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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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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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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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도원결의(1)

DUMMY

유비는 장비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극단적인 내배엽 체형이로군.’


사람의 체형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 그것이었다. 그 중 내배엽은 전반적으로 두리뭉실하면서 지방이 많은 체형으로 장비가 딱 그러했다. 마치 거대한 드럼통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 체형.


거기에 짧고 두터운 목과 거대한 머리통, 큰 키가 더해져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현대에 태어났으면 딱 스트롱맨 대회에 나갈 법한 체형이지.’


유비는 장비를 짐짓 모른 체 하며 말했다.


“누구시오?”


장비는 팔짱을 끼고 콧바람을 킁킁 뱉으며 말했다.


“나는 연나라 사람 장비 익덕이요. 보아하니 기골이 장대하고 힘깨나 쓰는 사람인 것 같은데 한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응?”


장비는 흠칫하며 팔짱을 풀고 유비를 유심히 뜯어보다가 펄쩍 뛰며 소리쳤다.


“으앗! 유, 유현덕 아니오?”


“으잉? 나를 아시오?”


장비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모를 수가 없지요! 탁현에서 자란 사내아이 중에 공손찬 패거리의 유비를 모르고 자란 놈은 없을거요!”


장비는 신나서 떠들어댔다.


“공손찬 패거리는 동내 사내아이들한테 동경의 대상이었소. 다들 공손찬 패거리에 들어가고 싶어 했지요. 개중에는 현덕공을 따라한다고 귀랑 팔을 잡아 늘리다가 다치는 아이도 있었소. 으하하!”


장비는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덕공도 당연히 의용군에 지원할 생각이시죠? 의로운 협객이었으니.”


유비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건달 패거리 보다는 잘나가는 일진 형님들 같은 느낌이었나보네.’


딱히 아니라고 할 필요는 없었다. 삼국지 내용 전개를 위해서라도 의용군은 지원해야 하니까.


“물론. 의용군에 지원할 생각이오. 다만···”


유비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이왕 뜻을 펼치러 가는 길, 말단 병사로 들어가기 보다는 병사들을 모아 의용군 대장 자격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오.”


장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그렇게 하면 될 것 아니오? 항상 비싼 옷과 비싼 말을 타고 다니는 부잣집 자제분 아니셨소?”


유비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건 잘못된 소문이오. 실상은 홀어머니와 함께 누상촌에서 돗자리나 짜는 비루한 신세라오.”


장비는 더욱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오오!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 환경을 극복하고 탁현을 주름잡는 협객이 되는 서사까지!”


“아니, 그 정도로 찢어지게 가난하지는···”


“자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술이나 한잔 합시다! 오늘은 내가 사겠소.”


장비는 다짜고짜 유비의 팔을 붙잡고 잡아끌었다.


“응?”


“헉?”


유비와 장비는 동시에 놀랐다.


‘현덕공 팔이 무슨 쇳덩어리 같아!’


‘무슨 당기는 힘이 이렇게 세지? 내추럴이 맞나?’


유비와 장비는 서로의 팔을 감은 채 잠시 당황하며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그때 멀리서 마치 큰 북을 두드리는 듯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내 동생한테 뭐하노! 손 안 떼나!”


유비가 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벌건 거구의 남자가 녹색 도포를 펄럭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대추 처럼 붉은 얼굴에 9척 장신,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2척에 달하는 긴 수염.


‘관우!’


장비는 관우를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앗! 형님! 여긴 어쩐 일이시오?”


관우는 유비와 장비를 번갈아 보다가 말했다.


“저자에 방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니, 그건 그거고 옆에 있는 사람은··· 누꼬?”


관우는 순간 유비를 보며 움찔 했다.


멀리서 볼 땐 몰랐지만 가까이 오자 유비의 거대한 키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유비의 키는 20살이 넘도록 계속해서 자라 24살이 된 지금은 10척에 가까운 거구가 되어 있었다. 유비는 성유은이 준 약에 성장호르몬과 같은 효과가 있는 성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장성한 이후로는 자신보다 큰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던 관우는 유비의 압도적인 신체에 당황했다.


장비는 해맑게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아. 형님은 잘 모르시겠구려. 여기 이 분은 탁현에서 유명한 협객이신 유비, 자는 현덕이라 하는 분이오.”


관우는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유비를 살폈다. 유비는 즉시 예를 갖추며 관우에게 인사했다.


“반갑소. 저는 탁현 누상촌에서 돗자리 장사를 하는 유현덕이라 하오. 말투가 유주 사람은 아닌 듯 한데, 관··· 공자 께선 성함이 어찌 되시오?”


관우는 경계를 풀지 않은 표정으로 예를 갖추었다.


“흠흠. 출신지는 알 것 없소. 그리고 이름은 관우, 자는 운장이라 하오.”


관우는 말투를 급히 고치며 다소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헌데 돗자리 장수라··· 그런 일이나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정말 돗자리 장수가 맞소?”


“부업으로 상단 호위대 일도 하지만 본업은 돗자리 장수가 맞소.”


“누상촌의 호위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이야기가 길어지자 장비가 두 사람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자자. 이렇게 셋이 만난 것도 인연인데 길 한가운데 서서 이야기 하지 말고 어디 들어가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이야기 합시다!”


“으음.”


관우 역시 유비가 흥미로웠는지 마지못해 따라가는 척 하며 장비의 손에 이끌려 술집으로 향했다.


***


-끼익···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


탁현 저자거리의 술집 문이 열리자 거대한 그림자 3개가 가게 안으로 드리웠다.


“헉.”


가게 안에 있던 손님들은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숨을 죽였다.


“뭐, 뭐하는 사람 들이지?”


“셋 다 엄청나게 커.”


탁현이 작은 행정 구역은 아니었지만 9척 전후의 장정 3명이 동시에 나타나는 일이 흔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단지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세 사람 다 체구 자체가 거대했기 때문에 더욱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장비가 가게 안을 둘러 보다가 앉을 자리가 없자 발을 쿵 구르며 성질을 냈다.


“이런! 기껏 왔는데 앉을 자리가 없잖아!”


그러자 장비의 바로 옆 식탁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거의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오, 오늘은 이만 집에 가야겠네!”


“같이 가!”


장비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으하핫! 운이 좋구만! 마침 자리가 딱 났소!”


유비와 관우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하며 슬쩍 자리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이 세 사람, 특히 유비를 보며 수근거렸다.


“저기 귀 큰 사람은 공손찬 패거리의 유비가 아닌가?”


“맞아! 요즘 잘 안보였는데··· 무슨 일이지?”


“요즘 상단에서 일한다는 소문이 있어. 불법적인 상품을 밀매하고 다닌다더군.”


“뭐? 그럼 관아에서 잡아가는 거 아냐?”


“듣기로는 관군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나봐. 말이 상단이지 사실상 사병 집단이래.”


“우와··· 무서워.”


유비는 사람들이 자신을 흘끔흘끔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다.


‘최소한 탁현에서 인덕의 유비는 물 건너 갔군. 쩝.’


장비는 자리에 앉자 마자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술을 주문했다.


“주인장! 여기 술 한 독만 내어 주게!”


“네? 술을 독 째로 내오라굽쇼?”


“당연하지! 사내 대장부가 셋인데 그것도 부족해!”


“네네. 얼른 내어 오겠습니다요.”


잠시 후 술독이 나오고 세 사람은 거침없이 술을 들이부었다. 세 사람 모두 저세상 덩치를 자랑하는 만큼 독안의 술은 순식간에 세 사람의 뱃속으로 종적을 감췄다.


“크아! 술 맛 좋다!”


장비는 팔로 입가의 술을 대충 닦은 후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현덕공! 들리는 소문으로는 황가의 후손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혹시 사실이오?”


“황손?”


황손이라는 말에 관우 역시 관심을 보였다.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긴 하오. 하지만 끈 다 떨어진 몰락 황족···”


“우와아!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니!”


장비는 머리를 감싸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관우 역시 다소 놀란 듯 수염을 쓰다듬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돗자리 장수···”


유비가 뭐라 말을 맺기도 전에 장비가 벌떡 일어나 유비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간곡하게 말했다.


“현덕공! 우리 셋이 이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이라 할 수 없소! 이건 틀림없이 하늘이 마련해 준 자리! 나 익덕은 오늘부터 운장과 현덕을 형님으로 모시고 싶소! 부디 부탁을 들어 주시오!”


관우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현덕공이 받아만 주신다면 이 운장이 은나라 탕왕의 이윤이, 익덕이 주나라 무왕의 강태공이 되어 드리리다!”


의형제 제안.


좀 갑작스럽긴 했지만 원래 시나리오대로의 진행이라고 생각한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그리 하십시다.”


장비는 펄쩍 뛸 듯 기뻐하며 말했다.


“내가 현덕공의 아우가 되다니! 주인장! 여기 술 좀 더 갖다 주시오!”


가게 주인은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게··· 술이 모두 떨어졌습니다요.”


장비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어허··· 한참 분위기 좋은데 이게 무슨···”


관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분위기도 환기할 겸 자리를 옮겨볼까요?”


장비가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좋지요! 마침 저희 집에 맛있게 익은 과실주가 있는데 그걸 마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뒷마당에 복숭아 꽃도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술맛이 아주 그만일 겁니다.”


도원결의.


유관장 삼형제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


‘이제 오프닝이군.’


유비는 관우, 장비와 함께 술집을 나섰다.


***


유주성 회의실은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하아··· 관군조차 이리 무력하게 당하다니. 이제 어찌하면 좋겠나?”


유주자사 유언이 깊은 탄식을 내뱉자 교위 추정이 나서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유주 곳곳에 방을 붙여 의용군을 모집하고 있으니 곧 병력이 충원 될 것입니다.”


하지만 유언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정규군 마저 패퇴하는 마당에 의용군이 충원된다 한들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느냐. 무엇이 문제일꼬···”


“···지금 저희에게 부족한 것은 사실 병력보다는 그 병사들을 이끌 장수의 부재입니다. 능력있는 장수들은 중앙 조정에서 데려가 버리고 그나마 쓸만한 장수들은 모두 청류파라 앞장서 나서지 않으니 병사가 있어도 힘을 발휘하기가 어렵습니다.”


유언도 크게 한숨을 쉬었다.


“허어··· 그럼 이제 어쩌면 좋으냐? 없는 장수를 어디서 만들어 올 수도 없고.”


추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 외람되오나 조금 시야를 넓혀 보면 장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은 반색하며 말했다.


“그래? 그 장수는 어디에 있느냐?”


“그게 참··· 말씀드리기 외람되오나···”


유언은 답답하다는 듯 버럭 소리쳤다.


“어허! 외람이고 자시고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답답하게 무슨 말을 그리 아끼느냐! 얼른 말 해 보거라!”


“예. 혹시 탁현의 공손찬 패거리라는 유협집단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유협집단? 그거 그냥 건달패들 아니냐?”


유언은 고개를 저었다.


“싸움은 좀 할지 몰라도 그런 질 나쁜 것들이 어찌 나라를 위해 일을 하겠느냐. 괜히 횡령이나 안 하면 다행이지.”


“질은 좀 나쁠지 몰라도 싸움은 잘 하지요. 지금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유언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일단 수배해 보게.”


추정은 포권을 하며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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