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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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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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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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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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씨앗

DUMMY

“난 왜 보자고 한 거야?”


“잘 사는지 궁금해서.”


키 165, 오목조목 들어가고 나온 글래머스러운 몸매, 은지선은 여전히 매력적인 얼굴로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다시 나랑 재결합 하고 싶어서?”


“글쎄.”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된거야? 세상에 학창시절때보다 더 잘생겨 졌어··· 갑자기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회장님까지 되시고.”


“다 네가 준 천만원 덕분이지··· 로또 몇번 맞고 가상화폐 투자했더니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더라고.”


“뭐어 정말? 그 가상화폐 졸부가 오빠였던 거야?”


난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진작 이러지 그랬어? 그랬으면 내가 이혼 안 했을 텐데.”


“이혼은 안해도 바람은 났겠지?”


“바람?”


놀란 표정을 짓는 은지선, 저 표정에 예전에는 많이 넘어갔었다.


“에이 저 사람은 친구야. 뭐 잠자리는 같이 하긴 했지만 진지한 사이는 아니야. 내 평생에 진지한 사이는 오빠 밖에 없었어.”


그래, 요즘은 참 한침대에서 자도 진지한 사이가 아니구나.

니 기준엔 뭐 어느정도를 해야 진지한 사이가 되는 거야?

그렇게 진지한 사이라면서 바람나서 나를 찼어?


“그래? 나도 예전엔 너 밖에 없었지, 그런데 이젠 새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야지. 너도 그렇고.”


그렇게 말하곤 그윽한 눈길로 은지선을 바라봤다.


“뭐야? 그 눈빛은? 나한테 아직 감정 있어?”


“나쁜 감정은 없애려고, 좋은 감정은 남기고.”


“그 얼굴보니까 예전에 한참 사귈때 생각난다. 돈만 없는 문학청년, 내가 오빠 옷이며 용돈이며 다 챙겨줬었잖아. 기억나?”


“응 그때 그렇게 돌봐줘서 고마워.”


고맙지, 그래서 난 천사라고 생각하고 너와 결혼했지, 너한테 뒷통수 맞기 전까지는 내 인생에 유일한 사랑이라고 여겼지.


“그때 고마움에 대해서 간단히 보답을 좀 할까? 차라도 한대 사줘?”


“차? 아니 됐어. 내가 돈이 없나?”


그렇게 말하며 나를 바라보는 은지선의 눈빛엔 예전 문과오빠 박기만을 바라보던 그 동경이 어려있었다.


“인사를 못해서 너만 잠깐 불러서 인사를 하려고 했던 거야. 건강히 잘 지내, 행복하고.”


“그랬구나··· 나 잘 지내, 행복하고.”


그렇게 말은 하면서 표정은 왜 그렇게 씁쓸해지니? 이제 와서 후회돼?


“호, 혹시 오빠?”


“응?”


“나랑 다시 사귈 마음은··· 없겠지?”


물었다. 이럴때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덤덤하게 말해야 하지.


“글쎄··· 그러기엔 우리가 너무 먼길을 오지 않았나?”


“그렇지.”


마음을 정리한듯 은지선이 가방을 챙겨 일어난다.


“언제 소주나 한잔 하자! 여기 내 명함. 연락처 바꼈어.”


그리곤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응 그래, 나중에 기회되면.”


은지선이 내게 악수를 내밀었고 난 그 손을 잡았다.

그리곤 엘리베이터까지 따라가 은지선을 배웅해 주었다.




***




난 아무래도 점점 악마화 되어가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한 짓이 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흑화화 된 난 아주 교묘하고 응큼한 나쁜 짓을 한 거다.

난 은지선과 고정훈의 사이에 ‘불신의 씨앗’을 심어 놓았다.


신정미를 삼십초 후에 가라고 한 것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가 도달할 때쯤 은지선을 데려오려고 한 것이었고.

그러면 고정훈은 눈앞에 선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낼수 없어 기다리지 않고 타게 된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보자고 한건 은지선이니까 함께 내 방으로 올 수도 없었던 거다.


은지선이 오기를 기다리며 고정훈의 머리속엔 어떤 스토리가 전개될까?

한달전에 별볼일 없는 전남편이 위대한 게츠비보다 더 멋있고 잘나가는 사업가가 되어 돌아와 전 아내를 만난다.

불안하고 초조해 질 것이다. 그리고 경계심이 들고 질투가 나겠지.

고정훈도 잘 생겼지만 기생오래비처럼 생긴거랑 선 굵은 제대로 된 훈남이랑은 다르니까.


반면 은지선은 대화한 걸로 봐선 고정훈과 그렇게 진지하지 않다.

떠나려면 언제든 떠날수 있는 사이, 그런 사이일수록 불신과 의심의 ‘싹’은 더 파괴적인 역할을 한다.

학창시절 모든 여자애들이 선망하던 문과대 오빠를 오랜 기억속에서 끄집어 냈고 그 시절 나를 좋아했던 마음이 다시 상기 되었다.

이제 은지선의 눈에는 고정훈이 눈에 차는 남자가 아니다.

그야말로 마음에 가득찬, 과거에 자신이 반했던 멋진 남자, 지금은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룬 부를 가진 남자를 대면하게 되었으니.


이제 두 사람은 알아서 재미난 드라마를 찍게 될 것이다.

구태여 그 장면을 볼 필욘없다.

내가 괜히 웹소설가냐? 안봐도 드라마고 막장 영화가 될 것이다.


점점 내가 사악해지는 것 같은데, 적어도 저 둘에게는 조금 사악해도 될 것 같았다.

이혼이 결정되고 가정법원을 나오던 때, 내게 돈다발을 던지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퍽큐를 날리고 낄낄 거리고 갔었던 둘이니까.

그때 저들에겐 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불행을 겪게된 전남편에 대한 연민조차 없었으니까.


‘나랑 다시 사귈 마음은··· 없겠지?’


전 아내, 은지선이 한 말이 떠올랐다.

만나서 다시 사귀고 싶은 마음이 그 말에 모두 함축되어 있었다.

적당한 때에 두 사람이 같이 있을 것 같은 순간 문자 하나 날려줘?


[네 말대로 해! 우리 다시 사귀자. 그런데 그놈 고정훈은 버리고 날 만나야 해!]


그렇게 문자를 보내면 어떤 반응이 있게 될까?

고정훈이 몰래 은지선 핸드폰을 볼려나? 서로 불신이 생긴 사이라면 뭔짓이라도 하지.


“푸하하하하!”


내 웃음소리에 놀란 신정미가 회장실로 들어온다.


“아까 그분들 누구에요 심상치 않던데. 오빠라고 부르던 분··· 혹시.”


“맞아! 내 엑스와이프 맞아요.”


“아아 어쩐지···”


신정미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신이사님!”


“네?”


“나 보기에 어때요? 머리에 뿔 안 났어? 점점 사악해져가는거 같아서···”


“뿔 안 났어요. 여전해요. 멋지고 핸섬하고 배우 같고.”


그 순간 내가 말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웅 지웅 지웅 지웅..]


신정미 쪽에서 강한 진동이 울려왔고 신정미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있었다.


“말했죠? 공과 사는 구분하자고요. 신이사님!”


“하! 뭐라는 거야? 김칫국 들이마시지 마세요 회장님. 여자 있는 남잔 안 건들여요.”


[쾅!]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니까 좋더라. 걱정 많이 했는데···]


[괜찮으면 오늘 소주 한잔 어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드라마 4회차 교정을 끝내고 누워있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계속 온다.

은지선이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었던가?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은지선과 사귈때에 은지선은 100일, 200일 300일, 별의별 날짜들을 다 챙겼었다.

물론 난 글 쓰느라 경황이 없어 아는척 둘러댔어야만 했지만.


난 은지선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이혼당한 것에 대한 복수의 감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감정은 사라질래야 사라질수 없겠지.

5년이나 함께 살아온, 그것도 살을 맞대고 살아온 부부로써의 연민?

또는 은지선의 마음속에 심어진 작은 ‘씨앗’이 어떻게 자랐는지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

무엇이 되었던지 한가지 감정만은 아니었다.


난 대강 옷을 차려입고 은지선이 약속한 와인바로 향했다.


“여기 여기!”


은지선은 먼저 자리해 와인을 한 병 먼저 따고 있었다.


“왔네 난 안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응 그냥.”


밤이었지만 짙은 화장에 목걸이에 귀걸이까지 조명을 받아 빛나는게 왕족의 무도회장에 온 귀부인 인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난 은지선을 정말로 사랑했었다.

미모를 보고 집안 배경을 보고 결혼했었던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인성은 봤어야 했었지만.


“진작 이렇게 살 빼고 꾸몄으면 얼마나 좋아. 그럼 우리 이혼 안했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 은지선.

나는 그냥 힘없이 씨익 웃어주고 말았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글쎄?”


오면서 생각해봤다. 결혼한 날은 아니고 이혼한 날을 기념할리도 없고 얼마되지도 않았고.


“7년전 오빠한테 내가 처음으로 고백했던 날이야.”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군대에서 복학해 수업을 들은 전공선택과목, 난 맨 뒷자리 은지선은 앞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내게 쪽지가 하나 배달되었다.


[오빠를 지켜봤는데 어쩌구 저쩌구··· 오빠랑 예쁜 사이를 만들고 싶어요 어쩌구 저쩌구···]


기억나는건 그정도였다.

그 쪽지는 사실 나를 보라고 쓴 쪽지가 아니었다.

쪽지가 앞줄에서부터 뒷줄로 전달되는 동안 그중간에 있던 모든 여자아이들이 그 쪽지를 보았다.

‘이 남자 내가 찜했다.’

다른 여자애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과 같은 의미였다.

난 쪽지를 대강 읽고 버렸는지 챙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그 쪽지?”


“응 그랬구나. 기억나지.”


그때에는 일주일에 한 명씩 그런 여자애들이 있었다.

어쭈 안 믿지? 사실이라니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와서 음료수를 주고 가는 애.

벤치에 앉아 있으면 패밀리 식당 할인권 생겼다고 밥먹으러 가자던 애.

눈이 맑아 보인다고 조상님의 공덕이 깊다고···. 아, 이건 아니고.


전 아내 은지선은 신기한 여자였다.

글래머 몸매에 이목을 끄는 미모를 가졌지만 더 놀라운 것은 과감함이었다.

그 쪽지 사건이후 마치 내 여자친구라도 되는듯 내 옆에는 항상 은지선이 있었고 나도 모르는새에 난 그녀의 남친이 되어 있었다.


“오빠!”


다정하게 부르는 은지선의 목소리, 아마 모든 남자가 저런 톤의 은지선의 목소리에 홀라당 넘어갔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응?”


“우리 다시 시작해볼까?”


하지만 난 이미 은지선의 인연 저편으로 넘어간데다 경멸에 찬 시선을 받았었고 쓰레기취급 당하며 버려졌던 사람이다.


“뭘?”


“처음부터 진지하게 하자는 것은 아니야. 그냥 가끔 만나서 맥주나 한잔 하자는 거지. 이혼 했다고 완전 남인가?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잖아.”


“그렇기는 하지.”


“어때? 가끔 이렇게 만나서 맥주도 먹고 와인도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 하는 친구가 되는 거야.”


“그런데··· ”


이정도에서 한 템포 쉬어주고 은지선의 얼굴을 바라본다.


“나 여자 친구 있어.”


“아아···”


그 감탄사는 안타까움과 탄식이 절묘하게 섞여서 나오는 거지?


“하긴 그 외모에 이제는 돈도 많고 여자들이 달라붙겠지, 하지만 걔네들은 그냥 돈 많고 잘생긴 남자를 찾는 거야.”


그래서 넌 달라? 넌 돈 없고 못생겼던 나를 팽개쳤잖아.


“난 상관안해, 내가 좋으면 된거지 뭐.”


“오빠 잠시만.”


은지선은 뭔가 대단한 비밀 이야기를 하려는듯이 나보고 다가오라고 말한다.

내가 몸을 기울여 은지선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쪽.]


내 귀쪽을 향하던 은지선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난 순간 아무것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와인바의 테이블이 왜 그토록 작은 건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걔네들이 이런 달콤한 키스를 할 수 있겠어?”


도톰하게 살이오른 감각적인 빨간 입술 와인향이 입술에서 풍겨올라왔다.

은지선의 입술이 다시 내 입술에 다가오려 할 때였다.

난 천천히 몸을 뒤로 뺐다.


[지웅 지웅 지웅···]


가능성의 진동이 크게 울리고 있었다. 내가 손만 내밀면 은지선은 내 여자가 될 것이다.

나조차 잊고 있었다. 저 달콤한 입술, 저 키스에 취해 은지선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거였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일격을 맞았다.


“장난이 심하네.”


난 입술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언제든 편하게 연락줘.”


승자라도 된듯 은지선은 여유있게 와인을 마시며 말한다.

기분이 더러워졌다.

입술을 몇차례나 더 닦으면서 와인바에서 나와 걸어갈 때였다.


“지나갔으면 조용히 살지, 왜 질척거리나?”


차문이 열리고 잘 빠진 몸매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전 아내 은지선의 애인인 고정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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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위험한 사람들 NEW +1 5시간 전 170 7 12쪽
42 천쯔의 초대 +1 24.09.16 471 16 12쪽
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90 19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2 24.09.14 787 23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6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5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19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4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8 34 12쪽
»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6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6 30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1,850 33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2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10 32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037 28 12쪽
24 채찍과 당근 +1 24.08.29 2,083 35 12쪽
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7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50 35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266 40 12쪽
20 문어발 사업가 +3 24.08.25 2,320 39 12쪽
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0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3 46 12쪽
16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3 47 12쪽
15 발칙한 여주인공 여주리 +3 24.08.20 2,570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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