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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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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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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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낙양의 봄(8)

DUMMY

잠깐이지만 격렬한 싸움이 있었던 낙양성 앞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동탁이 급하게 병력을 물리자 장각 역시 무리하지 않고 병력을 물렸고 양 군은 아까와는 사뭇 다른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서로 대치 중이었다.


압송된 포로에서 대치 중인 군대로의 급격한 변화.


그 묘한 상황 변화는 말단 병사들까지 모두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 낙양성 앞은 잡담 한마디 없이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탁군 지휘부 막사는 그리 조용하지 않았다.


“중영!”


하진이 버럭 소리치자 동탁이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예, 예! 대장군!”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내 허락도 없이 낙양성 앞에서 군사를 움직이다니!”


“죄, 죄송합니다. 그게···”


낙양성 앞에서 병력을 움직였다는 건 마치 천자를 알현하면서 칼을 차고 들어가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심지어 군령을 받지 않은 단독행동이었기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상황.


동탁은 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그게 황보의진의 군대가 먼저 움직이기에···”


하진은 다시 버럭 역정을 내었다.


“의진이야 황건적 토벌의 명분이라도 있지. 자네는 그 황건적을 압송해 온 당사자가 아닌가!”


“예, 그렇긴 하오나 제가 보기에도 황건적의 눈빛이 수상하여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황보숭에게 공을 빼앗길까봐 그랬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기에 동탁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둘러대었다. 동탁은 과장된 동작을 하며 하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제가 혼쭐을···”


그때 누군가 동탁을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다.


“걱정해도 이미 늦었습니다.”


하진과 동탁이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는 모습이 보였고 하진의 옆에 있던 원소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아만(조조의 아명)?”


조조는 살짝 초조한 상황이었다.


원래 계획은 하진이 적은 수의 병력으로 곤란해 하는 틈에 다가가 도움을 주며 접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장수가 나타나 계획을 몽땅 틀어버렸다.


‘유현덕···’


조조의 불찰은 유비의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 그리고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강력한 무력이었다.


덕분에 닭 쫓던 개 꼴이 된 조조는 늦게라도 하진의 눈에 띄기 위해 달려왔던 것이다.


유비는 자신을 바라보는 조조의 시선을 눈치채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조조는 마치 아무일 없다는 듯 하진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기도위 조맹덕이 대장군을 뵙습니다.”


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갑네. 그보다 이미 늦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조조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방금의 싸움으로 황건적의 통제권이 장각에게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이제 압송중인 포로가 아닌 엄연한 하나의 군사세력입니다.”


하진은 다시 한 번 동탁을 노려보았고 동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조조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치 상황을 오래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어째서지?”


원소가 대신해서 대답했다.


“보급의 문제 때문이겠지요.”


조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압송이 아닌 명백한 대치 상황. 보급에 대한 문제가 애매해 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질 것인데, 그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진이 곤란한 듯 말했다.


“으음··· 결국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조조가 고개를 저었다.


“싸움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만에 하나라도 관군이 패하는 날엔 조정에서 대응할 시간조차 없을 겁니다. 여기는 낙양성 바로 앞이니까요. 그리고 황건적의 구호를 잊으면 안됩니다.”


창천이사 황건당립.


최악의 경우 한실의 명맥이 여기서 끊길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하진의 표정이 급격히 굳으며 말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나? 해산하라고 해봐야 당연히 들어 먹지도 않을 텐데.”


조조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 즉시 조정에 이야기해서 벼슬을 내리십시오.”


하진이 깜짝 놀랐다.


“벼슬을 내리다니? 저 도적떼에게 말인가?”


하진과 달리 유비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실제로 이후에 흑산적 장연이 평난중랑장에 임명되기도 하니까.’


골치 아픈 적을 벼슬로 포섭하는 전략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게 흔히 쓰여왔던 책략이었다.


조조 역시 눈 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적당한 지방 태수로 발령 낸다면 싸우지 않고도 15만 황건적을 멀리 쫓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진은 여전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어찌 저 도적떼에게 귀한 벼슬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태수의 위신이라는 것이 있을진데···”


조조는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벼슬을 오래 유지할 순 없을 것입니다.”


“응? 그건 어째서 그렇지?”


“대장군의 말씀대로 그들은 도적떼. 벼슬길에 올라도 정치적으로 완전히 고립될 것입니다. 살얼음판 같은 정치판에서 경험도 일천한 무리들이 오래 발붙이고 있을 재주는 없을겁니다.”


조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정치적으로 실각시킬 방법이야 무궁무진 하지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진은 조조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핫! 그렇긴 하지. 겉으론 고상해 보여도 세상 저급하고 비열한 곳이 정치판이니.”


하진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의진의 군대는 어떻게 하고 있나?”


원소가 대답했다.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만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조용합니다. 이제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유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관장이 잘 처리했나보군.’


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좋아. 이제 곧 서신도 도착할 테니 우린 이만 낙양성으로 돌아가자. 천자의 근위대를 낙양성 밖에 오래 둘 순 없다.”


그리고 곧 말을 타고 낙양성으로 돌아갔다.


하진은 말을 타고 가며 원소에게 말했다.


“저 자가 유현덕인가?”


“그렇습니다.”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한 장수로군. 저런 건 처음 봤어.”


“저도 놀랐습니다. 이렇게 되니 운장과 익덕 역시 궁금하군요.”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렇다. 나중에 유현덕과 그의 아우들도 낙양성으로 부르도록 하지.”


원소는 고개를 끄덕였고 하진은 중얼거렸다.


“어떤 인물인지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


유비는 동탁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아까 손견군과 대치하던 곳으로 돌아갔다. 유비가 이동하던 도중 멀리서 두 사람이 손을 흔들었다.


“형님!”


“운장. 익덕.”


유비 역시 손을 흔들어 관장을 맞았다


“그래, 손견군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나?”


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가시고도 문대(손견의 자)는 계속 아쉬운 표정이었습니다만 별다른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장비가 가슴을 탕탕 치며 말했다.


“헹! 우리가 있는데 그깟 놈들이 뭐 어쩔 것이오? 여차하면 의용군까지 싹 끌고 와서 쓸어버리면 되지!”


“그러니까 그걸 안 하려고 우리 셋만 간 거 아니냐.”


“아무튼 그 쥐새끼 같은 놈이 얼굴이 벌겋게 돼서 돌아가는 모습이 아주 속이 시원했수다. 으하핫!”


관우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으음. 하지만 그 자의 무용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정말이지 세상은 넓고 대단한 장수는 많구나.”


장비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에이! 작은 형님이 신경 쓰실 정도도 못됩니다. 제가 잠시 놀아준 것 뿐이죠. 마음 먹고 덤비면 단칼에 베어버릴 수 있소.”


유비는 피식 웃었다.


“뭐 한동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얼른 돌아가자.”


“예. 형님.”


삼형제는 잡담을 나누며 황건적 진영으로 돌아갔다. 지휘부 막사로 들어가자 장각이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삼형제를 맞았다.


“아. 현덕공.”


장각의 손에는 한 통의 서신이 들려 있었다.


“무슨 서신이오?”


유비가 묻자 장령이 대신 답했다.


“아버지에게 호분중랑장 자리를 제수한다는 내용의 서신이에요.”


유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 서신이 벌써 올 리가 없는데?”


편지 이외에 통신수단이 없던 시대. 좀 전에 동탁의 진영에서 이야기 한 내용의 서신이 벌써 올 리가 없었다. 심지어 관직을 내린다는 서신이라면 천자의 관인이 찍혀야 할 것이기에 더더욱.


‘조정에서 미리 이야기 된 것이었던가? 그리고 태수가 아니고 호분중랑장이라고?’


유비는 잠시 고민했지만 고개를 저은 후 말했다.


“뭐, 어찌 되었든 잘 된 일 아니오.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건 나중 문제고 일단은 천자의 인정을 얻었으니···”


하지만 장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공자님! 저희 아버지를 지켜주세요!”


유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키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관직을 제수받기 위해 낙양성으로 들어가면 분명 조정에선 아버님의 목을 노릴 거예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편지가 너무 빠르니까요.”


관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편지가 빠르다는 게 무슨 말이냐? 좀 알아듣게 이야기 해 보거라.”


장령은 또박또박 설명했다.


“아까의 무력 충돌이 있은 이후에 관직 제안이 오는 것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황건병의 통제권이 아버님에게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충돌 이후에 작성된 것이라고 하기엔 서신이 너무 빨리 왔습니다. 이건 틀림없이 그 전에 작성된 서신이에요.”


장비가 끼어들었다.


“그게 왜 문제가 된단 말이냐?”


장령이 답했다.


“압송되는 포로에게 누가 관직을 내리겠어요?”


장비가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쓰다듬었다. 장령은 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관직으로 아버님을 꾀어 낸 후 암살하기 위한 술책임이 틀림 없어요.”


관우가 물었다.


“그럼 호위대를 대동해서 가면 되지 않느냐?”


“천자를 알현하러 가는데 어떻게 병사들을 대동해서 입성하죠? 반면 현덕공은 의용군이니 관군보다 움직임도 자유롭고 변명거리를 만들기도 쉬워요.”


“그럼 관직을 거절하면?”


장령은 고개를 저었다.


“천자의 관인이 찍힌 서신입니다. 가뜩이나 도적떼 취급 받는 상황에서 관직을 거부했다간 곧바로 역적으로 몰릴 거에요.”


장비가 툴툴거렸다.


“그렇다곤 해도 왜 그 호위 역할을 우리 큰형님이 해야 한단 말이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뭔데?”


장령은 잠시 장각과 눈을 맞추었고 장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령은 다시 눈에 힘을 주고 유비를 바라보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 말했다.


“아버님을 살려 주신다면 15만 황건병에 대한 통수권을 넘겨드리겠어요.”


“황건병을?”


삼형제는 깜짝 놀라 되물었고 장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미 아버님은 몸이 많이 쇠약해 지셔서 병사들을 오래 이끌기도 어렵고 이미 악명이 높아 한 지역을 다스리기도 어려워요. 황건적 수괴라는 점을 약점 삼아 정치적 화살받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지요.”


“···”


유비는 말 없이 생각에 잠겼지만 장비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에이. 그거야 너희 부녀 사정이고. 우리가 너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


장비의 말을 들은 장령은 눈을 부릅뜨고 품 속에서 단검을 꺼냈다.


“어어?”


그리고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자신의 옷 상의를 칼로 찢었다.


-부욱! 북!


천이 힘없이 찢어지며 장령의 하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당황하는 삼형제에게 장령이 말했다.


“제 목숨을 담보로 드리겠다면 믿으시겠어요?”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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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낙양의 봄(7) +1 24.08.29 524 13 11쪽
23 23화. 낙양의 봄(6) 24.08.27 580 13 16쪽
22 22화. 낙양의 봄(5) +2 24.08.26 608 16 10쪽
21 21화. 낙양의 봄(4) 24.08.25 655 15 10쪽
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89 21 11쪽
19 19화. 낙양의 봄(2) +1 24.08.22 698 18 11쪽
18 18화. 낙양의 봄(1) +1 24.08.22 702 20 10쪽
17 17화. 황건적의 난(9) +1 24.08.20 727 23 12쪽
16 16화. 황건적의 난(8) +2 24.08.18 755 20 11쪽
15 15화. 황건적의 난(7) +2 24.08.17 805 20 13쪽
14 14화. 황건적의 난(6) +6 24.08.16 795 21 12쪽
13 13화. 황건적의 난(5) +2 24.08.15 830 20 13쪽
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09 26 12쪽
9 9화. 황건적의 난(1) +1 24.08.10 940 28 12쪽
8 8화. 도원결의(2) +4 24.08.09 1,017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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