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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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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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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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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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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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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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나 혼자 레벨1 (2)

DUMMY

“으음.”


주점은 매우 한산했다.

이곳에서도 낯에 술 마시는 사람은 흔치 않은 모양.

몇몇 손님만 조용히 식사하고 있었다.

비현은 경치가 보이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메뉴......”


비현이 우물우물 말하자 주변 사람이 힐끗 쳐다본다.

잠시 신경이 쓰여 다시 주점을 나갈까 고민하는데 전사와도 같은 거대한 체구의 아주머니가 커다란 식칼을 들고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외국에서 왔수?”

“어어... 모, 몬스터?”


눈을 지그시 뜨고 관찰하니 아주머니의 범상치 않은 레벨이 바로 확인되었다.


<Lv 14 카트린느>


‘와, 지금까지 본 사람 중 최고레벨인데?’


비현이 높은 레벨에 잠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데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건네줬다.

신기하게도 안에 적힌 내용은 전부 읽는 것에 불편함이 없었다.


“일단 따로 언어를 공부할 필요는 없겠어.”


일단 무난해 보이는 메뉴를 시켜본다.

판타지 세계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사 메뉴가 지나치게 독특하지는 않았다.

대충 스프, 빵, 스파게티처럼 생긴 메뉴들이었다.


“그럼, 이걸로 주세요.”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돌아섰고, 잠시 후 비현은 주문한 따끈한 스프와 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 집 요리 잘하네. 이세계 식사인데도 제법 익숙하단 말이지.”


맛있는 식사는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슬슬 배가 차오르니 드는 불길한 생각.


‘나 그러고 보니 돈은 가지고 있는 건가?’


돈이 있을 리가 있나.

오늘 처음 이세계에 왔는데.

싸워서 이기면 도망갈 수 있을까?


‘아냐. 내가 질 거 같네.’


비현은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몰래 도망갈 타이밍을 기다리는 수밖에.

그때, 입구 쪽이 시끄러워지더니 한 무리의 남자들이 주점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철로 된 검과 갑옷을 장착하고 있었다.


‘이곳 병사들인가?’


어쩌면 소란스러운 이때가 기회일 수 있다.

일단 잠시 분위기 좀 살피고.

그들은 술잔을 들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치얼스!”

“이 거지 같은 군 생활을 위하여!”

“휴! 살기 힘들다!”


어느 세계든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나 보다.

남자들이 술집에 모여서 나누는 대화 주제도 비슷한 것을 보니 말이다.

그들은 곧장 정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나라는 도대체 언제 평화가 오려나?”

“위에 제국이 있고, 아래에도 전투적인 나라가 있는 상황에 평화가 오겠냐?”

“사방이 다 강대국이야. 나라는 건국과 동시에 6개로 쪼개졌고. 에이~ 더 말하기도 싫다.”


문득 비현은 군대 입대하기 전날, 친구들과 술 퍼마신 게 생각났다.


‘아! 옛날 생각나네.’


식당 아주머니도 듣다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모양인지 묵묵히 걸어와 그들의 묵직한 머그잔에 새 술을 따라주었다.


“하아! 차라리 다른 세계에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

“과연 니 머리로 그 세계 가면 삶이 나아질까?”

“내 머리가 어때서?”


그들의 대화 주제가 제법 흥미롭다.

듣고 있던 비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암! 나아질 거 없겠지. 적응하기 만만치 않을걸.”


그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 이입을 해버렸다.

뭐 잘났다고 하필 눈에 띄는 행동을 한 것인지.


‘제길! 무심코.’


급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지만, 비현은 본능적으로 녀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비현은 눈을 지그시 떠서 각자 레벨을 확인해보았다.


<Lv 5 발터>

<Lv 6 밀레드>

<Lv 10 로운>


다들 비현보다 레벨이 높다.

더군다나 숫자도 저들이 많으니 전투는 불가능.


‘도망치자.’


비현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들은 이대로 보내 줄 생각이 없는 모양.

얼굴이 불그스름한 한 녀석이 다짜고짜 다가와 비현에게 시비를 걸었다.


“야, 거기 수상해 보이는 녀석! 멈춰라.”


이름이 로운이라 그랬던가?

비현은 자연스럽게 자리에 다시 앉았다.


“왜. 무슨 볼일이지?”


그는 상당히 기분이 나쁜 듯 비현의 얼굴을 계속 째려보았다.


“너, 이곳 사람 아니지? 딱 봐도 스파이 같은데?”

“뭐라는 거야?!”


이런! 실수로 약간 시비조로 말대답해버렸다.

술 취한 사람을 도발하면 안 되는데.

녀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쩔 수 없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선빵 필승이다.

비현은 사용할 스킬을 떠올렸다.

그러나 베테랑 병사의 주먹이 그보다 더 빨랐다.

묵직한 주먹이 비현의 안면에 작렬했다.


-퍼억! 쿠당탕탕!


<전투의 기초를 깨달았습니다. 펀치에 대한 스킬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역시 레벨 10한테 맞아서 그런지 많이 아프다.

하필, 너무 세게 맞아서 안경도 부서지고 말았다.

앞이 뿌연 것이 지금은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 창을 확인할 여유가 없는 상황.

즉시 몸을 일으켜 녀석에게 주먹을 날려보았다.

술에 취했음에도 손쉽게 회피하는 베테랑 병사.


<회피에 대하여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딴 건 알림 띄우지 마!”


별 쓸데없는 행동까지 다 알림창 띄우고 말이야.

정신이 산만해져 전투에 집중하기 힘들다.

병사는 신나서 정신없이 비현을 두들겨 팼다.

가드를 올린 비현의 눈앞에는 지금도 새로운 알림 메시지가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가드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습니다.>


“제, 젠장! 이런 거 말고!”


하필 먼저 선공을 당해서 당황스럽다.


“아, 돌겠네!”


그래도 병사라 그런지 전투에 대한 감각이 있다.

비현은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할 뿐.

장갑을 착용한 녀석의 주먹에 녹색의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보였다.


“킥킥! 마침 잘됐네. 너한테 아티팩트 성능 테스트 좀 해봐야겠어.”


녹색의 에너지가 장갑을 중심으로 회오리친다.


<윈드 블로우(Wind Blow) - Lv1>


‘원거리 스킬?’


장갑 주위로 녹색 빛을 반짝이며 바람이 생성되었다.


<{고유} 기술 강탈 (Skill Steal) - Lv1>


“어어어어?”


당황하는 병사.

스킬은 획득했지만 놈의 스킬은 이미 발동한 상황.

강력한 바람이 비현에게로 발사되고 있었다.


-휘오오오!


<전력 질주(sprint) - Lv1>


비현이 몸을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회피했다.

바람은 그대로 일직선으로 날아가 닿는 모든 것을 어지럽게 날려버렸다.


‘좋아. 이대로 반격한다.’


비현은 습득한 스킬을 놈에게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윈드 블로우(Wind Blow) - Lv1>


비현의 주먹에서 발사된 강력한 바람이 놀란 병사의 몸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으아아아!”


한바탕 광풍이 지나간 자리.

병사는 옷이 사라져 알몸이 된 채 멍청히 서 있었다.


“......!”


수치스러움을 깨달은 녀석.

그의 원래 빨갰던 얼굴이 더욱 새빨개졌다.


“이, 이이익! 흐아아아!”


그는 중요 부위를 가린 채 주점 밖으로 달아났다.


‘이겼다!’


비현은 레벨 1인데도 레벨 10의 병사를 이긴 것이다.

이것은 좋은 스킬만 있다면 레벨의 격차 따위 언제든 뒤엎을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이제 눈앞에 남아있는 병사는 둘이다.

가장 레벨 높은 녀석을 처리했으니 남은 녀석들도 비슷하게 상대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비현은 조심스럽게 그들을 살펴보았다.


“저 바보! 아티팩트 샀다고 자랑하더니 뭐 하는 거냐.”

“평소에 돈 많다고 자랑하더니 꼴좋네.”


남은 병사들은 전투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오히려 손뼉 치며 녀석의 추태를 기뻐할 줄이야.

도망친 놈의 인성이 평소에 어떠했을지 예상이 된다.


‘더 싸울 필요는 없겠군.’


비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부서진 안경을 주워들었다.


‘아, 고칠 수도 없게 부숴놨네.’


부서진 안경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자리에 앉은 비현.

거의 눕다시피 의자에 기댄 채 수집한 스킬을 확인해보았다.


+

<전력 질주(sprint) - Lv1>

-튼튼한 두 다리는 이동의 기본 수단이다. 젖먹던 힘까지 달린다.

<깨물기(Bite) - Lv1>

-상대방을 강하게 깨무는 원초적인 전투 스킬이다.

<윈드 블로우(Wind Blow) - Lv1>

- 주먹에서 강력한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상대를 찢는다.

+


‘일단 회피 스킬도, 공격 스킬도 수집했다.’


아까 녀석이 아티팩트 어쩌고 하던데 그건 뭐지?

잘 모르겠지만 해당 장비를 착용하면 더 강해지는 모양이다.


‘일단 나가서 상점들을 둘러봐야겠군.’


비현은 스킬 사용을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은 하고 갈 거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앞을 가로막는 한 사람이 있었다.

주인아주머니였다.


“계산은 하고 갈 거지이이?”

“아, 아아~ 계산이요?”


비현은 주머니를 뒤져 보는 시늉을 했다.

당연하겠지만 동전은 나오지 않았다.


‘좋아. 여기서 스킬을 재사용해보자.’


한 번이 어려울 뿐, 두 번은 어렵지 않다.


<마비......>


“저기요. 계산 제가 해드리면 될까요?”

“으잉?”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맑은 소녀의 목소리.

그리고 향긋한 꽃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여자?’


비현이 빠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흐릿하게 보이지만 형체는 알아볼 수 있다.

대충 여자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목 뒤로 길게 기른 짙은 파란 머리의 소녀가 비현을 보며 웃고 있었다.


“어, 설마 여신?”

“여신이라뇨? 당치 않아요!”


그래도 칭찬이 싫지만은 않은 듯 해맑게 웃는 소녀.


‘대체 얘는 뭔데 목소리부터 이렇게 매력적인 거야.’


혹시 사기꾼일 수도 있다.

비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그녀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참고로 머리 위에 뜨는 레벨 정보는 선명하게 보인다.

시력으로 보는 정보가 아니라 그런 모양.


<LV 15 루엘시아>


‘레벨 15? 강하겠는데?’


아까 숙련된 병사의 레벨이 10 정도.

이 정도면 여태껏 본 사람 중 가장 높은 레벨이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았을 외모에 높은 레벨이라니.

역시 경계해서 나쁠 것 없다.


“치잇!”

“아? 저기, 괜찮으세요?”


아리따운 소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준다.

이러고 갑자기 종교에 대해 물어보는 건 아니겠지?


“괘, 괜찮아요! 정말 괜찮습니다!”

“정말요? 다행이다.”


목소리가 정말 천사 같다.

이런 사람이 설마 진짜로 사기를 칠까?

어쩌면 좋은 인연일 수도 있고, 앞으로 더 좋은 어떤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과도한 상상력은 몸에 해롭습니다.>


“아! 이런 메시지도 띄우지 마!”


이놈의 알림 메시지는 차단할 방법이 없을까?

잠시 이놈의 알림 창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가까이 다가오는 루엘시아.

그녀는 비현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알림 창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와! 이건 무슨 마법이에요? 처음 보는 문자네요.”

“응? 뭐야. 이게 보여요?”


하긴, 대표도 비현의 캐릭터 정보창을 훔쳐봤었지.

다행히 이곳 사람들에게는 문자가 번역되어 보이는 건 아닌가 보다.


‘휴! 정보가 노출될 위험은 없겠네.’


비현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여유롭게 그녀와 대화를 나눠봐도 괜찮을 듯.

루엘시아는 편안하게 웃으며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하드리안의 성직자 루엘시아라고 해요.”

“아아! 그러시구나.”

“함께 하드리안까지 동행해줄 동료를 찾고 있어요.”

“용병?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요?”

“네! 혹시 생각 있으신가요?”

“하하! 글쎄요.”


잠시 계산을 좀 해보자.

어쩌면 용병들 무리에 합류할 경우,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음. 일단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의 어떤 부분을 보고 용병제의를 하는 걸까요?”


루엘시아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까 바람 마법을 쓰는 걸 봤어요. 보수는 넉넉하게 드릴 테니 한번 동행해보시겠어요?”

“으으음. 그게 마법으로 보인 건가요?”


뭔가 이상했지만, 보수를 준다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침 이세계에 온 지 얼마 안 되서 돈도 없지 않나.

든든한 파티를 만나 함께 전투 경험(?)까지 쌓으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비현은 결심을 굳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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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40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7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5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1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1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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