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 만인지적 유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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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01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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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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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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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낙양의 봄(9)

DUMMY

낙양성은 기나긴 한실의 역사를 상징하듯 웅장하고 화려했다. 장엄한 누각은 첫 길손의 가슴을 뛰게 했고 넓은 공간은 걸음걸이마다 발소리를 크게 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울어가는 한실의 상황까지는 반영하지 못한 듯 온갖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물건과 건물들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런 낙양성의 입구를 지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천천히 성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장각의 호위를 위해 들어온 유비는 화려한 낙양성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이게 2천년 전 건물이 맞나? 어마어마하구나.”


“2천년 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아, 그냥 혼잣말이오. 신경 쓰지 마시오.”


유비는 장각의 말을 대충 흘려 넘기며 낙양성 구석구석을 눈에 담고 있었다.


물론 현대에서 온 유비에게 낙양성이 신기한 것도 이유였지만 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암살자가 있을 만한 곳이 어디쯤일지···’


유비는 성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며 암살자가 나타날 만한 곳을 경계하고 있었다.


황보숭의 수행원으로 낙양성에 들어온 손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낙양성이 퍽 신기한 모양이오? 하긴 촌동네에서 왔으니 신기할 만도 하지.”


유비는 별다른 반응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긴 하군요.”


뭔가 맥없는 대답에 손견은 살짝 김이 샜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흥! 많이 봐 두시구려. 고향으로 돌아가면 언제 또 보게 될지 모르니.”


동탁의 수행원으로 따라온 조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헌데, 그건 손문대 그대도 마찬가지 아니오? 거리상으로는 강동이 조금 더 멀긴 합니다만···”


“으윽!”


손견은 전 낙양북부위이자 현 기도위인 진짜 낙양사람 조조의 일침에 할 말을 잃고 얼굴을 붉히며 이를 악물었다.


유비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조조가 유비에게 물었다.


“무얼 그리 두리번 거리시오? 낙양성이 그리 신기한가요?”


“아. 그런 것도 있지만···”


유비가 말끝을 흐리자 조조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긴 사내 대장부로 태어나 황도의 한복판으로 왔으니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지요. 큰 뜻을 품은 자라면 더더욱.”


조조는 유비의 표정을 살폈지만 자신의 말에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듯 하자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춰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사실 현덕공의 수준의 무장이라면 이 낙양성 안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높은 자리에서 일할 수 있을 거요. 혹시라도 낙양성이 마음에 들었다면 이 맹덕과 함께···”


그때 궁궐의 깊숙한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낙양성 병사가 소리쳤다.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최소한의 수행인원만 대동한 채 입궐하시오!”


***


건석은 방 안에서 인상을 찌푸린 채 앉아있었다.


“결국 하진, 그 백정놈만 돋보이는 모양새가 되었군.”


건석의 짜증에 옆에 있던 건석의 부하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저희에겐 아직 황보의진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가 밀서를 받았으니 틀림없이 동탁과 장각을 죽일 것입니다. 동탁과 장각이 내통하고 있다는 점만 잘 부각되면 하진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건석의 표정은 여전히 좋아지지 않았다.


“아냐. 뭔가 기분이 나빠. 갑작스런 군사들의 움직임도 그렇고 저 정도 규모의 병력이 충돌했는데 이렇게 쉽게 수습이 되다니··· 뭔가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변수가 존재하는 느낌이야.”


건석의 부하가 말했다.


“지나친 생각이십니다. 저들 사이에 어떤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짧은 시간에 어찌···”


하지만 건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역시 불안해. 뭔가 다른 조치가 있어야겠어.”


“다른 조치요?”


그때 건석의 방 구석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저를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건석의 부하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누, 누구냐!”


하지만 오히려 건석이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말했다.


“쉿! 큰 소리 내지 마라. 내가 부른 자다.”


건석은 구석에서 나타난 남자에게 말했다.


“무영단의 살수인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건석 어르신.”


살수는 키가 몹시 작고 깡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어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건석은 그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임무를 내리겠다.”


건석은 낙양성의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낙양성으로 들어오는 장각과 동탁, 그리고 황보숭까지 모조리 해치워라.”


“예. 어르신.”


살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건석의 부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어, 어르신! 황보의진까지 처리하려구요?”


건석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황보숭의 군대 역시 내가 예상하는 범위를 벗어나 움직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남겨놓을 수 없지. 심지어 그런 놈에게 암살 서신까지 보냈으니 나중에 그걸 약점 삼을지도 몰라. 더더욱 살려둘 수 없다.”


건석의 부하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암살에 실패할 경우 더 곤란한 상황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살수는 눈썹을 꿈틀했다.


“실패?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소. 걱정 마시오.”


하지만 건석의 부하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으음··· 하지만 세사람 모두 난다긴다하는 거구의 장수들을 수행원으로 대동해서 입궐할 텐데 그에 비해 체구가 너무···”


살수는 잠시 숨을 고르는가 싶더니 갑자기 특이한 보법을 사용하며 건석의 부하 코 앞까지 순식간에 이르렀다.


“히익!”


살수가 내뿜는 진한 살기를 느낀 것인지 건석의 부하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 앉을 뻔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무영단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덩치가 크다느니, 힘이 세다느니, 창이 몇 근이니 하는 그런 것들은 사람을 죽이는데 있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들이오.”


무영단원은 건석의 부하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맒했다.


“은밀하게 다가가 주저함 없이 급소에 날붙이를 밀어넣기만 하면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죽소. 거추장스럽게 우악스런 몸뚱이로 무식하게 세게 몸통을 박살내는 것이나, 급소에 날붙이를 밀어 넣어 숨을 끊는 것이나 사람이 죽는 것은 똑같단 말이오.”


“으음···!”


무영단원은 들이밀었던 얼굴을 치우며 말했다.


“전장에서 덩치만 믿고 까부는 놈들은 성 안에서 전혀 다른 싸움을 접하게 될 거요. 아무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소이다.”


건석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좋아. 믿음직하군.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네. 듣자 하니 이번 수행원 중엔 유현덕도 포함되어 있다더군.”


무영단원이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그건 누구길래 그리 걱정을 하십니까?”


“이번 황건적 토벌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는 소문이 있네. 너무 놀라운 수준이라 그 진위여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일세.”


건석은 마치 자랑이라도 늘어놓듯 말했다.


“고작 5백여명의 의용군을 이끌며 동모산에서 5만 황건적을 궤멸시키고 대거 포로로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 장각을 사로잡은 것도 그 자라는 보고도 들리고 있네.”


무영단원은 콧방귀를 뀌었고 건석은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들의 전투방식이라네. 가뜩이나 적은 병력을 온존하기 위해 그의 형제들과 함께 맨 앞에서 적군을 분쇄하는 방법으로 전투를 한다더군. 그래서 실제로 병력 피해가 거의 없다는 말이 있네. 듣기로는 삼형제 모두 10척에 달하는 장신에 믿을 수 없는 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만.”


무영단원은 한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키가 10척이니 힘이 괴력이니 하는 것, 모두 다 쓸데없는 겉치레 입니다. 사람을 죽이는데 그런 것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제가 직접 보여드리지요.”


건석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잘 부탁하네.”


건석은 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아참! 이건 뭐 당연한건데 혹시라도 실패해서 산채로 붙잡히더라도 우린 서로 모르는 사이. 알겠지?”


살수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건 너무 당연해서 따로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절대 실패할 일도 없으니 걱정 마시고 시신 수습이나 어떻게 할지 신경 쓰십시오.”


살수는 그 말만 남기고 훌쩍 나가버렸다.


건석의 부하는 여전히 못 미더운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괜찮을까요? 저런 작은 체구로 그 거구의 장수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요. 그보다 더 걱정인 건 사로잡혀서 문초라도 당하면 저희 이름을 불지 않을까 하는···”


건석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훈련받은 살수라면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재빨리 자결할 것이니까. 무영단의 신뢰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도록 훈련받았거든. 그것 때문에 비싼 돈 주고 그들을 고용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일세.”


건석은 옅게 미소지었다.


***


손견은 입술이 한 치나 튀어나와서는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아니, 우리가 무슨 역심을 품은 사람도 아닌데 왜 가진 것 다 털리고 수행원들까지 뺏긴 채 들어가야 하는 거지? 우리가 황건적 토벌에 세운 공이 얼만데!”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그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니까. 큰 공을 세우고 제후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암살시도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게 있는 일이라오.”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랬겠지. 아무렴.”


손견과 조조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유비는 주변을 계속해서 두리번거렸다.


‘만약 암살 시도가 있다면 무방비 상태이면서 궁성에서는 가장 먼 지금 이 자리가 암살에 가장 적합한 장소겠지. 지금 당장 뭔가 나타나도 놀랍지 않아.’


유비가 고개를 돌리자 장각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유비는 딱딱하게 굳어있는 장각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뭐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


-휘익!


그때 갑작스런 인기척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유비 정도만이 겨우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옅은 인기척.


하지만 유비는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본능적으로 그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콰악!


유비는 갑자기 나타난 살수의 손목을 붙잡았다.


살수는 자신이 공격이 막히자 놀라서 눈이 커졌고 유비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살수의 칼날은 장각을 향할 것이라는 생각. 그 생각을 빗나갔기 때문이었다.


“···왜 의진을?”


유비는 황보숭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춘 칼날을 보며 놀라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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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낙양의 봄(9) +1 24.09.02 421 12 11쪽
25 25화. 낙양의 봄(8) +2 24.08.30 460 12 12쪽
24 24화. 낙양의 봄(7) +1 24.08.29 524 13 11쪽
23 23화. 낙양의 봄(6) 24.08.27 580 13 16쪽
22 22화. 낙양의 봄(5) +2 24.08.26 608 16 10쪽
21 21화. 낙양의 봄(4) 24.08.25 655 15 10쪽
20 20화. 낙양의 봄(3) +4 24.08.23 689 21 11쪽
19 19화. 낙양의 봄(2) +1 24.08.22 698 18 11쪽
18 18화. 낙양의 봄(1) +1 24.08.22 702 20 10쪽
17 17화. 황건적의 난(9) +1 24.08.20 727 23 12쪽
16 16화. 황건적의 난(8) +2 24.08.18 755 20 11쪽
15 15화. 황건적의 난(7) +2 24.08.17 805 20 13쪽
14 14화. 황건적의 난(6) +6 24.08.16 795 21 12쪽
13 13화. 황건적의 난(5) +2 24.08.15 830 20 13쪽
12 12화. 황건적의 난(4) +3 24.08.14 854 22 14쪽
11 11화. 황건적의 난(3) +2 24.08.13 883 23 11쪽
10 10화. 황건적의 난(2) +2 24.08.11 909 26 12쪽
9 9화. 황건적의 난(1) +1 24.08.10 940 28 12쪽
8 8화. 도원결의(2) +4 24.08.09 1,017 28 16쪽
7 7화. 도원결의(1) +4 24.08.08 1,077 29 12쪽
6 6화. 거상(2) +2 24.08.07 1,045 27 13쪽
5 5화. 거상(1) +1 24.08.06 1,101 29 12쪽
4 4화. 공손찬(2) +2 24.08.05 1,146 27 14쪽
3 3화. 공손찬(1) +3 24.08.03 1,250 30 15쪽
2 2화. 근수저 +3 24.08.02 1,369 32 13쪽
1 1화. JUICE +10 24.08.01 1,487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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