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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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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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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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낙양의 봄(3)

DUMMY



낙양성 앞에서 두 관군과 황건적이 절묘한 구도로 만난 상황. 그야말로 천하를 움직이는 큰 힘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었다.


일개 병사들 마저도 숨막히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흰 수염을 짧게 자른 노장군은 멀리 보이는 동탁군과 황건적을 보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간신히 늦지는 않은 모양이군.”


“네. 아슬아슬 했습니다.”


황보숭은 여유있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 늙으면 행동이 통 굼떠진단 말이지.”


옆에서 듣고 있던 서영이 고개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길을 좀 돌아 오느라 그만···”


황보숭은 허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다. 전장에선 현장 책임자의 판단이 가장 정확한 법이지. 결과적으로 늦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서신이 전달 된 시점에 자네는 이미 역할을 다 했네.”


“감사합니다.”


황보숭은 흐뭇한 표정으로 서영을 바라보았다.


황보숭의 부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나저나 엄청난 군세로군요. 황건적만 15만에 관군이 약 7만··· 저 둘을 동시에 상대할 순 없겠는데요.”


“으음.”


황보숭은 헛기침을 하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부관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중영(동탁의 자)이 반역을 한 걸까요? 사실 중영이 황건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소문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그 동중영이란 자, 능력은 없지만 욕심은 충분할 정도로 넘치는 인물이지. 스스로 생각해서 반역을 했다고는 생각치 않네만, 누군가에게 휘둘려서 여기까지 왔을 가능성은 있어.”


“어쩌실 생각입니까?”


“협상을 통해서 황건적을 해체하고 돌려보내는 것이 상책, 관군과 함께 황건적을 도모하는 것은 중책, 관군과 황건적을 모두 상대해서 물리치는 것은 하책.”


그때 황보숭의 뒤를 따르던 젊은 장수가 앞으로 나서며 기운차게 말했다.


“제가 있는데 그게 왜 하책입니까? 중책이든 하책이든 장군께서 승리하는 결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거대한 덩치. 하지만 날렵한 허리와 터질듯한 허벅지를 가진 장수가 안광을 번득이고 있었다.


“···문대(손견의 자), 꼭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병법에서는 늘 상책으로 치지 않나.”


손견은 콧바람을 킁킁 내뱉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싸우지 않고 적군을 돌려보내봤자 언젠가 반드시 다시 쳐들어와서 싸우게 되니까요. 한 번 크게 싸워서 단단히 밟아 놔야 오랫동안 승리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보숭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헛! 젊음은 좋구먼. 이 늙다리는 사실 싸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지.”


손견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합니다.”


“그래. 그 말도 맞지. 하지만 더 큰 장수가 되고싶다면 싸울 때와 물러날 때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할 걸세.”


“···명심하겠습니다.”


부관이 황보숭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동탁에게 서신을 보내시겠습니까?”


황보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은 대화를 나눠봐야지.”


황보숭은 손견을 보며 말했다.


“문대. 서신의 전달을 맡아 주겠나?”


손견이 깜짝 놀랐다.


“네? 제가요?”


“그래. 싸우지 않는 전쟁을 좀 보고 오게.”


손견은 그다지 마음에 드는 제안은 아니었는지 잠시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군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알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아, 그리고 서영.”


“네. 장군.”


“자네도 손견과 함께 서신을 전달하고 오게나.”


“네.”


서영은 군말 없이 명을 받았고 손견은 ‘왜 굳이 둘이나?’ 라는 표정이었지만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


관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좌중랑장 황보의진(황보숭의 자)의 군대로군요. 저희를 막으러 온 걸까요?”


“글쎄. 그건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우리가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라고 부른 면도 있겠지.”


장비가 툴툴거렸다.


“관군과 함께 온 것인데 별 걸 다 걱정하는군요.”


유비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원래 변방에 나가있는 장수는 늘 의심받는 법이다. 관군을 굳이 둘로 나눠놓은 것도 그것과 무관치 않지.”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군요.”


“그래. 그래서 정치는 원래 거대한 소꿉놀이라고들 하지 않느냐.”


그때 관우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에 사람이 옵니다.”


관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한 무리의 병사들이 말을 달려 오는 모습이 보였다.


“숫자를 봐서는 싸우러 오는 것은 아닐테고··· 뭔가 서신이라도 전하러 오는 건가?”


유비의 말에 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저희도 마중 나가시죠.”


삼형제는 각자 말을 몰아 앞으로 나갔다.


잠시 후 양쪽에서 달려 나온 사람들이 중간에서 말을 멈췄다.


손견이 먼저 나서며 말했다.


“나는 좌중랑장 황보의진 장군 휘하의 좌군사마 손문대요. 북중랑장 중영에게 전할 서신을 가지고 왔소.”


유비 역시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의용군 대장 유현덕이라 하오. 황건적을 압송하는 중입니다.”


손견은 고개를 갸웃했다.


“의용군? 의용군이 왜 황건적을 압송하는 것이오? 아니, 그보다 그럴 병력은 있소?”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탁현에서 온 5백 의용군으로 압송중이지요.”


손견은 순간 표정이 확 구겨졌다.


“뭐? 5백? 이것들이 지금 장난하나.”


장비의 눈섭이 크게 꿈틀했다.


“뭐? 이것들? 너 방금 우리 큰형님한테 이것들이라고 했냐?”


손견은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넌 또 뭐냐? 별 시답잖은 것들이 다 튀어 나오는구나.”


장비는 말 위에서 펄펄 뛰며 소리쳤다.


“이놈! 우리 큰형님은 황손이시다! 버르장머리 없는 놈! 그리고 난 시답잖은 놈이 아니라 연나라 사람 장익덕이다!”


“흥. 어디서 굴러 먹던 놈인지 몰라도 황손을 자처하는 놈들이야 한집 건너 하나씩 있던데 그 중 하나인가 보구나.”


손견은 창을 크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저자의 건달패들이랑 할 이야기는 없다. 지금 당장 동중영을 만나게 해주지 않으면 다 베어버리고서라도 가겠다. 아무리 촌놈이라도 강동의 손견이라면 이름 정도는 들어봤겠지?”


장비 역시 창자루가 부서질 듯 장팔사모를 움켜쥐고 한쪽 입꼬리를 비웃듯 끌어올렸다.


“으하! 물건너 온 오랑캐놈이 우리한테 촌놈 소리를 다 하는구나. 웃길려고 그러는거지?”


손견의 얼굴이 분노로 달아올랐다.


“뭐, 뭐라, 오랑캐?”


“왜? 오랑캐는 싫으냐? 쥐새끼같은 놈아!”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관우가 슬쩍 말렸다.


“익덕. 그쯤하면 되었···”


“이럇!”


“하아!”


하지만 말릴 새도 없이 장비와 손견은 투견장의 개처럼 동시에 튕기듯 서로를 향해 달려갔다.


양쪽 다 눈에 노기가 등등한 채로, 온 몸이 당겨놓은 활 시위 마냥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했다.


-까앙!


“우오오!”


두 장수의 창이 서로 부딪히자 거대한 천둥이 치는 듯 한 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졌고 양 쪽의 병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끼기기긱!


두 장수는 온 힘을 다해 창에 체중을 실었다. 두 사람의 창은 잘 벼려진 병장기임에도 불구하고 금방이라도 갈라지고 깨질 듯한 비명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창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놀랐지만 애써 티내지 않으며 으르렁 거렸다.


“···너 이놈, 촌동네에서 힘깨나 쓰던 놈인가 보구나.”


“흥! ···큰소리 치더니 고작 이 정도냐?”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팔이 떨리는데?”


“네놈 만 할까!”


-카앙!


두 사람이 동시에 창을 밀쳐내며 거리를 벌렸고 작은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다시 서로에게 창을 날렸다.


-캉! 까앙! 캉!


두 사람의 창 부딪치는 소리는 주변 병사들의 몸을 떨리게 할 정도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쯧쯧. 저러다 누구 하나 크게 다칠것 같은데. 누가 더 센지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 가서 말리고 오마.”


“앗! 형님!”


놀라는 관우를 뒤로하고 유비가 두 사람 사이로 달려갔다.


“헉, 헉.”


장비와 손견은 팔이 저려오는 것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창을 꽉 쥐고 서로를 노려보다가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창을 휘둘렀다.


다시 한 번 창의 공명이 울리려던 순간.


-까까앙!


“···!”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난 유비는 쌍고검을 들어 두 사람의 창을 동시에 막아내었다.


“거, 편지 한 통 전하려다 사람잡겠소. 그만들 하시오.”


손견은 놀란 표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살짝 뒤로 물러섰다.


‘한 손으로 내 창을 막다니···뭐하는 놈들이야? 내가 잘못본건가?’


서영 역시 싸움이 소강상태로 둘어가자 황급히 달려왔다.


“문대! 그만하시오. 서신을 전해야 할 사람이 갑자기 이리 싸우면 어떡하잔거요.”


“서영.”


유비는 손견과 서영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 둘이 나란히 서 있는 것도 재미있군.’


서영은 즉시 유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현덕공. 의용군이라면 관군과 같은 편 아니오? 우린 황보의진 장군의 서신을 동중영에게 전해야 하오. 방해하실 겁니까?”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요. 일이 어쩌다 이리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소. 동중영에게 가보도록 허시오.”


서영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맙소 “


장비와 손견이 창을 거둔 후 서영과 손견은 서신을 들고 동탁군 진영으로 향했다.


***


“문대, 이번 행동은 다소 경솔했소.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소?”


“흥! 별거 아니었네. 다치긴 뭘 다쳐.”


“하하. 하지만 사실 멀리서 보고 좀 놀랐소. 문대의 창을 이리 여러합이나 받아낼 장수가 설마 의용군에 있었을 줄이야


손견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내심 놀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비도 장비지만 특히,


‘유현덕···’


한 손으로 자신의 창을, 심지어 장비의 창까지 두 개의 창을 모두 한 손으로만 막은 것이다.


불가사의할 정도의 완력.


그 뿐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타이밍에 정확히 파고드는 순발력, 날아드는 창의 궤적을 정확히 읽는 동체시력과 그 궤적에 정확히 검을 들이대는 반응속도까지.


왜 저 정도의 무장이 고작 의용군이나 하고 있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손견이 골똘히 생각하는 사이 두 사람은 동탁의 막사에 도착했다.


“좌중랑장 황보의진의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동탁은 서신을 건네받아 펼쳐보고는 이내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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