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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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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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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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정규 리그 전

DUMMY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개의 시범 경기가 끝이 났다.

마광길은 타율 0.486, 출루율 0.622, 장타율 0.816의 미친 성적이었다.

그리고 홈런도 6개나 치면서 모든 이들의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인터넷에서도 마광길의 성적은 연일 화제가 되었다.


-정규는 144경기니까 단순 계산으로 이번 시즌 84개 홈런 기대해볼만하냐?

-구태우의 재림이다.

-재림은 무슨. 구태우도 신인 1년차에는 이정도로 못했어. 발목 돌아가서 3년까지 고생했던거 모르냐.

-화약 타선 다시 돌아왔다!!!


마광길은 그걸 보면서 쓰게 웃었다.


“이러면 악플 변태가 발동을 안하는데···”

“너는 칭찬을 해줘도 뭐라고 하냐?”


마광길은 씩 웃기만 했다.

시범 경기가 끝나고 대략 3일 정도 짧은 휴식 시간이 생겼다.

그는 그 시간도 타격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계속 가벼운 연습을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


타격 코치 우동남은 배팅볼을 가볍게 툭툭 치고 있는 마광길에게 찾아와서 말했다.


“타순이 좀 더 올라갈거다. 잘하면 6번까지도. 못해도 7번은 될거야.”


장타로 점수를 내는 타순은 3, 4, 5번 클린업 트리오였다.

팀내 최고의 타자들이 자리 잡는 곳이었다.


“팀에 불만은 없나요?”


6번 타자라고 하면 나름 고평가를 받는 타순이었다.

이제 막 프로에 올라온 신입에게 줄만한 타순은 아니었다.


타격감은 파도와 같았다.

올라갈때도 있고 떨어질때도 있었다.

그 편차가 적은 선수는 있지만 없는 선수는 없었다.


지금 마광길이 보여주고 있는 실력이 운 좋게 타격감이 최고조에 달한거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마광길이 앞으로 내리막만 걸을거라고 말하는 다른 팀의 팬들이 있었다.

그건 팀 내부에서도 충분히 있을만한 의견이었다.


마광길은 언젠가는 리드 오프로 나가기를 원했지만 그게 팀의 불화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안그래도 야구 못하는 팀인데 불화까지 있으면 팀웍이 더 떨어질게 뻔했다.


“불만은 무슨. 다들 최소 10년 이상 배트 돌린 선수들이야. 네 스윙이 다르다는건 모두 알아.”


우동남은 마광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나도 현역 때는 나름 배트 좋다는 선수였어. 그리고 그때 타격 코치님들이 힘 빼고 휘두르라고. 임팩트 순간에만 힘 주는게 더 멀리 나간다고 가르쳐주셨지. 그런데 젊고 팔팔할때는 아무리 말을 해도 안들어.”


젊을때는 모두가 프로에서 살아남고 싶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컸다.

힘을 더 주면 공을 더 멀리 보낼 수 있을거 같고 홈런도 더 많이 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코치가 아무리 가볍게 치라고 해도 몸에 힘을 주는 선수가 많았다.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도 프로 생활 17년 하고 나서야 겨우 가볍게 친다는게 뭔지 감이 잡히더라. 그걸 써먹으려고 하니까 몸은 이미 다 늙었고. 하지만 넌 달라. 무슨 야구를 혼자서 100년 정도는 하고 온것처럼 힘 빼고 임팩트만 빡 주잖아. 이건 슬럼프가 와도 3할이다.”


마광길도 우동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거 같았다.

그도 이전 삶에서 홈런 타자였을때 처음에는 특성과 힘만 믿고 쳤었다.

노화 특성이 생기고 몸에 힘이 떨어지자 어느 순간부터 더운 여름에는 체력이 쭉쭉 빠졌다.

그리고 몸에 힘을 주고 싶어도 힘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자 의도치 않게 몸에 힘을 빼고 배트를 휘두르게 되었고 그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걸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광길은 누가 자신을 6번 타자로 만들었는지 알것 같았다.

9번 타자 주전으로도 충분한데 그를 6번까지 끌어올린건 우동남의 힘이 컸을것이다.


‘코치 사이에서도 반대가 있었을건데.’


그걸 밀어내고 마광길을 6번까지 땡겨오려면 자기 자리 정도는 건다고 했을것 같았다.

그 정도가 아니면 프로 1년차에게 6번 자리를 주기 힘들었다.


“6번도 기회가 많이 온다. 알지? 너라면 점수를 잘뽑아낼 수 있을거야. 아, 진짜 이번 시즌은 기대가 되네. 건파우더즈.”


마광길은 우동남에게 물었다.


“이번 시즌은 괜찮을거 같아요?”

“당연하지. 진현수, 구태우는 건재하고. 홍장훈을 비싼 돈 주고 데리고 왔잖아. 너 이전에 홈런 타자로 키우려고 했던 하시완도 컨디션 올라왔고. 타선이 좋아. 점수 충분히 뽑아낼만해.”


마광길은 쓰게 웃었다.

자신이 한국 제일의 홈런 타자였을때도 한국에서 가장 삼진을 많이 잡는 선발 투수였을때도 건파우더즈는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이었다.


외국인 투수가 갑자기 기량 저하가 와서 선발 투수진이 무너져 내렸다.

타자들의 타격감이 최소 3명은 좋아야지 점수가 날텐데 타격감이 한명씩만 번갈아가며 살아났다.

타자 한두명이 잘해서 야구는 이길 수 없었다.


연승은 짧고 연패는 길었다.

그게 건파우더즈였다.

FA로 아무리 비싼 선수를 데리고 와도 명장이라고 하는 감독을 데리고 와도 건파우더즈는 가을도 가지 못했다.


마광길의 계획에 멀쩡한 4번 타자는 없었다.

우동남의 기대감이 무너질거라는걸 알았기 때문에 쓰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광길의 생각을 모르는 우동남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정규 리그 전까지 푹 쉬고. 시즌 길다. 체력 관리도 중요해. 필요한거 있으면 나한테 바로바로 말하고.”

“네, 코치님.”


**


시범 경기에서 워낙 많은 활약을 보였기 때문일까.

정규 리그가 시작하기 전에 마광길을 찾는 사람은 우동남 코치만이 아니었다.

진현수도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손에서 공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투구수를 줄이는 전략.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잘통하더라.”

“괜찮죠?”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뭘한지 모르겠다.”



진현수도 투수 유망주로 큰 꿈을 꾸며 건파우더즈에 들어온 선수였다.

고등학교때는 팀의 에이스 투수로 전국 대회 우승을 밥먹듯이 했고 상도 여럿 받았었다.


하지만 프로에 오니 모든게 달라졌다.

경기보다 훈련을 하고 쉬는 날이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주일에 6일 경기를 했고 연패의 충격은 훨씬 컸다.


평균자책점을 관리하며 FA 자격을 얻을때까지만 참자고 생각해도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

한솥밥을 먹는 팀원들의 고통을 모두 무시할 수 없었다.

자기 때문에 지는게 아니더라도 패배는 쓰라렸고 자신 때문에 지는 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완투를 좀 더 많이 하면 우리 팀이 다음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길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 생각을 왜 미리 못했지.”


마광길은 자신도 투수였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죠. 이번 시즌에 현수 선배가 8이닝까지 책임지는 경기가 10경기만 되고 완투를 5번만 해줘도 우리는 투수를 어마어마하게 아낄 수 있을거니까요.”


진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나가는 한 경기 한 경기만 바라봤지만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진 느낌이었다.

길고 긴 한 시즌을 한 눈에 내려보는거 같았다.


“그래. 이번 시즌은 진짜 가을 가봐야지.”

“우승도 해야죠.”

“우승도 좋지. 손에 반지도 끼고.”


그리고 진현수는 바로 마음을 잡았다.

프로 선수라면 뒤보다 앞을 많이 봐야했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뒤쳐져서 사라지는게 프로 선수였다.


“고맙다. 만약 네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작년과 똑같은 투구를 했을테니까.”

“나도 선배하고 똑같아요. 이기고 싶고. 가을 가고 싶고. 우승하고 싶고. 선배가 선발 중 하나로 든든하게 버텨주면 고맙죠.”


리볼버는 진현수의 머리 위에서 방방 뛰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잘하자고!”


**


진현수가 가고 나니 이번에는 구태우가 찾아왔다.

리볼버가 마광길의 귀에 대고 말해주었다.


“오기는 진작에 왔는데 진현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눈치보면서 타격 연습장에 안들어오고 있더라고.”


생긴건 산적처럼 생겼는데 다들 마음이 여렸다.

우동남은 마광길을 밀어주고 그걸 업적으로 수석 코치나 그 이상을 노리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게 아니었다.

야구에 인생을 바친 사람으로서 재능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 마광길을 어떻게든 써먹고 싶은것 뿐이었다.


자존심 강한 진현수가 정규 리그 전에 마광길을 찾아온건 그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갑자기 바꾼 투구패턴에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팀의 우승을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걸 알았지만 그걸 100퍼센트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미치광이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웃기지만 신입에게 의지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자신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는걸 확인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구태우는 자리를 깔고 앉아서 말했다.


“타격 연습 중이었지? 계속해. 그냥 구경하러 온거니까.”


마광길은 우동남과 진현수 때문에 멈추었던 배팅 연습을 계속 했다.

우동남이 말했던것처럼 몸에 힘을 빼고 배트를 휘둘렀다.

그래도 스윗 스팟에 공을 맞추면 공은 쭉쭉 뻗어나갔다.

다른 타자에 비하면 체력 소모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몇시간이고 배트를 휘두를 수 있을거 같았다.


구태우는 넋을 놓고 마광길의 부드러운 타격을 보다가 말했다.


“진짜 잘하네. 그냥 내가 코치님께 말해서 너 바로 4번으로 쓰라고 해야겠다.”

“제가 4번 하면 형은 몇번으로 가시려구요?”

“나는 그냥 플레잉 코치처럼 대타나 몇번 나가고 말지. 요즘은 홈런 치고 한바퀴 뛰고 오면 뛰는게 더 힘들어.”


구태우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마광길은 웃지 못했다.


‘아, 이 형은 맨날 이러네.’


이전 삶에도 똑같았다.

쓸만한 타자만 나오면 은퇴각을 잡으려 했다.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구태우는 건파우더즈의 암흑기를 홀로 지탱한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좋은 재능이 있었고 워크 에식도 좋았다.

빠르게 주장이 되었고 팀의 중심 타자로 오랜 시간 활동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약한척을 할 수 있지만 주장이자 에이스는 그럴 수 없지.’


아무리 강한 투수를 상대하더라도 뭐 별거 있냐는식으로 타석에 나가야 했다.

그리고 결과를 내야 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타자가 그걸 하지 못하면 팀은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팀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고 팀이 망하면 많은 욕을 먹었다.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라면 빠르게 지치고 야구 인생에 회의감이 드는게 당연한 환경이었다.

그걸 구태우는 오랜 시간 버티고 있었다.


“아직 형만큼 배트 휘두르는 사람 없잖아요. 형 없으면 우리 타선 확 약해져서 안되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FA 계약금을 90억 주고 데리고 온 홍장훈.

마광길이 오기 전에 홈런 타자로 키우고 있었던 하시완.

이 둘은 아직 구태우의 배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구태우는 늙어서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눈이 살아 있고 결과가 나올때까지 투수와 근성 있게 승부하고 필요한 순간에 홈런을 쳐주는 타자였다.


마광길이 리드오프를 노리는 이상 팀에 꼭 필요한 타자였다.


“나한테 아부 안해도 괜찮아. 흐흐. 그래도 듣기는 좋네. 내가 빠지면 타선이 약해진다라.”

“우승하려면 형이 꼭 필요하거든요.”

“누가 보면 네가 감독인줄 알겠다.”


선수 중에 시즌 전체를 바라보며 경기를 뛰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그날 경기에 공 잘던지고 안타 잘치고 에러를 안하기를 바랄뿐이었다.


“진짜 우승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우승을 하려면 내가 필요하다는거지?”

“네.”

“읏차. 그럼 나도 연습 좀 해볼까? 막내가 이렇게까지 믿어주는데 쪽팔리면 안되잖아.”


구태우는 자신도 배트를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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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25 25화 대책 24.08.25 15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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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7 8 11쪽
21 21화 눈치 24.08.21 170 7 12쪽
20 20화 눈치 24.08.20 1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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