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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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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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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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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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가르침

DUMMY

7번째 시범 경기.

선발 투수는 진현수였다.

현재 건파우더즈는 다섯 명의 선발 투수를 돌려가며 쓰고 있었고 시범 경기는 총 10경기였다.

이번이 진현수의 마지막 시범 경기였다.


‘시험을 해볼거라면 이번밖에 없어.’


원래 진현수는 묵직한 포심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가며 가끔 변화구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유형의 선발이었다.

그리고 마광길이 요구한 전략은 극단적인 뜬공 땅볼 투수였다.


진현수도 흔히 땅볼 투수나 뜬공 투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알았다.


‘보통은 투수 재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그런 잔재주를 부린다고 생각했는데.’


한국 프로 야구에서 투수에게 요구하는 첫번째 재능은 제구였다.

아무리 강속구를 뿌릴 수 있어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선수로 쓰기 어려웠다.

그런 선수는 볼질을 하거나 한가운데로 공이 몰렸다.

프로 레벨의 타자는 가운데로 몰리는 공을 놓치지 않았다.


제구 다음은 구속과 구위였다.

볼끝이 깨끗하면 작대기 직구라고 하여 안타를 두들겨 맞았다.

속도가 너무 느려도 써먹을 수 없었다.


제구, 구속, 구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재능만 봐도 어떤 투수를 선호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필요한 순간에 완벽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투수였다.


맞춰잡는 투수는 장점이 많았지만 엄청난 단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실수 한번에 큰 안타나 홈런이 나올 수 있다는것이었다.


야구의 모든 것은 장점과 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었다.

선수는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도 같이 가져가야 했다.

스탯을 좋게 하려면 지금처럼 던지면 그만이었고 건파우더즈에서 가을 야구를 가려면 맞춰잡는 투수로 변신을 해야했다.


‘포심 대신에 투심의 비율을 늘리라는거지.’


투수들 사이에서 투심은 손장난이라는 비하가 있었다.

힘으로 타자를 눌러버리는 포심에 비해 투심은 속도가 떨어지고 변화가 더 심했다.

같은 직구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보통 힘이 넘치는 젊을때는 포심을 많이 던지다가 노화로 힘이 빠지는 투수들이 투심으로 직구를 바꾸었다.


진현수도 투심을 던지는 법은 알았지만 돌직구라고 불리는 포심에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쓰지 않는 상태였다.

포심이면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데 굳이 속도를 낮춘 투심을 쓸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평소의 자신과 전혀 다른 피칭을 해볼 생각이었다.


‘이게 얼마나 성공적일까.’


그건 진현수도 알 수 없었다.


**


감독 노강수는 경기를 보다가 투수 코치 도경수를 불렀다.


“네, 감독님.”

“저거. 자네가 지시했어?”


도경수도 진현수가 평소와 다른 피칭을 하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아뇨. 그냥 평소처럼 하라고 했습니다. 현수 정도면 코치의 말이 필요한 수준이 아니니까요.”


감독도 투수 코치도 진현수가 완전히 바뀌었다는걸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래? 재경이가 지시하는건가?”


어떤 팀은 포수가 투수를 리드했다.

그리고 어떤 팀은 투수가 주도적으로 볼배합을 요구했다.


포수와 투수의 커리어, 볼배합 능력, 성격에 따라 누가

투구를 이끌어나갈지 결정되었다.


진현수는 건파우더즈에서 가장 잘나가는 내국인 투수였고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확신도 강했다.

당연히 대부분의 볼배합을 자신이 결정했다.


“그건 아닐겁니다.”

“그럼 자기가 볼배합을 바꾸었다는건데··· 잘하던걸 내버려두고 왜 다른 짓을 하지?”


진현수는 최소 10승은 해줄 수 있는 투수였다.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모험을 하고 있었다.


도경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일단은 투구 내용이 괜찮으니까 지켜보는게 어떨까요? 현수도 애가 아니니까 무슨 생각이 있을겁니다.”


투수 코치의 말대로 진현수의 투구는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1회에 투구수 7개 무실점.

2회에 투구수 5개 무실점.

3회에 투구수 10개 1실점.

4회에 투구수 6개 무실점.


수많은 땅볼과 뜬공이 나오고 있었다.

상대 타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난 시즌의 진현수를 생각하고 타격을 하고 있었다.

포심을 노리고 배트를 휘두르니 변화가 심한 투심을 번번이 빗맞추고 있었다.


4회 수비가 끝나고 진현수가 자리로 돌아오자 노강수는 진현수를 불렀다.


“네, 감독님.”

“뭐하는거냐?”

“네?”

“이전 시즌처럼만 하면 10승은 거뜬하다. 잘하면 15승 운이 좋으면 20승도 가능하겠지. 그런데 굳이 위험하게 맞춰잡는 피칭을 하는 이유가 뭐냐?”


대다수의 투수가 구속, 구위, 제구를 앞세워서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맞춰잡는건 적은 투구수로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있지만 수비의 실수 한 번, 타자의 예상치 못한 영웅 스윙에 큰 안타와 홈런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가장 강한 공을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못잡으면 자신의 책임이지만 수비 실책으로 점수가 나는건 투수만의 책임이 아니었다.

남탓을 할 수 있을때 투수의 멘탈은 더 크게 흔들렸고 제구는 더 많이 흔들렸다.


노강수는 날카로운 눈으로 물었다.


“프로 생활 1, 2년 한 것도 아닌 투수가 갑자기 바뀐건 이유가 있겠지. 다른 사람에게 이상한 소리라도 들은거야?”


진현수는 잠깐 생각을 했다.

여기서 바로 마광길의 이름을 말할수도 있었다.

감독은 야구장 안에서 모든 일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

2선발 자리를 빼앗길수도 있었다.

감독이 선수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노강수 감독이 젊은 시절에 얼마나 무서운 감독이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입의 이름을 팔아먹는 못난 선배가 아니었다.


“4회까지 28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8회까지 56개의 공을 던지겠네요. 9회까지도 충분하고 완투 할 수 있을겁니다.”

“완투? 완투라는 타이틀이 가지고 싶은거야?”

“아닙니다. 타이틀은 상관 없습니다. 완투를 해서 다른 투수들이 하루 더 쉴 수 있는 시간이 가지고 싶습니다.”


야구는 팀 게임이지만 개인별 스탯이 다른 스포츠보다 발달해 있었다.

누가 뭘 잘했고 뭘 못했는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선발 투수는 한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자신의 스탯에 굉장히 민감했다.


“좋아.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평균자책점은 더 올라갈거다. 야수의 수비 실책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심판의 판단에 따라 그 중 일부는 너의 실책으로 기록될거니까.”


그건 돈과 바로 연결되었다.

내년의 연봉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고 몇년 뒤에 있을 FA 협상에서도 몇십억을 오락가락하게 만들수도 있었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야구 선수도 돈은 중요한 문제였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원래대로 투구하겠습니다. 만들어 둔 몸이 어디가는건 아니니까요.”

“밸런스가 어긋날수도 있다. 신발에 모래 몇알 들어갔다고 제구가 어긋나는 투수도 있어.”

“그 정도 위험도 감수하지 못하면 지난 시즌처럼 남들 가을 야구하는거 구경만 하겠죠.”


머리가 굵어진 투수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감독은 더 말릴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해라.”


오늘 투구 내용만 봐도 나무랄 곳이 없었다.

하루에 계투 하나씩만 아낄 수 있어도 전체 시즌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두들겨 맞는다면 바로 교체할거다. 위험한 피칭이라는건 변하지 않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야구장에 환성 소리가 들려왔다.

타석에 나갔던 마광길이 투런 홈런을 친 것이었다.


진현수는 마광길이 가볍게 뛰어서 홈베이스를 밟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것을 보고 웃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잘치는 타자를 본적이 없었다.

그가 가을 야구를 노리고 볼배합을 바꾼건 마광길의 영향이 있었다.

타자 쪽에 새로운 에이스가 있고 자신이 더 많은 이닝을 먹어준다면 가을을 갈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것이다.


그리고 마광길은 진현수의 옆에 가서 앉았다.

리볼버를 통해서 진현수와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두 들은 이후였다.


‘생각보다 의리가 있네?’


진현수가 좀 더 좋게 보였다.

그에게 좀 더 많은 말을 해주고 싶어졌다.


“선배. 오늘 피칭 좋던데요?”

“수비들이 생각보다 잘잡아주더라고.”


봄의 상승세 때문인지 수비들은 지난 시즌보다 집중력 있는 수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도 늘 마음의 준비는 하고 계셔야 할거에요. 저도 투수 출신이라서 알잖아요. 맞춰잡는 피칭이 언제 배트에 걸려서 담장 너머로 넘어갈지 모른다는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맞는것과 하지 않고 맞는건 멘탈의 데미지가 달랐다.


“그런건 야구 하다보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 나도 그 정도는 안다.”


그리고 마광길은 진현수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보았다.

고릴라 손, 강심장.

고릴라 손은 다른 투수보다 훨씬 변화가 심한 투심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강심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진현수는 누구보다 뛰어난 이닝이터가 될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오늘과 같은 피칭만 계속 해준다면 건파우더즈의 우승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심장도 의외의 홈런에 흔들릴 수 있지.’


강심장의 특성을 가진 투수도 사람이었다.

홈런을 맞고 점수가 많이 나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강심장은 아예 흔들리지 않는 로봇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남들 보다 덜 흔들릴뿐이었다.


야구의 시즌은 길었고 온갖 일이 일어나는 법이었다.

진현수가 오늘과 같은 피칭을 이어나간다면 한번은 위기가 오기 마련이었다.

그 날을 위해서 마광길은 부적 같은 말을 해주었다.


“그런 날이 오면 저만 바라보세요. 선배가 홈런을 맞으면 내가 바로 홈런으로 되갚아 줄테니까.”

“짜식. 말은. 태우 형 말이 맞네. 배트보다 입 놀리는 솜씨가 더 좋아.”


**


시범 경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건파우더즈를 상대하는 투수는 마광길의 소문을 듣고 대비를 했다.

선발 투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인간의 체력은 무한이 아니었다.

볼배합을 바꾼 진현수처럼 극단적으로 투구수를 아끼는 유형이 아니더라도 만만한 타자는 적당히 상대하고 힘든 타자에게는 집중했다.

덕분에 마광길의 앞뒤 타선은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투수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건파우더즈의 하위 타선이 살아나고 있었다.


건파우더즈는 시범 경기 7개를 하면서 5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기 내용도 훌륭했고 점점 많은 팬들이 시범 경기를 보러 오기 시작했다.


마광길은 경기가 끝나면 가장 큰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못하면 무조건 욕을 박지만 잘할때는 누구보다 칭찬을 해주는 곳이었다.


리볼버는 같이 커뮤니티를 보면서 말했다.


“거기는 왜 봐. 똥통이야. 똥통.”

“너도 똥통에서 만들어졌잖아.”

“그러니까 더 잘알지.”

“하지만 정신 차리기에는 이 정도로 좋은게 없지.”


지금 마광길은 건파우더즈의 확실한 타자 유망주로 자리 잡았다.

주변에는 칭찬하는 사람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유망주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마광길은 알고 있었다.


“우승하기 전까지는 쓴소리도 좀 들어야지. 여기는 아무리 잘해도 욕하는 미친 놈들도 있으니까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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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화 해치스 24.09.10 78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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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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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눈치 24.08.22 158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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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눈치 24.08.18 19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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