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하고 싶어 미쳐버린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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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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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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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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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개막전

DUMMY

마광길은 잠깐 숨을 돌리는척 하면서 강철종에게 말을 걸었다.


“에이든. 공 좋네요. 시범 경기때는 확실히 살살 던진건가봐요.”

“뭐?!”



강철종은 살짝 긁힌 것 같았다.


마광길이 계속 파울만 치면서 투수 체력을 소모시키는건 투수만 기분 나쁘게 만드는게 아니었다.

야구에서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하고 투수가 포수를 마누라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었다.

포수와 투수의 관계는 다른 팀원보다 끈끈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강철종은 유달리 외국인 투수도 잘챙기는 포수였다.

스틸워리어즈가 강한 이유로 포수와 투수의 유대 관계를 꼽는 해설도 있었다.


‘과거 강철종이 벤치 클리어링을 한 이유가 한 후배 선수가 외국인 투수를 선배 대접 안했기 때문이라지?’


워낙 특이했던 케이스라서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뉴스를 보고는 공감하기도 했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든 한국 리그에서 오래 활동을 하면 선배였다.

메이저 리그에서도 짬밥 대우가 있는데 유교 문화가 남아 있는 한국 리그는 그보다 더 선후배 사이가 심했다.


마광길이 강철종을 더 자극할 필요도 없었다.

강철종은 상대가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라 바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욱하는 성질을 꾹 눌러 참았다.

그저 욕을 했을뿐이었다.


“하. 시X. 빠따 좀 좋다고 개념은 라커룸에 두고 왔나.”

“네?”


마광길은 굳이 벤치클리어링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인척 했다.

심판을 보면서 말려달라는 눈치를 보냈다.

하지만 심판도 야구계의 선후배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나서지는 않았다.

강철종은 마광길이 겁을 먹은 기색을 보이자 화를 풀며 말했다.


“경기 중이니까 길게 말하지는 않는다. 외국인 투수라고 해도 너보다 한국 프로에서 오래 뛰었고 나이도 많아. 세상 어떤 정신 나간 새끼가 선배 이름을 막 부르냐. 너희 팀 고참들에게 물어봐.”

“네, 죄송합니다.”


그리고 심판은 적당히 일을 마무리 지었다.


“자자. 수다는 여기까지 하고. 경기 집중합시다.”


저 멀리서 에이든 휘태커는 타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그저 잠깐 쉴 시간이 생겨서 다행으로 여길뿐이었다.


다시 시합을 재개되었다.


마광길은 에이든 휘태커를 보면서 웃었다.

강철종의 진심 어린 욕을 한 번 먹으니 악플 변태가 다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에이든 휘태커는 이제 막 프로에 올라온 신입을 볼 넷으로 보낼 수 없다는듯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던졌다.

마광길은 다시 집중력을 되찾고 파울을 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웃을 당해도 상관 없다. 이미 안타를 하나 쳤으니까.’


1군 야수는 보통 한 경기에 네번 타석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다.

안타가 많이 나오는 날은 더 많이 들어갈수도 있었다.

그 중 안타 하나를 치면 밥값 하는 날이었고 안타 둘을 치면 잘한다고 칭찬 받는 날이었다.


지금 마광길은 에이든 휘태커를 내려버리는게 목적이었다.

스틸워리어즈가 계투를 하나라도 더 쓰게 만들고 싶었다.

안타는 다음 타석에도 얼마든지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선발 투수는 그 팀에서 가장 공을 잘던지는 사람만이 될 수 있었다.

가장 많은 돈을 받고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었고 투수 중 제일은 선발 투수였다.


선발 투수가 빨리 내려가면 그보다 약한 계투를 상대할 수 있었다.

더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한정된 계투 자원을 괴롭힐수도 있었다.


파울은 순식간에 늘어나서 17구 승부까지 진행되었다.

18번째 공은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져 나가려 했다.

마광길은 손을 길게 뻗어서 그 공도 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악플 변태의 힘도 무한한건 아니었다.

150이 넘는 공을 끝까지 바라봐야 했던 매의 눈이 가물가물해지고 자석 배트와 배드볼 히터도 힘을 잃었다.


삼진 아웃이었다.


만약 마광길이 배트를 내지 않았다면 볼 넷으로 걸어나갈 수 있었다.

마광길의 매의 눈은 공의 궤적을 완전히 쫓을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게 볼이라는걸 알아봤었다.

파울을 한번 더 하고 싶었을뿐이었다.


에이든 휘태커는 마광길을 삼진으로 잡아냈다는 사실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리볼버가 마광길에게 말했다.


“그냥 참고 볼 넷으로 나가지 그랬어?”

“상관 없어.”

“상관 없다고?”

“에이든 휘태커의 손이 떨리고 있잖아.”


그의 말대로 에이든 휘태커는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에이든 휘태커 또한 마광길이 보통 타자가 아니란건 깨닫고 있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홈런을 맞을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프로에 막 올라온 루키가 아니라 가장 강한 팀의 4번 타자를 상대하는것 같았다.


그런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힘을 아끼지 않는 전력 투구를 18개나 했었고 그 이전에 2회에서도 전력 투구를 한 바가 있었다.

그는 공 100개를 던진 것처럼 손에 힘이 빠져 있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긴장이 풀린 것인지 손아귀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투수의 이상을 느낀 포수가 바로 덕아웃에 신호를 보냈다.

투수 코치와 포수가 마운드에 방문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다가 결국 투수 교체를 선언했다.


에이든 휘태커는 오늘 경기 79구를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


마광길과 리볼버를 제외하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경기가 진행되었다.

스틸워리어즈의 감독은 에이든 휘태커의 투구수를 보고 최소한 4회는 마무리 지을 수 있을거라 여겼다.

가능하면 5회도 맡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 예측을 두고 계투의 몸을 풀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의 예측 이상으로 에이든 휘태커는 빠르게 체력이 소진되었다.

급하게 계투를 올렸다.


스틸워리어즈의 감독 김수완은 투수코치 이길동을 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계투를 너무 급하게 올린거 아냐?”

“아마··· 괜찮을겁니다. 투 아웃이니까요. 아웃 하나만 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보다 이번에 올라간 심수경은 5이닝에도 쓰실건가요?”

“흠···”


김수완은 고민이 많아졌다.

계투는 한 이닝을 막기 위해 훈련했다.

여러 이닝을 막아주는 롱 릴리프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한 이닝만 막는데 사용되었다.

여러 이닝을 쓰다가 어이없게 점수로 폭죽 놀이를 하는 계투도 많았다.


“일단은 개막전이고 투수들도 쌩쌩하니까 1이닝만 쓰도록 하지. 내일은 2선발이 나가고 오늘 같이 무너지는 날은 많지 않으니까. 이런 날은 흔치 않아. 안그래?”

“네, 알겠습니다.”


**


해설 최현철과 캐스터 정용현은 오늘 신이 나서 중계를 하고 있었다.


“이야. 마광길 선수. 끈질깁니다. 이번에도 18구 승부 끝에 아웃되어 나갑니다. 요즘 신인 선수 중에서는 보기 드문 끈질김 아닌가요.”

“확실히 그렇네요. 한 경기에 18구 승부 두 번. 이런 기록은 처음이지 않나요?”

“찾아봐야 하겠지만 처음일거 같습니다. 이 정도면 대단하네요. 마광길 선수 혼자서 4회에 선발을 내려버린거 아닙니까.”

“혼자서 36개를 던지게 만들었으니 충분히 그런 평가를 할만하죠. 오늘 경기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틸워리어즈는 오늘 경기가 아니라 남은 경기를 걱정해야겠네요.”

“4이닝부터 계투를 5명이나 써야 합니다. 아직 점수차는 1점 밖에 나지 않았고. 올 시즌의 첫 경기인 개막전이죠. 스틸워리어즈 감독의 입장에서는 무리를 한 번 해보고 싶을것 같습니다. 게다가 스틸워리어즈의 투수진은 믿을만하거든요.”

“저 같아도 그렇죠. 건파우더즈와는 오늘과 내일 두 경기를 하면 월요일 휴식할 수 있는 날이 있거든요. 있는 계투를 모두 꺼내봐야죠.”


**


경기는 추가적인 점수 없이 계속 진행되었다.

스틸워리어즈의 계투는 어떻게든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해서 혼신의 투구를 이어나갔다.

덕분에 마광길은 7이닝에 다시 대기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마광길은 대기 타석에 서서 구태우가 안타를 치기를 기다리며 리볼버와 잡담을 했다.


“어디보자. 스틸워리어즈도 투수는 14명이고. 선발들 빼면 9명. 마무리 빼면 8명인가.”

“4이닝부터 투수 교체를 매 이닝 했으니까 벌써 3명 사용했네. 그것도 믿고 쓰는 승리조로.”

“어떻게든 개막전은 잡고 가겠다는거네. 왜 저러는거야.”

“자존심이지. 지난 시즌 꼴찌에게 개막전을 질수는 없다는.”

“그럼 승리조를 다 소모시켜볼까.”


마광길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리볼버는 작은 마왕처럼 소리내어 웃었다.

마광길은 리볼버의 웃음 소리를 자기만 들을 수 있다는게 아까웠다.


따악!


그리고 구태우는 안타를 치고 2루까지 나갔다.

덕아웃에서 안타를 쳐서 추가점을 내라는 사인이 나왔다.


리볼버는 안타깝다는듯이 말했다.


“광길이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깝구만. 이번에는 그냥 안타나 홈런 쳐보는건 어때?”


원아웃 주자 2루 상황이었다.

추가점을 내기 딱 좋았다.


“아니. 정규 리그 시작했으니까 감독님께 본격적으로 어필해야지. 내가 어떤 놈인지. 빨리 알아차려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냥 미친 놈이지.”


마광길은 타석에 들어갔다.

심판과 포수에게 인사를 했다.

강철종은 오늘 선발 투수의 힘을 다 빼놓은은 마광길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마광길은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바라보았다.

박현석.

나름 쓸만한 계투였다.

승리조에 포함되는 마지막 계투이기도 했다.


스틸워리어즈는 총 8명의 계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계투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을수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좀 더 뛰어난 계투는 승리조에 포함되고 실력이 떨어지는 계투는 추격조라는 이름의 패전처리조에 속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승리조를 모두 소모시키면 남은 경기를 더 편하게 이어갈 수 있다는거지.’


지금 마광길은 타율, 타점, 출루, 장타, 홈런 어느 것에도 관심 없었다.

타자로서 가질 수 있는 영광은 모두 관심을 꺼버렸다.

그가 바라는건 오로지 승리와 우승뿐이었다.


3회차의 인생을 하면서 야구의 쓴맛단맛을 모두 본 마광길이었다.

야구는 누군가를 끌어올리는것보다 적을 끌어내리는게 더 쉽다는걸 깨달아버린 마광길이었다.

우승할 수 있다면 악마가 될수도 있었고 미쳐버려도 상관 없었다.


7회.

마광길의 체력도 어느 정도 소모가 된 이후였다.

리볼버는 마광길의 전략이 통하는것 같자 욕도 하지 않고 경기를 집중해서 보았다.


‘욕을 해달라고 해도 가짜 욕은 악플 변태가 발동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상관 없었다.


박현석은 공을 던졌다.

한 이닝을 책임질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선발 투수처럼 몇 이닝을 막아줄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탁!


배트에 공이 빗맞은 소리가 나며 공은 머리 너머로 넘어갔다.

마광길은 공이 날아가는걸 보았다.

뒤를 보니 포수 강철종이 이 새끼가 또 이러네 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리볼버가 웃으며 말했다.


“가증스럽네. 언제까지 실수로 파울을 치는척 하는건지.”


마광길은 이번에는 투수가 17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삼진으로 아웃되었다.


계투는 선발보다 체력이 훨씬 약했다.

선발 투수는 여러 이닝을 막아야 했지만 계투는 한 이닝을 막는것을 목표로 훈련한 선수였다.

구태우를 상대하느라 7개의 공을 던졌고 마광길을 상대하는라 17개의 공을 던졌으니 벌써 24개의 공을 던진 셈이었다.


스틸워리어즈의 덕아웃은 바빠졌다.

투수코치 이길동은 감독 김수완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교체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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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대책 24.08.27 15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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