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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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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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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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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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개막전

DUMMY

마광길은 무리하지 않고 2루까지 뛰었다.

리볼버가 말했다.


“어? 투수 안바꾸네?”


마광길은 살짝 리드를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다.


“개막전이잖아. 나름 한국에서 오래 뛴 에이스 외인 투수고. 대접해줘야지.”


선발 투수는 자신이 던진 공 하나에게 게임을 이기게 만들수도 있고 게임을 지게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5명의 선발 투수가 한 경기에 한 명 투입되다 보니 한 시즌에 많은 경기를 나가지도 못했다.

경기 하나하나가 귀중했다.

그래서인지 선발 투수는 소녀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강심장 특성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는 투수도 마운드에 내려와서는 한참 삐지는 경우가 있었다.


“차라리 삐지는건 낫지. 기분 나빠져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 비싼 돈을 허공에 날린다고.”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스틸워리어즈가 어떤 선택을 해도 건파우더즈는 이득이었다.

선발을 일찍 내리면 그만큼 계투를 소모시킬 수 있었다.

다음 경기를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지금처럼 에이든 휘태커를 계속 쓴다면 7번 타자 강석도가 힘 빠진 투수를 상대할 수 있었다.


노아웃 2루.

점수를 내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마광길은 타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제발 하나만 쳐라. 하나만.”


마광길은 발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몸이 무거운 스타일도 아니었다.

안타 하나면 2루에서 홈까지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리볼버도 마광길의 어깨에서 같이 중얼거렸다.


“그래. 광길이가 투수 힘을 그렇게 빼놓았는데 이걸 못치면 말이 안되지. 강석도 특성이 뭐였지?”

“스탯맨.”


건파우더즈 선수 대부분은 착했다.

그리고 모두가 착한건 아니었다.

강석도는 완전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기적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였다.


스탯맨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플레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플레이도 하지 않는 선수들이 가지는 특성이었다.

타율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 맹타를 휘두르고 타율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어이 없는 삼진을 먹었다.


강석도도 지금이 정규 리그 첫 경기 첫 타석이었다.

당연히 타율도 0이고 타점도 0이었다.

스탯맨 특성이 발동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었다.


“딱이네.”

“딱이지.”


강석도도 정규 리그 첫 타석에 들어선 것이었다.

타점과 타율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기회였다.

스탯맨은 입맛을 다실게 분명했다.


마광길은 이전 삶의 강석도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다지 친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오랜 시간 봐왔기 때문에 어떤 선수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가늘고 긴 선수.’


마광길처럼 잘해서 선수 생활을 오래하는 선수는 적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1군 선수도 2군으로 내려가고 2군에서도 버티지 못하면 방출되었다.

그리고 강석도는 언제나 괜찮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2할 후반대의 타율을 유지했고 홈런도 일년에 5개 정도는 쳐주었다.

수비도 무난했고 주력도 괜찮았다.


훈련은 대충 따라만 가는 수준이었는데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성적이 떨어지면 귀신 같이 안타를 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강석도는 타석에 들어가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어? 맛있네?’


노아웃 주자 2루.

하위 타선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강석도에게는 흔하지 않는 맛있는 밥상이었다.

노아웃이니 아웃 하나를 당해도 크게 욕 먹지 않고 안타 하나 치면 타율과 타점을 동시에 올릴 수 있었다.

공격적으로 나가도 괜찮았다.


첫 공은 얼굴로 날아오는 포심이었다.

강석도는 가볍게 머리를 뒤로 젖혀서 공을 피했다.

포수가 바로 사과했다.


“미안하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빠졌어.”

“네, 그런거 같네요.”


에이든 휘태커가 공으로 누구를 맞춘다면 지난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를 한 마광길이 맞는게 맞았다.

자신은 맞을 짓을 한적이 없었다.


그리고 강석도는 이번에 본 에이든 휘태커의 공이 힘이 많이 빠졌다는걸 바로 알아봤다.

지난 시즌에 손도 대지 못했던 그런 공이 아니었다.


‘이럴때는 포심인가.’


투구를 빠르게 연속적으로 해서 손아귀 힘이 많이 빠진게 틀림 없었다.

이런 경우에 공의 회전이 중요한 변화구는 더 힘을 잃고 제구도 더 안되기 마련이었다.

스트라이크를 노리려면 포심이 그나마 안정적이었다.


다음 공으로는 슬라이더가 날아왔다.

이번에도 손에 힘이 빠진 것인지 몸쪽으로 날아왔다.

강석도는 빠르게 뒷걸음질을 하며 피했다.

출루율이 안좋을때는 공에 맞고 나가는것도 괜찮지만 이제 시즌 초였고 벌써부터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 없이 볼만 2개가 되었다.

리볼버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아, 이렇게 걸어나오면 안되는데.”

“걸어나와도 이득이지.”


팬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포수 강철종은 이대로 가면 포볼로 타자를 내보낼거란 강한 예감을 받았다.

그는 중앙으로 제일 강한 포심을 박아넣으라고 신호를 주었다.


‘에이든 휘태커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강속구를 가지고 있다. 구속과 구위만 제대로 들어가면 어지간한 하위 타선은 치지 못해.’


일단은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는게 중요했다.

이대로 포볼로 타자를 걸어나가게 만들면 덕아웃에서도 가만히 있을수가 없었다.

투수를 교체할거고 경기 내내 계투로 끌려다녀야 했다.


에이든 휘태커는 포수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이 덥고 근육이 찢어지는거 같았다.

손에 땀이 많이 나와서 로진을 아무리 많이 발라도 손이 끈적거렸다.

평소처럼 던질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마운드에서 내려가 에어컨 바람에 몸을 식히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수는 없지.’


메이저에 가지 못하고 한국으로 왔을때는 그냥 돈만 벌고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한국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팬도 얼마 없는 마이너 리그 경기보다 한국이 훨씬 재미있었다.

돈도 괜찮게 주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도 좋았다.

스틸워리어즈는 괜찮은 팀이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자 팬들이 자신을 더 좋아하는게 느껴졌다.

여권을 압수하라는 말도 좋았고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는것도 좋았다.

이대로 한국에서 할 수 있는데까지 활약하다가 은퇴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개막전.

스틸워리어즈의 1선발로 여기서 무너지고 싶지는 않았다.


에이든 휘테커는 투구 동작을 잡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포심을 던졌다.

그리고 공이 손에서 빠지는 순간 손가락 끝의 로진이 땀과 뭉쳐서 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SHIT!”



공의 회전이 덜 걸렸다.

공이 밋밋하게 날아갔다.

퐁퐁으로 깨끗하게 닦은것처럼 깔끔한 궤도였다.


‘지금이다!’


강석도는 지금까지 포심만 기다리고 있었다.

구속과 구위가 예전같지 않을거라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배팅볼 투수처럼 좋은 공을 줄거란 예상까지는 하지 못했다.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는 스윙을 할 수 있었다.

홈런까지 노리며 강하게 당겨쳤다.


따악!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손에 짜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맞을지 안맞을지 아는것처럼 타자도 치는 순간에 넘어갈지 안넘어갈지 알았다.

홈런이 되기에는 살짝 모자란 공이었다.

바람을 잘타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행운은 자주 오지 않았다.


강석도는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달렸다.

자신은 안전하게 2루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좀 더 무리하면 3루도 가능성도 있지만 굳이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저 멀리서 마광길이 최선을 다해 뛰어 홈으로 들어오는것이 보였다.


**


분위기는 건파우더즈에게 넘어왔다.

선취점 1점을 냈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스틸워리어즈의 감독은 마운드를 직접 올라갔다.

통역을 통해서 말했다.


“에이든. 너무 빨라. 평소에는 빨라도 상관 없지만 지금은 지쳤잖아. 호흡 가다듬고 최대한 시간 끌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아웃 하나씩 잡자고. 오늘은 5회에서 내려줄테니까. 그때까지만 버티자고.”


감독은 자신에게 허용된 시간을 모두 사용했다.

마운드를 내려가는것도 늙어서 다리가 아픈척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덕분에 에이든 휘태커는 조금 진정했다.

이대로 내려가는건 자존심이 상했다.

5회에 내려가더라도 그전에는 1선발의 자존심을 지킬 생각이었다.


그의 역투에 2회는 추가 득점 없이 끝났다.

3회는 양 선발 투수의 선전으로 득점이 없었다.

건파우더즈의 라이언 맥켄지는 1점이라도 이기고 있다는것에 마음이 편해져서 밸런스가 안정적으로 잡혔다.

스틸워리어즈의 에이든 휘태커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 힘을 아끼지 않고 전력 투구를 했다.


4회가 되었다.

에이든 휘태커는 첫 타자로 나선 구태우를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오는 타자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저 새끼···’


마광길이었다.

이전 타석을 보면 그냥 끈질긴 타자가 아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승부를 이어나가기 위해 커트를 하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 공이 전부 이상하게 파울이 될뿐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몸에 맞추고 다음 타자와 승부를 하고 싶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제 겨우 프로에 올라온 루키에게.’


에이든 휘태커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중요한건 복수를 하는게 아니었다.

무실점으로 이번 이닝을 막고 내려가는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방금건 그냥 타격감이 좀 떨어져서 벌어지는 일이었겠지. 시범 경기에서는 안타와 홈런을 엄청 만들던 놈이잖아. 하위 타선에 있는게 이상할 정도로. 오히려 타격감이 떨어진 지금이 기회야.’


그리고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가면서 에이든 휘태커가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는지 생각해보았다.


1회에 13개.

2회에 26개.

3회에 14개.


4회에 자신의 이전 타석이었던 구태우는 근성 특성을 가진 타자답게 끈질기게 승부를 했고 공 8개를 던지게 만들었다.

벌써 61개의 오버페이스였다.


리볼버가 전광판에 적혀 있는 에이든 휘태커의 투구수를 보며 말했다.


“어쭈. 손에 힘이 많이 빠졌을건데 안내려가네?”


마광길이 리볼버에게 작게 중얼거렸다.


“빨리 내려가게 해야지.”


선발 투수가 4회에 내려가는것과 5회에 내려가는건 미세한 차이지만 다음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1군의 구성은 보통 내야수 6명, 외야수 6명, 포수 2명을 사용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을 염두에 둔 구성이었다.

그리고 남는 자리를 모두 투수로 채우면 14명의 투수를 쓸 수 있었다.


선발 투수가 5명이니 계투와 마무리는 9명이었다.

선발 투수가 6이닝씩 먹어준다고 하고 연장이 없다면 계투와 마무리는 한 경기에 3이닝을 막아주어야 했다.

아무 이상 없이 한 이닝씩 막아낸다면 9명의 계투와 마무리는 하루 던지고 이틀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야구는 계획대로 움직이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늘 계획에 어긋나는 일이 벌어지고 그걸 잘대처하는 팀이 우승했다.


“이것도 대처할 수 있을까?”


마광길은 2회에 올라왔을때보다 더 많은 파울을 할 생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4회에 수비도 다 나갔기 때문인지 힘이 조금 빠져 있었다.

13구의 승부가 지났을때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눈이 흐릿해지는게 느껴졌다.


마광길은 주변을 슬쩍 둘러 보았다.

강철종이 보였다.

괜찮은 포수였다.

실력도 좋고 인망도 좋았다.

외국인 투수도 잘챙긴다는 평이 있었다.


마광길은 씩 웃었다.

집중력을 다시 올릴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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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대책 24.08.28 140 8 11쪽
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26 26화 대책 24.08.26 15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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