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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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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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정규 리그 전

DUMMY

시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잠깐 쉬는 사이에도 야구에 대한 관심은 끝나지 않았다.

시범 경기를 토대로 전문가들은 칼럼을 작성했다.

기자들은 새로운 기사 거리를 발굴해서 인터넷에 올렸다.

시범 경기를 직접 직관해본 팬들은 나름의 토론을 했다.


작년 우승 팀은 핵심 선수가 메이저에 진출해서 올해는 힘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새로 뽑은 유망주가 생각보다 큰 활약을 못해서 올해 농사는 망쳤다는 팀도 있었다.

올해는 다를거라고 여기는 팬도 있고 올해도 초반에만 반짝 잘하지 최종 순위는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말하는 팬도 있었다.


대전 건파우더즈는 우수한 성적으로 시범 경기를 끝냈고 기존의 에이스가 건재하며 새로운 대형 유망주가 나왔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매년 이런 기대감을 주고 올해는 다를거라 여겼던게 십년 넘게 이어졌다는 팩트만 제외하면 팬들의 분위기는 괜찮았다.


시범 경기까지 모두 찾아오는 열성적인 팬들은 마광길의 활약을 보고 빨리 정규 시즌만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번 년도에 마광길이 홈런을 몇개 칠지가 제일 궁금하다.

-내가 시범 경기 직관가서 직접 봤는데 진짜 뭐가 다르더라. 올해 신인왕은 건파우더즈에서 나오겠네.

-달라도 이제 겨우 고등학교 졸업하고 올라온 놈이야. 고졸 신인왕이 뭐 쉽게 나오는지 아나. 위키 가서 고졸 신인왕이 지금까지 몇명이나 나왔는지나 보고 와.

-몇 명 나오기는 했네. 그럼 가능성이 0은 아니잖아.

-넌 건파우더즈 몇 년이나 봤는데 그런 소리가 나오냐. 건파우더즈 별명 몰라? 유망주들 갈아 화약 만드는 공장. 이 놈의 팀이 1라운드로 데리고 온 유망주 중에 크게 키운 케이스가 몇이나 되냐. 마광길도 그렇게 안되기를 바래야지.

-와. 진짜 마광길까지 시즌 꼴아박으면 야구 안본다.

-그렇게 야구 본게 벌써 10년 넘어간다.


정신병자가 야구 팬이 되는것인지 야구를 보다보면 정신병자가 되는것인지 야구 커뮤니티의 글은 어지러웠다.

유망주가 조금만 잘해도 기대감을 보이는가 하면 지금까지 팀의 역사를 생각하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마광길은 그런 글을 웃으면서 보고고 있었다.

그는 못하면 욕먹는 선수이기도 했지만 평생 건파우더즈를 응원한 팬이기도 했다.

팬들의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웃고 있는 마광길을 보면서 리볼버가 중얼거렸다.


“역시 미친거야. 미친게 틀림 없어. 지겹지도 않아? 저 설레발과 냉정함이?”

“미친걸지도 모르지. 미치지 않고서야 인생을 4번이나 살고 다시 야구 선수를 하겠어?”

“미친 놈이 미쳤다는걸 인정하니 더 무섭네. 아이고.”

“미치지 않고서는 건파우더즈를 우승시킬 수 없지. 그걸 알고 날 선택한거 아니었어?”


**


어떤 선수는 시즌의 시작을 불안해하고 어떤 선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코치나 감독도 비슷했다.


노강수 감독에게 강석도 수석 코치가 찾아왔다.

처음 만났을때 둘은 한 팀의 베테랑 선수와 신입이었다.

시간이 지나서는 코치와 선수 사이가 되었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감독과 코치 사이가 되었다.

노강수는 아들보다 강석도와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았다.

둘은 거의 양아버지와 양아들과 같았다.


노강수는 감독실에서 시범 경기를 녹화한것을 보고 있었다.

강석도가 찾아와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시즌 시작 전인데 기운이 많이 없으시네요.”

“내년이면 나도 칠순이야. 기운이 없는게 당연하지.”

“하지만 예전과는 많이 다르시네요.”

“뭐가?”

“예전에는 야구 녹화한 것을 보더라도 눈이 반짝반짝 빛나셨거든요.”

“허참. 내가 그랬나?”



자기 모습은 자기가 모르는법이었다.


“예전에 파이어스에 있을때는 그랬죠. 3번 연속 우승도 하고.”


좋은 시절이었다.

노강수는 자신이 믿는 코치 몇과 선수 몇과 함께 파이어스에 고용되었다.

모기업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고 프런트 직원들도 우승을 위해 한 마음으로 움직였다.


정교한 톱니바퀴가 이리저리 얽혀서 움직이는것처럼 팀 전체가 움직였었다.

패배를 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런 날에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다함께 고민했었다.


“그때 야구 인생을 마무리할걸 그랬어.”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오만했던거지. 야구는 감독이 못해도 3할의 역할이 있다. 그렇게 생각했어. 어떤 팀을 가도 최소한 중위권까지는 끌어올릴 자신도 있었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이 오랜 시간 믿었던 감에 수없이 많은 배신을 당했다.

크게 되리라 생각해서 기용했던 유망주가 평범 이하의 선수가 되어 흐지부지 사라지는걸 보는건 호랑이 감독에게도 쉽지 않았다.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선수의 인생이 달라졌을까 후회가 되었다.


노강수는 너털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구단도 이정도면 할만큼 했어. 미리 이야기는 다 해두었다. 이번 시즌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나를 자르라고 말이야.”


가장 가까운 수석 코치에게도 처음 말하는것이었다.


“감독님?”

“능력 없는 늙은이가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너무 오래 자리를 지켰어. 젊은 사람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하는건데.”

“아닙니다. 감독님. 좀 더 저희를 이끌어주셔야죠.”

“만약 내가 경질되면 네가 임시 감독이 될거야. 구단에는 너도 감독으로 쓸만하다고 말은 해두었다. 내가 가르친게 아니라 네가 하고 싶은 팀을 만들어봐.”


강석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번 년도는 다를겁니다. 우동남 코치가 과하게 밀어붙여서 반대를 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마광길의 배트는 다릅니다. 시범 경기 결과도 좋았잖아요.”

“벌써 3년차야. 한번은 실수고 두번은 음모 일 수 있지만 세번째는 확신을 가져야지.”


노강수가 건파우더즈의 감독이 된 이후에 매번 똑같은 시즌을 반복하고 있었다.

봄에는 반짝 잘하다가 금방 내려가는 순위를 반복해서 목격했다.

엄하게도 해보고 자상하게도 해봤지만 모두 소용 없었다.

야구가 참 어렵다는걸 다시 배웠고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빛나는 감독 커리어가 거품이었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마광길은 뭔가를 숨기고 있어.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는 선수를 믿을 수 있나?”

“그 속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할에 가까운 타율과 열 경기에 여섯 홈런을 쳤다는 숫자는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타격폼은 야구를 수십년 한 사람 같잖아요. 그걸 안믿으면 뭘 믿습니까.”


강석도도 감독 일을 하고 싶었다.

지도자 과정을 밟는 모든 선수 출신의 꿈은 감독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 같은 사람이 경질이라는 초라한 끝을 보게 하고 그 뒤를 잇고 싶지는 않았다.


강석도는 어느 순간 힘 없는 노인이 되어버린 노강수를 바라보았다.

그가 원하던 감독의 모습은 아니었다.

연패를 하더라도 호랑이 같이 호통을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던 노강수가 보고 싶었다.


“그럼 일단 이번 시즌도 성적이 바닥을 치기 전까지는 감독 일을 하신다는거네요.”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 일을 맡기 사람들에게 스스로 그만둔다고 할수는 없으니 최대한 하는데까지는 해봐야지.”

“그거면 충분합니다.”


한국에서 10명 밖에 없는 감독 자리, 기본적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업이었다.

많이 받으면 10억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였다.

하지만 그 실상은 파리 목숨이었다.

돈을 많이 받는만큼 순위라는 결과를 내야 했다.

그걸 하지 못하면 바로 잘리는 일이 허다했다.


강석도도 다른 방법이 있을리가 없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했고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릴뿐이었다.

마광길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유망주 하나만으로 팀을 바꿀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강석도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강수가 보던 시범 경기를 같이 보았다.


“확실히 이번 시즌 준비는 괜찮은거 같네요. 진현수는 이닝을 좀 더 많이 먹어줄 수 있을거 같으니 투수 관리도 편할거 같구요. 타선도 매서워졌고 수비 실책도 많이 줄지 않았습니까.”


수비를 제외하면 마광길의 영향이 있다는걸 감독과 코치는 모르고 있었다.

선배들이 신입과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변화시켰다는걸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좋게 생각할뿐이었다.


그리고 텔레비전 화면에서 마광길이 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이 나왔다.

마광길은 누구보다 배트를 가볍게 휘둘렀고 공을 담장 너머에 쉽게 넘겼다.


“확실히 우동남이 호들갑을 떨만하기는 합니다. 타격 자체만 보면 역대급입니다.”


노강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어떤 경지에 오르면 일을 쉽게 하는것처럼 보인다고 하더군. 다른 사람들은 감히 따라하지도 못할 결과를 내면서 말이야. 마광길의 타격은 그런 느낌이 있어.”


굳이 복잡하고 어렵게 할 필요가 없었다.

쉽고 간단한게 가장 효율적일때가 많았다.


“저도 야구를 오래 했지만 정말 시즌 동안 4할을 치는 타자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팀에서 고의사구 지시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우리 팀의 타선이 받쳐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타자가 되면 굳이 승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타자의 출루율에는 도움이 되지만 타율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타자가 대기록을 내려면 앞뒤의 타선도 위협적이어서 하나를 걸러도 소용이 없어야 했다.


“괜찮을겁니다. 홍장훈은 돈값을 할거고 하시완은 잘크고 있고. 구태우도 막내를 엄청 귀여워하고 있으니까요.”

“올해는 제대로 공격 야구를 해볼 수 있으려나.”


노강수의 눈에 잠깐 생기가 돌았다.

그는 100대 0으로 이기든 1대 0으로 이기든 승수 하나라는건 똑같다고 여기는 야구 감독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야구가 좋아서 야구 일을 하고 있는 야구 팬이었다.

팬의 입장에서는 점수가 펑펑 터지는 게임이 가장 재미있었다.


**


드디어 정규 리그가 시작되었다.

대전 건파우더즈는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2위를 했던 울산 스틸워리어즈를 상대하게 되었다.

우동남이 공언한대로 마광길은 6번 타자로 경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리볼버는 마광길의 머리 위에서 뛰어 놀며 말했다.


“자, 드디어 본격적인 마수를 드러낼 시간인가?”


마광길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컨디션은?”

“젊은게 좋기는 좋아. 하루만 푹 쉬면 몸이 완전히 돌아온다니까.”


애초에 마광길은 프로 생활만 수십년을 한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베테랑이었다.

훈련을 하면서 컨디션 조절을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


“6번 타자라. 애매하네.”

“애매하지.”

“진짜 1번 타자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어.”

“하지만 주전으로 나가는것만으로 감지덕지지.”


스틸워리어즈도 가장 공을 잘던진다는 외국인 1선발 투수가 나왔다.

1회에 점수가 날 가능성보다는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최고는 점수도 좀 내면서 내가 2회에 첫 타자로 들어가는건데 말이야.”

“욕심이 아주 하늘을 찌르네.”

“내 앞이 다 안타를 치고 나가서 내가 1회 노아웃 상황에 투입되기를 바라는건 아니잖아? 이 정도면 겸손한거지.”


야구를 못하는 건파우더즈도 일년에 한두번은 타선이 미쳐 날뛰는 날이 있었다.

그럴 가능성이 낮을뿐이었다.


마광길은 진심으로 빌었다.

다른 선수들은 자기 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을거 같은 막내가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리는걸 보고 피식거리며 웃었다.


1번 타자 원강수는 마광길에게 배운대로 초구딱을 하지 않았다.

꾹 참고 기다리다가 아웃 당했다.

2번 타자 제이슨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헛스윙을 세번 하고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3번 타자 홍장훈은 안타 하나를 쳤다.

4번 타자 하시완도 안타 하나를 쳤다.


5번 타자 구태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광길은 대기 타석에서 기다리며 중얼거렸다.


“역시 봄의 건파우더즈는 다른건가?!”


1회에 안타 두개는 괜찮은 결과였다.


그리고 구태우는 멋지게 헛스윙을 하면 아웃당했다.

노화 특성 때문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하는 삐끗 특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리볼버가 욕을 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그럼 그렇지!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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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대책 24.08.30 13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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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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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눈치 24.08.23 163 6 12쪽
22 22화 눈치 24.08.22 157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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