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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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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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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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황건적의 난(9)

DUMMY

관우가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15만 병력을 이끌고 낙양으로 가시겠다구요?”


유비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생각이다.”


장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뭐, 큰형님 생각이 그러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관군이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텐데요.”


“관군이 방해하면 정면으로 돌파할 거야.”


관우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좀 이상하긴 합니다. 저희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거병한 것인데 황건적 병력으로 나라를 공격하다니...”


“나라? 네가 생각하는 나라라는 게 뭐냐?”


“네? 어··· 그야 천자와 조정이죠.”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시대와 다소 맞지 않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진리는 통하는 법.


“민심이 곧 천심. 천자 없는 백성은 있어도 백성 없는 천자는 없다. 우리가 구해야 할 대상은 천자도 조정도 아닌 백성이다. 그들이야 말로 이 나라 그 자체니까.”


관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좀 과격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모양새가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어제까지 적군이었던 병사들을 15만이나 이끌고 낙양으로 가는 모습이요. 흡사 반란군의 모습이 아닙니까?”


유비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니. 우리는 낙양으로 공격을 가는 것이 아니다.”


“예? 그럼···”


“우리는 포로로 잡은 황건적과 그 수괴 장각을 낙양으로 압송하는 것이다.”


관우와 장비의 눈이 커졌다.


“압송이요?”


“그래.”


유비는 잠시 장각을 보며 말을 이었다.


“황건적 본대와 수괴 장각의 생포는 우리의 공적이다. 이걸 밖에 있는 동탁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환관에게 뇌물이나 먹이는 자에게 말이다.”


관우와 장비는 당연하다는 듯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큰형님 말이 맞소! 저런 자에게는 적의 수급 하나 내어줄 수 없소!”


관우는 장각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장각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바로 목을 치실 건가요?”


장각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유비는 장각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장각은 우릴 좀 도와야지.”


***


이튿날 아침, 여느 때처럼 해가 떠올랐다.


하지만 호로곡 앞에는 요 근래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현덕?”


최전선에 있는 관군들은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구름처럼 밀려 나온 누런 물결.


황건적들이 마침내 호로곡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그 제일 앞에는 익숙한 세 사람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삼형제의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에겐 놀라움의 크기가 전혀 달랐다.


“···장각!”


동탁이 눈이 튀어 나올 듯 장각을 바라보았다.


“아니, 유비가 왜 장각의 옆에 있는 게냐!”


당황하는 동탁에게 전령이 달려왔다.


“유비에게서 온 서신입니다.”


“이리 내!”


동탁은 거칠게 서신을 빼앗아 읽었다.


“···뭐? 생포한 황건적과 장각을 낙양으로 압송한다고?”


동탁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15만 황건적을 생포했단 말이냐? 아니, 그 전에 호로곡 안에는 어떻게 진입한거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동탁은 영채 한쪽 구석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비의 의용군 무리를 보며 거의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병력도 없이 어떻게 장각을 생포한거지?”


동탁의 얼빠진 얼굴을 본 조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으하핫! 현덕은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조조는 말 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그럼 제가 먼저 가서 상대하고 오겠습니다.”


조조가 말을 몰아 진영으로 돌아갔다.


동탁의 부하 장수가 옆으로 슬쩍 다가와 말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잘못하면 맹덕에게 공을 다 빼앗길지도 모릅니다.”


동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놔둬. 저 놈이 가진 병력으로는 15만 황건적을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그럼 맹덕은 무슨 생각인 걸까요?”


“그런 것 까지 알 거 없겠지. 우린 맹덕이 싸우고 나서 힘이 빠진 황건적··· 아니, 유비군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힘이 빠진 상대를 공격해서 공을 세우면 돼. 지금 저 병력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우리 뿐이니까.”


“네. 장군.”


***


자신의 진영에 다다른 조조는 즉시 전 병력을 이끌고 황건적에게 다가갔다.


유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으음··· 가능한 싸우고 싶지 않은데···”


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서 회전이라도 벌어지면 애써 최소화 한 희생이 무의미해 질 텐데요.”


장비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결국 이리 될 줄 알았소. 전쟁이란 게 그렇지 뭐.”


“응? 잠깐. 일부 병력만 오는 것 같은데요.”


관우의 말에 유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보자 차림새가 조금 다른 일부 병력만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무슨 속셈이지···”


장비가 장팔사모를 꼬나쥐며 말했다.


“저 병력이면 우리가 평소 하던 것처럼 셋이서 휘젓고 다니면 될 것 같은데요?”


“···일단 지켜보자.”


유비에게 다가오던 관군은 화살의 사정거리를 살짝 벗어난 거리에 멈춰서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 한 명 말을 타고 다가왔다.


장비가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일대일로 승부를 보자는 건가? 좋지!”


관우가 장비를 말리며 말했다.


“잠깐. 무기도 없고 장수라고 하기엔 체구도 작아. 전령인가?”


잠시 후 가까이 다가온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현덕공! 나는 기도위 조맹덕이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소!”


‘조조!’


유비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삼국지의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조가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만나 보자.’


유비는 천천히 말을 몰아 조조에게 다가갔다.


유비와 조조.


삼국지 전체를 관통하는 두 인물이 말 위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섰다.


조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현덕공.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놀랐소. 십만 관군도 함락시키지 못한 호로곡을 어떻게 공략한거요?”


“···용건부터 말씀 하시지요, 맹덕.”


“으하하. 이것 참, 민망하구려. 미안하오. 너무 궁금해서 처음부터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했구만.”


조조는 자신감 있는 말투로 말했다.


“낙양은 초행길이 아니시오? 낙양 북부위를 지냈던 이 조조가 현덕공의 길안내를 맡고자 하오. 괜찮은 제안 아니오? 하하.”


유비는 잠시 조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말했다.


“그래 주시면 저희야 고맙지요.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유비와 조조는 말을 달려 서로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조조군이 먼저 천천히 움직였고 그 뒤를 유비군이 뒤따랐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본 동탁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니, 이번엔 또 뭐야! 왜 저 둘이 같이 움직이는거야?”


“장군! 어떻게 할까요? 지금 공격 할까요?”


“헛소리 하지 마! 저 많은 병력을 어떻게 공격하란 말이냐!”


“하, 하지만 이대로면 저 병력이 저희의 배후로 이동하게 됩니다. 빠른 결단을!”


“으윽··· 일단 조조에게 서신을 보내라! 무슨 일인지 보고 하라고 해!”


“···예. 장군.”


동탁은 초조한 마음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톱을 물어 뜯었다.


***


조조는 여유있는 표정을 지은 채 낙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부장이 오히려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장군! 이거 정말 괜찮은 겁니까?”


“응? 뭐가 말이냐?”


“아무리 포로라고는 해도 어제까지 황건적이었던 15만 병력을 낙양으로 끌고 간다는 게 좀 불안합니다. 저들이 낙양에 당도한 뒤 곧바로 돌변해서 낙양을 공격하기라도 하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걱정은 너만 하는 게 아니니까.”


“네에? 그럼 더 큰일 아닙니까?”


조조는 고개를 저었다.


“예상되는 위협은 위협이 아니야. 이제 영천 쪽의 황건적이 정리되었으니 황보의진(황보숭의 자) 장군의 관군들 역시 낙양으로 돌아갈 테고 동탁의 군대 역시 우리 뒤 꽁무니를 따라 올 테니까. 만약 황건적이 낙양을 공격할 생각이라면 지금 여기서 우리를 공격했겠지. 각개격파 하는 쪽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니까.”


부장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혹시 동탁이 뒤에서 공격해오지 않을까요?”


조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럴 강단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 황건적을 칠 생각이 있었다면 아까 우리 군이 단독으로 행동하도록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어정쩡 하게 관망하며 결정을 미루는 성격이란거야. 자기가 전장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쯧쯧.”


“그렇군요. 하지만 조정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토벌을 명하지 않을까요?”


“흥. 그 닳고 닳은 낙양의 구정물들이 굳이 항복하러 온다는 15만 병력과 처음부터 싸우는 선택을 할 리 없지. 손톱만큼의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 놈들. 적당히 회유하려 들게 뻔해.”


“앗. 그럼 현덕이 모든 공을 차지하는 것 아닙니까?”


조조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말로 내가 걱정할 것이 전혀 없지. 조정에서 논공행상을 할 때 유비와 이 조조 중에 누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겠냐?”


부장은 혀를 내둘렀다.


“기도위님은 정말 남들보다 열 수 앞을 내다보시는군요.”


“뭐? 푸핫. 나 뿐이겠냐. 지금 조정의 대신들과 군사 지휘관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저 동탁 정도를 제외하면 말이지.”


조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보통은 이렇게 예상 가능한 일들이 벌어지는 데 말이야. 저 유비 삼형제의 행적은 도저히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 투성이야. 아마 두고두고 골치 아픈 놈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


장비가 뒤를 슬쩍 돌아보다가 말했다.


“···정말 큰형님 말대로군요. 동탁군이 공격할 의사는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될 걸 어떻게 아셨소?”


“동탁이 원래 결단력이 좀 떨어지는 인물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기도위 조조가 동행을 한 게 가장 크지. 확실한 아군인 조조군이 우리와 합류해 버려서 공격할 대상이 애매해져 버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뭔가 자꾸 뒤통수가 간질거리는 느낌이오. 동탁이 갑자기 뒤에서 공격하거나 하진 않겠죠?”


관우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보급선을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가 동탁군의 배후에 있는 셈이니까. 공격을 하려 했다면 아까 했어야지. 이젠 그럴 위험은 많이 줄어 들었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대로 낙양까지는 무난하게 갈 거야.”


관우가 앞에서 가고 있는 조조의 군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참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자로군요. 저 조조라는 남자. 무슨 생각으로 길잡이를 자처했을까요?”


“아마 군공을 세우기 위해서겠지.”


“길잡이가 군공이 됩니까?”


“길잡이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 뿐이야. 조정에서 볼 때는 우리와 조조, 그리고 동탁이 함께 황건적 포로들을 압송하는 것처럼 보이겠지.”


장비가 펄쩍 뛰며 말했다.


“아니, 그것들이 뭘 했다고 우리랑 어깨를 나란히 한단 말이오?”


유비가 다소 힘빠진 얼굴로 말했다.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도면 오죽 좋겠느냐. 동탁은 중랑장, 조조는 기도위 지위인데 우리는 그냥 의용군일 뿐이니··· 사실 대부분의 공적은 저 두 사람의 차지겠지.”


“니미···”


장비는 짜증 섞인 욕설을 내뱉었고 관우가 유비에게 말했다.


“그런데 장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최대한 평화적으로 협상을 해야겠지만 조정에서 장각 만은 절대로 살려두려 하지 않겠지. 황건적 무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황건적을 와해시키기 위해서 죽일 수 밖에 없어.”


유비는 말 고삐를 고쳐쥐며 말했다.


“곧 중앙조정의 힘이 약해질 터. 그때 까지 살아남아 버리면 수십만 병력을 거느린 거대 지방 제후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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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낙양의 봄(8) +2 24.08.30 460 12 12쪽
24 24화. 낙양의 봄(7) +1 24.08.29 525 13 11쪽
23 23화. 낙양의 봄(6) 24.08.27 580 13 16쪽
22 22화. 낙양의 봄(5) +2 24.08.26 609 16 10쪽
21 21화. 낙양의 봄(4) 24.08.25 656 15 10쪽
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90 21 11쪽
19 19화. 낙양의 봄(2) +1 24.08.22 699 18 11쪽
18 18화. 낙양의 봄(1) +1 24.08.22 702 20 10쪽
» 17화. 황건적의 난(9) +1 24.08.20 728 23 12쪽
16 16화. 황건적의 난(8) +2 24.08.18 756 20 11쪽
15 15화. 황건적의 난(7) +2 24.08.17 805 20 13쪽
14 14화. 황건적의 난(6) +6 24.08.16 796 21 12쪽
13 13화. 황건적의 난(5) +2 24.08.15 830 20 13쪽
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10 26 12쪽
9 9화. 황건적의 난(1) +1 24.08.10 940 28 12쪽
8 8화. 도원결의(2) +4 24.08.09 1,017 28 16쪽
7 7화. 도원결의(1) +4 24.08.08 1,077 29 12쪽
6 6화. 거상(2) +2 24.08.07 1,046 27 13쪽
5 5화. 거상(1) +1 24.08.06 1,102 29 12쪽
4 4화. 공손찬(2) +2 24.08.05 1,146 27 14쪽
3 3화. 공손찬(1) +3 24.08.03 1,250 30 15쪽
2 2화. 근수저 +3 24.08.02 1,370 32 13쪽
1 1화. JUICE +10 24.08.01 1,487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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