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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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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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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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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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리딩 (1)

DUMMY

이종섭은 <올드 비즈니스>의 앞면을 조금 들추더니, 대본 분량을 재차 확인했다.


“아, 이거 단막이었구나. 어쩐지 짧더라니. 단막극은 패스할게요?”

“아냐. 고 대표가 보라고 한 게 이거잖아. 판타지 섞인 장르라고 한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럼 보긴 봐야겠네요. 거절하더라도 내용은 알고 거절해야죠.”

“착실해졌다? 전엔 안 보고 봤다는 거짓말도 능글맞게 잘만 하더니.”

“배우로서 이미지 관리도 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성실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요. 저 요새 크게 느껴요.”

“좋은 자세야. 아주 좋은 바람이 들었어.”


이종섭은 왜 바뀔 결심이 섰는가.


배우들에게 가장 독이 되는 악평가와 악플 때문이었다.

최근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왕창 받았는지라, 날 티 나는 이미지부터 벗고 싶었다.


“여기서 좀 읽고 갈게요?”

“그래그래, 편할 대로.”


그러나 이 작품은 웬만해서 하지 않을 것이다.


단막극은 꺼리는 편이니까.

말 그대로 짧은 드라마.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임팩트도 적고, 분석한 시간에 비해 분량도 짧으며, 이도 저도 아닌 평가만 받고 마는 경우가 많았기에.


.

.

.


제목. 올드 비즈니스.


“네가 내 발끝만치라도 닮았다면, 멍청하게 시골에서 장사나 하고 있지 않을 거다.”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저를 북돋아 주셨다면, 미워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발길을 끊진 않았을 거예요.”


막말 퍼붓고,

비수를 꽂고,

아버지 김학수와 아들 김철민은 부자간 연을 끊었다.


핏줄은 절대 쉽지 않은 것이라지만.

그만큼 상처가 곪아서 터져버렸고 봉합이 어려워졌다.


하나뿐인 자식마저 없으니 김학수는 그저 고독한 노인일 뿐.

치매기까지 심해져, 정신 차려보면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도 아들이 있을 법한 시장통을 꼭 헤매더라.


요양원에 스스로를 집어넣으려다가 차에 치이게 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다.

밝은 낮에만 젊은 육신으로 살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일시적인 젊음을 찾은 것 뿐.

진짜 몸이 쇠퇴해가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죽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이 생긴 노인 김학수.

후회를 돌이켜보고 싶다.


김학수는 이미 반쯤 망한 과일 가게를 붙잡고 있는 아들에게 찾아간다.

아들 김철민은 젊어진 김학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반갑게 맞는다.


“어서 오세요. 손님!”


아들에게 살가운 인사를 받는 게 김학수는 영 어색하기만 한데.


에라, 모르겠다.

내 아들 장사 한번 도와보자!


그는 통 큰 거물로 둔갑해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

며느리와 손자까지 여한이 남지 않을 정도로 챙겨주다가 마지막에 생을 떠난다.


후회했다.

과거 아들에게 모진 언사를 뱉은 것을.

후회했다.

일에만 매진해 아들을 사랑해 주지 못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아들을 낳은 것을.


“난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살 건데, 너는 그러지 말아라. 나보다 더 훌륭하게 자라고, 나보다 더 행복하며, 나보다 더 좋은 삶을 오래오래 살아라.”


.

.

.



이종석의 기다란 손가락이 종이를 거의 다 넘겼을 즈음에 그의 코는 어느새 붉어져 훌쩍이고 있었다.

눈물샘까지 고장 난 것 같았다.


“후... 너무 좋은데요.”


옆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던 대표가 심드렁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름 모를 작가의 단막극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어, 하고 말이다.


“그래? 설마 눈물... 아니지?”

“...이거 무조건 할게요.”

“뭐? 단막극 패스라며.”

“패스도 여러 종류가 있죠. 만족스러운 패스, 잘못된 패스, 패스하면 안 될 것 같은 패스. 이건 세 번째예요.”

“판타지 싫다며!”

“아, 저 판타지 좋아했네요.”


종섭이가 변덕이 심한 성격이 아닌데.

솜사탕 엔터 대표는 의아함을 내비쳤다.


“그래도 영화나 드라마 위주로 한 번 더 다른 작품 봐보자. 스케줄 안 맞으면 넘기자고. 고 대표도 우리 말고 다른 배우들한테 다 돌렸을 거야. 내 예감이 그래. 이번 건 거절한다고 섭섭해할 스타일도 아냐.”

“음... 그럼 더 안 되겠는데요.”

“뭐?”

“다른 배우들한테 넘기기 싫어요. 최대한 빨리 수락해주세요, 대표님. 미팅 일정 제가 다 맞출게요.”


<올드 비즈니스>.

이종섭의 고집을 굳히게 만드는 시나리오였다.




한편.


나보영은 아직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도민준이 어느 팀에 들어갔을까.

본인 작품을 메인으로 하는 것은 맞나.

또 누군가의 보조작가가 되었으려나.


설마.

작가 그만 뒀나?


복잡한 생각을 추스르며 으레 했던 것처럼 대본들을 살폈다.

굴러다니는 단막극 하나를 집었다.

촉이 온 듯 팍 끌리는 제목이었다.


“이건 뭐지? 좀 얇네.”

“좋은 손 스튜디오에서 고진감 대표님이 직접 읽으라고 특별 부탁하신 단막극 대본요.”


매니저가 짧은 설명을 붙였다.


“고 대표님이 직접 단막극을 홍보하러 다니셔? 별일이네.”


제목, <올드 비즈니스>.

늙은 사업이라는 건가?

후킹 멘트를 읽고 궁금증이 차올랐다.


첫 몇 씬을 읽는데...


“어, 이거...”


가슴을 강타하는 듯한 쓰나미가 일렁인다.

나보영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감성의 자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얼른 작가명을 확인했다.


‘도민준’.


두 눈을 의심하는 절차 따윈 없이 나보영은 돌고래처럼 소리 질렀다.


“악!”

“누나, 왜 그래요.”

“찾았어. 찾았다고!”


내가 선수 치고 싶다.

도민준 작가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건 나라고.

만약 다른 배우가 먼저 도민준과 작업한다면 오랫동안 기다리고 공들인 것을 빼앗기는 느낌이라.


“근데 누나. 이거 누나한테 온 대본 아니에요. 저희 회사 김창섭 배우님께 도착한 걸 걸요.”


그러게 말이다.

주연이 여자가 아니다.

다 남자라니.

노인 김학수, 젊어진 김학수, 아들 김철민...


“아아... 내가 남자 역할을 할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다음 작품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멀다.

방법이 없진 않았다.


“나 조연이라도 할까?”

“누나. 왜 그러세요.”

“대표님 좀 보고 올게.”

“누나!”



* * *



“너가 조연을? 대체 왜?”


퇴근하려는 대표 허구진의 차 조수석에 탄 나보영은 설득을 시작했다.


“왜 안 돼요?”

“일단 너한테 온 시나리오가 아니야.”

“아니까 조연이라도 하고 싶다구요.”

“돈이 안 되잖아. 네 벨류에는 안 맞는 일이고.”


나보영은 코웃음을 쳤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감만 보여주는 그녀 특유의 웃음이었다.


“훗, 대표님. 제가 처음 연기 시작할 때 뭐라고 말씀드렸죠?”


허구진은 잠긴 목을 풀었다.

돈 얘기부터 꺼냈다고 일침이 날아올 것 같아 먼저 긴장 중이었다.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기에.


“우리 크게 보기로 했죠. 돈만 쫓다가 돈만 남는 인생 말고, 더 멋있는 인간이 되어보자, 하고 시작한 거잖아요. 그래서 우린 쭉 동반자처럼 가기로 했구요.”

“크흠.”

“전 유흥에 물든 적 없고 공허해 하지도 않으면서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게 모범 배우 그 자체로 철저하게 관리하며 지내고 있어요. 이건 다 제 초심이 건재하기 때문이죠.”

“그, 그렇지. 알지, 아직까지 신인처럼 노력을 기울여주는 거. 늘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이처럼 정상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은 배우가 없을 것이다.


“또 이건 무조건 태클을 걸어야겠는데요. 돈이 안 된다? 그건 아주 얕은 생각이에요.”


나보영은 직설적으로 말을 뽑아냈다.

허구진에게는 익숙한 성깔이라서 문제될 건 없었으나 그녀의 팩폭은 항상 허를 찌르는 게 타격감이 상당했다.


“여기가 어떤 바닥이죠? 천천히 스멀스멀 올라갔다가 한방에 떨어지는 바닥이죠. 아주 냉정하고 매서운 세계구요.”


대표 허구진은 혼나는 학생처럼 묵묵히 경청 중.


“천천히 빌드업을 하고 천천히 올라가고 단단하게 발판을 밟으면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이게 우리의 작법 같은 거예요. 내가 지금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빌드업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이 단막극 조연이 너의 빌드업이라는 거야?”

“그렇죠! 하하!”


나보영은 시나리오를 턱 올려놨다.


“어째서? 나 아직 이해가 안 간다.”


그럴 만도.

나보영의 빌드업은 도민준의 다음 작품을 하기 위함이니.


“먼저 대본 읽어보세요. 그럼 제 말이 뭔지 아실 거예요.”

“그러니까 단막극은 오케이야. 다른 역 없어? 넌 이미 주연급인데 왜 조연을 하냐고.”


여자 주연이 없는데 어쩌나.

이렇게라도 도민준과 친해져야겠는데 또 어쩌나.


“대표님. 항상 주연만 노리는 건 오만하고 거만해요. 우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인지하며 겸손하게 살면 좋겠어요. 난 보름달이 아니라 초승달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늘 채워질 게 많은 배우.”

“어이구야? 강단에 서세요, 아주.”


말은 참 기똥차게 잘했다.


꼭 설득을 위한 겉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순수한 욕심이 좋은 작품을 고르는 힘일 수도 있었다.


“하, 그래. 나보영을 누가 말리냐. 읽어볼게!”



* * *



“노인 역할 혹시 몰라서 10명 배우 넣었는데 9명이 긍정 의사다.”

“미쳤네요.”

“다른 역도 비슷해. 마찬가지라고.”


좋은 손 스튜디오의 고진감, 송창한에게 연락이 빗발쳤다.

그것도 단막극 시나리오 하나로.

스토리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며, 배우들이 벌떼처럼 꼬이고 있었다.

미팅 일정을 잡는 데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지?”

“왜요? 또 누구 연락 왔는데요?”

“나보영.”

“에?”

“조연을 하고 싶단다.”


왜 이렇게 사람이 붙는 거야?

단막극이 원래 이래?

캐스팅 어려울까봐 배우들과 소속사들에게 사바사바 두 손 비빌 준비 했더니.

먼저 한다고들 난리다.


역시 시나리오가 좋아서 그런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조금 머뭇거릴 수도 있겠는데.

시나리오가 그냥저냥 좋은 정도가 아니니까 단막극에도 미칠 듯한 돌풍이 분다.


“도민준!!!!!!! 우리 도 작가님!!!!!!!!”


연락들을 다 받아내고 미팅 일정 정리를 끝낸 송창한이 쾌재를 불렀다.


“쉿!”


황마리는 송창한에게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세웠다.


“응? 왜?”


도민준이 눈을 감고 기력 충전 중이라고.

이 말 들은 도민준은 의자에 기대었다가 벌떡 일어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귀빈 대접은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아니예요! 제가 무슨 충전을... 그냥 눈 아파서 쉬는 건데... 시끄럽게 하셔도 되고 소리를 지르셔도 되구요.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여기가 제 집도 아닌데.”

“아냐! 푹 쉬어요! 푹! 집처럼! 아니, 집으로 해요!”

“그래. 조용히 할 테니까 여기서 살아줘.”


“제발요... 그냥 하던 대로 해주세요.”


도민준이 울상 짓는 그 옆.

구태윤이 메일을 열어보고 삐걱거리듯 입을 움직였다.


“어, 저... 나보영 배우님이 알아서 SNS 홍보랑 인터뷰까지 해주시겠대요. 조연 시켜주면요...”


심지어 톱스타가 홍보까지 해준다니까.

당장 잔치를 벌여 풍악을 올리겠다.


송창한이 일순 무거운 표정을 하고 도민준을 쳐다봤다.


“내가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은 건데. 도민준 작가.”

“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잘 기억해봐.”



* * *



몇 번 수정 거친 시나리오 <올드 비즈니스>에 수월한 배우 캐스팅이 끝났다.


[주연 노인 김학수 역 김창근]

[주연 젊은 김학수 역 이종섭]

[주연 아들 김철민 역 정해일]

[조연 며느리 한예주 역 나보영]

.

.

.


고대하던 대본 리딩이 성큼 다가왔다.


큰 룸 안에 빙그르르 둘려진 고동색 테이블.

서로 얼굴을 익히듯 바쁘게 인사하는 배우들이 화려한 외모를 뽐내며 자리에 착석했다.

반가움이 잠잠해질 때, 모두의 관심사는 이 단막극을 쓴 작가에게 쏠렸다.


“작가님은 어디 계셔?”

“미리 와 계신 거 아닌가.”

“곧 오시겠지.”

“궁금하다. 얼굴도장 확실히 찍을 거야.”


안목 있는 사람들은 눈치챈 신인 작가 도민준의 가능성.

많은 배우들이 눈웃음 어린 시선으로 도민준을 찾고 있었다.


도민준은 이미 가운데에 뻘쭘하게 서 있었는데.


너무 어려서 막내 스탭이겠거니 하고 도민준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쑥덕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도민준의 귀를 타고 들려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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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강한 혜성 같은 작가 (2) +8 24.09.09 8,460 237 13쪽
34 강한 혜성 같은 작가 (1) +9 24.09.08 8,803 209 13쪽
33 콘티가 살아난다 (2) +7 24.09.07 8,751 211 12쪽
32 콘티가 살아난다 (1) +11 24.09.06 9,074 220 13쪽
31 박차를 가하다 (2) +8 24.09.05 9,344 231 12쪽
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9,521 2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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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신선함을 넘어서 (3) +15 24.09.02 9,892 229 14쪽
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10,234 242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10,380 2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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