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디에스11
작품등록일 :
2024.08.01 15:45
최근연재일 :
2024.09.18 13: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8,462
추천수 :
339
글자수 :
254,332

작성
24.08.09 13:00
조회
251
추천
8
글자
11쪽

9화 가르침

DUMMY

보통 야수는 야수끼리 모여서 밥을 먹었고 투수는 투수끼리 모였다.

하지만 가끔은 구단에서 제공하는 식당을 놔두고 밖에서 외식을 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그럴때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선수들이 소수 모여서 움직였다.

그리고 선배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후배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둘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진현수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진현수는 한우집에 데리고 갔다.


“먹고 싶은만큼 먹어. 이모님. 여기 모듬으로 주세요.”


종업원이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집이었다.

고기가 익는 사이에 진현수가 마광길에게 물었다.


“내 볼을 직접 경험해보기도 했고 시범 경기에 나가는것도 봤지? 어때?”


진현수는 딱히 마광길과 친해지고 싶어서 밥을 사주는게 아니었다.

자신의 컨디션은 작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작년과 비슷하다면 작년처럼 꼴찌 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진현수는 자기 스탯을 충실히 쌓아서 FA만 노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투수 코치님이나 다른 베테랑 타자 선배들에게 물어보는게 낫지 않겠어요? 그걸 굳이 저한테?”

“너도 다들 날 어떻게 다루는지 봤잖아. 무슨 왕자처럼 다루니까.”


투수는 예민했다.

경기 하나에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작은 심리적인 불편함 하나에 제구가 흔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선발로 나와서 잘던지고 대기록을 이룰 수 있을것 같은 투수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을 정도였다.


“그럴만하죠. 현수 선배는 2년차에 신인왕도 받았고. 지금까지 잘던지고 있잖아요. 괜히 조언을 했다가 투구 밸런스가 어긋나면 큰일이죠.”


토종 2선발.

그것만으로 진현수가 건파우더즈에서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너도 나에게 아무 말도 안해주려고?”


마광길은 진현수를 빤히 보았다.

이전 삶의 기억이 떠올랐다.

진현수도 자신과 비슷했다.

자신이 투수였을때는 든든한 투수 선배로 많은 조언을 해주었었다.

그리고 타자였을때는 각자 투수 에이스, 타자 에이스로서 팀을 함께 이끌어나갔다.

그러다가 진현수는 FA 자격을 얻고 먼저 팀을 나갔다.

돈을 좀 적게 받아도 우승할 수 있는 강남 해치스로 가서 결국 우승 반지를 세 개 꼈다.


‘돈보다 명예가 더 중요한 인간.’


마광길은 돈을 선택해서 미국으로 가서 성공을 하고 나서야 돈보다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걸 알았지만 진현수는 회귀도 하지 않았는데 명예를 더 중요시 여기던 남자였다.


“선배는 나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줄 알았어요.”

“투수라고 들어온 신입이 내 공을 뻥뻥 치는데 좋아할 투수 선배가 어디있어? 하지만 너 시범 경기 하는거 보니까 칠 놈이 쳤던거더라. 실력이 있는 타자한테 지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 두번째 대결을 포기해버리는게 부끄러운거고. 물론 우리는 같은 팀이니까 두번째 대결을 할 일은 없겠지만.”


좋은 의미로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다.

후배에게 졌다고 삐져 있는 소인배가 아니었다.

후배가 실력이 있다는걸 알고 스스로 나서 가르침을 청할 정도의 대인배였다.


“그래서. 내 볼에 대해서 해 줄 말이 없어? 어차피 너 타격 코치님 말도 잘 안듣잖아. 코치님 눈치도 안보는데 선배 눈치는 보겠어?”


리볼버가 킥킥 거리며 웃었다.


“사람 본성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마광길은 자신의 연기가 뽀록 났다는것에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티 났어요?”

“티 나지. 눈치 좋은 사람들은 다 알아. 우동남 코치님은 널 새로운 4번으로 만들려고 이것저것 손보려고 하지만 결국 하는척 하다가 자기 스윙하잖아. 너.”


마광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선배를 내버려둘 수 없었다.

미우나 고우나 같은 팀 동료였다.


마광길은 진현수의 특성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고릴라 손. 강심장.


고릴라 손은 악력을 높여주는 특성이었다.

이 특성이 있다면 한국 야구에서 악력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강심장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었다.

선발 투수에게는 꼭 필요한 특성 중 하나였다.


마광길은 진현수가 어떤 구종의 공을 던지는지 천천히 기억해보았다.

벌써 4번째 인생이고 만남이었다.

진현수의 구종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140 후반의 포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구속이 엄청나지는 않고 제구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프로 5년차답게 다양한 구종을 스트라이크 존에 넣을 줄 알았다.

그리고 악력이 워낙 좋아서 포심은 살짝 떠오른다는 착각을 주며 돌직구라는 평을 받았고 다른 변화구들도 보통 투수보다 변화가 심했다.


“지금처럼 해도 매년 10승 이상은 할 수 있을거 같은데요?”


적당한 구속, 제구, 레퍼토리.

뛰어난 공의 회전력.

어딜가나 밥값을 할만한 투수였다.


“10승 정도로는 만족을 못하니까. 이번 시즌에는 가을 가보고 싶거든.”


무슨 심정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프로 레벨로 올라오는 선수라면 보통 이상의 승부욕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승부욕이 없으면 정상을 벗어난 노력을 할 수 없고 비정상적인 노력이 없다면 프로 레벨의 기술과 몸을 가질 수 없었다.

승부욕이 없는 사람은 진작에 중, 고등학교 때 다른 진로를 가지기 마련이었다.


진현수는 FA 자격이 갖춰지면 다른 팀으로 떠날 투수였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도 가을 야구를 하고 싶었고 우승을 노려보고 싶어했다.


그게 정상적인 프로 선수의 마음가짐이었다.


“내가 건방지게 선배에게 조언을 드리는건 좀 아닌것 같구요.”


애초에 진현수는 거의 대부분이 완성되어 있는 투수였다.

애매하게 건드렸다가 밸런스가 어긋나 지금보다 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더 컸다.

진현수가 실망을 하려고 할때 마광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만약 내가 선배였으면 피칭 스타일을 조금 바꾸었을거에요.”

“어떻게?”


아무리 조언을 구할 사람이 없어도 이제 막 프로에 들어온 막내에게 조언을 구한다는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막내는 자신의 공을 가볍게 때려냈고 투수 경험도 있었다.

지금 건파우더즈에서 마광길을 직접 상대해본 투수는 진현수뿐이었다.

진현수는 마광길이 범상치 않다는걸 느끼고 있었다.


“개인 성적을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던지면 그만이에요. 타선이 폭발하면 승리를 챙길거고 게임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평균 자책점이 많이 높아지지는 않을거구요. 하지만 가을 야구를 가고 싶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그래서 너라면 어떻게 던질건데?”


진현수의 투구 레퍼토리는 평범했다.

평소에는 힘을 좀 뺀 상태로 포심과 체인지업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투구폼이 똑같기 때문에 어지간한 타자는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위기가 찾아오거나 상대하기 힘든 타자가 나오면 깜짝 커브나 슬라이더를 던졌다.

한 타자에게 한두번 밖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한 타자는 속아 넘어갔다.


만루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전력 투구를 했다.

그럼 그의 포심은 한단계 진화했다.

공이 덜 떨어져서 수많은 포심을 봐온 프로 타자들은 공이 떠오르는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포심을 던지고 동일한 폼으로 체인지 업을 던지면 두 구종의 변화가 한층 더 커져서 위기를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력 투구는 오래 지속할 수 있지 않았다.


“선발이 진짜 팀을 위한다면 결국은 이닝을 먹어줘야죠. 자신이 경기 하나를 온전히 책임져서 다른 투수들이 쉴 수 있게 해주는게 베스트 아닙니까.”


말은 쉬웠고 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괜히 현대 야구에서 선발 투수가 6이닝을 책임지면 자기 할 일을 다했다고 하는게 아니었다.


진현수는 일단 계속 들어보았다.


“능력이 안되는 투수는 꾸역꾸역 6이닝을 막아내야하겠지만. 능력이 있는 투수라면 그 이상을 노려야죠.”

“나는 그럴 능력이 있나?”

“가능하죠. 해봐야 알겠지만.”


그리고 마광길은 자신이 선발 투수였던 시절에 했던 전략을 하나씩 말했다.


“일단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겁니다. 타자 하나 당 공 하나로 잡는다고 생각해보죠. 땅볼이든 플라이든. 한 이닝에 투구수 셋으로 아웃을 잡으면 9이닝을 가도 공 27개만 던지면 끝입니다.”

“말 그대로 이상적인 이야기네.”

“하지만 완투를 하는 투수들은 그 날 땅볼과 플라이 아웃이 많이 나오는것도 사실이죠. 완투를 하거나 8이닝까지만 책임져도 계투가 하루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다음 경기도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죠. 진짜 가을 야구를 가고 싶으면 그런 생각으로 공을 던져야 합니다.”

“같은 팀 욕을 하는것 같아서 좀 그런데. 넌 우리 팀 수비를 믿어?”


마광길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화면 하나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한 야구 팬이 지난 시즌 각 팀별 여러 수치를 정리한 표가 있었다.

그 표에는 실책도 기록되어 있었다.


“수비 실책을 꽤나 하는 팀이지만 임팩트 있는 장면이 많아서 그렇지 의외로 실책은 많지 않아요. 숫자로만 따지면 4등. 이 정도면 수비 믿고 던질만하지 않아요?”


에러가 적은건 아니지만 다른 팀에 비해 특별히 많은건 아니었다.

투수 입장이라면 충분히 믿고 던질 수 있을만한 환경이었다.


“결국 내 선택이라는거네. 수비를 믿고 완투를 할 것이냐. 내 스탯을 위해서 6이닝 빡세게 던지고 내려올것이냐.”


개인 스탯에는 수비를 믿지 않는게 유리했다.

하지만 팀 승률에는 수비를 믿는게 유리할것도 같았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진현수는 결정은 미루고 물었다.


“좋아. 만약 네가 투수라면 그런 야구를 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공을 던질건데?”

“보통 제구나 구속에 자신이 없는 투수가 땅볼 투수나 뜬공 투수를 한다고 하죠. 내가 선배였다면 둘 모두를 노리겠습니다.”


마광길은 자신이 선발 투수였던 삶에서 실행했던 전략을 진현수에게 가르쳐주었다.

그 과감한 전략에 진현수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마광길은 맛있게 익은 고기를 하나씩 먹으면서 말했다.


“한번 시험을 해볼거라면 시범 경기 때가 기회에요. 원래 시범 경기가 그럴려고 하는거잖아요. 실전 같은 연습.”


진현수는 수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까지 하던대로만 하면 적당히 10승 이상을 챙기고 무난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FA 자격만 획득하면 최소 50억원의 계약금은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몇년간 건파우더즈를 지켜본바로는 하던대로만 하면 가을 야구에 가는건 불가능하지.’


연승은 짧았고 연패는 길었다.

매년 약점은 바뀌었지만 팀이 약하다는건 동일했다.

타선을 보강하면 투수진이 터지고 투수를 보강하면 타선이 약해졌다.

무슨 저주라도 걸린것 같았다.


‘내가 커리어 하이를 찍고 20승을 해도 가을 야구를 갈 수 있을까?’


가능하다보다는 불가능하다는것에 더 마음이 갔다.

건파우더즈는 그런 팀이었다.


‘한번쯤은··· 시험을 해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49화 데블스 NEW 23시간 전 33 5 11쪽
48 48화 보스몹 24.09.17 49 4 11쪽
47 47화 보스몹 24.09.16 56 4 12쪽
46 46화 보스몹 24.09.15 54 3 12쪽
45 45화 보스몹 24.09.14 61 5 12쪽
44 44화 보스몹 24.09.13 66 5 12쪽
43 43화 해치스 24.09.12 75 5 12쪽
42 42화 해치스 +1 24.09.11 77 6 11쪽
41 41화 해치스 24.09.10 86 7 11쪽
40 40화 해치스 24.09.09 95 7 11쪽
39 39화 해치스 +3 24.09.08 101 9 11쪽
38 38화 해치스 +1 24.09.07 105 6 11쪽
37 37화 드래곤즈 24.09.06 117 5 12쪽
36 36화 드래곤즈 24.09.05 114 8 12쪽
35 35화 드래곤즈 24.09.04 130 7 11쪽
34 34화 드래곤즈 24.09.03 133 8 11쪽
33 33화 드래곤즈 24.09.02 138 10 11쪽
32 32화 드래곤즈 +1 24.09.01 162 7 11쪽
31 31화 대책 24.08.31 151 8 12쪽
30 30화 대책 24.08.30 149 9 12쪽
29 29화 대책 24.08.29 156 8 11쪽
28 28화 대책 24.08.28 152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9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62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60 9 12쪽
24 24화 눈치 24.08.24 168 8 12쪽
23 23화 눈치 24.08.23 175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68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8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76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