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로 환생한 9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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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1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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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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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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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속의 도쿄

DUMMY

혼돈의 전장 한가운데, 두 개의 그림자가 맞닥뜨렸다.


한쪽은 일본도를 든 검성 아네야마 료헤이, 다른 쪽은 검은 갑주를 입은 마계의 남작이었다.


"여기까지군, 지구인."


남작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료헤이는 대답 대신 검을 들어 올렸다.


그의 일본도에서 은빛 기운이 피어올랐다.


남작이 비웃듯 웃었다.


"그런 장난감 같은 걸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순간, 남작의 주변에 검붉은 마기가 소용돌이쳤다.


그의 손에서 어둠으로 만들어진 듯한 검이 형성되었다.


료헤이는 눈을 좁혔다.


"어디 한 번 해보지."


두 사람은 동시에 움직였다.


료헤이의 일본도와 남작의 마검(魔劍)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콰아앙-!


강렬한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료헤이의 검술은 물 흐르듯 유려했다.


하지만 남작의 마기는 예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남작의 검은 허공을 가르며 치명적인 궤적을 그렸고, 료헤이는 간신히 피해냈다.


"크윽!"


료헤이의 볼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마기가 그의 피부를 스쳐 지나간 것이다.


남작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만 항복해라, 지구인!"


료헤이는 얼마 안 남은 마나를 쥐어짜며 외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류일태도(千流一太刀)!"


그의 일본도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천 개의 칼날이 남작을 향해 쏟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남작은 손을 들어 료헤이의 공격을 간단히 막아냈다.


"천 개의 흐름을 하나로 모아 일격에 담아내다니, 과연 흥미롭군. 하지만 네 검의 본질은 결국 하나. 뻔한 눈속임이구나."


료헤이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의 최강의 기술이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쓴웃음이 올라왔다.


'이 남작이라는 자를 이길 수가 없어....'


고작해봐야 그의 공격을 받아내는 게 다였다.


자괴감이 들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비관할 시간조차 없었다.


남작이 또다시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으니까.


챙!


"크윽...!"


료헤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남작의 등 뒤로 유명 테마파크의 거대한 성이 보였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이곳은 도쿄 바로 옆에 위치한 글로벌 테마파크 인근.


강을 하나만 건너가면 바로 도쿄의 '에도가와구'가 나온다.


'젠장, 어떡하지.'


헌터들은 지쳐 보였고, 마족들의 공세는 여전히 거셌다.


콰아아아아앙-!


한 쪽에선 공장이 폭발하며 붉은 버섯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이미 많은 헌터가 죽었다.


'내가 지켜주지 못한 거야....'


특히 등급이 낮은 헌터들의 희생이 컸다.


그러나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쓰러진 헌터들의 시체가 언데드가 되어 동료들을 공격해왔던 것.


저등급 헌터들은 스켈레톤 워리어나 메이지로, 고등급 헌터들은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으로 되살아났다.


심지어 마족은 시민과 군인들의 시체까지 언데드로 일으켜서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던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싸웠을 때와는 차원이 달라.'


수많은 시체가 곳곳에 널려있는 이곳은 마족들에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료헤이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너무 얕봤어.'


불과 하루 전, 그는 언론 앞에서 당당하게 선언했었다.


- 마족들이 도쿄에는 절대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료헤이는 정말로 자신들이 마족들을 치바현에서 막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적들은 이미 도쿄의 코앞까지 와 있었다.


"포기해라!"


남작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료헤이는 남작의 공격을 막아내며 동시에 외쳤다.


"1팀을 제외한 전원 퇴각한다!"


S급 헌터들로만 이루어진 1팀이 최후의 방어선을 형성하는 동안, 나머지 헌터들은 신속하게 후퇴를 시작했다.


"도망치려 들다니, 한심하군!"


남작이 조소를 머금으며 더욱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콰앙!


쾅!


마기가 폭발하며 남작의 시야가 가려진 그 순간.


료헤이는 1팀의 마법계 중 한 명, 카즈키를 불렀다.


"카즈키! 다리를 무너뜨릴 준비를 해!"


"알겠습니다!"


카즈키가 대답하며 다리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작이 료헤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카즈키를 향해 돌진했다.


"허튼짓 마라!"


"그럴 순 없지!"


료헤이가 남작의 앞을 가로막았다.


채앵-!


두 사람의 검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부딪혔다.


료헤이는 온 힘을 다해 남작을 막아섰다.


"1분만 버티자!"


료헤이가 동료들을 향해 외쳤다.


"카즈키가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


60초의 시간은 마치 60분처럼 흘러갔다.


57초....


21초....


5초....


료헤이는 남작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내며 초를 셌다.


그의 팔은 이미 천근만근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지금이다! 모두 철수해!"


료헤이의 외침과 동시에 카즈키의 마법이 발동됐다.


쿠구구궁-!


귀청이 터질 것 같은 굉음과 함께 거대한 다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작이 놀란 눈으로 다리를 쳐다보는 순간, 료헤이는 마지막 힘을 짜내 그를 밀어냈다.


"이번엔 여기까지다!"


료헤이는 재빨리 동료들과 함께 후퇴하기 시작했다.


뒤돌아보니 먼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강물이 요동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걸로 1시간 정도는 시간을 벌 수 있겠지....'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이 곧 다시 올 것이라는걸.


다리 건너편으로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작의 모습이 보였다.



***



도쿄 하네다 공항.


"무극 길드! 여기로 집합!"


"창천 길드, 빨리빨리 모입니다."


무극 12명, 창천 45명, 명월 37명, 빛날 25명, 달그림자 42명, 수도 연합 31명, 마법협회 11명.


도합 203명.


비행기에서 막 내린 한국의 헌터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오랜만에 만난 헌터들의 담소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현승진 형님."


"어? 상우구나. 오랜만이야."


"무극은 이번에 몇 명이 온 겁니까?"


"우리? 나까지 12명."


"역시 무극은 여기서마저도 소수 정예군요."


"우리야 늘 그렇지. 너희 창천은 몇 명인데?"


"저희는 45명입니다."


"이야, 많이 보냈네. 그나저나, 왜 검무 기사단은 안 보이는 거야?"


검무라는 단어에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거기 S급 헌터 2명 빼고 다 던전 안에 있답니다."


"응? 검무에서 그렇게 타이트하게 공략을 잡았다고?"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뭔데 그래? 나 어제 던전에서 나왔거든."


"거기 길마 이재성이 랭킹 3위까지 내려가서 비상 걸렸답니다. 부랴부랴 S급 던전 돈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아 그래?"


아, 이재성이 던전을 돌고 있었구나.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한동안 이재성과 관련된 기사가 안 뜨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검무 측에서 나에게 영입 제안을 했을 때도 부길드 마스터 이현성 측을 통해서 연락이 왔었고.


'이준영은 아예 후계자 구도에서 밀려난 건가?'


그때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우현 씨."


고급스러운 마법사 로브를 입고 있는, 한 중년의 헌터였다.


"네, 안녕하세요."


"전 마법협회 소속 A급 헌터 이주한입니다. 클래스는 프로스트 위자드이죠."


마법협회.


국내 6위 길드로, 마법계 헌터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길드이다.


나에게도 영입 제안을 했었다.


"아, 반갑습니다."


"저희 길드에서도 우현 씨를 모시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상대가 무극이었더군요."


"그래도 마법협회는 마지막까지 고려했던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무극만 아니었다면 혹시 몰랐겠군요. 아쉽습니다. 아무튼, 싸우시는 영상은 감명 깊게 봤습니다. 특이한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렇게 의례적인 대화가 이어지던 그때, 누군가가 급하게 이곳으로 뛰어왔다.


"한국의 헌터님들! 저는 게이트 관리성 소속 미치에다 켄토입니다!"


그는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도쿄의 시부야에서... 시부야에서! A급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났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던전 브레이크가 한 개 더 일어났다는 말입니까?"


무극의 제1공격대장, 오세진이 앞으로 나섰다.


"그렇습니다! 헌터 님들! 시부야로 좀 가주실 수 없겠습니까?"


"이건 우리의 계약 내용과 다르지 않습니까. 갑자기 또 다른 게이트를 막아달라니요. 일본의 헌터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부분의 헌터들이 도쿄 동쪽에서 1차 던전 브레이크 때 등장한 마족의 대군을 막고 있습니다! 일부 헌터들이 시부야에서 마족들과 싸우고 있지만 그 수가 모자랍니다!"


한국의 헌터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또 그 갑작스러운 던전 브레이크입니까?"


"마족들이 작정하고 밀어붙이는군요."


"한국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관리성 소속 공무원은 숨을 헐떡이며 애원하듯 울부짖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계약 조건은 얼마든지 조정하겠습니다! 시부야는 지금 민간인들로 넘쳐나 아수라장입니다! 시민들의 피해가 끔찍할 지경입니다!"


한국 측 헌터들은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동의했다.


"민간인 피해가 심각하다면 어쩔 수 없죠."


"빨리 시부야를 정리하고 동쪽 전선으로 합류합시다."


우리는 빠르게 시부야로 향했다.



***



시부야의 하늘이 갈라졌다.


스크램블 교차로 한가운데, 거대한 붉은 게이트가 생겨났다.


게이트가 붉다는 것은,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는 것.


순식간에 도시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던전 브레이크다!"


"꺄아아악!"


게이트에서 첫 번째로 나온 것은 거인족들이었다.


쿵-!


쿠웅!


거대한 괴물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수많은 시민들이 짓눌려 목숨을 잃었다.


그 뒤를 이어 와이번들이 하늘을 뒤덮었고, 오우거와 트롤과 무리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도망쳐!"


"살려주세요!"


"엄마! 어디 계세요?"


비명 소리가 도시를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마족들로부터 도망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뒤늦게 시부야에 도착한 일본의 헌터들은 필사적으로 마족들을 막아냈다.


여성 헌터가 불꽃을 날려 오우거 무리를 태워버렸고, 남성 헌터는 번개로 와이번들을 격추시켰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했다.


"더 이상은 못 버텨요!"


"지원은 언제 오는 겁니까?"


헌터들의 절망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마족의 물결은 끝없이 이어졌고, 시민들의 희생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빠, 무서워요..."


한 소녀가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울고 있었다.


그들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구의 오우거였다.


오우거는 거대한 몽둥이를 들어 올렸다.


"그워어어어!"


아버지는 딸을 감싸 안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끝인가....'


하지만 몽둥이가 내려오는 찰나, 갑자기 무언가가 번쩍였다.


철컥-


오우거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지며 땅을 진동시켰다.


아버지가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의 앞에 서 있는 건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의 헌터.


그의 팔뚝에는 검은 바탕에 은색 별 세 개가 새겨진 완장이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헌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와 똑같은 완장을 찬 헌터들이 11명 더 있었다.


단 12명뿐이었지만,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변하는 것 같았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


"가, 감사합니다!"


아버지는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필사적으로 달렸다.


뒤에서는 여전히 전투의 소음이 들려왔지만, 그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갑자기 딸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가리켰다.


"아빠, 저거 봐!"


주변에서 함께 도망치던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와이번들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들을 향해 날아가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급격히 방향을 틀어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저게 뭐지...?"


와이번들은 마치 훈련된 군대처럼 일제히 활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다름 아닌 지상의 마족들이었다.


그들은 불을 뿜어대며 날카로운 발톱과 뾰족한 부리로 오우거와 트롤, 심지어 거인족까지도 공격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아빠, 왜 자기들끼리 싸우는 거야?"


딸의 질문에 아버지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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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시부야의 와이번 라이더 +5 24.09.05 10,150 213 12쪽
» 혼돈 속의 도쿄 +3 24.09.04 10,246 224 12쪽
27 도쿄로 +6 24.09.03 10,707 203 13쪽
26 무극 +3 24.09.02 11,318 203 16쪽
25 새로운 헌터 등급 +5 24.09.01 11,754 212 13쪽
24 미국이 놀라고 일본이 경악한 K-헌터 +3 24.08.31 11,924 222 13쪽
23 아공간 아티팩트 +11 24.08.30 11,815 210 15쪽
22 역대급 역대급 신인 헌터 +5 24.08.29 12,025 224 15쪽
21 거점 방어 (6) : 마지막 전투 +2 24.08.28 11,933 218 18쪽
20 거점 방어 (5) : 용마법 +4 24.08.27 11,896 22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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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헌터 능력 검정 시험 (2) +5 24.08.20 12,743 219 17쪽
12 헌터 능력 검정 시험 (1) +6 24.08.19 13,072 22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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