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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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최근연재일 :
2024.09.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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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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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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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화. 황건적의 난(2)

DUMMY

“보고!”


동모산 영채에 있던 정원지는 대수롭지 않게 전령의 보고를 받았다.


“벌써 의용군을 정리했나? 역시 등무···”


“부장 등무가 죽었습니다!”


“뭐?”


정원지는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


등무가 죽었다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유비가 그렇게 강하단 말이냐?”


“척후병의 말로는 유비가 아닌 그의 아우 장비라는 자에게 당했다 합니다.”


“장비?”


정원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제길. 강한 부하 장수가 있었을 줄이야··· 그래서 지금 의용군의 동태는?”


“현재 도주하는 저희 병사들을 추격중입니다.”


정원지는 화들짝 놀랐다.


“뭐? 그럼 우리 영채 쪽으로 오고 있다는 말이냐?”


“예.”


정원지는 초조한 듯 막사 안을 왔다갔다 하며 고민에 빠졌다.


“설마 등무가 당할 줄이야. 이건 생각지도 못했군.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우리 병력 규모를 들키면 곤란해. 저 놈들이 원군이라도 부르면 골치 아파진다.”


무려 5만의 대병력. 한 끼 식사에만 수레 단위의 군량이 순식간에 축났다. 가뜩이나 먹을 게 없어서 모여든 이들이었기에 당연히 군량도 충분치 않았다. 만약 유주성의 공략에 난항을 겪을 경우 조직이 급속도로 와해 될 위험이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어쩔 수 없지. 이판사판이다!”


정원지는 결심한 듯 말했다.


“작전변경! 지금 즉시 전 병력을 이끌고 유주성을 친다! 전군에 명령 하달해!”


“예! ···그런데 의용군은 어떻게 하죠?”


“신경 쓸 것 없다. 제 아무리 강한 장수가 있다고 해도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100배나 많은 적군을 공격하진 않겠지.”


정원지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


“으아악! 미친놈들이다!”


“케케케! 도망 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삼형제는 도주하는 적 병력을 추격하며 가을철 벼 베듯 도륙하고 있었다.


칼과 창이 한 번 번뜩일 때마다 황건적의 머리, 혹은 몸통이 떨어져 나갔고 거친 흙바닥에는 내장과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흐르고 있었다.


전장을 지배하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를 넘어서는 광기.


삼형제는 전장의 광기를 마음껏 발산하는 중이었다.


거대한 머리통에 자라난 밤송이 수염, 피를 뒤집어 쓴 듯한 붉은 얼굴, 그리고 기괴할 정도로 큰 귀와 긴 팔.


황건적의 눈에 들어온 삼형제는 이미 인간조차 아니었다.


“악귀! 악귀다!”


“인간이 아니야!”


“으흐흑! 살려줘! 잘못했어요!”


유비는 입을 꾹 닫고 패닉에 빠진 적군을 담담히 베어 넘기며 토할 것 같은 피비린내를 참아내고 있었다.


‘그래. 이왕 전공을 세우기로 한 것. 전장에서 만큼은 공포의 대상이 되는 편이 좋아.’


어차피 죽이지 않으면 죽임 당하는 전장. 악귀면 어떻고 나찰이면 어떤가.


“으하핫! 도망쳐 봐야 소용 없··· 응?”


한창 패잔병을 추격하던 중 눈 앞에 적군이 나타났다. 끝없이 이어진 장사진을 이룬 적군의 머리에는 누런 두건이 둘러져 있었다.


달아나던 황건적들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우리 본대야! 전 병력을 끌고 왔나 봐!”


“사, 살았다!”


그 모습을 본 장비가 휘두르던 장팔사모를 잠시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엇! 형님! 이번엔 진짜 황건적인 것 같은데요? ···근데 저게 다 몇 명이야?”


관우 역시 잠시 말을 멈추고 호흡을 고르며 말했다.


“으음··· 숫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대로 계속 공격하긴 좀 위험해 보이는데··· 어떻게 할까요?”


유비는 적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저 정도 병력이 움직였다면 목표는 유주성이겠지. 정황을 보아하니 아마 유주성은 대비가 안 되어 있을테고. 공격 받는다면 얼마 못 버틸 거야.”


유비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문제는 유주성이 떨어지면 우리도 보급이 끊기고 오갈 데가 없어진다는 거지.”


관우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럼 어쩌죠?”


유비는 쌍고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어차피 오합지졸. 기세를 타고 밀어 붙이면 이길 수 있어.”


“역시 큰형님! 좋은 생각이오!”


장비가 맞장구를 치자 유비가 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가자! 이랴!”


삼형제는 다시 박차를 가하며 말을 달려 나갔다.


“이 도적놈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않겠다!”


엄청난 병력차에 퇴각할 줄 알았던 유비군이 아랑곳 않고 추격해 오자 황건적들은 다시금 공포에 빠졌다.


“히익! 진짜 미친놈들이야!”


“저, 정원지 대장님! 살려주세요!”


추격 당하던 황건적들은 이성을 잃고 부대의 선두에 있던 정원지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엇? 이, 이놈들아! 같은 편이야!”


호위병사들은 당황하며 정원지를 둘러쌌고, 심지어 달려드는 아군을 칼로 베기까지 했지만 공포에 질린 황건적들은 멈추지 않고 정원지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침 그 모습이 관우의 눈에 들어왔다.


“호오? 저 놈이 대장인가?”


관우는 즉시 전속력으로 말을 달려 정원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덩치 큰 호위대에 둘러 싸인 남자.


하지만 불행히도 정원지와 호위대는 달려드는 아군 때문에 관우가 다가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흡!”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한 번 휘두르자 호위병 중 일부가 낙엽처럼 떨어졌다.


“으아악!”


“뭐, 뭐냐?”


그제서야 정원지는 고개를 돌렸고 시뻘건 얼굴을 한 거한과 눈이 마주쳤다.


“어어?”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정원지의 허탈한 유언이 되어버렸다.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한 번 번쩍 하나 싶더니, 그대로 정원지의 목이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툭.


5만의 황건적을 이끌던 대장 정원지는 그렇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목이 달아나버렸다.


주변의 호위병들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소리쳤다.


“저, 정원지 대장님이!”


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 이름이 정원지인가보군”


관우는 땅에 떨어진 정원지의 목을 집어 들고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대장 정원지가 죽었다! 대장 정원지가 죽었다!”


관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지자 앞열에 있던 병사들이 크게 동요했다.


“대장이 죽었다고?”


“저, 저 머리는 대장이 맞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비와 장비가 말을 달려왔다.


“잘했다, 운장!”


지휘관이 사라진 황건적의 무리는 이제 그저 실 끊어진 인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잘 훈련되고 지휘체계가 제대로 갖춰진 군대였다면 지휘관이 갑자기 부재하더라도 훈련받은 대로 움직이며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후순위 직급자가 지휘권을 승계받아 지휘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건적은 그 본질이 도적떼. 그런 시스템이 존재할 리 없었다. 거기다 병력을 조금씩 나눠서 집결시킨 탓에 갑작스런 지휘관 부재 상황에 대한 대응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거기다 악귀같은 삼형제의 칼날이 눈앞에서 춤을 추는 상황.


“히이익!”


공포에 빠진 황건적은 맨 앞열부터 창을 거꾸로 쥐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악! 밀지 마!”


아비규환.


이제 이건 전쟁도 무엇도 아니었다.


5만의 황건적은 서로를 밟아 죽이기 시작했다.


전세가 기운 것을 확인한 유비는 가장 선두에서 쌍고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항복하라!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겠다!”


유비의 목소리를 들은 황건적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항복의 행렬이 이어진 후 전투가 마무리 되었다.


전투가 끝난 동모산.


그 곳에는 승리한 유비군과 패배한 황건적의 무리가 뒤섞여 있었다.


“우와. 형님. 이게 도대체 몇 명이오?”


장비는 끝도 없이 늘어선 포로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관우 역시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원지가 대열의 선두에 있었던 게 행운이었습니다. 정말 까딱 잘못했으면 오히려 저희가 위험할 뻔 했군요.”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절대 운이나 요행이 아니야. 운장, 네가 정확히 상황을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한 것이지. 실력이다.”


“흠흠. 감사합니다. 형님.”


관우가 어깨를 으쓱하자 장비가 말했다.


“하지만 도망가던 황건적들이 적장에게 달려든 건 확실히 운이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니오?”


“그렇지 않다. 원래 전쟁터는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한 법. 100번의 전투가 있으면 100가지의 서로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게 전쟁이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게 바로 실력이야.”


현장 일이라는 게 언제 어디든 그런 법이었다. 경찰들도 사건 현장에서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 것처럼.


관우는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헛기침을 한 번 내뱉은 후 말했다.


“그나저나 이 많은 포로들을 다 어떻게 하죠? 저희 병력으로 관리가 될까요?”


유비 역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우리가 가진 병력으로는 힘들겠지. 저들을 먹일 군량도 없고. 최악의 경우 포로들이 뭉쳐서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막을 방법도 없어.”


장비가 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냥 몽땅 파묻어 버릴까요?”


유비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뭐 항우라도 되냐? 그딴 짓을 했다간 앞으로 어떤 적도 우리에게 항복하지 않을 거다. 죽을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우겠지.”


유비는 잠시 포로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일단 유주성으로 가자.”


***


유주성 입구에 한 사람이 말을 달려 왔다.


“누구냐?”


“교위 추정이다.”


추정은 마음이 급했다. 한시라도 빨리 유비를 찾았다는, 그리고 의용군으로 이미 참전 중이라는 사실을 자사 유언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주성으로 들어간 추정은 즉시 관리에게 물었다.


“자사님은 계신가?”


“지금 집무실에 계십니다.”


“교위 추정이 왔다고 전하게.”


“네.”


그리고 잠시 후 관리가 나와 추정을 집무실 안으로 안내했다. 추정이 집무실 안으로 들자 유언의 모습이 보였다. 추정은 즉시 예를 갖추며 말했다.


“자사님. 교위 추정입니다.”


“오. 추정. 어쩐 일인가?”


“다름이 아니라 일전에 말씀드린 유현덕을 찾았기에 보고드립니다.”


“오! 그런가? 그래, 현덕은 지금 어디에 있나?”


“실은 현덕이 5백 병력을 이끌고 의용군으로 지원했기에 동모산에 있는 황건적 별동대 토벌을 지시했습니다. 실력도 확인할 겸 해서요.”


유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했다. 실력도 확인하고 동모산이면 토벌 후 곧바로 유주성으로 올 수 있을 테니까. 동모산의 황건적은 3~4백명 정도 있다고 했던가?”


“예. 며칠 내로 결과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으음. 소문대로의 장수라면 그 정도는 쉽게 토벌할 수 있겠지.”


그때 전령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전령의 표정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보고! 현재 성문 밖에 의용군 무리가 포로를 이끌고 나타났습니다!”


“오오!”


유언과 추정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덕이 벌써 토벌을 완료했나보군. 엄청나게 빠른데?”


“예. 게다가 소수인 적군을 포로로 잡기까지 하다니, 아마 뭔가 계책을 써서 항복을 받아낸 모양입니다.”


유언은 흡족한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흐음. 문무를 겸비한 장수란 말이렸다?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


“일단 현덕을 성 안으로 들이시지요.”


“그래야지. 여봐라! 의용군을 성 안으로 들이도록 해라.”


전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포로들은 어떻게 할까요?”


추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하냐니? 당연히 하옥해야지. 그런 것 까지 일일이 지시해줘야 하나?”


전령은 다소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저··· 그런데 그게 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가 있지?”


“그 포로의 숫자가 대략 3만 입니다.”


유언과 추정은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뭐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열파참
    작성일
    24.08.12 00:59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7 g6******..
    작성일
    24.08.12 14:37
    No. 2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러 유비빙의 대체역사물을 봐왔지만? 너무 주인공 위주로 몰리는 과한 인재수집으로인한 급성장, 하북중원 스타트 소설들은 글의 재미가 빨리 떨어지더군오. 물론 작가님이 그리시는 방향이 있으시겠지만 역시 유비는 이리저리 떠돌다 익주에서 자리잡고 항우를 물리친 유방처럼 그런맛이 있어야지요. 형주 익주 옹양주 쪽에서 세력을 키워나가 장안 낙양 예주쪽으로 밀고 올라오는 제갈량이 죽을때까지 바라던 그런 모습도 보고싶네요. 하여튼 잘봤습나다, 건필하십시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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