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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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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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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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낙양의 봄(4)

DUMMY


동탁은 불만 섞인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쳇. 황보숭놈, 나를 방패막이로 쓸 생각이군.”


동탁의 말에 손견이 움찔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


동탁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무슨 말씀? 몰라서 묻는게냐? 내가 황건적과 지척에 있는데 여차하면 황건적을 공격해야 하다니 그게 나를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뜻이 아니면 뭐겠나?”


서영이 나서며 말했다.


“장군. 오해십니다. 어쩌다보니 지금 구도가 이렇게 되긴 했습니다만···”


동탁은 버럭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시끄럽다! 누구 안전이라고 지금 말대답이냐?”


발끈하려는 손견을 서영이 눈짓으로 말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답신을 부탁드립니다.”


“알겠다. 물러나 있거라. 보채긴··· 쯧!”


동탁은 여전히 불만섞인 표정으로 손을 휘휘 저었고 손견과 서영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물러났다.


손견은 통탁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투구를 땅에 패대기 치며 씩씩거렸다.


“저 돼지같은 놈이 의진(황보숭의 자)과 같은 중랑장이라니 조정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망할 고자놈들이 나라를 주무르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서영은 별다른 대꾸 없이 침묵을 지키며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손견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거리며 말했다.


“생각 같아선 황건적이고 동탁이고 다 쓸어버리고 싶구나!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 아까는 웬 의용군 떨거들이 나대더니 이번엔 돼지새끼가 사람 분통을 터지게 하다니···”


서영은 손견에게 조용히 말했다.


“여긴 동탁군의 진영이오. 듣는 귀가 많으니 언성을 낮추시는 것이 좋겠소.”


“아 들으라고 해! 망할놈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견도 더이상 심한 욕설은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동탁의 서신이 준비되었고 두 사람은 동탁을 다시 찾았다.


동탁은 여전히 불만 섞인 표정으로 서신을 던지듯 건넸다.


“답신이다. 가지고 가라.”


손견이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서신을 받았고 동탁은 투덜거렸다.


“쳇. 황건적은 내가 압송해 왔으니 내가 세운 공인데 왜 황보숭이 굳이 여기까지 와서 끼어드는 건지 원··· 그렇게 공이 탐났나? 그냥 영천에나 가만히 있을 것이지. 에잉!”


“뭐, 뭐라···”


서영은 발끈해서 달려들려는 손견을 급히 붙잡으며 말했다.


“답신 잘 받았습니다. 그럼 소신들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서영은 손견을 끌고 도망치듯 자리를 빠져 나와 황보숭의 진영으로 향했다.


손견은 황보숭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길에 멍한 표정으로 계속해서 서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내용의 서신이 적혀 있을까?”


서영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내용은 없을 것이오. 이건 그냥 서로 위치를 확인하는 정도의 서신에 불과하오. 피차 애미하면서 절묘하게 균형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니 조정에서 조치가 있을 때까지 경거망동 하지 말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인삿말 정도? 중영이 저리 짜증을 내는 건 자기 의지대로 일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일거요.”


“내 생각엔 그냥 성격이 쓰레기같아서 저러는 거라고 보오.”


손견은 분노가 일정 이상을 넘어섰기 때문인지 화조차 나지 않는 표정으로 서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미적지근한 내용이라니. 이대로면 결국 저 돼지새끼가 모든 공을 독차지 하는 것 아니오?”


서영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분하지만 어쩔 수 없소이다. 어쨌든 황건적의 본대와 수괴 장각을 낙양까지 데리고 온 건 동탁의 공이니···”


손견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이치에 맞지 않소. 저런 돼지가 공을 차지하다니.”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만약 여기서 큰 싸움이 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그럼 황건적은 그저 낙양으로 ‘진격’ 한 것이 되지 않나? 그리고 동탁은 그걸 방관한 것이 되고. 그러면 토벌군이 아니라 황건적과 내통해서 낙양으로 진군한 반란군이 되는 것이 아니오?”


서영은 쎄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소만 그건···”


손견은 이성을 잃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우리가 전하는 서신의 내용에 따라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아니겠소?”


서영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


하진은 초조한 듯 방 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원소의 말에 하진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괜찮을까? 의진이 저 황건적을 공격해서 물리치면 천자의 총애를 한 몸에 받게 될텐데.”


원소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의진은 겉보기엔 호방하고 즉흥적인 성격으로 보이지만 누구보다 냉정하고 상황판단이 빠른 자입니다. 낙양성 바로 앞에서 이 미묘한 균형상태를 깨뜨리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럴까? 공을 세울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도?”


“무릇 싸움이란 일단 시작하면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황건적 뿐이라면 모르겠으나 중영(동탁의 자)의 군대까지 끼어있는 마당에 그런 섣부른 판단을 할 사람은 아닙니다.”


하진은 다소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은가?”


원소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세 군세가 미묘한 균형을 잡고 있으니 누구도 큰 싸움이 벌어지길 바라지 않을 겁니다. 마침 낙양성이 바로 앞이니 논공행상을 통해 각자의 이익을 취하려고 할 테지요. 군세는 일종의 무력시위같은 것입니다. 조정의 입장에서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으니 아마도 적당한 타협안을 제시하고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하겠지요.”


하진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으음··· 결국 의진 역시 공을 세우긴 하겠지만 공을 독차지 하지 못한다는 말이군. 그 정도라면 나쁘지 않을지도···”


원소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논공행상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지금은 낙양성 앞에 수십만의 병력이 집결한 위기상황입니다. 조금 더 사태 수습에 촛점을 맞추고 생각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원소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말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잘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면 천자께서도 장군을 다시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내가 사태를 수습하라고? 무슨 수로 말인가?”


“···장군. 이 나라의 군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굽니까? 바로 장군입니다. 장군께서는 편지 두 통으로 모든 상황을 수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근데 무슨 편지를 쓰란 말인가?”


원소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의진과 중영에게 황건적 수괴 장각을 함께 압송하여 낙양으로 입궐하라는 서신을 보내십시오. 그리하면 일단 황건적의 지휘관이 사라져 가장 큰 위협이 제거됩니다. 또한 두 중랑장이 동시에 적 수괴를 압송하는 것이니 공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 군세의 지휘관이 일시적으로 모두 공백상태가 되니 예상치 못한 충돌 상황 역시 미연에 방지하게 됩니다.”


하진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렇군! 좋은 생각이네. 즉시 그런 내용으로 서신을 보내도록 하게.”


“예. 장군.”


***


건석은 다소 불편한 표정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그 백정놈이 그런 서신을 보내려고 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건석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리 되면 확실히 사태는 수습되겠군. 하지만 결국 상황을 수습한 공로를 하진이 차지하게 된다는 기분나쁜 결말이 된다는 게 마음에 안들어.”


건석의 부하가 조용히 말했다.


“의진의 군대가 절묘한 시간에 끼어들면서 일이 좀 복잡하게 변했습니다. 의진이 황건적을 막으러 오는 모양새가 되어버렸으니··· 영천에서 온 관군을 반역자로 몰아가는 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건석은 불만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조심 해라. 몰아가다니, 누가 들으면 내가 흉계라도 꾸미는 줄 알겠구나.”


건석의 부하는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결코 그런 의도로 한 이야기는···”


건석은 주먹으로 의자걸이를 탕 치며 말했다.


“그만!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할 필요 없다!”


“예, 예!”


“달라지는 건 없다. 중영은 반역자다. 의진이 장각과 중영을 압송해 오는 모양새로 만들면 돼.”


“네? 어떻게···?”


건석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밀서를 보내라. 세 사람이 낙양으로 입궐할 때 의진이 중영과 장각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이다.”


건석의 부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의진이 그 지시를 따르려고 할까요?”


건석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따를 수 밖에 없지. 서신은 황제의 관인을 찍어 나갈것이니까.”


“아···”


“그리고 동시에 이건 의진의 입장에선 모든 공을 독차지할 기회이기도 하다. 황명이라는 핑계와 군공이라는 이익이 있으니 따르지 않을 리 없지. 못이기는 척 밀명에 따를 것이다.”


건석의 부하는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기가막힌 묘책입니다.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그래.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보내.”


“예, 그럼 지금 즉시···”


그때 건석의 방으로 한 내관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나, 나으리!”


건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일이길래 감히 내 별실에 기별도 없이 들어오느냐? 별 일 아니면 크게 경을 칠 줄 알아라!”


내관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게··· 좌중랑장 의진의 군대가 이동중이라는 전갈입니다!”


건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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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낙양의 봄(10) +3 24.09.05 236 7 10쪽
26 26화. 낙양의 봄(9) +1 24.09.02 421 12 11쪽
25 25화. 낙양의 봄(8) +2 24.08.30 460 12 12쪽
24 24화. 낙양의 봄(7) +1 24.08.29 524 13 11쪽
23 23화. 낙양의 봄(6) 24.08.27 580 13 16쪽
22 22화. 낙양의 봄(5) +2 24.08.26 608 16 10쪽
» 21화. 낙양의 봄(4) 24.08.25 655 15 10쪽
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89 21 11쪽
19 19화. 낙양의 봄(2) +1 24.08.22 698 18 11쪽
18 18화. 낙양의 봄(1) +1 24.08.22 702 20 10쪽
17 17화. 황건적의 난(9) +1 24.08.20 727 23 12쪽
16 16화. 황건적의 난(8) +2 24.08.18 755 20 11쪽
15 15화. 황건적의 난(7) +2 24.08.17 805 20 13쪽
14 14화. 황건적의 난(6) +6 24.08.16 795 21 12쪽
13 13화. 황건적의 난(5) +2 24.08.15 830 20 13쪽
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09 26 12쪽
9 9화. 황건적의 난(1) +1 24.08.10 940 28 12쪽
8 8화. 도원결의(2) +4 24.08.09 1,017 28 16쪽
7 7화. 도원결의(1) +4 24.08.08 1,077 29 12쪽
6 6화. 거상(2) +2 24.08.07 1,045 27 13쪽
5 5화. 거상(1) +1 24.08.06 1,101 29 12쪽
4 4화. 공손찬(2) +2 24.08.05 1,146 27 14쪽
3 3화. 공손찬(1) +3 24.08.03 1,250 30 15쪽
2 2화. 근수저 +3 24.08.02 1,369 32 13쪽
1 1화. JUICE +10 24.08.01 1,487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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