독봉 정복(2) 24.09.01 452 18 14쪽
27 맹독봉 정복(1) 24.08.31 468 18 13쪽
26 신수지기(2) 24.08.30 485 19 14쪽
25 신수지기(1) 24.08.29 505 20 13쪽
24 선물(2) 24.08.28 505 19 14쪽
23 선물(1) 24.08.27 539 18 15쪽
22 장난감 공방 24.08.25 547 19 12쪽
21 각성 검사 24.08.24 563 20 14쪽
20 다운그레이드 물약 +1 24.08.23 572 16 14쪽
19 녹마산 중턱에 오르다 +1 24.08.22 576 20 13쪽
18 후배가 생겼다옹 24.08.21 601 19 12쪽
17 이벤트 미션(2) 24.08.20 583 19 14쪽
16 이벤트 미션(1) 24.08.18 628 23 14쪽
15 홍련화(3) 24.08.17 628 21 14쪽
14 홍련화(2) 24.08.16 638 2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