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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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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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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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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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혼 당했지만 잘 나가마

DUMMY

아내 은지선은 온몸에 명품을 휘감고 나타났다.

풀 메이크업에 풀 헤어세팅, 어디 파티에라도 갈 듯한 기세였다.

내가 더 참담한 기분인건 여전히 은지선이 너무나 예뻐보인다는 것이다.

현실은 갈라지고 마음은 멀어졌지만 내 본능은 아직 은지선을 향하는 모양이었다.

5년전, 난 아내가 너무나 예뻐서 결혼했었다.


난 못마땅한 얼굴로 은지선의 옆에 서 있는, 그 SNS에 나왔던 훈남를 노려보았다.


‘저 기생오래비 같이 생긴 놈 때문인가?’


그래도 5년을 함께 살았는데···

‘사랑해!’ 아직 내 귀가에 은지선이 속삮이던 음성도 남아 있것만.

협의이혼 절차를 마무리 짓고 가정 법원 건물 앞을 나오다가 은지선이 우뚝 서서 나를 보며 말한다.


“잘 살아! 마주칠 일은 없었으면 해!”


“자기 이제 눈치 안보고 자기네집 가서 놀아도 되는 거지?”


“응 이제 끝났어 언제든 편히 와!”


“차 가지고 올게 여기 있어.”


훈남이 차를 가지러 가기 위해 주차장을 향해 걸어간다.

고정훈, 훈남 이름이었다. 아내보다 두살 어린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자식, 어디 부동산 컨설팅도 하고 가상화폐 투자법에 대해 강의도 하면서 SNS에서 셀럽으로 활동하는 놈이다. 이제 아내도 그 훈남도 내 인생과 상관없는 존재들이 될 것이다.


“잘 살아!”


차마 더 할 말이 없었다.

그 말도 진심에서 울어나온 말이라기 보다는 내 스스로 마무리하는 매듭같은 말이었다.

마누라가 바람펴서 이혼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일이나 모레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아 네.”


변호사 사무장이 나를 보며 말한다.

천만원 받고 떨어져야 할 한심한 전남편 역을 소화하며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 한심해 보이고 찌질해 보일거다.

하지만 난 니가 알고 있던 그 박기만이 아니다.

청바지, 오래된 더러운 운동화, 셔츠에 추레한 잠바를 입고 가정법원 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기분이 정말 별로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꽉 찬 느낌이었다.

이걸 웹소설 전문용어로 ‘힘숨찐’이라고 하지, ‘힘을 숨긴 찐따’


함께 살때, 난 정말 별볼일 없는 한심한 망생이에 불과했지만 그건 담금질 하는 과정에 불과했던 거다.

도약을 하기 위해 잠시 움츠러 들듯이 스포츠카가 튀어나가기 전에 예열을 하듯이 준비과정이 필요했던 거다.

실제로 5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날을 고통과 좌절속에 좋은 스토리 하나 뽑기위해 바둥거렸으니까.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썼고 누구 못지 않게 치열하게 살았으니까.


난 내게서 떠난다는 은지선을 향해 ‘잘 살아’라는 말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도 없고 말할 필요도 느끼지 못해서이다.

때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말을 하지 않음으로 해서 더 많은 말을 하기도 한다.


난 한심했고 능력없는 남편이었고 그 남편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외도하고 남편을 버린 여자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나?


[부우우웅]


등 뒤로 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빨간 컨버터블에 선그라스를 낀 고정훈과 은지선이 타고 있다.

차는 내 옆에 와서 선다.


“어이 형씨! 내가 미안해서 이거 받아둬!”


고정훈이 5만원 짜리 지폐 십여장을 손에 들고 흔든다.

둘 다 썬그라스를 썼지만 이빨이 보이도록 웃고 있었다.

고정훈에겐 아무 관심 없었고 내 시선은 뭐가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는 은지선을 향했다.


‘그래도 살을 비비고 산게 5년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니?’


마음 속 한 구석이 찡하게 울리며 아팠다.


“잘 먹고 잘 사세요! 하하하하.”


“하하하.”


[부아아앙]


지폐를 허공에 뿌리고선 컨버터블은 앞으로 튀어나간다.

고정훈과 은지선이 나를 보란듯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려 내게 ‘퍼큐’를 시전하고 있다.

나는 한동안 그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능력있는 남편, 좋은 남편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했지만, 화가 난다기 보다는 씁쓸한 마음이었다.


“하이고 왜 저래? 이거 선생님 꺼죠?”


경비가 달려와 흩어진 5만원짜리 모아서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내밀었다.

난 돈을 줏어온 경비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전 됐습니다. 선생님 오늘 그걸로 소고기 사서 드세요.”




***




반신반의 했지만 확신으로 굳어졌다.

내게 특수능력이 생겼다.

무엇인가 잘 된 것, 잘 될 것을 알아보는 능력말이다.


겨우 소주에 컵라면에 참치캔을 먹으며 고시원방에서 썩어가고 있던 내게 희망이 생겼다.

난 돌아오는 길에 당첨된 복권 두개를 현금으로 바꿨다.

십만원짜리 두개는 세금을 제하고서 16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으로 내 손에 쥐어졌다.


이혼 위로금(?) 좌우간 명칭이 뭐던지 내일 천만원이 들어온다고 했다.

로또는 어차피 큰 돈 들어가는게 아니니까 그 돈으로는 당연히 가상화폐나 주식을 해야지.


[띠링 띠링]


그 와중에도 계속 문자가 오고 전화가 온다.

대부분 출판사 전화들이다.

예전에 한번씩 다 컨택이 있었던 곳들, 대부분 조건이 맞지 않아 진행하지 못했다.

처음 웹소설 시장에 뛰어들었을때, 나는, 내가 쓰기만 하면 출판사가 나와 계약하기 위해서 줄을 늘어설줄 알았다.

독자들은 뭐 당연히 우르르 쏟아져서 칭찬과 찬사를 늘어놓겠지, 그런 아름다운 착각을 했었다.


웬걸, 아무도, 아무도 내게 주목하지 않았다.


[드디어 웹소설에도 제임스 조이스가 나타났다. 의식의 흐름으로 쓴 획기적인 작품이네.]


[10대 아니었나? 이정도 젊은 감각이면 10대인데···]


난 그 댓글들이 나를 칭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식의 흐름’이었다는건 아무 생각없이 떠오른대로 지멋대로 지껄였다는 소리였고 ‘10대 아니냐’고 물었던 건 작품이 유치하다는 뜻이었다.


그걸 알게 된 것도 3년쯤 지나고 난 뒤였다.

난 17개의 작품을 완료했지만 제대로 성공한건 하나도 없었다. 하나도.

알만큼 알고 모를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내 작품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문장은 노땅들이 쓰던 구어체인데다 작가만 아는 함축으로 멋대로 날라가고 게다가 오타는 바글바글했다.


그제서야 뭔가 글 다운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를 둘러싼 여건은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있었다.

버러지처럼 용돈이나 받아 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남편을 향한 아내 은지선의 경멸 그리고 내 단점에 대해서 너무나 면밀하게 알고난후엔 한 문장을 쓰는것도 버거워져 버렸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왜 안되는지 이유를 너무 잘 알아버리자 글을 쓰는 고통이 3배쯤 늘어났다.


그런데 이제 바뀌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출판사들이 내게 연락을 해 오고 있었다.

난 이 순간을 마음껏 음미하고 즐길 것이다. 후후후.


물론 돈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돈만이 내 꿈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에겐 자아실현이라는게 중요한거다.

난 웹소설에서 글 쓰는 작가로써 꼭 성공하고 말 것이다.


‘제 10XX회차 당첨번호’


난 다음 회차 번호를 쓰고나서 1부터 45까지 번호를 썼다.

그리고선 손을 들어 번호 위를 지나가며 하나씩 점검을 했다.


“크크크크크, 이게 되네”


징징 울려대는 숫자들이 있었다.


[10, 11, 19, 26, 29, 42]


여섯개의 번호를 완성하고 복권방에 가서 같은 번호로 5개를 뽑았다.

복권방 주인이 한심한 놈이라는듯 내 얼굴을 슬쩍 바라보고 복권을 뽑아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나오셔서.”


할 필요가 없는 말을 둘러댄다.

같은 번호로 5개를 사는건 덜 쩔어진 놈이거나 꿈에서 조상님 강림한 사람 말곤 없을 테니까.


남은 15만원으로 오늘은 제대로 포식을 하는 거다.

난 가끔 가곤하던 중국집 문을 힘차게 열어 젖혔다.


“어서오세요.”


내가 왜 이곳을 찾냐하면 혼자 가서 짜장면만 시켜도 항상 반갑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물론 손님이 없을 때 가야 한다.


“짜장면이시죠? 여기 홀에 짜장면···”


“노우 노우.”


난 주문을 받는 남자를 향해 검지 손가락을 흔들었다.


“짜장면 곱배기.”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뜨는 남자.


“거기에 탕수육 소자 하나.”


“왠일이래..”


“그리고 빼갈 한병.”


그래 그정도 주문하는거 보통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니지. 하지만 한달 내내 짜장면 하나 시켜서 마지막 짜장 건더기까지 박박 긁어먹던 놈이 시키니까 이상해 보이는 거다.




***




“맞죠? 학센작가님?”


중국집에서 나와 걸어오는데 어떤 여자가 나를 붙잡고 말한다.

누구지? 이 예쁜 여자가 내가 학센이라는건 어떻게 안 거지?

그런데 여자가 낯이 익다.


“오보에 출판사··· 재작년에 뵈었잖아요.”


아 그때서야 기억이 났다.

출판사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신이나서 달려간 곳에 있었던 젊고 예쁜 여자.


“저 나도민 대리에요. 기억 안나세요?”


기억나지요. 그 예쁜 입에서 나온 독설들 하나 하나 다 기억합니다.

분석한다며 작품의 아픈 뼈만 골라서 때리다가 메인 플랫폼엔 내밀어봐야 소용없으니 eBook에 집중하자! 계약금은 없고 선인세 50만원에 표지를 출판사에서 제작해야 하니 6:4로 하자고 했지요. 그정도 조건은 발로 쓴 작품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로 왔는지 다 알면서..”


응? 어디서 앙탈이세요? 전처럼 팔짱끼고 턱 치켜들고 도도하게 말씀해 보시지.


“작가님 작품이 지금 베스트 1위잖아요. 우리 출판사에서 작가님 잡으면··· 뭐 하여간에···”


“네 베스트 1위요?”


법원에 가고 로또를 사고 식당에 가느라 노트북 한번 켜보지 못햇는데 그 사이 내 작품이 베스트 1위에 오른 것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줄 알고···”


귀신이 곡할 일 아니냐? 먼저 살던 옆의 동네이긴 하지만 먼저 살던 집과는 다른 곳인데다가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고?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작가님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 하시죠. 우리 맥주 한잔 할까요?”


나도민이 내 팔을 껴안았는데 팔을 뺄 수가 없었다.

빼갈도 한잔 먹었겠다. 술도 적당히 오른 상태에서 맥주 한잔이 땡기기는 했지만.


“저기서 치맥하면서 천천히 이야기 하죠? 네? 학센 작가님.”


나도민이 억지로 잡아끄는데 솔직히 말하면 싫지 않았다.

난 못이기는척 나도민이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




“저 이 작품에 목숨 걸었습니다. 이거 안되면 저 사표 써야 해요. 선인세 천만원이나 지불한 작품들이 연달아 세 작품이나 망했어요.”


생맥주를 한잔 마시더니 간절한 표정으로 말한다.

예전에 카페에서 만났을 때엔 그렇게 도도한 표정을 짓더니.


“계약만 하면 짤릴 염려 없고요. 보너스가 연봉의 50%래요. 저 한번만 살려주세요.”


뭐 그만큼 간절한 건 알겠지만 그건 당신 사정이지.


“그런데 본인 말씀만 하시는데 제가 왜 오보에와 계약을 해야하죠? 어려웠던 시절 도와줬던 것도 아닌데.”


“그, 그렇죠. 그런데 계약하면 계약금 삼천만원에 이건 선인세 아니고요. 웹툰 제작 동시에 들어갈 거고요. 드라마 제작과 영화 제작도 검토해 보겠습니다.”


“검토는 됐고요. 드라마 제작이나 영화 제작한다고 결정하면 제가 계약할지 검토해 볼게요.”


“네? 그렇지만 지금 올라간게 11회차 밖에 안되고 이틀밖에 안 지났는데··· 어떻게···”


“내가 할 말이 그 말이예요. 작품 올린지 이틀밖에 안되었고 11회차 밖에 안 지났는데··· 오보에는 뭘 믿고 그럼 거금을 지불하면서 저랑 계약을 한다고 하는 건지··· 저는 저대로 또 다른 출판사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봐야 하는거 아니냐고요.”


“아아.”


그놈의 검토, 지긋지긋하게 들었다.

아니 그렇게 확신이 들어서 날 붙잡으려고 쫓아왔으면 제대로 지르던가? 제대로 지를 것도 아니면서···


“작가님, 저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딱 한번만요.”


요물같으니 논리적으로 설득이 안되니까 이제 감정에 호소하는 작전으로 바꾼 거다.


“내가 왜요?”


“이번에 작가님이 저랑 계약해 주시면··· 제가 어떤 방법으로든 꼭 보답해 드릴게요. 뭐든지요.”


나도민이 매력적인 큰 눈을 깜박거리면서 나를 보며 말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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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위험한 사람들 +1 24.09.17 733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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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1,010 24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3 24.09.14 1,093 29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1,260 30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6 24.09.12 1,395 29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515 31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512 34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568 33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692 27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800 33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855 36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961 32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2,078 33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2,111 37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2,136 36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2,175 37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2,228 36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296 35 12쪽
24 채찍과 당근 +1 24.08.29 2,343 41 12쪽
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381 42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514 41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527 45 12쪽
20 문어발 사업가 +3 24.08.25 2,591 45 12쪽
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661 42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7 24.08.23 2,736 46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854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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