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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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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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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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황건적의 난(8)

DUMMY



비랑대장은 짜증이 가득 섞인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이 더러운 놈들. 전투에선 우리를 제일 앞에 내세우고 꽁무니 뒤로 도망가 숨는 것들이 감히 우리한테 순찰같은 잡무까지 시켜?”


옆에 있던 병사도 불쾌한 말투로 말했다.


“평소에 오냐오냐 하니까 만만하게 보고 기어오르는 것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일반병들을 아주 그냥 씹창을 내서라도 누가 위인지 확실히 해 둬야합니다.”


다른 병사 역시 불만을 터뜨렸다.


“하다못해 변명이라도 좀 성의있게 하던가, 20명 남짓한 작군이 잠입할 수 있으니 순찰을 하라는 말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는건 뭐, 그냥 우리보고 조뺑이 까라는 거 밖에 더 됩니까?”


“제길. 이거 가는 길도 너무 좁고 불편한데요. 평소에 왜 순찰을 안 도는지 알겠네요.”


“그러니까. 여기 오는 통로도 여기 하나 뿐··· 응?”


한 병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샛길 입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저거 설마··· 사람인가?”


때마침 구름이 걷히며 달빛이 내리자 샛길 입구에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뚜렷하게 보였다.


비랑대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허··· 진짜로 올 줄이야.”


유비는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여기 순찰 병력이 있었네.”


“그러게요, 형님. 이건 좀 곤란한데요.”


비랑대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운도 지지리 없는 놈들이군. 하필 지금 여기로 나오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쳇. 경비대장 놈 자기 말이 맞았다고 또 거들먹거리겠구만. 좀 짜증나는데.”


“다 죽여서 시체를 호로곡 바깥에 버리면 어떨까요? 그럼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


비랑대장은 병사들에게 말했다.


“자, 최대한 흔적이 남지 않게 모두 죽여라. 알겠냐?”


“넵!”


병사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슬금슬금 삼형제에게 다가갔다.


장비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수다. 그 계집애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그만하거라. 보아하니 원래 순찰을 하는 곳이 아닌데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장령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닐거야.”


유비의 말을 들은 비랑대장은 화들짝 놀랐다.


“장령?”


비랑대장은 급히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잠깐! 저기 앞에 귀 큰 놈은 죽이지 말고 반드시 생포해야 한다!”


장비가 어깨를 으쓱하며 유비에게 말했다.


“큰형님, 좋겠소. 죽을 걱정 없겠는데요?”


“···왜 저러지?”


유비의 말을 들은 병사들 역시 당황한 눈치였다.


“어, 어쩌죠? 지금 돌아가서 보고할까요?”


비랑대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슬쩍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러면 안되지. 굳이 공적을 그런 쓰레기들과 나눠 가질 필요가 있나? 저 귀 큰 놈을 생포해서 곧바로 천공장군에게 가겠다.”


“네. 알겠습니다.”


비랑대장과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유비는 천천히 쌍고검을 꺼내며 말했다.


“뭐가 뭔진 모르겠다만 일단 나를 죽이지도 않고 지원 병력도 안 온다는 말이지?”


비랑대장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 그냥 좀 더 살려뒀다가 죽이겠다는 말이다.아, 물론 고문으로 알아 낼 것도 있···”


-휙!


유비가 비랑대장과의 거리를 순간적으로 좁히는가 싶더니 쌍고검을 빠르게 휘둘렀다.


“응?”


비랑대장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투욱···


그의 몸은 머리가 떨어진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는지 한참을 말 위에 앉아있다가 땅으로 고꾸라졌다.


유비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서 몸도 머리도 얼어버린 비랑대 병사들을 유유히 지나 그들이 지나온 길목으로 가서 섰다.


“그러니까, 여기만 막으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말이지?”


비랑대 병사들의 얼굴에 순식간에 공포가 떠올랐다.


***


호로곡 가장 깊숙하고 은밀한 장소에 장각의 거처가 마련되어 있었다.


좁은 호로곡 안에 십수만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지만 그의 처소는 넓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장각의 마음속은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휴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장각은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쥐고 고민에 빠져있었다.


장량의 계략대로 환관에게 뇌물을 써서 노식을 몰아내고 무능한 동탁을 지휘관으로 앉히는 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호로곡은 여전히 관군에게 포위되어 있었고 황건적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호로곡 안에서 굳게 지키며 관군이 큰 실수를 하길 바라는 것 뿐이었다.


“으윽···”


장각은 극심한 한기를 느끼며 손을 떨었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었고 거기에는 곱게 빻아진 갈색 가루가 정성스레 포장되어 있었다.


장각은 그 가루를 탁상 위에 정성스레 뿌린 후 코를 가져다 대고 들이켰다.


-스읍!


갈색 가루는 게눈 감추듯 장각의 콧속으로 사라졌고 잠시후 장각의 손 떨림이 멎었다.


“휴우···”


장각은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침상에 털썩 걸터 앉았다.


극심한 부담감으로 인해 몸이 쇠약해 진 장각은 양귀비 가루에 의존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호로곡에 포위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양귀비 가루를 보급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군량보다 양귀비 가루를 먼저 생각하는 자신을 보며 허탈하게 웃어버렸다.


그때 누군가 처소의 문을 거칠게 열어 젖히며 들어왔다.


“장각님! 큰일 났습니다!”


처소에 들어온 사람은 망토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쓴 거대한 덩치의 병사였다.


‘비랑대인가?’


“무슨일이냐?”


장각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뭔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 병사는 장각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다급하게 말했다.


“적군이 침입했습니다! 장각님! 지금 즉시 자리를 피하셔야 합니다!”


장각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냐? 적군이 어디로 침입한단 말이냐?”


“아무래도 호로곡 후방에 있는 샛길을 이용해 잠입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병사는 더욱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미 호로곡의 방어가 뚫린 상황입니다! 장각님 만이라도 달아나셔야 합니다!”


장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일단 나가보자.”


그때 장각의 뇌리에 스치는 어떤 위화감.


‘병사들이 나를 장각이라 부르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장각이 멈칫하자 병사는 깊게 눌러쓴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역시. 장각님이셨군요.”


모자를 벗고 드러난 남자는 생각보다 앳된 모습의 귀가 큰 남자였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이 처소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키가 크고 얼굴이 붉은 남자, 그리고 밤송이 수염을 기른 남자.


장각은 압도적인 위압감에 다시금 몸을 떨며 말했다.


“네, 네놈들은 누구냐?”


귀가 큰 남자가 대답했다.


“먼저 정체를 밝혔으니 우리도 알려줘야겠지. 의용군 대장 유현덕이오.”


장각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유비!”


장각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의용군 대장 유비. 그리고 그의 아우들.


이제 황건당 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악귀와 같은 모습으로 전선의 맨 앞에서 사람 목숨을 개미처럼 죽인다는 그 삼형제.


장각은 머리속 하얘지며 별 의미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어, 어떻게 여길···!”


유비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소. 샛길로 들어왔다고.”


장각이 어버버 하는 사이 관우가 말했다.


“그래도 샛길 입구에 있던 보초병들을 제외하면 장령의 말이 다 맞았군요. 장각의 처소 위치까지도요.”


장각은 관우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귀를 의심했다.


“장령이라니··· 내 딸 장령?”


삼형제 역시 장각의 입에서 나온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충격 받았다.


“딸? 딸이라고?”


유비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생각했다.


장각의 딸이 왜 병사들 틈에 끼어있었지? 장각군이 호로곡 밖으로 나올 일이 있던가?


“아!”


유비는 무릎을 쳤다.


여기는 연의의 세계. 애초에 동탁군이 기습을 받고 유비가 구해주는 상황 자체가 연의의 창작이었다. 그리고 연의에서 동탁을 기습하는 군대는,


‘장각군이었지, 아마.’


유비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장비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니미, 그 계집애 아비가 장각었다니. 이러면 죽이기 찝찝한데···”


관우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대의를 위해선 어쩔 수 없지. 장령도 제 아비가 죽을 수도 있단 걸 알면서 우리에게 정보를 알려 준거야.”


장비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 말했다.


“제 아비가 죽을 걸 알면서 그랬다니, 그럴리가···”


장각은 풀죽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 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나 하나 죽어서 더 많은 사람을 살릴 방법이 있다면 그렇게 할 아이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봐 왔으니까.”


장각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나도 이젠 지쳤다. 내 목을 베어 전쟁을 끝내라.”


유비는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웃기고 있군. 당신 하나 죽인다고 전쟁이 끝나는 줄 아시오? 오히려 혼란에 빠져 이 호로곡이 온통 병사들과 양민들의 피로 범벅될 것이오.”


유비는 으르렁거리 듯 말했다.


“내일 날이 밝으면 병사들을 이끌고 호로곡 밖으로 나가 항복하시오. 그렇게 하면 당신은 어차피 처형당하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살 수 있소.”


장각은 유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어이가 없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당신은 순진한건가? 내가 황건당의 우두머리라고 해서 수십만 황건병이 내 말하는 대로 무조건 따를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럼 아니란 말이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 죽을텐데?”


장각은 허탈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은 왜 저들이 도적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저들은 이미 죽기보다 못한 삶에 지친 자들이다. 귀족들의 곳간엔 쌀이 썩고 있는데 양민들은 굶어죽은 가족의 시신으로 배를 채우는 그런 세상에서 말이다. 이 봉기는 저들에게 마지막 발악같은거지. 죽는게 싫었다면 처음부터 무기를 들지도 않았을거야.”


장각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말했다.


“내가 죽어서 달라지는 건 황건당의 확실한 패배, 그것 뿐이다.”


유비가 뭐라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자 관우가 말했다.


“냉정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렇게 된 이상 장각의 목을 치고 군공이라도 세우시죠.”


유비는 말없이 서 있다가 입을 열었다.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해서 죽음을 택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럴 땐 가서 따져야지!”


장각이 고개를 갸웃했다.


“따지다니? 누구에게 말인가?”


한 사람의 민원은 가까운 민원 창구로 가면 된다.


하지만 수십만명이 동의한 청원은 청와대에서 직접 답변해야지.


“누구긴 누구겠소?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사람한테지.”


당황하는 장각에게 유비가 말했다.


“내일 성문을 열고 모든 병력을 내보내시오. 낙양에 있는 천자를 보러가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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