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장남이 사업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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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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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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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현실 사이 (1)

DUMMY

“형진아, 형진아!”

“야, 정신 좀 차려 봐!”

“강태야, 형진이 얼굴 좀 때려봐라.”


응?


‘여기 어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계단에서 미끄러진 것까지는 기억난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통증과 함께 눈앞이 검게 변한 것까지도.


그러고 나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눈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너, 자꾸 거짓말할래?”

“형님, 좀 믿어주세요. 전 모르는 일이라니까요!”

“이 새끼, 끝까지 오리발 내미네! 콩밥 처먹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씨발, 아니라니까! 난 억울하다니까!”


퍽!


“아야! 왜 때려요!”

“새끼가, 어디서 욕하고 지랄이야?”

“누가 욕했다고 그래요!”


퍽, 퍽!!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이곳은 경찰서인 것처럼 보인다.

내가 왜 응급실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건지 생각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저편에는 두꺼운 서류철로 앞에 앉은 남자 머리를 두들겨 패는 형사가 있다.

들어본 적도 없는 욕설이 난무하는 책상도 있고.

그 옆에는 재떨이까지 가져다 놓고 한 눈에도 범죄자로 보이는 사내와 낄낄대며 담배를 나누어 피는 중년 남자까지 보인다.


‘사무실에서 대 놓고 담배를 피워? 아니, 그보다 사람을 팬다고? 요즘 같은 시대에? 이게 다 뭐야?’


이건 혼란 그 자체였다.

물론 내가 실제로 경찰서에 가본 적은 없다.


‘그래도 상식이란 게 있잖아. 경찰서가 이런 곳이었다고?’


막연히 상상했던 곳과는 천지 차이.


믿을 수 없는 광경 탓에 난 쉽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머리의 충격 때문인지 시야마저 좀 흐릿해 보인다.



게다가.


“형진아, 나 알아보겠어? 정신 차린 거야?”


내 옆에서 나를 계속 흔들어대고 있는 동생뻘의 남자.

아까 강태라고 불렸던가?


이놈은 누군데 친한 척하는 거지?

내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야.


“흔들지 마. 토할 것 같으니까,”

“정신 돌아온 거야? 이제 괜찮아?”


어찌 됐든 지금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건 이 녀석뿐.

그렇다면 이놈을 통해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 아는 척하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겠지.


“우리 왜 여기 와 있는 거야?”

“왜라니? 너··· 혹시 기억 안 나는 거야? 기억상실증? 우와! 난리 났네!”


큰일이라도 벌어진 듯이 호들갑 떠는 녀석.

대뜸 기억상실증부터 떠올리다니.

이놈도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군.


“소리치지 말고. 처음부터 좀 얘기해 줘. 그럼 기억이 돌아올 것 같으니까.”

“그래? 어디부터? 술 마시다 싸운 얘기부터 해줄까? 아니면···.”


술 마시고 싸워?


내가 처음 보는 놈과 함께 술 마시고 싸우기까지 했다는 게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왜 경찰서에 있는지는 설명이 되는군.


어쨌든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가 왜 같이 술 마셨는지부터 차근차근 말해 봐.”

“그것도 기억 안 나는 거라면 심각한 건데. 좋아, 그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면 말해줄게. 우리가 왜 만났냐면···.”


녀석은 황당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나는 대학에 자퇴서를 냈다고 한다.

이유는 유학 가기 위해.


그래서 강태라는 이름의 이 녀석, 그리고 그 옆에 널브러져 있는 두 명의 동창을 만나 강남에서 송별회 비슷한 걸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저씨’들과 시비가 붙었다는 것.


그다음은 흔한 전개였다.

경찰이 오고, 경찰차에 실려 파출소를 경유해 강남경찰서까지 오게 되었다는 얘기.


‘그래, 여기가 강남경찰서라는 거지?’


그걸 제외하고는 쓸만한 정보가 없었다.

이 녀석은 허무맹랑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내가 자퇴하다니.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그리고 유학?

이 어린놈들과 동창이라고?


터무니없는 얘기들이었지만 녀석에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었다.

지금 내 처지는 분명히 무언가 심하게 꼬인 상황인 것 같은데 최소한의 단서라도 찾고 싶었기 때문.


이놈이 내 뒷머리에 차가운 수건을 대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 수건 말이야.”

“아, 맞다! 얼음 갈아줄까?”

“아니, 그건 됐고. 지금 골이 띵한데 왜 그런 거야?”

“너 맥주병에 맞았어.”

“맥주병? 그럼 응급실부터 가야지. 왜 경찰서에 있는 거지?”

“네가 괜찮다고, 병원에 안 간다고 우겼거든. 하나도 기억 안 나는 거야?”

“···누구한테 맞았는데? 날 때린 놈도 여기 있어?”

“저기.”


그는 손을 뻗어 고함을 치고 있는 한 남자를 가리켰다.



“너희 내가 누군지 몰라? 이것들이 감히 나를 잡아둬?”

“선생님. 신고를 받았으면 저희도 사정 청취라는 걸 해야 합니다. 아실만 한 분이···.”

“아니까 하는 소리야!”


그 남자의 차림새는 초라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고 상대하던 형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달래고 있다.

마치 형사와 피의자가 바뀐 듯한 모습.


쾅! 쾅!


심지어 그는 의자를 집어 들더니 책상을 내리치기 시작한다.


“선생님, 고정하시고. 야! 너희들 뭐 해? 얼른 붙잡아!”

“이 새끼들이 감히 누구 몸에 손대는 거야? 야! 서장 오라고 해! 얼른!”


영 적응이 안 되는군.

도대체 누군데 경찰서에서 난리를 피우는 거지?


“저놈, 뭐 하는 놈이래?”

“어휴, 오늘 재수 옴 붙은 것 같다. 사법연수생이랜다. 장차 판검사 될 놈이라고 경찰도 꼼짝 못 하는 거지.”


요즘도 그런 짓을 하는 놈이 있다고?

예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 그런 짓을 했다가는 판검사 임용은커녕 바로 연수원에서 쫓겨날 텐데?


잠깐만!

사법연수생이라는 제도가 아직도 있었나?

몇 년 전 없어졌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찬물로 세수하고 싶어졌다.

그러면 정신이 좀 돌아올 것 같았다.


“화장실 어디야? 나 세수 좀 해야겠다.”

“화.장.실? 아, 내가 얘기해 줄게.”


녀석은 손을 번쩍 들었다.


“형사님, 형사님! 제 친구가 ‘변소’에 가고 싶대요.”


뭐야, 변소?

무슨 뜻인지는 안다.

하지만 그게 언제 적에 쓰던 말이야?


아, 머리가 더 아파진다.



“야, 따라와!”


젊은 경찰을 따라가기 위해 일어선 나는 비로소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젠장.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강남경찰서라고 하지 않았어?’


잘 사는 동네 경찰서는 지원도 풍부한 법.

그러나 이곳은 강남은커녕, 한국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사무실 내를 가득 채운 담배 연기는 그렇다 치자.

조잡한 철제 책상과 의자, 촌스러운 캐비닛, 거기다가 형사들은 초록색 고무판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피의자의 진술을 일일이 손으로 작성하고 있다.


탁탁탁탁!


아까부터 신경에 거슬렸던 소리.


맙소사!

심지어 저 구석에는 자그마치 ‘타자기’를 독수리 타법으로 치고 있는 남자까지 보인다.

여태 저런 걸 쓰는 곳이 있다고?


게다가.


저건 뭐야?

언제 적 사진을.

벽에는 태극기와 함께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문제는 그 사진의 얼굴이 몇십 년 전의 대통령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다.


“헉!”


결정타는 사진 아래에 붙어있는 물건이었다.

그걸 본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달력.

한 장씩 뜯어 쓰게 되어 있는 그 달력에는.


1992년,

임신년(壬申年)이라고 똑똑히 적혀 있었다.


‘지금 내가 미친 거 맞지?’


***


이건 꿈일 거야. 아니, 꿈이어야만 해!

나는 ‘변소’로 가면서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 TV에서 봤던 드라마의 내용과 비슷한 상황이다.


‘주인공이 죽더니 과거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지?’


달력과 대통령 사진, 그리고 사무실 환경.

분명 그 시대처럼 보이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어릴 때로 돌아가기라도 했지.

1992년이라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죽었더니 내가 존재한 적도 없었던 때로 왔다는 얘기인데.

그럼 지금의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빨리 일 보고 나와! 알았어?”


‘변소’라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세면대의 지저분한 거울부터 손으로 닦았다.

조금씩 드러나는 내 모습.


‘넌, 누구지?’


거울에는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어라?


시간을 들여 거울 속의 얼굴을 뜯어보고 있던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어딘가 낯익은 것 같은데.

저 눈매는 혹시··· 혹시···.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정말 내가 1992년에 떨어진 것이라면 분명히 가지고 있을 거야.’


독재의 잔재가 남아있던 시대.

성인이라면 누구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불심검문에 걸렸을 때 제시하지 못하면 경찰서에 끌려갈 수도 있을 테니까.


황급히 바지 주머니들을 더듬어 본다.

내가 찾던 것은 뒷주머니의 불룩한 지갑 안에 들어있었다.

비닐로 코팅된 노란색 종이.

손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있는 내용을 읽어본 내 입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미친!”


민형진.

710414-1···.


면접 준비하면서 알게 된 민형진 사장의 생년월일과 일치했다.


‘내가 민형진의 몸에 들어와 있는 거였어?’


아까 강태라는 녀석이 자꾸 나를 ‘형진이’라고 불렀던 게 이제야 이해되었다.


안경을 벗고 거울을 다시 본다.

조금 선이 얇아 보이긴 하지만 얼굴에는 50대 민형진 사장의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쾅! 쾅! 쾅쾅!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변소 안에서 죽었냐? 뭐 하느라고 이렇게 꾸물대는 거야?”


닦달하는 경찰을 따라 돌아가는 동안 내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 민형진 사장을 욕하다가 개똥을 밟고 죽은 내가 과거로 와서 그의 몸에 들어갔다.


정리하자면 이 정도겠지.


하지만.

개연성도 없고 누구도 믿지 않을 터무니없는 스토리.

차라리 병원에 실려와 꿈을 꾸고 있다거나 죽기 직전의 주마등 비슷한 걸 보고 있다고 하는 편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내게 들려오는 소리, 냄새, 그리고 털끝 하나하나의 반응까지.

내 오감은 이건 현실이니까 믿으라고 계속 아우성치고 있었다.


미쳐버리겠네.


나는 지금 온 세상이 나를 속이기 위해 세트를 만들어놓고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누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내 몸은 움츠러들고 있었다.



“야, 인마! 어디를 네 맘대로 돌아다니는 거야? 여기가 네 집인 줄 알아?”


형사계 팻말이 적혀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까 사법연수생을 달래느라 진땀 뺐던 중년 형사가 내게 소리 지른다.


“하여간 술 먹고 사고 치는 새끼들은 다 감방에 쳐 놓고 콩밥 먹여야 해. 너, 저기 가서 쭈그리고 있어! 다음은 네 차례니까. 알았어?”


그는 지휘봉으로 내 가슴팍을 쿡쿡 찌르기까지 한다.

사법연수생에게 당한 수모가 조금이나마 풀렸던 건지 그 형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간다.


그러나 나는 치욕스러웠다.


‘젠장. 어쩌다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지?’


그때 내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만!


나, 지금 민형진이잖아!

왜 참고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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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건강한 상점 (1) +5 24.09.16 1,024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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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시한폭탄 (2) +4 24.09.14 1,355 34 13쪽
26 시한폭탄 (1) +5 24.09.13 1,463 23 12쪽
25 기 싸움 (4) +3 24.09.12 1,491 25 13쪽
24 기 싸움 (3) +5 24.09.11 1,486 27 13쪽
23 기 싸움 (2) +3 24.09.10 1,505 27 13쪽
22 기 싸움 (1) +3 24.09.09 1,576 30 13쪽
21 미래로 가는 창고 (3) +4 24.09.08 1,622 35 14쪽
20 미래로 가는 창고 (2) +3 24.09.07 1,652 32 13쪽
19 미래로 가는 창고 (1) +5 24.09.06 1,777 34 12쪽
18 뱀파이어와의 키스 +3 24.09.05 1,768 33 12쪽
17 아름다운 편의점 (4) +3 24.09.04 1,783 32 13쪽
16 아름다운 편의점 (3) +4 24.09.03 1,748 33 12쪽
15 아름다운 편의점 (2) +4 24.09.02 1,775 37 13쪽
14 아름다운 편의점 (1) +6 24.09.01 1,881 32 13쪽
13 셀럽이 되자 (4) +3 24.08.31 1,881 34 13쪽
12 셀럽이 되자 (3) +4 24.08.30 1,886 32 14쪽
11 셀럽이 되자 (2) +3 24.08.29 1,942 35 12쪽
10 셀럽이 되자 (1) +6 24.08.28 1,980 32 13쪽
9 돼지 구출 작전 (4) +4 24.08.27 1,973 38 14쪽
8 돼지 구출 작전 (3) +5 24.08.26 1,994 39 13쪽
7 돼지 구출 작전 (2) +4 24.08.25 2,106 42 12쪽
6 돼지 구출 작전 (1) +4 24.08.24 2,195 42 12쪽
5 변신 (2) +3 24.08.23 2,204 43 13쪽
4 변신 (1) +4 24.08.22 2,390 41 13쪽
3 지옥과 현실 사이 (2) +5 24.08.21 2,433 48 12쪽
» 지옥과 현실 사이 (1) +4 24.08.20 2,667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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