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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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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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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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낙양의 봄(7)

DUMMY

유비는 있는 힘껏 하진에게 달려갔다.


“응? 저게 뭐지?”


그때 유비의 눈에 보인 것은 근위대와 황건적의 싸움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싸움을 빙자한 일방적인 학살극.


숫자는 황건적이 갑절 가까이 많았지만 농민으로 구성된 황건적의 병사들은 근위대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피를 뿜으며 쓰러져갔다.


“으아악!”


“밀리지 마! 밀리면 끝장이다!”


“창천이사! 황건당립! 세재갑··· 으악!”


황건적들은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 구호를 부르짖으며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근위대들은 오히려 그런 황건적들을 비웃으며 거침없이 도륙해 나갔다.


“이 비렁뱅이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창천이 왜 죽어! 죽긴!”


삽시간에 전력의 반절 가까이가 사라지자 죽을 힘을 다해 달려들던 황건적 역시 겁을 집어먹고 전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의 목이 날아가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의 내장이 바닥에 쏟아지는 모습을 연속으로 본 한 황건적 병사가 무기를 내던지고 달아나길 첫 번째. 그 모습을 본 다른 황건적 병사들 역시 하나 둘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자 황건적 진영 전체가 흩어지고 달아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아아아!”


황건적 병사들은 서로 뒤엉키고 스스로 밟아 죽이며 전열을 이탈했다.


“흥. 결국 다 달아날 것을.”


“정말이지 겁대가리 없는 놈들이야. 감히 황궁 앞에서 칼을 잡다니.”


“이거 잘 하면 황건적 본대도 잡을 수 있겠··· 아. 아직 도망 안 간 놈이 있었군.”


근위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을 보고는 빠르게 전열을 정비했다. 잠시 후 최정예 부대 답게 마치 한 몸이 움직이듯 자연스럽게 전열이 갖춰졌다.


“···용기 하나는 대단한 놈이구나. 다들 도망가는데 근위대를 향해서, 그것도 혼자 달려들다니.”


“그냥 미친놈이지 뭐. 저런 놈이 용케 아직도 살아있구나.”


“얼른 마무리 하자. 돌격!”


근위대는 빠르게 말을 달려나갔다. 그리고 점차 달려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쌍검?”


황건적의 무리는 당연하게도 제대로 된 무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은 농기구들을 들고 전장에 나타났고 얼기설기 덧댄 가죽옷을 갑옷이랍시고 입고 있는 병사가 있다면 나름 황건적 중에서는 잘 갖춰입은 갑주라고 여겨도 좋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황건적이 어떤 무기를 들고 나타나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쌍검은 이야기가 다르다.


농기구와 달리 ‘검’이라는 무기를 일반 농민들이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한데다 그걸 두 자루나, 그것도 양 손에 들고 나타난다는 것은 어떤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떠올리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노획물인가 보군.”


근위대 병사는 잠시 긴장했던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어버렸다.


“손에 익지도 않은 무기를 그럴싸해 보인다고 들고 온 모양이군.”


부잣집에서 약탈한 무기를 들고 기고만장해서 달려드는 무지렁이. 근위대 병사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휘두른 창.


-까앙!


“···응?”


당연히 한 창에 나가 떨어질 줄 알았던 근위대는 자신의 창이 막히자 놀라는 눈치였다.


“창을 검으로, 그것도 한 손으로?”


하지만 놀란 것과는 별개로 잘 훈련된 근위대는 그 옆에 있는 병사가 곧바로 창을 찔러들어갔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 공격.


하지만 이번에도 말을 뒤로 물리며 창을 피해냈다.


“잠깐, 멈추시오! 나는 의용군 대장 유···”


-까앙!


유비는 자신의 이름을 채 부르기도 전에 날아든 창을 막아내며 옆으로 움직였다.


근위대는 이미 약이 바싹 올라 있었다.


“쥐새끼처럼 도망치는 재주는 있구나!”


근위대는 유비를 둘러싸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며 압박했지만 유비는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 말을 좌우로 움직이며 달아났다.


그때 뒤에서 하얀 피부에 잘생긴 젊은 장수가 소리쳤다.


“물러서라!”


“원본초!”


원소의 지시에 근위대는 이번엔 거리를 두고 물러섰다.


“활 가진 병사들 앞으로!”


원소의 지시에 병사들이 히죽 웃었다.


“그렇지! 활을 쏘면 되는구나. 흥! 말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긴 하다만 이 거리에서 화살까지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몇몇 근위대 병사가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겼다.


-뿌드드득!


“쏴라!”


원소의 지시에 병사들이 활 시위를 한순간에 놓자 소름돋는 소리와 함께 당겨졌던 화살은 유비를 향해 날아갔다.


-쐐애액!


평범하게 화살을 쏘기엔 지나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 일반적인 전투에서라면 활을 쏘지 않았을 거리였지만 그만큼 가까운 거리였기에 시위를 떠난 화살은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어 보였다.


-카카캉! 카앙!


하지만 유비는 쌍고검을 휘둘러 화살을 모조리 쳐냈다.


근위대는 그 모습에 눈이 튀어나올 듯 놀랐다.


“이 거리에서 저걸 쳐내?”


“이랴!”


유비는 다시 화살이 날아올 것을 예상해 즉시 근위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앞으로 내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하진이 깜짝 놀라 말했다.


“으앗! 그, 근위대! 저 놈이 나한테 못 오게 해!”


“대장군을 지켜라! 모두 대장군을 둘러 싸!”


근위대가 다급하게 움직이자 여유가 생긴 유비가 말을 멈추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잠깐! 난 의용군 대장 유현덕이오!”


“···의용군?”


근위대는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무용을 과시한 장수가 한갓 의용군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듯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원소는 감탄하며 말했다.


“어쩐지! 당신이 바로 유주군의 유현덕이로군!”


원소가 유비를 알아보자 하진이 물었다.


“유현덕? 본초 자네는 저 장수를 알고 있나?”


원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북의 토벌대에서 믿을 수 없는 활약을 펼치던 의용군 대장입니다. 보고 내용을 못보셨습니까?”


하진은 속으로 뜨끔했다. 사실 보고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진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안 본 건 아니네만··· 그렇게 대단한 장수였던가?”


원소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보고 내용이 너무 터무니 없어서 그저 과장되었거나 와전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오늘 직접 보니 보고 내용이 사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진도 이번엔 진심으로 동의했다.


“전공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확실히 무용의 수준이 격을 달리 하는구나. 저 정도면 근위대, 아니 근위대장 감이다. 참으로 놀랍구나.”


유비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칭찬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만,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황궁 앞에서 벌어지는 싸움부터 말려야 합니다.”


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지금 빨리 싸움을 말려야 하는데···”


원소는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낙양성을 나올 때만 해도 충분히 싸움을 멈출 수 있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소. 동중영의 군대가 황건적과 이미 충돌을 해버렸으니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갈 방법이 없소이다.”


유비가 말했다.


“그러니까 대장군을 모시고 동중영을 만나면 해결되는 것 아니오.”


원소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무리란 말이오. 이미 전투가···”


“저와 근위대가 함께 길을 트면 됩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근위대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되물었다.


“누구? 우리가?”


원소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


“원래라면, 아니 상식적으로 절대 말도 안 되는 것이긴 한데···”


유비는 급히 원소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싸움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용단을 내려 주시길.”


하진은 유비의 표정을 살피다가 말했다.


“유현덕이라고 했던가?”


“예. 그렇습니다.”


“정말 길을 낼 수 있겠나?”


유비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중영에게 도달할 때까지 무인지경으로 모시겠습니다.”


“좋아! 앞장서라!”


유비는 즉시 근위대에게 말했다.


“근위대 전원 대장군을 호위하며 나를 따라 오시오!”


***


전령의 말을 전해 들은 장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낙양성에서 나온 군대가 근위대? 지휘는 대장군 하수고(하진의 자)라고?”


전쟁터에선 언제나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약하게 본 상대가 예상외로 강하기도 하고 잔뜩 긴장하며 경계하던 상대가 의외로 무너지기도 한다.


이런 예측불가한 상황은 그야말로 병가지상사.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결코 저질러선 안되는 실수가 있었으니 바로 배후, 또는 측면에 위치한 적 병력을 과소평가하는 일이었다. 이 경우 본대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장각의 상황이 정확히 그러했다.


“아아! 낙양성에서 나오는 병력을 무시해선 안되었는데! 설마 천자의 근위병이 천자를 버리고 나올 줄이야···”


장각은 깊게 탄식하며 후방에서 돌진해오는 낙양성의 병력을 바라보았다.


이미 무언가 손 쓰긴 늦은 상황.


‘다 틀렸군.’


장각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곧 전령의 보고에 눈을 떠야만 했다.


“보고! 후방의 근위대가 싸우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뭐라고?”


장각은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아니, 지나치고 그 다음은? 어디로 간단 말이냐?”


“전선을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뭐? 싸움이 한창인 곳으로 말이냐?”


“그렇습니다!”


장각은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


“···”


천자의 근위대.


천하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군대. 당연히 고르고 또 고른 최정예 병사들이었다. 아니, 개개인이 모두 장수급의 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병사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수준. 그렇기에 그들이 가진 무력에 대한 자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의 눈 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빠악! 빠지직!


거대한 덩치에 팔이 길고 귀가 큰 장수가 단신으로 광기에 휩싸인 전장을 휘젓고 있었다.


심지어 칼을 칼집에 넣은 채로.


“으아악!”


유비가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관군이든 황건병이든 병사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며 길이 열리고 있었다. 근위대가 하는 일이라고는 대장군 하진을 호위한 채 유비의 뒤를 따르는 것 뿐이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유비가 휘두른 칼에 병사 두 명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근위대 병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진의 부대는 황건적 무리를 지나, 관군과 황건적이 싸우는 위치를 지났고 이번에는 관군의 부대를 지나치고 있었다.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지나간 그들의 앞에는 역시나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동탁이 서 있었다.


“···유현덕?”


동탁의 눈이 본능적으로 맨 앞에 있는 유비를 향했지만 곧 그 뒤에서 나타난 사람을 보고는 그렇지 않아도 크게 뜨고 있던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 대장군 하수고?”


하진은 거두절미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야기했다.


“지금 당장 병력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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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낙양의 봄(6) 24.08.27 580 13 16쪽
22 22화. 낙양의 봄(5) +2 24.08.26 609 16 10쪽
21 21화. 낙양의 봄(4) 24.08.25 656 15 10쪽
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90 2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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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낙양의 봄(1) +1 24.08.22 702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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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10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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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거상(1) +1 24.08.06 1,102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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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근수저 +3 24.08.02 1,370 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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