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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꽃라떼
작품등록일 :
2024.08.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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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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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DUMMY

지온하르트 폰 켈커드.


대륙에서 가장 강한 신성제국의 황태자.


황위 서열 7위라는 미묘한 위치에 있었으나, 미래에 위아래의 이복형제자매를 모두 죽이고 제위에 오른 자.


황제가 되기 전까지 '은태자'라는 이명으로 불리던 사람.


이 존재에 대하여 말하자면, 성검전기 스토리 전체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임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만악의 근원이자 최종보스 타이틀을 가진 캐릭터를 그냥 가볍게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


만.


'그걸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을 것 같네.'


마을 델겐에 오자마자 지온하르트와 만났다.


정확히는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여신교단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변장한 모습을.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먼저 접촉했다.

내가 흑마법사라는 사실을 파악한 채.


"이쪽일세. 지오니, 그대도 여기 앉게!"

"음."


여자로 변장한 지온하르트의 옆, 황태자의 호위기사 길베르트가 호들갑을 떨며 마을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자리를 권한다.


"여기. 음료는 뭘로 하겠나?"

"커피."


내 말에 지오니와 길베르트가 순간적으로 굳었다.


"커피가 뭔지는 알고 있겠지...?"

"당연하지."

"사준다고 하기는 했지만 제일 비싼 걸 시키는군."


길베르트가 구시렁거리며 짜증을 냈다.


"혹시 제일 비싸서 호기심에 시키는 건 아니겠지?"

"이럴 때 아니면 남대륙의 콩 볶은 물을 언제 또 마셔보겠어."

"......."


사람 좋고 활달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순간적으로 보인 날카로운 짜증과 냉철함은 그의 본성이다.


'황태자가 여장까지 하는 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지.'


누가 알고 있을까.

이 남자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지오니보다 원래 과묵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자기 주머니에서 비싼 돈 나가니까 짜증 나겠지.'


원작을 해본 나만 알고 있다.

이 남자의 성향을.


"도전하는 건가? 커피가 평범한 사람 입에는 많이 쓸 텐데."

"아니. 평소에 자주 마시는 거니까 시키는 거지. 나한테는 커피가 제일 익숙해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빙의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달고 살았던 게 커피다.


"커피에 대하여 잘 알고 있나본데."

"개인적으로 커피를 활용한 여러 가지 레시피도 알고 있지. 나중에 전쟁이 끝난다면 취미로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라도 차려볼 참이야."

"귀족들이나 부자들 상대로 카페를 차리려고?"

"커피의 맛과 향을 조금이라도 더 아는 이들에게 널리 퍼뜨리기 위함이지."


변장을 하기는 했지만 상대는 귀족.


'시대는 중세 판타지. 커피는 이 시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호식품.'


카페의 메뉴판 가장 아래에 커피가 위치하고 있는 만큼, 커피는 저기 남쪽 대륙의 열대지방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급 기호식품이다.


그렇기에 의심하고 있다.

커피에 대하여 뭔가 아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고급 기호식품을 즐기는 존재인지.


'정체를 숨긴 귀족'이거나, 혹은 그런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존재인지.


"이름이 뭐지?"

"자하드."

"...성씨는 없나?"

"나에게 이름을 묻는 것보다 성씨를 알아보고자 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내 말에 길베르트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보통은 자하드라는 이름을 듣고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데, 바로 성씨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묻지 않거든."

"그래서, 성씨는?"


딱히 낚으려고 하거나 기분 나쁘게 하려는 말은 아니지만, 저 귀족에게 있어서 이 말은 '내 성을 알려주지 않겠다'로 해석 될 수 있으니.


"성씨가 뭔지 궁금해? 알려주기에는 그쪽도 이름만 말했으니."


질문에 질문으로 받아친다.

길베르트가 점차 표정이 굳는다.


"우리는 성씨가 없어. 나도, 레이디 지오니도 그렇고."

"아아, 그래? 나는 이름이 레이디고 성이 지오니인 줄 알았지."

"......."


대화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고, 의혹을 섞어, 의심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지온하르트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동시에,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지오니. 마실 거 정했어? 나 주문하고 오게."

"평소대로."

"물론이지."


길베르트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문대로 가서 카페의 사장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를 덧붙여 주문하는 것 같은-


"당신."


지오니가 입을 열었다.


"평범한 흑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평범하게 카페에서 나눌 이야기도 아닌 것 같긴 한데."

"......."


지오니에게도 길베르트에게 대했던 것처럼 똑같이 대한다.

괜히 살갑게 대했다가는 오히려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클 터.


"평범한 마을에서 평범하게 뜻이 맞는 모험가 파티원을 구하는 것치고는 좀 대화가 살벌하다고 느껴지는 건 나 뿐인가?"


나는 나를 향해 약간의 적의를 드러내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저멀리 길베르트가 내게 시선을 보내고 있다-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흑마법사가 아니라 흙마법사야. 이쪽은 내 진흙골렘이고."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건가?"


지오니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눈을 빛내며 내게 묻는다.


"정말로?"


통찰안.

그를 황제의 자리까지 이끌어준 황제의 눈이다.


"사람을 속이려 드는 건 좋지 않아."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상대가 거짓을 말하는지 아닌지, 행동을 통해 판별하는 눈이다.


"전혀.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알리고 다닌다는 거지."


따라서, 솔직하게 답한다.


"내가 여기 들어올 때 흙마법사라고 소개를 했는데, 갑자기 흑마법사였다고 알려지면 경비병들이 나를 어떻게 대하겠어?"

"...그건, 일리가 있네."


지오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흑마법사가 흙마법사인척 정체를 숨긴다. 음. 과연. 하지만 정체가 드러났을 때는 곤란할 텐데?"

"정체를 숨기는 쪽이 대부분 이득이더라고. 귀찮은 일도 발생하지 않고."

"...일리가 있어."


자신도 길베르트도 정체를 숨기고 있는 만큼,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중요하기에.


"흑마법사가 왜 이 마을에 왔는지 물어봐도 될까?"

"순례 중이라고 하면 믿어주려나."

"순례...?"


여신교단적인 단어에 지오니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그려진다.


아무리 정체를 숨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여신교단에 대한 적의는 숨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머니의 원수기도 하니까.'


흔한 설정 중 하나다.

지온하르트의 어머니는 여신교단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살해당했고, 그게 지온하르트가 7살이었을 때의 일이었다.


"지금 뭐라고?"


마침 돌아온 길베르트 또한 표정이 좋지 않다.


"순례자, '필그림'이라는 건가? 흑마법사면서 여신교단의 사람이라는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지."

"아니면 순례라는 단어를 잘못 알고 있는 건가?"

"그 단어를 너무 그쪽으로 해석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순례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


"나는 영웅들의 무덤을 찾고 있어."

"...도굴꾼?"

"도굴꾼은 아니야. 그렇다고 뭐 영웅들이 남긴 전설의 보물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지."


적당한 명분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거든. 고대 영웅들의 이야기. 나는 지금 그들의 무덤을 찾아다니면서 넋을 기리고 꽃을 헌사하는 일을 하고 있지."


순례라는 게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꼭 여신교단의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영웅들의 이야기, 꽤 좋아하는 편이야."


이건 진심이다.


성검전기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어떠한 캐릭터든 레벨 99-영웅이 될 수 있는 게임이었으니.


"언젠가 부모님께서 내게 '자하드'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것처럼, 나도 그런 영웅이 되고 싶기도 하고."

"......."


길베르트와 지오니가 서로를 바라본다.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를 계산하는듯 하길래, 나는 조용히 그들의 무언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카페의 웨이트리스가 음료를 가져와 우리의 앞에 놓는다.


허브티와 우유, 그리고....


"......."

"저, 손님?"

"아니, 아무것도."


나는 내 앞에 놓여있는 커피-아메리카노라고 해야 할 것에 표정을 굳히며 손을 흔들었다.


"왜. 커피가 마음에 안 드나?"


길베르트가 웃는다.


"커피, 처음 보나?"

"뭐?"

"물탄 커피가 무슨 커피."


내 대답에 길베르트의 표정이 굳고, 지오니의 눈이 잠시 커진다.


"커피는 뜨거운 물에 내리고 작은 잔에 마셔야하는 것을. 쯧."


에스프레소의 이야기.

귀족들이 마시는 고상한 커피는 그러하다.


'내가 귀족인지 아닌지, 부유층인지 아닌지 시험하려고 하는 거지.'


귀족을 상대하는 게 이렇다.

고작 커피 한 잔을 가지고도 상대의 신분과 경제력, 살아온 배경 등을 파악하려고 탐색한다.


'바이어들 상대하는 것 같네.'


손목시계는 어느 메이커인지.

정장이나 구두는 얼마짜리인지.

평소에 얼마나 고급문화를 향유하는지.


피곤하게 산다 싶겠지만, 그렇게 살아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 얼마든지 공부해야 하는 게 세상살이다.


지금도 그렇다.


'바이어들이 다루기 어려운 건 맞지만, 거래만 성사되면 크게 이득을 보는 것도 맞으니까.'


커피를 주문해놓고 입에 대지 않는 것만으로, 나는 지오니의 시선을 계속 받고 있다.


이용 가치가 있을까.


여전히 길베르트는 나를 향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데스나이트 만들기 딱 좋은 체격이군.'


이 남자.

언데드가 되면 어떨까.


'미안하지만 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네가 좀 사라져줘야겠다.'


길베르트.


그는 훗날, 패왕 지온하르트의 행보에 거부감을 느끼고 주인공 일행의 편에 서서 지온하르트에게 검을 겨누는 배신자다.


그리고 그에게는 몹시 유감스럽겠지만.


'나는 지온하르트의 편이 될 거라고.'


나는 내가 가장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을 걸을 뿐이다.


'어차피 배신해서 적이 될 놈.'


지온하르트.


'미리 죽여서 언데드로 써먹는다면?'


피와 죽음이 가득한 길.


'파밍 개꿀.'


나는 커피를 집어들었다.


"음? 마시는 건가? 그걸?"

"원래 마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커피라고 한다면 연구할 가치가 있지."


나는 커피를 가볍게 흔들었다.


"혹시 모르지. 기존에는 내가 알고 있던 방식이 주류였지만, 먼 미래에는 완전히 달라질지도."

"......."

"전통이라는 건 바뀌기 마련이니까."


은근히, 지오니에게 어필한다.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지?"

"......."

"딱 봐도 귀족같아 보이는 분이 호위기사를 대동하고 이 마을에 와서, 흑마법사에게 이 비싼 커피까지 대접한 건 다 이유가 있을 텐데."

"당신."


지오니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무언가를 꺼냈다.


"나와 계약을 맺지 않겠어?"

"계약?"

"맞아. 계약."

"레이디 지오니."

"그만."


지오니가 길베르트를 향해 손을 뻗으며 그를 제지하며, 양피지를 펼친다.


"너를 고용하도록 하지, 흑마법사 자하드."

"고용이라."


나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았다.


"보수는, 얼마나 주시겠습니까?"


일단 하나.

저기 옆에 있는 놈의 시체는 당첨.


"보수는."


지오니가 씩 웃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제국의 절반?"

"......."

"농담이야."


어라.


'X됐다.'


저거, 원작 주인공한테 하는 대사인데.


지오니.


그는 초반에 주인공의 파티에 합류하여, 마지막 결전의 전까지 주인공 파티에서 활약하는 존재였다.


최종보스로서, 가지고 있던 장비를 그대로 챙긴 채 이탈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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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문어머리 언데드 (2) +10 24.09.12 954 46 14쪽
37 문어머리 언데드 (1) +13 24.09.11 1,080 57 12쪽
36 연중무휴 (4) +7 24.09.10 1,229 69 12쪽
35 연중무휴 (3) +4 24.09.09 1,324 74 13쪽
34 연중무휴 (2) +7 24.09.08 1,491 82 12쪽
33 연중무휴 (1) +11 24.09.07 1,634 90 14쪽
32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3) +10 24.09.06 1,666 91 13쪽
31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2) +10 24.09.06 1,734 110 13쪽
30 이제 이 해골은 제 겁니다 (1) +7 24.09.05 1,941 104 12쪽
29 혁명의 서리불꽃 (3) +9 24.09.04 2,176 113 14쪽
28 혁명의 서리불꽃 (2) +18 24.09.03 2,386 121 13쪽
27 혁명의 서리불꽃 (1) +8 24.09.02 2,526 116 13쪽
26 서리달 (2) +8 24.09.01 2,569 134 13쪽
25 서리달 (1) +9 24.08.31 2,591 122 12쪽
24 기생수와 언데드 (4) +11 24.08.30 2,671 135 12쪽
23 기생수와 언데드 (3) +6 24.08.29 2,746 128 13쪽
22 기생수와 언데드 (2) +11 24.08.28 2,924 141 13쪽
21 기생수와 언데드 (1) +6 24.08.27 3,196 140 13쪽
20 보물 사냥꾼 (3) +10 24.08.26 3,379 145 13쪽
19 보물 사냥꾼 (2) +15 24.08.25 3,587 165 12쪽
18 보물 사냥꾼 (1) +11 24.08.24 3,850 168 13쪽
17 같은 목적 (2) +16 24.08.23 3,844 176 12쪽
16 같은 목적 (1) +6 24.08.22 3,946 179 15쪽
15 영웅 (2) +15 24.08.21 3,932 209 12쪽
14 영웅 (1) +17 24.08.20 4,048 201 13쪽
13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3) +15 24.08.19 4,297 174 13쪽
12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2) +15 24.08.18 4,503 202 14쪽
» 최종보스와 계약을 맺다 (1) +15 24.08.17 4,647 1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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