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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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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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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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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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낙양의 봄(1)

DUMMY

한나라의 심장부, 낙양.


세상에 휘몰아치는 누런 광풍이 무색하게 낙양은 언제나처럼 평화롭고 활기찬 도시였다. 저자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그 사이사이로 각종 공공시설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낙양은 한조 400년의 역사를 품은 도시 답게 생동감으로 가득했다.


그 낙양의 한가운데 화려하게 들어선 궁궐이 있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막히는 궁중예법을 체화하여 걸음걸이조차 품위있는 모습이었고 그들이 내뿜는 기운은 궁궐을 다소 긴장섞인 고요로 만들고 있었다.


“장군!”


그리고 그 고요를 깨는 외침.


대장군 하진이 전령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냐?”


“거록에서 출발한 황건적 15만이 낙양으로 이동중이라고 합니다!”


하진이 깜짝 놀라 말했다.


“뭐야? 동탁이 벌써 당했단 말이냐?”


“그게 아니라··· 15만 황건적을 생포하여 낙양으로 압송중이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관군보다 몇 배나 많은 병력을 무슨 수로 압송한단 말이냐?”


“예. 그게 그렇긴 한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진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누구에게 전해 들은 내용이냐?”


“관군에서 알려온 내용과 저희 쪽 세작들의 내용이 일치했습니다.”


“말도 안 돼···”


하진은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이건 틀림없이 뭔가 있어. 아마도 음흉한 고자놈들 소행이겠지. 동원 가능한 세작들을 몽땅 풀어서라도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특히 건석놈이 이 일과 관련되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네. 알겠습니다.”


전령이 사라지자 하진의 뒤에서 맑고 깨끗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건적을 이대로 두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하진이 고개를 돌리자 반듯한 자세로 서 있는 곱상한 얼굴의 미남자가 보였다.


“오! 본초(원소의 자)!”


하진은 갑자기 나타났음에도 원소를 반겨 맞았다. 원소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무려 15만 대군입니다. 거기에 북중랑장 동탁과 기도위 조조까지··· 누가 그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는 알 수 없으나 실로 위협적인 수준의 대군이 천자가 있는 낙양으로 오는 것입니다.”


“···반란군일지도 모른다, 이 말인가?”


“견물생심. 지금은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막상 대군을 이끌고 황도에 도달하게 되면 사람 생각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습니다.”


“자네 생각엔 어찌하면 좋겠나?”


“좌중랑장 의진(황보숭의 자)을 불러 들이시지요.”


하진의 눈썹이 꿈틀했다.


“황보숭을?”


원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천하를 통틀어 15만 대군을 상대할 전력은 황보숭 장군 뿐입니다. 영천의 황건적 토벌도 완료되었으니 지체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진은 곤란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더 위험해. 지금도 황보숭의 전공이 너무 커서 내 자리를 위협할 정도인데··· 장각의 황건적 본대까지 토벌해 버린다면 내 입지가 완전히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


하진은 초조한 듯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며 말했다.


“비록 황건적을 압송해서 오고 있다고는 하나, 동탁의 부대는 내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을 테니 아무리 황건적의 숫자가 많다고 해도 당장 어쩌지는 못할 것이야. 일단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경거망동 해선 안 돼.”


원소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상황을 방관한 데 대한 책임을 추궁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진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일단 황보숭 장군에게 회군하라는 서신을 써라. 그리고 그 서신을 전달하는 전령은 가는 도중에 도적을 만나게 되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원소는 여전히 표정을 숨긴 채 말했다.


“···알겠습니다. 서신은 누가 전달하게 할까요?”


“아무나 상관 없다.”


“그럼 서영에게 서신의 전달을 맡기겠습니다.”


하진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그래그래. 아무나 보내.”


원소는 여전히 하진과 눈을 맞추지 않은 채 말햇다.


“하황후께는 어떻게 전할까요?”


하황후.


황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하진의 여동생. 한마디로 하진이 가진 권력의 근거가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고로 대장군의 지위에 있는 하진이지만 여동생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진은 골치가 아픈 듯 말했다.


“으음··· 내 동생이지만 참 성깔 더러운 아이야. 천자께서는 뭐가 그리 마음에 드신 건지 원. 콩깍지도 그런 콩깍지가 없지.”


하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


“에이. 그냥 사실대로 전해 줘. 괜히 어설프게 숨겼다가 들키면 귀찮아져.”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천자나 환관들의 귀에 들어가면 위험해 질 수도 있는데요.”


“괜찮아. 성깔이 좀 드럽긴 해도 머리는 좋은 아이니까. 사리분별 정도는 할 줄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원소는 하진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


화려한 옷을 입은 수염 없는 남자의 표정이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뭐? 거록의 15만 황건적이 낙양으로 오고 있다고? 그런데, 뭐? 압송?”


“···예. 그렇습니다, 건석 어르신.”


환관 건석은 맨들맨들한 턱을 연신 쓰다듬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미친소리 하고 있네. 압송은 개뿔. 그냥 반란군이지.”


“같은 생각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젊은 환관의 말에 건석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반란군 놈들이 낙양에 도착하거든 벼슬을 내린다고 하고 성 안으로 불러 들인 후에 죽이면 된다.”


젊은 환관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네? 하지만 압송해 오는 자 중에는 북중랑장 중영(동탁의 자)도 있사온데···”


“중랑장이고 뭐고 황제의 허락을 받지 않은 군대를 이끌고 낙양으로 오는 것 자체로 이미 반역이다.”


“하지만 명분이···”


“괜찮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동탁이 황건적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면 돼.”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정작 건석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보다 하진, 그 백정 놈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영천의 좌중랑장 의진(황보숭의 자)에게 낙양으로 회군하라는 서신을 보낸 것 이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래. 그릇이 간장 종지만도 못한 놈이니 허튼생각이야 하지 않겠지만 혹시 모르니 계속해서 주시하도록 해. 그 멍청한 놈이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 지도 모르고 예상 밖의 행동을 하면 곤란하니까.”


“네. 알겠습니다.”


“물러가 봐.”


“예.”


젊은 환관이 물러나자 건석은 턱을 괴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떤 변수도 허용해선 안 돼. 국정엔 안정이 가장 중요하니까. 하지만 그 안정이란 건 결코 혼자 얻어지는 게 아니지. 그 안정 또한 누군가의 피땀 흘린 노력으로 지속되는 법.”


건석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자신에게 심취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없이는 나라 꼴이 얼마나 개판일꼬. 쯧쯧.”


***


유비군 진영.


임시로 만든 막사 안에는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와 장각, 그리고 그의 딸 장령이 모두 모여있었다.


희미한 호롱불빛이 막사 밖에서 부는 바람을 눈치챘는지 소심하게 흔들렸다.


장각이 잠시간의 정적을 깨고 말했다.


“내가 포로인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요?”


“무슨 말이오?”


“황건적 병사들을 이끌고 낙양으로 가다니, 이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소?”


유비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할 것 없소.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이 어떤 상황인지 천자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게 할 생각이니까.”


장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천자는 이미 글러 먹었소. 그럴 정신 머리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나라가 이 꼴이 나지도 않았겠지.”


“꼭 그렇지만도 않소. 원래 인간에 대한 존중은 상대방에 대한 공포심에서 나오는 법이니까. 조직된 15만 백성들이 눈 앞에 보이면 좋든 싫든 생각이 바뀔 거요.”


“음··· 과연 그럴지···”


그때 장령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아니, 지금 진심으로 말하는 거예요? 진짜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장령의 갑작스런 반응에 모두가 깜짝 놀랐지만 장령은 아랑곳 않고 말을 이었다.


“15만 병력을 끌고 가면서 황제한테 투정이나 부리고 끝내겠다는 건가요? 그런다고 뭐가 달라져요?”


“장령, 그건···”


“아니, 조정의 대소사를 천자 혼자 결정하는 거라면 문무백관은 뭐 장식품인가요? 지금 실제로 조정을 움직이는 실세는 십상시를 필두로 한 환관 무리와 외척 세력들이에요. 우리가 병력을 끌고 가면 그들이 뭐 아이고 우리가 잘못했네, 앞으론 안 그러겠네 뭐 그럴 것 같아요?”


관우가 심각한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장령,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장령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요! 차라리 병력을 이끌고 낙양성으로 들어가 군권을 장악하고 환관이고 외척이고 다 꼼짝 못하게 제압을 하던가!”


유비는 잠시 장령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 말에도 일리는 있다만, 그렇게 했다간 곧바로 만천하의 사람들에게 역적으로 낙인 찍히게 될 거야. 지금 명분을 잃고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위치가 확고하진 않다고. 그리고···”


“···”


유비는 장령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너 사실은 아비를 살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


장령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제로 황건적의 군세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 방법 만이 장각을 살릴 수 있는 길이었으니까.


장령은 입을 꼭 다문 채 막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본 장비가 혀를 차며 말했다.


“데려 올까요?”


“아니. 그냥 둬라. 애비가 죽는 마당에 딸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지.”


관우와 장비는 말 없이 애꿎은 막사 구석구석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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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90 21 11쪽
19 19화. 낙양의 봄(2) +1 24.08.22 699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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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황건적의 난(6) +6 24.08.16 796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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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10 26 12쪽
9 9화. 황건적의 난(1) +1 24.08.10 941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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