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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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최근연재일 :
2024.09.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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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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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낙양의 봄(2)

DUMMY



서신을 가지고 영천으로 이동중인 서영은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르신, 무슨 생각이 그리 많으십니까?”


부관의 말에 서영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자 10여명의 수행원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다.


“너무 적지 않으냐?”


이번엔 부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적다니요? 뭐가 말입니까?”


“수행인원 말이다. 10명 뿐이지 않으냐.”


“편지 한 통 보내는 데 10명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더 많으면 괜히 눈에만 띄고 안좋은 거 아닐까요?”


서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단순한 편지가 아냐. 무려 좌중랑장이 이끄는 관군의 행방을 정하는 서신이란 말이다.”


“그게 문제가 됩니까?”


“지금 조정에서 동원할 수 있는 전 병력의 절반 가까이 되는 전력을 황보숭 장군이 이끌고 있다. 노식 장군이 낙마한 상황에서 사실상 최대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런 병력을 움직이는 서신을 전달하는데 수행원이 고작 10명? 이건 어디 도적떼에 당하기라도 하란 말인건가?”


부관도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오히려 과하게 많아야 할 것 같은데··· 조정에서 서신의 중요성을 망각한 걸까요?”


“설마. 내가 걱정하는 건 오히려···”


“오히려··· 뭐요?”


서영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영천은 우회해서 가도록 하자.”


“우회한다고요? 시간이 더 걸릴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어쨌든 서신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게 우선이야. 방향은··· 남쪽으로 우회한다.”


부관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낙양 궁궐은 넓고 고요했다.


그 고요속에서 희미한 신음소리가 공기중에 퍼졌다.


다소 격앙된 소리는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지만 그 소리의 주인공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거침없이 소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 문 앞에 한 병사가 어쩔 줄 몰라하며 우물쭈물 하고 있었다. 한동안 문 앞을 왔다갔다 하던 병사는 곧 결심을 했는지 소리쳤다.


“장군!”


만세에 울려퍼질 것만 같던 소리는 급작스럽게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방문이 거칠게 열리며 잠옷을 대충 걸친 대장군 하진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병사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별 일 아니면 죽을 줄 알아라. 무슨 일이냐?”


병사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영천으로 서신을 가지고 가던 서영이 사라졌습니다.”


하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과 함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사라지다니?”


“분부하신대로 추격대를 보냈사온데 영천으로 향하는 길목 어디에서도 서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진은 이를 악물고 머리를 굴렸다.


“제길! 정보가 새어 나갔나? 어디서 정보가 샌 거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누구한테까지 새어 나갔는지가 더 중요한데··· 일단은···”


하진은 허겁지겁 방 안으로 들어가 검을 들고 나왔다.


“···나으리?”


-콰각!


하진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병사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병사의 얼굴은 고통과 여전한 의문을 담은 채 땅에 떨어졌다.


“꺄아악!”


문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나온 여인은 목이 잘린 병사의 시체와 칼을 든 하진의 모습을 보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거 방 안에 얌전히 있을 것이지 왜 기어 나와서··· 참. 안타깝구만.”


“대, 대장군! 저는 아무것도···!”


-부웅!


하진은 그대로 여인의 목까지 베어 버린 후 소리쳤다.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하진의 소리에 수발을 드는 시종들이 달려왔지만 피가 흥건한 현장을 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게 무슨···”


하진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


“지금 당장 원본초(원소의 자)를 이리 불러오라.”


시종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벌벌 떨고만 있었고 하진은 버럭 소리쳤다.


“내 말이 안 들리나!”


“히익! 아, 아닙니다!”


시종들은 급히 하진의 앞에서 사라졌다.


하진은 피곤한 듯 침상에 풀썩 드러누웠다.


“하··· 젠장. 잠은 다 잤구나.”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하진의 방 문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군, 부르셨습니까.”


“본초!”


하진은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 원소에게 다가갔다. 원소는 하진의 방 문 앞에 벌어진 참혹한 현장을 덤덤히 바라보다 말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듣는 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겠네.”


하진과 원소는 방 안으로 들어가 밖으로 향하는 모든 문을 닫았다.


원소가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하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서신을 전달하던 서영이 사라졌네.”


“···그건 좀 곤란한 일이군요.”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 모양이야. 건석 놈인가?”


“속단하긴 이릅니다. 일단은 지금 당장 세작들을 모두 풀어 서영을 찾으시죠.”


“그래. 얼른 찾아 봐.”


“네. 상황이 급하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럼 이만···”


원소는 하진에게 포권을 한 후 방을 나섰다. 잠시 후 원소의 옆으로 그의 심복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전령 서영이 사라졌다.”


“···건석의 짓일까요?”


“그건 모르지. 하지만 서영이 숨었다는 건 결국 황보숭에게 서신을 전하겠다는 의미. 대규모 군사를 끌어들이는 건 그 고자놈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야. 좀 더 음흉하고 비열한 수를 쓰는 놈들이지.”


“으음··· 혹시 하진 장군이 저희를 속이는 건···?”


원소는 피식 웃었다. 약간의 비웃음이었다.


“하진이 그럴 이유도 없지만 그런 수를 쓸 머리는 더더욱 없는 자다.”


“뭔가 짚이는 데는 있으십니까?”


“글쎄. 내 생각엔 뭔가 낌새를 눈치 챈 서영이 단독으로 행동한 것일 가능성이 훨씬 더 커. 일부러 그 정도의 영민함은 있는 자를 보내기도 했고.”


“어디로 갔을까요?”


“북쪽 하남을 지나거나 남쪽의 남양을 지나서 가거나. 둘 중 하나겠지.”


심복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북쪽으로 우회하지 않았을까요? 상대적으로 거리도 가깝고 몸을 숨길 지형도 풍부하니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 허를 찔러 남쪽으로 가기엔 서신의 중요성이 너무 크니까.”


원소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남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대를 편성해라.”


“네.”


“아참. 그리고 수색대에 별다른 정보는 건네지 말고 발견 즉시 보고만 하도록 지시해.”


“···관련된 사람을 남기지 않을 생각이시군요.”


“그래.”


원소의 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났다.


***


“에휴···”


남양에서 영천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 병사가 한숨을 푹 쉬었다.


“뭐가 그리 불만인게냐?”


한숨을 쉰 병사의 상관으로 보이는 이가 말하자 병사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아니, 문우(이유의 자) 어르신! 이거 저희를 따돌리는 거라고요!”


“따돌리다니?”


“상식적으로 남쪽으로 우회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전령은 코빼기도 못볼게 뻔합니다.”


이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거대로 좋은거지. 일도 안하고 편하지 않으냐.”


“하지만 나으리, 공을 세울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야. 대부분의 수색대가 북쪽에 몰려있으니 설령 전령이 북쪽으로 향했다고 해도 수색대 간에 경쟁이 생길것 아니냐. 반면에 남쪽은 가능성이 낮은 대신 남쪽으로 오기만 한다면 반드시 우리가 발견하게 될 것이니 공을 세울 기회가 꼭 적어졌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지.”


“···가능성이 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요.”


“그건 모르는 거야. 그리고 꼭 찾는다고 좋기만 하다는 보장도 없지.”


“네?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생각해봐라. 전령 하나 사라졌다고 수색대까지 보낼 정도면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라는 뜻인데 그걸 알게 되면 그만큼 위험··· 응?”


이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면을 주시했다. 옆에 있던 병사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전방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사람들이 있네요. 전령일까요?”


“으음··· 그런데 중요한 서신을 가지고 가는 것 치고는 숫자가 너무 적은 것 같은데?”


“그러네요. 열명 남짓이라니. 그냥 지나가는 행인인가 봅니다.”


이유는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잠시 다녀올 테니 여기 기다리고 있거라.”


“네? 어··· 하지만 혹시 찾게되면 보고만 하라고...”


“그건 그들 사정이고. 이랴!”


이유는 말을 달려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오자 이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떠올랐다.


이유는 말을 멈춰세우며 말했다.


“워어. 나는 이문우라는 사람이오. 혹시 서영 대장이시오?”


서영은 더욱 긴장한 얼굴로 손은 칼자루를 꼭 쥐고있었다.


“그렇소만. 무슨 용건이오?”


“혹시 서신위 내용을 알 수 있소?”


“···좌중랑장 황보숭 장군의 낙양 회군에 관한 서신이오. 더 자세한 건 알려줄 수 없소.”


이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거록에서 관군이 패했나보군요. 그런데 그 정도로 중요한 서신을 고작 10명이서?”


이유는 잠시 서영과 그 수행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린 서로 모른 척 하는 게 서로의 목숨을 보존하는 길이겠소이다.”


“···”


“그럼 이만 가보겠소. 아참. 이왕이면 큰 길로 다니시오. 그게 더 안전할거요.”


말을 마친 이유는 다시 말을 달려 돌아갔다.


이유의 병사가 물었다.


“전령이었나요?”


“아니. 그냥 지나가던 행인들이다.’


“역시 그랬군요.”


이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보다 우리가 너무 큰길로 왔구나. 몸을 숨기는 자들이라면 숲길로 다닐텐데 말이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숲이 있는 곳으로 가시죠. 뭐 그나마 전령이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데로 가야하니까요.”


이유는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일단 수색에 집중하고 한동안 낙양으로는 돌아가지 않는게 좋겠구나.”


“예?”


이유는 말없이 말고삐를 당겼다.


***


관우가 희미하게 보이는 낙양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곧 낙양이군요.”


장비 역시 낙양성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막연히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가깝수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낙양이구나. 다들 긴장풀지 마. 낙양에선 무슨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거든.”


유비의 말에 장각이 대답했다.


“무슨 일은 벌써 일어난 것 같소만.”


유비군의 남쪽방향에서 거대한 모래먼지가 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대규모의 병력이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훈련된 정규군의 움직임.


황보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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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낙양의 봄(7) +1 24.08.29 524 13 11쪽
23 23화. 낙양의 봄(6) 24.08.27 580 13 16쪽
22 22화. 낙양의 봄(5) +2 24.08.26 608 16 10쪽
21 21화. 낙양의 봄(4) 24.08.25 656 15 10쪽
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89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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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낙양의 봄(1) +1 24.08.22 702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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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09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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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근수저 +3 24.08.02 1,369 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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