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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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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DUMMY


엘프.


이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미지를 말하자면-


'좀 많이 다양해졌지.'


엘프에 관한 이미지가 워낙 다양해져서, 게임을 좀 즐기는 이들이라면 온갖 엘프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is Nothing!!


'머리가.'


잠시 머리가 아파지는 엘프가 떠올랐다.


최근 10년 안에 나온 엘프의 이미지를 생각해본다면, 기존 엘프와는 확연히 다른 '변주'가 들어가있다.


그렇다면 고전 게임 속 엘프는 어떠한가?


우리가 흔히들 아는 그 고전 속 엘프의 이미지는?


숲의 종족.

자연을 사랑하고, 1,000살을 살아가며, 활을 든 장신의 미형 종족.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이들로서, 성검전기의 엘프들도 크게 차이는 없었다.


그런데.


'망할 제작자 놈들.'


수려하고 단정한 엘프는 어디에 갔단 말인가.


"죽어라, 쓰레기 인간 놈들!!"


대나무를 창처럼 깎은 죽창을 한 손에 들고 이쪽을 향해 내던진다.


살짝 스치듯이 보인 '마나'로 보자면, 바람의 정령에게 대나무창을 날려보낸 것 같다.


그리고 그 죽창은-


푸-욱!


"와, 미친."


성벽 위에 방패를 들고 서 있던 경비병의 방패는 물론이거니와, 방패병까지 꿰뚫어버리고 말았다.


저것은 죽창이 아니다.

대나무를 깎아 온 화살이다.


그리고 그런 죽창이-


"피해!"


수십, 아니 수백 개가 지금 성벽을 넘어 마을 안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얕볼 게 아니야!'


나무 테이블 아래나 문 뒤에 숨는 것은 의미 없다.


제대로 숨으려면 '마나'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


엄폐.

마나실드.

지금 내가 엘프들의 화살(죽창)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로드릭!'


로드릭을 부른다.

그를 두 팔 벌리며 서게 만든 뒤, 내가 그 뒤에 서서 등에 손을 올린다.


까드드득!!


진흙을 덕지덕지 붙여둔 내부의 스켈레톤, 로드릭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몸을 떤다.


로드릭과 시야를 공유하니, 그게 꼭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았다.


화살비.

그중 죽창 여러 개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마나로 강화를!'


로드릭이 두 팔을 아래로 내린다.


복싱에서 가드를 올리듯 위로 드는 게 아닌, 배구를 하듯 두 손을 아래로 내려 복부를 보호한다.


진흙은 그저 진흙일 뿐이다.

스켈레톤의 몸이 마나로 강화될 수 있는 건 그저 뼈 뿐.


파카가강!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로드릭의 몸이 크게 휘청거린다.


마나로 강화한 로드릭의 뼈에 죽창이 박히며 로드릭이 비명을 지르지만, 나는 마나를 계속 유지하며 내 몸을 보호했다.


'너는 뼈가 부러지지만, 나는 살점이 꿰뚫린다고!'


해골의 뼈는 수리하면 된다.

여차하면 갈비뼈를 덧댄 것처럼 교체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내 몸은 그렇게 쉽게 수리하고 교체할 수 없다.


'막아! 영혼을 걸고!'


로드릭에게 강제로 명령을 내리며 어떻게든 버틴다.


3, 2, 1.

잠시 호흡을 가다듬자, 더 이상 죽창이 화살비처럼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로드릭은 무사해.'


어깨뼈 사이에 죽창이 끼이고 몸 앞에 두 개의 죽창이 바닥을 나뒹굴지만, 로드릭의 뼈는 약간 금이 가기는 했어도 망가지지는 않았다.


그 뒤에 숨어있던 나도 마찬-


"고맙군, 흑마법사."

"?!"


바로 내 뒤, 어느새 지오니가 나를 붙잡고 있었다.


"아니, 지금 무슨...!"

"아무래도 저쪽보다 이쪽이 더 안전할 것 같아서."


지오니는 마치 내가 로드릭을 방패로 쓴 것처럼 내 뒤에 숨어있었고, 그는 옆을 가리켰다.


"크, 커헉...!"

"길베르트...?"


지오니가 말한 게 아니다.

내가 길베르트를 불렀다.


눈 앞, 길베르트의 어깨에 죽창이 박혀있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죽창이 카페 테이블을 꿰뚫고 그 뒤에 숨어있던 그의 어깨를 관통해서.


"주, 주군...!"


길베르트가 지오니를 향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말한다.


"어서, 도망을...!"

"...주군?"


한 박자 느렸지만, 나는 지오니를 향해 길베르트가 말한 단어를 되물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지오니는 굳은 표정으로 엄지를 들었다.


"계약은 아직 유효하겠지?"

"아니, 지금 길베르트를-"

"늦었어."


지오니의 말에 길베르트가 고개를 푹 떨군다.


"심장을...관통당했다."

"......!"


내 쪽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오니는 그게 보이거나 느껴지나보다.


'될 것 같기도.'


실제로 길베르트를 향한 감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지금, 저것을 상대로 [레이즈 데드]를 쓰면 언데드로 부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칫...!"


벌써 죽어버렸나.

원작에서 제법 후반까지 살아서 동료로 들어오는 자도 이렇게 쉽게 죽을 수 있는 세상.


'미쳐 돌아가는 구만, 진짜!'


안 그래도 인간이 생존하는 것 자체가 하드코어인 세상을 똥겜 제작사 놈들이 더 심각하게 만들어놓았다.


꺄아아악!!


길베르트를 언데드로 부릴 시간은 없을 것 같다.


테이블과 죽창으로 하나가 된 것을 빼내는 것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죽어라, 자연을 파괴하고 세상을 더럽히는 오염의 근원들이여!"


저기 저,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수상한 남색 조끼를 걸친 엘프들이 다음 죽창을 준비하고 있다.


"아인들의 세상을 위해, 모든 인류의 절멸을!!"


엘프들은 원하고 있다.


인류의 종말을.

인간이라는 종족을 상대로, 인간들이 모두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원작에서는 저렇냐고?


아니다.

인간들을 경계하기는 하지만, 저 정도까지는 아니다.


적어도 저렇게 '기립'할 것 같은 극단주의자의 모습은 없었다.


'진짜 찾으면 죽여버릴 거야. 똥겜 제작사 놈들.'


안 그래도 상대하기 어려운 엘프를 저렇게 적극적으로 인간을 죽이려드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다니.


분명, 제작사들 중에 그런 생각을 가진 놈들이 있었겠지.


-거, 요즘 MZ한 설정이 먹힌다던데.


기존 엘프와 달리 변주가 들어간 엘프.

그 변주도 정도가 있지, 저건 그냥 인간살해자들이 아닌가.


심지어 이렇게 마을에 테러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아아악!"

"싫어, 살려줘!!"


델겐 마을의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고 한다.


저들이 남문으로 처들어왔기에, 다음 죽창이 떨어지기 전에 다들 북문으로 도망치려고 한다.


"이봐, 지오니. 우리도 저들과 같이...!"

"안 돼. 저곳은 사지다."


그러나.


파바바밧!

곧, 수백 명이 도망치려던 북문 쪽으로도 대나무 화살이 날아와 사람들을 꿰뚫는다.


"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창에 꿰뚫려 죽는 모습에 잠시 구역질이 치솟았다.


"미친 놈들 진짜...!"


성검전기의 세상이 이런 저런 습격을 받기는 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원작에서는 그래도 민간인이 대피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민간인들도 전부 죽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아포칼립스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야!'


델겐이 이 정도로 습격을 당할 마을인가?


아니다.

아무리 마왕군이라고 해도, 이 마을을 이렇게 뜬금없이 습격하러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유는?


"이봐, 지오니 씨."


지오니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내가 약간 '촉' 같은 게 있는데, 혹시 저 엘프들이 이 마을을 습격하는 게...."

"나 때문이라고 하면 어쩔 거지?"


지오니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내가 가는 곳에는 죽음이 가득하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은 어딘가 공허하고, 무표정하고,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국의 절반을 위해, 이렇게 곳곳에 죽음을 몰고 다니는 나와 손을 잡겠나?"

"......하."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쪽 길을 따르면 분명 매번 목숨이 아슬아슬 할 것 같기도 하지만-


'리스크가 클수록 리턴도 큰 법.'


그만큼, 성장은 빠르게 이루어지겠지.


"당신 돕다가 위험해진다 싶으면 바로 계약 파토내고 튈 거다?"

"그러면 그 때까지, 단물 빠질 때까지 써먹도록 하지."

"흐...."


역시 은태자.

적어도 상시 캐릭터의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타개할 계책은?"

"하나 미리 사과를 하자면, 저들은 나를 노리고 온 것이 아니다."


지오니, 아니 이제는 '은태자'라고 불러야 할 자가 옆으로 달린다.


"살고 싶으면."


타다닷.

나는 은태자를 따라 뒤를 달렸다.


"나를 따라와."


사령왕의 기술을 익히고 있을 나와 달리, 지금 은태자는 이 위기 속에서 최적의 생존루트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


'역시.'


은태자를 부르는 또다른 이름은 '생존왕'.


'직감으로 생존루트를 찾아내는 존재.'


내가 은태자를 이용하기로 한 이유가 바로 저 능력에 있다.


은태자 옆에 있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설령 이 마을이 저 미친 엘프들에 의해 멸망당하고, 모든 인간들의 몸에 죽창이 꿰뚫려 죽는다고 해도.


덜커덩!


은태자가 거칠게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히, 히익...!"


건물, 여관의 안에는 중년의 여관주인 부부가 서로를 안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창문을 깨고 들어온 죽창은 정확히 여관 손님의 등에 처박혔으니.


"사, 살...!"

"우리는 엘프가 아니다."


은태자는 부부를 향해 무언가 수신호를 그었다.


"아...!"


곧 그 수신호를 보고는 두 부부는 마치 자신을 구원해줄 천사라도 본 것처럼 탄성을 내질렀다.


"지하실이 있나?"

"예, 예! 성기사님! 있습니다!"

"그곳으로 도망쳐라. 이곳은 우리가 막지."

"감사합니다...!!"


여관부부는 즉시 도망쳤다.


"그럼...."

"성전기사단은 무슨."

"쉿."


은태자가 나를 향해 검지를 입에 붙이며 인상을 썼다.


"저들을 속이고 이 공간을확보한 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고?"

"시끄러운 자들을 치웠을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대와 이야기가 필요하니."

"......?"

"내 감이, 그대가 뭔가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은태자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가장 위험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그대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사용한다면?"

"이 마을의 주민들은 적어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방법.


있기는 있다.


"그쪽이 살아남는 방법은?"

"도망치는 것. 너, 그리고 나. 둘이서."

"그렇다면 그쪽이 생각한 '내 방법은?"

"이기는 것."


은태자의 눈에는 확신이 있다.


"너는 수상할 정도로 여유로워. 스켈레톤도 그렇지만, 엘프의 습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지."

"......."

"나는 거기에 걸어보려고 한다."

"어째서?"

"도망치면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계속 도망치기만 하면 살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어."


은태자가 바닥을, 그리고 밖을 가리킨다.


"이곳은 제국의 땅이다."

"......."

"제국의 땅과 사람들이, 저 아인 놈들에게 빼앗기는 걸 두고볼 수 없어."

"너, 제국의 뭐라도 되냐?"


은근슬쩍, 떠본다.


"제국이 뭐 너한테 얼마나 소중하길래, 저 엘프들을 상대로 싸울 생각을 하는 거지? 수하도 죽었으면서."

"제국은."


은태자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답한다.


"나의 것이 될 거니까."

"......."

"내가, 제국의 정점에 서겠다."


은태자가 손을 내게로 뻗는다.


"나는 지온하르트. 이 제국의 황위계승자."

"......."

"나와 계약을 맺어, 내가 황제가 되는데 힘을 보태다오."


황제로 만들어달라도 아니다.

스스로 황제가 될 수 있다는 확신.

거기에 내가 힘을 보태면, 더 빠르게 제위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내가 아는 은태자가 분명하다.


만인의 평가.


게임만 아니었으면.

플레이어의 선택지만 아니었으면.


결국 승리하는 건 은태자, 황제 지온하르트.


"좋아. 계약을 맺지. 대신."


나는 밖을 가리켰다.


"보수를 좀 더 높이려면, 그만큼 내 능력을 보여야하겠지?"

"......!"

"로드릭."


나는 문에 대기하고 있던 로드릭에게 마나를 흘렸다.


"마을 광장으로 간다. 그곳까지 가는데 계속 방패가 되어라."

"광장...?"

"그래. 원래는 적당히 사람 없을 때 빼돌릴 생각이었는데...."


승리의 열쇠는 광장에 있다.


"엘프들도 두려워할 전투력을 가진 시체가 저기 광장이 있으니까."


언데드로.


"시체...?"

"용사 델겐의 석상. 그거 석화마법 맞은 본인이야."


그리고 나는 그를 되살릴 수 있다.


"살리는 건 내가 할 테니까, 설득은 네가 해라?"


작가의말

용사 델겐(는)은 딴청을 피우고 있다!

용사 델겐(는)은 말을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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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황야의 데스나이트 (2) NEW +4 22시간 전 450 33 12쪽
39 황야의 데스나이트 (1) +6 24.09.13 826 43 13쪽
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5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5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5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2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7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7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2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2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7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5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81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1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7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3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9 201 13쪽
»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8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4 202 14쪽
11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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