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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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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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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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거상(1)

DUMMY

-쿵!


“후우···”


음악이 흐르는 실내. 비파와 피리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공손찬은 무거운 역기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잘 하셨어요. 60순(약 60초) 후에 다시 10번 갈게요.”


유비는 모래시계를 뒤집었고 공손찬은 신기한 듯 말했다.


“참 매번 볼 때마다 기가 막히네. 모래시계라고 했나?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뭐든 궁하면 통하게 마련이죠. 자, 쉬는 시간 끝.”


“으어··· 벌써 끝이라고? 이거 왜 쉬는 시간에만 빨리 떨어지는 것 같지?”


공손찬은 다시 역기를 어께 위에 걸치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좋아요. 좀 더 내려가요. 더더더. 좋아. 마지막 한 개!”


공손찬의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유비는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와, 형님. 이제 300근은 가뿐하네요. 역시 타고난 장사!”


“···내가 장사면 넌 뭐냐?”


공손찬은 체육관의 한 쪽 구석, 유비가 사용하던 역기를 보며 혀를 찼다. 그곳에는 한 눈에 보아도 공손찬이 들고 있는 것의 몇 배는 되어 보이는 역기가 놓여있었다.


“뭐··· 저는 오래 전부터 해오던 거니까요.”


“이제 17살 먹은 놈이 오래 전은 개뿔···”


‘벌써 2년이 지났구나.’


유비는 새삼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꼈다. 공손찬과 기싸움을 벌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비는 공손찬과 함께 다니며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유비는 공손찬에게 근육을 단련하는 법을, 공손찬은 유비에게 기마술과 각종 무예를 가르쳐 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감탄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공손찬은 삼국지 네임드 무장 답게 엄청난 속도로 무게를 늘려나갔다.


‘현대에 태어났다면 당연히 운동선수로 대성할 사람이야.’


유비는 공손찬을 보며 새삼 재능의 위대함을 느꼈다. 전생에 이 정도 재능의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손찬이 유비를 보며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공손찬이 지난 2년간 바라본 유비는 가히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괴물 그 자체였다.


처음 유비가 대장간에서 요상한 쇳덩어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땐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무겁기만 한 쇳덩어리를 가지고 무엇을 할 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문한 쇳덩이가 도착하던 날, 유비는 마치 오랜 세월 헤어져 있던 연인을 만난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기다란 쇠막대에 동그란 쇳덩이를 꽂아 들었다 놨다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이상해 보였다.


심지어.


“어우, 맛있어. 맛있게 먹었네.”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은 괜히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은 두 사람 모두 훌륭한 헬창으로 변해 있었다.


“자, 이제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하시죠.”


공손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아, 그 스트 어쩌고 하는거 너무 귀찮아. 그건 좀 안하면 안돼?”


유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돼요. 운동 전후의 스트레칭은···”


“알아, 알아. 부상 위험을 줄이고 운동 효과를 높여준다 이거지? 귀에 딱지 앉겠다.”


공손찬은 투덜대면서도 유비와 함께 성실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스트레칭을 마친 유비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자, 이제 마무리 운동 하러 가시죠.”


“좋지.”


유비와 공손찬은 체육관 밖으로 나가 말 위에 올라탔다.


유비가 말한 마무리 운동은 바로 승마.


아무래도 사용할 수 있는 운동 기구가 제한적인 세상이다보니 평소 잘 안쓰는 근육들을 단련하기 위한 전신운동이 필요했다. 유비는 고심 끝에 승마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었다.


승마. 말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무슨 운동이 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승마는 흔들리는 말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여러가지 근육들을 사용하는 전신운동이었다. 게다가,


‘이 시대에는 등자가 없어서 특히 하체 힘을 기르기 좋지.’


등자 없이 말을 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하체힘을 필요로 했다. 조금이라도 힘을 뺐다간 말에서 떨어지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앗! 이랴!”


유비와 공손찬은 몇명의 학생들과 함께 말을 달려 시내로 향했다. 공손찬 패거리가 저자에 도착하자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윽. 공손찬 패거리다.”


“야야. 눈 마주치지 마.”


공손찬 패거리는 어느새 탁현 내에서 유명한 유협집단이 되어 있었다. 사실 말이 좋아 유협집단이지, 현실은.


‘건달패지 뭐. 에휴. 그래도 전생에 경찰 출신인데 이게 뭐람.’


주변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을 보며 유비가 작게 한숨을 쉬자 공손찬이 말을 걸었다.


“뭐야. 안좋은 일 있어?”


“아뇨. 그런 거 없어요.”


“그럼 근처 주막에서 술이나 한잔 하자. 어때?”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형님. 전에도 말했지만 술 먹고 말 타시면 안돼요. 음주운전이라고요.”


“에잉. 도대체 왜 안된다는 거야?”


“아무튼 안돼요. 그리고 술 마시면 근손실나요.”


“헉. 그래? 그건 좀 곤란하지.”


이미 진성 헬창이 된 공손찬은 근손실이란 말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유비는 그 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하아··· 벌써 졸업이네요.”


“그러게. 시간 참 빨라. 그렇지 않나, 현덕?”


현덕.


스승 노식이 유비에게 지어준 자였다. 현묘한 덕을 갖추라는 의미. 실제로 유비라는 인물은 현덕이라는 자에 걸맞는 인생을 산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유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마 공부 좀 하라는 말이겠지.’


유비는 학당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운동과 무예 수련, 그리고 친목질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마찬가지로 공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공손찬과 함께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뭐, 괜찮겠지. 어차피 지금은 공부보단 공손찬과의 인맥이 더 중요해.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대충 알고 있는데 공부 까짓거 해서 뭐하겠어.’


유비는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했다.


공손찬은 유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현덕, 넌 졸업하면 뭐할거야?”


“저야 집에서 돗자리나 짜야죠, 뭐.”


“으음··· 너무 아까운데. 무관으로 지원하는 건 어떠냐?”


“무관이요? 제가요? 누가 시켜준대요?”


“···”


때는 후한 말. 과거 시험도 없던 시절이라 인맥을 이용해 관직을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던 시대. 이미 끈떨어진 몰락 황족 유비에게 까지 돌아갈 관직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공손찬은 괜히 머쓱했는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 내가 자리 잡으면 꼭 불러 줄게. 이 형님만 믿고 기다리고 있어.”


유비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했다.


“형님. 그 말 꼭 지키세요.”


“야. 나 공손백규야. 한 입으로 두 말 안한다.”


‘그건 확실히 그렇지.’


그때 공손찬 패거리 앞에 칼을 든 관병 하나가 나타났다.


“이놈들! 너희들이 공손찬 패거리냐?”


공손찬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뭐야. 아직도 저런 관리가 있었나? 당신 신입이야?”


“뭐?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놈이 말 뽄새 하고는··· 내가 신입이라고 무시하냐?”


공손찬이 관병을 노려보자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처리하고 올게요.”


유비는 칼을 든 관병에게 거침없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이제 17살이 된 유비는 이미 키가 8척을 넘어가고 있었고 근육과 골격 또한 2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있었다.


관병은 유비가 다가오자 움찔 놀라며 칼을 내밀었다.


“네, 네놈이 유비구나!”


유비는 눈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칼까지 들고 그러시오?”


“네놈들이 몰려다니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다치기 싫으면 얌전히 따라와.”


유비는 콧방귀를 뀌었다.


‘경찰 뽕을 아주 한사발 들이켰구만.’


작은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어떻게든 휘둘러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유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이유로 따라갈 수 없소. 당신 상관한테 얘기는 하고 이러는 거요?”


관병은 당황한 듯 주춤거렸고 유비는 어깨를 으쓱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와악!”


“에잇!”


관병은 놀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칼을 찔러 들어왔고 유비는 가볍게 피하며 한 발을 내딛었다.


“으윽!”


관병이 칼을 회수하려 할 때 유비는 그의 손목과 팔꿈치를 양 손으로 붙잡은 뒤 가볍게 꺾었고 관병은 팔이 뒤로 꺾이며 칼을 떨어뜨렸다.


“이, 이놈이···!”


유비는 관병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상대를 봐가면서 덤비시오. 그러다 비명횡사 하는 거요.”


그리고 관병을 힘껏 밀자 곧 바닥에 나뒹굴었다.


유비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들고 있는 힘껏 칼을 바닥에 내리쳤고 칼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으억?”


관병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대로 달아났고 공손찬은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이제 기술도 더 배울 것이 없겠구나.”


유비는 옷을 툭툭 털며 말했다.


“사람들이 저희를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만 돌아가시죠.”


“응? 벌써?”


“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잖아요.”


“그런 말이 있어?”


“···아무튼 가요.”


유비는 공손찬과 함께 학당으로 돌아갔다.


***


유비는 덕연과 함께 말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벌써 졸업이라니. 시간 참 빠르군요.”


두 사람은 노식의 문하에서 2년의 배움을 끝으로 학당을 졸업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덕연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 좋은시절 다 갔지 뭐.”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부터 진짜 세상에 나서야 할 때죠.”


“우리 집안에서 무슨 수로? 나는 이제 돗자리나 짜야지 뭐.”


“···형님은 힘이 장사이니 꼭 크게 쓰일 겁니다.”


“말이라도 고맙다.”


유비와 덕연은 곧 누상촌에 도착했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유비의 목소리에 어머니가 나서서 반겨주었다.


“그래. 비가 왔구나.”


“네.”


학당과 집이 가까워 자주 들렀기에 눈물의 해후 같은 건 없었지만 뭔가 뭉클한 기분이었다.


“그래, 공부는 열심히 하고 왔느냐?”


유비는 뜨끔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뭐···”


“가까워진 사람은 있느냐?”


“아, 공손백규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반색하며 말했다.


“공손? 요서군의 공손씨를 말하는 게냐?”


“네. 어머니.”


“하아. 정말 잘 되었구나. 네가 어려서부터 공부에 통 관심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무리해서 학당에 보낸 보람이 있구나.”


“···이제 어머니 일을 열심히 돕겠습니다.”


“그래. 그보다 먼저 유원기 숙부에게 인사를 드리고 오거라. 물심 양면으로 크게 도움을 받았으니.”


“네. 그렇지 않아도 바로 가려고 했어요.”


유비는 어머니와 짧은 인사 후 즉시 유원기의 집으로 향했다.


“저 유비입··· 앗. 나와 계시네.”


유비가 담장너머로 보자 마당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유원기는 유비를 발견하고 곧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 비야. 마침 잘 왔다. 어서 들어오거라.”


유비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처음보는 두 남자가 있었다. 유원기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사하거라. 두 분은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 너희 집에서 만드는 돗자리도 사주시는 분들이다.”


유비는 즉시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저희가 늘 신세지고 있습니다. 유비 현덕이라 합니다.”


남자 역시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소인은 장세평이라고 하는 장사치요.”


장세평!


‘드디어 왔구나. 내 돈줄!’


유비는 눈빛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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