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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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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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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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가르침

DUMMY

마광길은 건파우더즈의 팬 게시판에 들어가서 글과 댓글을 하나하나 읽어보았다.


-건파우더즈에 오랜만에 유망주 하나 터진거 같네. 투수로 영입한 줄 알았는데 타격에 이렇게 재능을 보일 줄 누가 알았겠어.

-입스가 왔다는 뉴스가 올라왔을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올해 1라운드 1번을 날렸나 개썅욕을 했는데.

-시범 경기에 가서 스윙 봤거든? 차원이 다르더라. 그냥 타격감이 좋다는게 아니라 완성형이야.

-걔 고등학교 때는 그 정도로는 잘치지 않았는데. 뭔가 각성이라도 한건가?

-노력했겠지. 갑자기 입스가 와서 투수를 못하게 되었으니까 손바닥에 피가 나도록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을까?

-스윙 보면 전성기 구태우 느낌도 나더라고.


리볼버는 커뮤니티 글을 같이 보다가 말했다.


“뭔 쓴소리를 들어. 다들 정신 나간 소리만 하고 있구만. 뭔 각성은 각성. 야구를 몇년 했는데 그 정도 스윙은 해야지.”


그리고 글을 좀 더 내리자 간간이 냉정한 글도 있기는 했다.


-어휴. 요즘 유입이 왜 이렇게 많냐. 시범 경기에서 1등 하는거 한두번 보냐.

-이러니까 다른 팀 팬들이 건파우더즈를 봄에 터지는 화약이라고 놀리지.

-시즌 길다. 벌써부터 난리 치지 말자. 정규 리그는 들어가서 생각해야지.

-유망주가 한달 반짝 잘했다가 슬럼프 오래 가는것도 한두번 본것도 아니고.


그래도 마광길이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어서 그런지 욕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 팀 팬들은 좀 더 극단적인줄 알았는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나.”

“어휴. 그럼 그렇지. 역시 바라는게 있었네. 특성 하나 더 얻으려고 그러는거 아냐?”


살다보면 특성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특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다.

마광길은 알짜배기 특성만 골라서 받아놓고 나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더 많은 특성을 원하고 있었다.


마광길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 경기는 좀 조져봐야겠다. 조질려면 시범 경기때 조져야지. 순위에 반영안될때.”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보면 알아.”


마광길은 다음 시범 경기에서 일부러 1루수에게 직접 향하도록 공을 날렸다.

상대팀 울산 스틸워리어즈는 작년 정규 리그 2등에 코리안 시리즈를 우승한 팀이었고 1루수 강민석은 수비요정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골든 글러브를 탄 훌륭한 야수였다.

큰 몸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민첩하게 움직여서 마광길의 공을 잡아냈다.

마광길은 5타수 1안타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네 번을 쳤지만 세번은 강민석이 잡아낸 것이다.


그러자 커뮤니티에 바로 마광길에 대한 상세한 분석이 올라왔다.


-마광길 딱 정리해준다. 눈 좋고 몸 좋은 교타자라는건 인정. 하지만 아직 유망주라서 그런지 적당히 좋아 보이는 공이면 초구딱 해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리고 임팩트 순간에 손목을 과하게 돌리는 버릇이 있는데 공이 무조건 3루 아니면 1루 방향으로 날라간다. 상대팀에서 수비 시프트를 적당히 하면 아웃이 꽤나 많이 나올듯.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라.


그 글에는 지금까지 시범 경기에서 마광길이 날린 타구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많이 빠졌는지 나왔다.

그 기록은 정확했다.


전문가의 냄새가 나는 글에 잘나가는 어린 타자를 시기하는 악플이 하나씩 달리기 시작했다.

한 경기에 안타 하나를 치면 밥값은 한 셈이지만 지금까지 워낙 잘했고 모든 공이 야수 정면으로 가서 팬들의 실망이 컸다.


-그럼 그렇지. 투수 하던 놈이 타자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하위 타선 정도가 끝이네.

-올해도 타자는 구태우 투수는 진현수 믿고 가야지.

-신입한테 너무 큰 기대를 거는게 잘못이다.


리볼버는 마광길의 얼굴을 슬쩍 보더니 말했다.


“이 정도 악플로는 느낌이 안오지?”

“한 경기를 더 조져야 하나? 건파우더즈 팬들 착하네.”

“차라리 상대팀을 조져서 그쪽에서 악플을 받는건 어때?”

“겨우 시범 경기야. 배트 좀 잘휘두른다고 나 욕할 사람은 거의 없어. 지금 시기는 건파우더즈 팬들에게 욕먹는게 제일 쉬워.”


마광길은 시범 경기 하나를 더 조졌다.

이번에는 초구딱을 하면서 중간중간은 헛스윙도 섞었다.

그러자 타격 코치 우동남이 와서 격려를 해줄 정도였다.


“요즘 뭔가 안맞네. 집안에 무슨 문제가 생긴건 아니지?”


일부러 악플을 받기 위해서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걸 솔직하게 말할수는 없었다.


“없습니다. 그냥 컨디션이 조금 이상하네요. 예전처럼 1루나 3루를 노리면서 치는데 그게 잘잡혀가지고.”

“그래. 그럴 수 있지. 차라리 2루를 뚫는 안타를 노려보는것도 나쁘지 않아. 너는 내가 어떻게든 주전으로 데리고 갈거니까 이것저것 시험해봐.”


우동남은 마광길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광길도 우동남이 자신을 지지해 줄거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미친 짓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광길 옆에서 그를 지켜본 코치와 다르게 인터넷의 팬들은 바로 본격적인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어휴. 마광길 저 X새끼 거품이었다. 그럼 그렇지. 투수 출신이 뭐 벌써 타자를 하겠다고. 타자가 일이년으로 되는건줄 아나.

-생긴것도 어디 감자 같이 생겨가지고.

-감독은 뭐하냐. X나 감없네. 마광길 안되는거 내 눈에도 보이는데 빨리 다른 선수들 시험해 봐야지. 끝까지 주전으로 쓰고 있냐.

-시범 경기때 최대한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건 기본 아냐? 왜 소중한 주전 자리를 저런 거품한테 계속 주냐고.

-아니, 저 미친 새끼는 왜 계속 초구딱 하냐고. 공 하나 그냥 보는게 그렇게 어렵나?

-헛스윙 붕붕 돌리는거 보니까 드디어 컨택 거품도 다 꺼졌네.

-토토충 아녀?

-뇌 비우고 야구 하는 새끼 또 하나 늘었네.


겨우 2경기를 조졌는데 욕설과 유언비어가 포함된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야구팬들이 안타 하나에 웃고 에러 하나에 쌍욕을 한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리볼버는 슬쩍 마광길을 보았다.


마광길도 사람이었다.

악플을 보면 마음이 좋을리가 없었다.

마광길은 잠깐 눈을 감았다.

심호흡을 했다.

그의 심박수가 살짝 올라가다가 다시 내려갔다.


“후우.”


마광길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이상한 빛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는 광기의 불꽃이었다.


그는 거울 속에 자신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특성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악플 변태.


마광길은 웃으면서 리볼버에게 말했다.


“참 사람 마음 통제하는게 쉽지 않아. 3회차 말년에야 겨우 얻었던 특성이잖아.”


대부분의 사람은 화가 나면 손발이 떨리고 제대로 된 사고를 하기 힘들었다.

피가 뇌보다는 온몸의 근육에 돌면서 이성보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이려 했다.


인간이 머리 좀 쓰는 원숭이였던 시절에 화가 나는 상황은 곧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육체의 컨트롤은 무디게 만들고 파워를 올리는 방향으로 분노할 수 있게 진화했었다.


섬세한 운동인 야구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신체 현상이었다.


하지만 가끔 특이한 인간이 있었다.

욕을 먹고 화가 나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더 야구를 잘하는 인간들이 있었다.

그런 인간은 하나 같이 악플 변태라는 특성이 있었다.

욕을 먹을수록 더 냉정해지고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특성이었다.


타고나는게 아니라면 얻는게 지극히 어려운 특성이었다.

멘탈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평생 마음 수련을 한 스님도 다 늙어서 겨우 얻을 수 있는 경지였다.

마광길도 3회차 인생 끄트머리에 겨우 얻었던 특성이었다.


그리고 4회차 인생을 시작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마광길은 손쉽게 악플 변태 특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은 깜박이는 정도지만 앞으로 욕 먹을 일은 많으니까.”

“특성 얻으려고 일부러 욕 먹는 선수는 너 밖에 없을거다. 도대체 어디에 긁힌거야?”

“씨바. 나보고 감자 같이 생겼다고 하잖아. 그래도 이만하면 야구 선수 중에서는 괜찮은데.”

“거기?!!!”



**


시범 경기는 거의 끝이 나고 있었다.

9경기 중에 5경기를 이겼고 무승부가 2번 패배가 2번이었다.

오늘 경기도 적당히 승리를 할걸로 보였다.

3위의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리볼버가 투덜거렸다.



“네 놈이 일부러 두 경기를 조지지만 않았어도 1등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을거다. 멍청한 놈.”


마광길은 웃었다.

리볼버가 투덜거리며 귀여운 욕을 하자 악플 변태 특성이 발동하면서 몸에 힘이 도는게 느껴졌다.


“이것 때문에 내가 악플 변태를 얻은거지.”


리볼버는 팬들의 염원이 모여서 만들어진 존재라서 그런지 보통 팬들과 비슷한 행동을 했다.

99번 잘해도 1번 못하면 못하는 상황에서는 욕을 했다.

그리고 그건 그대로 마광길의 힘이 될 예정이었다.


9회 마지막 타석.

8대 5로 건파우더즈가 이기고 있었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한 마광길도 주전으로 수비를 나가면서 타격을 하면 9회에는 지칠 수 밖에 없었다.

매의 눈도 흐릿해져서 공의 회전이 잘보이지 않고 자석 배트도 약해져서 배트 컨트롤도 둔해졌다.

하지만 악플 변태 특성이 발동해서 그런지 집중력이 다시 오르고 있었다.


창원 데블스의 마무리 투수 김덕구가 빨리 경기를 마무리 하고 싶다는 표정으로 공을 던졌다.

빨리 경기를 마무리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던진 묵직한 포심이었다.

속도 158의 묵직한 직구였다.

회전이 워낙 좋아서 살짝 떠오르는것처럼 느껴졌고 배트의 윗면에 맞고 말았다.


탁!


공은 포수 머리 위로 날아가 파울이 되었다.


‘역시 한국도 잘하는 선수가 많다니까.’


의도해서 파울을 시킨거면 모르겠는데 이번에는 순수하게 힘에서 밀린것이었다.

리볼버가 마광길을 비웃으며 말했다.


“옛날 생각나지? 홈런 타자 몸이었을때는 힘으로 밀리지 않았을텐데.”


리볼버가 이죽거리자 다시 한번 악플 변태 특성이 발동했다.


빠악!


다음에는 커터였다.

포심과 거의 동일했고 홈플레이트 안쪽에서 갑자기 마광길의 몸쪽으로 들어왔다.

마광길의 의도와는 다르게 배트 얇은 부분에 맞았고 내구력이 약한 커프트 배트는 부서지면서 공을 파울 처리 시켰다.


“투 스트라이크. 마지막 시범 경기인데 여기서 끝낼거야? 4회차가 아깝다! 허접아!”


리볼버의 말이 다시 마광길의 몸에 힘을 넣어주었다.

리볼버는 딱히 악플 변태를 발동하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었다.

그냥 팬들처럼 행동하는것뿐이었다.


마광길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포심에도 당했고 커터에도 당했다. 다시 포심이 올수도 있고 커터가 올수도 있다. 다른 변화구가 올수도 있다. 끝까지 눈으로 보고 조급해 하지 말고 치는거다.’


김덕구는 공을 던졌다.

그가 자랑하는 포심이었다.

마광길은 그게 포심이라는걸 알아봤다.


‘평소보다 높게 친다는 느낌으로 휘두르자.’


따악!


그리고 마광길은 집중력이 돌아온 몸으로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은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맞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공이 날아가는걸 끝까지 보지 않아도 홈런인걸 확신할 수 있었다.

마광길은 웃으면서 베이스를 돌았다.


“저 미친 새끼!!”


덕아웃으로 돌아오자 선배들이 막내의 홈런을 축하하며 헬멧을 두들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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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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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49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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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7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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