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새글

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최근연재일 :
2024.09.17 10:1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91,684
추천수 :
1,721
글자수 :
234,785

작성
24.08.31 10:10
조회
1,963
추천
32
글자
12쪽

나도 내가 무섭다

DUMMY

‘손 한번 잡아본게 다 지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많은 밤들을 당신을 그리워 하다가 잠에 들곤 했어요.’


‘아무리 바쁘게 지내더라도 먼 하늘을 바라보면 당신 생각이 났습니다.’


응급실 격리병동, 투명 캡슐안에 들어있는 차지혜를 바라보며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 생기있던 핑크빛 피부는 누렇게 떠 있고 치렁치렁했던 검은 머리는 한올도 남김없이 깎여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내게는 충격적이었지만 그 뒤에 알게 된 내용은 더 놀라웠다.

차지혜는 부모님 심부름때문에 해외로 간 것이 아니었다.


“자네로군.”


50대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훨씬 더 들었을 중년신사가 나를 아는척 한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남자와 남자 옆에 서있는 중년여성에게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아마도 차지혜의 부모님이실 것이다.

중년 여성은 차지혜와 너무나 닮았으니까.


“좀 전에 의식을 잃었네 아마 좀 지나면 다시 의식을 찾을 거야.”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 지혜는 백혈병이에요 골수이식을 받아서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지혜 엄마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신다.

아아, 왜 만나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병에 걸린걸 감추고서 맥주를 마시고 소주를 마셨다니 차지혜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맥주를 마시고 산책을 하며 신이 나 있던 차지혜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혈압이 너무 떨어졌어요. 약물로 올리고는 있는데 더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산소포화도도 떨어지고 있어서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환자가 잘 이겨내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네요. 할 수 있는건 다 했습니다.”


방역복을 입은 의사가 격리병동 밖으로 나와서 조심스럽게 말한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오늘부터 1일.’


나를 향해 돌아서던 차지혜의 모습이 떠올랐다.


“좀 전에 의식이 있었을 때 지혜가 자네를 찾았었어, 혹시나 몰라서 불렀네, 와줘서 정말 고마워.”


여기서 혹시나는 차지혜가 죽는다는걸 의미하는 걸 꺼다.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는 의사의 말이 사형선고처럼 느껴졌다.


“아닙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하면 아무 사이도 아닐수 있다.

말로만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이제 막 사귀자고 한 것이니까.

그저 손잡은 것이 다니까. 진지한 관계로 발전한게 아니니까.

하지만 차지혜는 아직 배불뚝이, 보잘것 없는 돼지였었던 나에게 음료수를 내밀고 다가왔었던 사람이다.

그녀가 다가왔을때 이혼남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마음껏 그녀와 사귀지 못했다.

눈만 감으면 그녀가 떠올랐고 도망가려했지만 도망갈 수 없었다.

차지혜는 내게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다.


“눈을 떴어요.”


“지혜야!”


재빨리 격리병동 쪽으로 다가갔다.

차지혜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난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서 차지혜에게 내밀었다.

차지혜의 입술이 오물거리며 무엇인가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뭐라 말하는지 알수 없었다.


“선생님 저 들어가면 안됩니까?”


의사에게 물었다.

잠시 망설이던 의사는 다짐을 한듯이 입술을 깨문다.


“전신소독하시고 여기 방역복 입고 들어가세요. 환자는 세균에 아주 취약해서 감염되면 큰일입니다.”


분무형 소독약으로 온몸을 코팅한 다음 손을 소독하고 마스크를 쓰고 방역복을 입고 고글까지 쓴 다음에야 격리병동 안으로 들어갈수 있었다.

난 재빨리 차지혜에게 다가갔다.


“나, 나 휴, 흉하지?”


“아니야 정말 예뻐! 두상이 예뻐서 스님해도 되겠어.”


“하아··· 하.”


웃고 있는 것이었다.


“소, 손···”


손을 잡아달라는 뜻일 거다. 난 차지혜의 차갑고 앙상한 손을 잡았다.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울림? 희미한 진동이 차지혜의 손에서 느껴진다.

마치 차지혜의 꺼져가는 생명력이 보내는 희미한 신호처럼 느껴졌다.


손을 잡자 차지혜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간다. 힘이 없어 제대로 웃지 못하는 거다.

차지혜와 나, 우린 정말 보잘것없는 인연으로 이어져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5년을 살을 부비며 함께 살았던 전 아내 은지선은 나를 배반하고 순식간에 남, 아니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버렸던 반면, 아무 사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차지혜는 지금 내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다.


“지혜씨 나으면 우리 이제 애인하자! 아니 사귀는 척 하면서 후딱 결혼하자.”


“아, 안돼!”


“그래 결혼은 서두르지 않을테니, 우리 아주 깊고 뜨겁게 사랑하자.”


내 말에 차지혜가 아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즈즈즈 즈즈즈 즈즈즈···.]


뭔가 긁히는 것 같은 진동이 계속해서 느껴진다.

하느님 안돼요. 차지혜는 데려가면 안됩니다. 그저 돼지 였던 내게 다가온 천사같은 사람이에요.

그녀를 데려가느니 차라리 절 데려가세요. 안됩니다. 안돼요.

간절했다.

차지혜가 죽는건 죽었다가 깨어나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 내 몸의 모든 에너지와 기를 모아 차지혜의 손을 꼭 잡았다.

내게서 생명의 에너지를 나눠줄수 있다면 그래서 차지혜를 살릴수 있다면.


[즈즈즈 즈즈즌 즈즈즌···]


진동소리가 조금 바뀐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다시 차지혜의 손을 잡고 정신을 집중해 ‘기’라고 불리던지 ‘생명에너지’라 불리던지 ‘생명력’이라 불리던지 무엇으로 불릴지 모르나 내게 있는 모든걸 손을 통해 차지혜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즈잉 즈잉 즈잉···]


진동소리가 바뀐다.


[뚜우뚜 뚜우뚜 뚜우뚜..]


바이탈 사인을 알려주는 심박모니터의 소리가 빨라졌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난 눈을 감고 내 몸에 있는 모든 것을 차지헤의 손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다.


[징 징 징 징 징···]


[와아···]


[지혜야!]


누렇게 떴던 차지혜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고 격리병동 밖에서 차지혜 부모님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럴 수가.”


어느새 의사가 격리병동 안으로 들어와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심박과 산소포화도 모두 정상입니다. 바이탈 싸인으로는 모두 정상이에요.”


의사의 말을 들은 차지혜가 졸린 눈으로 나를 보며 말한다.


“피곤해 잘게.”


그렇게 말하곤 스르르 눈을 감았다.




***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우연일지 몰라도 내가 생명을 나눠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차지혜의 손을 쥐었을 때 무엇인가 내게서 차지혜에게로 전달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내 의지 일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기’라는 것일 수도 있겠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극적으로 회복된 사랑의 기적?

무엇으로 불리던지, 어떤 영향을 미쳤던지 아니던지, 정상적이지 않은 신기한 일이 일어난건 분명했다.


다섯 시간 정도 더 병원에 머물렀고 차지혜의 안정적인 바이탈 싸인을 확인하고 의사가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한 뒤에 차지혜의 부모님께 인사를 꾸벅하고 병원에서 나왔다.


‘어쨌든 고맙네.’


‘고마워요.’


차지혜의 아빠는 여전히 퉁명스러웠지만 차지혜의 엄마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마워 하셨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어쩔수 없었던 것이 신정미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내일까지 3회차 시나리오 넘겨야 해요. 고작 반정도 밖에 안 썼는데 어딜 간겁니까?]


[회장님이 안 쓰면 내가 씁니다. 주인공 안드로메다 보내요?]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 아니냐? 어떤 직업으로 어떤 업무를 해도 잘 할 것 같은 사람이다.

출판사 매니저를 해도 신정미보다 더 잘할 사람은 흔치 않을 것 같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신정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지금 어디에요? 아까부터 조연출이 몇번이나 전화한줄 아세요? 이렇게 넘기면 쪽대본 되는 거에요? 언제 오세요?]


신정미는 전화를 받자마자 쉬지도 않고 질문공세를 시작한다.


“지금 병원인데 긴급한 일이 있었어요. 곧바로 돌아갈테니까 닥달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오시는 거죠? 바로 작업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신정미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밖으로 나오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다.

어지간하면 택시를 탔을 텐데 난 리무진에 올라탔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하고서 약속한게 하나 있었다.

절대 질질 끌다가 시간 넘어가서 쪽대본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베테랑 작가가 쪽대본을 넘겨도 긴장될 판에 이제 처음으로 방송드라마를 쓰는 신입이 쪽대본을 넘긴다면 스텝진들이 정말 언제 펑크날지 불안해 하며 살떨리면서 촬영하게 될 것이다.




***




너무나 긴장해서 시간이 어떻게 흐른지도 모르고 있었다.

병원에서 밤을 꼴딱 샜고 집으로 돌아온건 낮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차지혜씨가 좋아뎠다니 다행입니다. 병원에서 오신다고 해서 분명 잠도 못자고 식사도 못하셨을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노트북이 있는 책상옆에 강장제를 비롯해서 초밥, 주먹밥, 군만두 등 먹거리와 커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함께 있으면서 겪으면 겪을수록 신정미는 놀라운 여자였다.

무엇을 기대하던지 항상 그 이상으로 결과물을 내놓고 그 이상을 준비한다.

너무나 월등하여 내 비서가 되기위해 1000년전부터 준비한 사람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다.

게다가 눈치도 빠르고 독심술도 구사해서 내 머리속에 들어왔다가 나간 것처럼 느낀게 한두번이 아니다.

영어랑 중국어도 구사하지 경영학을 배워 사업전반을 꿰뚫어보고 있지, 그러고 보니 신정미가 없었다면 ‘주식회사 KM’은 제대로 굴러가지 못했을 것이다.


“뭘 그렇게 봐요? 집필에만 집중하세요.”


슬쩍 쳐다봤더니 신정미가 나를 노려보면서 말한다.

차지혜만 없었으면 어쩌면 신정미랑 사겼을 지도 모르지, 아 여친이 생사의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돌아왔는데 난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아! 그래 3회차에 차지혜의 이야기를 넣으면 될 것이다. 내가 겪은 신비한 경험에 대해.


실존인물을 소설과 시나리오에 등장시킨다고 해서 내가 양심에 찔리거나 머뭇거릴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이름도 다르고 나이나 설정도 좀 다르게 해서 넣기도 하고 난 기본적으로 내가 죽어가는 장면까지 쓸수 있다면 글로 쓰고 싶은 욕망을 지닌 천생 작가다. 타르타로스(그리스 신화의 지옥)보다 더 깊은 암흑속에서 절망하고 쓰러지고 고통과 갈증속에서 글을 써 왔다. 차지혜의 상태가 지금도 좋지 않다면 몰라도 지금은 정상이 된 상황이니 못 쓸 이유가 없지.


난 번개처럼 시나리오를 써 나갔다.

분당 2000타, 다른 사람이 보면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다.

쓰면서 절박했던 감정이 다시 울컥 올라왔다.

차지혜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돈이고 나발이고 드라마던 영화던 다 때려치워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차지혜는 내게 매우 소중한 사람이었다.


“어머, 어떻게 해? 어쩜.”


신정미가 실시간으로 내 글을 보더니 감탄사를 뱉어낸다.

난 한시간만에 3회차 시나리오를 탈고해 버렸다.

물론 오타는 좀 있겠지만 그건 신정미가 잡아줄 것이다.

3회차 시나리오를 파일째 신정미에게 토스 해준다.

신정미가 내가 쓴 시나리오를 꼼꼼히 살펴보며 교정을 하고 드라마 조연출에게 넘겨줄 것이다.


“어머··· 어머··· 이럴수가..”


시나리오를 읽으면 교정을 보던 신정미가 눈물기가 고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회장님은 천재 아니에요? 어떻게 이런 글을 1시간만에··· 정말 최고에요. 나도 모르게 울었네.”


눈물을 한손으로 닦으며 다른 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준다.

뭐 이런 순간에는 거만하게 웃어주는게 예의지. 후후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 후 천재각성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아침 10시 10분 24.08.06 1,759 0 -
43 위험한 사람들 NEW +1 4시간 전 170 7 12쪽
42 천쯔의 초대 +1 24.09.16 469 16 12쪽
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89 19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2 24.09.14 787 23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5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4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19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4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7 34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3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4 30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1,848 33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1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09 32 12쪽
»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035 28 12쪽
24 채찍과 당근 +1 24.08.29 2,082 35 12쪽
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6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49 35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266 40 12쪽
20 문어발 사업가 +3 24.08.25 2,319 39 12쪽
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0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1 46 12쪽
16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3 47 12쪽
15 발칙한 여주인공 여주리 +3 24.08.20 2,569 4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