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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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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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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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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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초전이 임박해오다

DUMMY

그날 이후.


나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 구단의 훈련장과 트레이닝 센터를 오가며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입단 테스트 때의 영상과 기록보다 비약적으로 상승한 몸 상태에 스태프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메디컬 테스트에서 팀닥터들이 외쳤던 말들이었다.


“맙소사! 이런 몸 상태가 존재할 수 있는 건가?”


이미 한 차례 퇴원당시 들었던 말.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팀탁터들은 놀랐지만 나는 담담했다.


“인바디 결과 근육량은 물론이고 신체 균형이 말도 안 되게 정확해.”

“싸이벡스는 또 어떤가. 무릎 허리 등 세 곳의 근력 모두 구단 평균을 상회하는군. 허.”

“연계병원에 확인해봤더니, 과거의 입원 기록이나 병력 또한 심각한 사안은 아니야. 그때도 이번처럼 닥터들이 놀랐다더군. 이런 몸이 존재할 수 있냐고. 그때 이후로 다들 선택받은 몸이라는 의미로 성스러운 뼈다귀라고 부른다더군.”

“성골이라··· 하긴, 그럴 수밖에. 내가 확인해본 바도 일치해. 신체 발란스와 근질도 대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받쳐주는 근골 그 자체야.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선수 본인과 구단 자체에서 관리만 한다면 부상의 염려는 제로에 수렴할 거야.”

“그럼?”

“그래, 아무 이상 없지. 통과야.”

“내가 보고하도록 하지.”


그렇게 관계자들 사이에서 묘한 시선을 받으며 꾸준히 훈련을 지속했고, 얼마 뒤에 있을 프리시즌을 기다렸다.


그리고 7월 초.

비로소 바람이 기세를 누그러뜨린 계절.

새 시즌을 알릴 전초전.

구단의 소집일이 됐다.

프리시즌의 첫 훈련을 위해서 하나둘씩 홀슈타인으로 선수들이 모였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주장 야닉스 테란을 시작으로 파비안 보이직, 웨슬리 하이만, 발렌틴, 레벨로, 세르 하트 등.

기존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어서 새로운 계약을 맺게 된 이적생들이 나타났다.


그들 역시 리그 수준의 네임밸류는 아니었고 계약이 만료된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온 것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충격적인 강등의 여파로 대부분 선수가 이적하면서 비어버린 홀슈타인의 선수층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긴급수혈하는 게 최선이었다.

구단의 재정은 평범했지만 여러 스쿼드를 보강할 수 없는 상태였고, 지난 시즌 약점으로 꼽혔던 중원과 공격진 둘 중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재정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프리시즌이 중요했다.


과거에 그랬듯.

카스파리 감독은 이번 프리시즌에서의 활약상과 임팩트를 중요시 생각한다.


얼마 전에 계약을 체결한 나를 제외하고도 구단 자체 유소년 선수들의 합류를 지시한 것도 그래서였다.

아마 여기서 눈에 띄는 선수를 시즌 멤버로 승선시킬 계획일 테니까.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걸 알고 있다.

과거에 어떤 선수들이 눈에 띄었는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가 누구였는지.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과거에도 좋은 활약을 선보여서 빠르게 데뷔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경험치를 먹을 대로 먹은 선수니까.


이전 생의 나보다 나은 활약을 선보이겠다.

그래서 첫 번째 발걸음을 더욱 역사적으로 장식하겠다.


결심하고 피치 위로 올라섰다.


***


카스파리의 지시아래 연습경기가 진행됐다.

1, 2군 대 유소년.


서로의 수준을 파악하는 데 이만한 팀 선정이면 충분했다.

1군과 2군의 경우 이미 프로 무대에 데뷔한 선수들.

상대적으로 경험이 미천하고 노련하지 못한 유소년들을 상대로 유리한 상황을 많이 가져갈 테니까.

프리시즌 첫 번째 경기니 만큼 폼을 끌어올리는 데도 좋은 상황이 될 테고, 그만큼 유리하니 결정적인 순간에 보이는 약점을 찾기에도 수월하다.

그리고 이건 유소년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결국 프로로 계약을 맺기 위해선 프로 무대에 통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비록 정식이 아닌 연습경기. 간소화된 약식 경기라곤 하나 이들에게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고 기회가 될 거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언제나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험은 중요할뿐더러.


이미 카스파리니 자신이 선언하지 않았던가.

나는 오직 시즌을 함께 시작할 베스트 멤버를 원한다고.

거기에 어리고 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오직 실력만이 자신을 움직이게 할 거라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작이 좋지 않은가? 모리츠.”

“네. 훈훈한 분위기와 열기. 둘 다 과하지 않고 조화롭군요.”


카스파리니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그가 대답했다.


“그래. 좋은 방향이지.”

“네, 맞습니다. 특히 심각한 문제점 같은 것도 아직 보이지 않는군요. 대부분 관리를 해온 걸 보면, 프로의식이 떨어지는 선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자네 말대로 의식적인 부분이나 실력 역시 대부분 괜찮은 것 같아. 몇몇은 특히 좋은 것 같고. 유소년 수준도 의외군. 근데 저 친구는···.”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군. 그새 성장한 건가.”


카스파리가 피치를 뚫어지라 바라봤다.

자신이 계약을 주장했던 어린 소년이 동영상에서보다 월등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것도 독보적인 수준으로.


***


필드를 휘저었다.

비록 연습경기라곤 하나 돌아와서 처음으로 뛰는 경기.

결코 허투루 할 생각따윈 없었다.

방금도 또 한번 기회를 창출했다. 아쉽게도 패스를 받은 친구가 허망하게 기회를 날렸다.


나이 때문일까. 뉴페이스여서일까.

나는 오늘 유소년팀에 배정받았다.

그리곤 여러 포지션에서 뛰게 해보더니 지금은 윙어였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곤 감독의 지시에 따라 포지션을 바꿨는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근데 도대체 저 멀리 보이는 원톱의 자리는 언제 시험해보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야 나의 진가를 보여줄텐데.


“우도! 센터 포워드다!”


음,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곧바로 기회가 왔다.

조금은 난해한 코스였는데, 젖먹던 힘까지 뛰었다.


감탄이 나온다.

축구가 이렇게 쉬웠던가?

아주 오래전엔 이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날개가 달린 듯 활개 칠 수 있었다.

몸은 솜털처럼 가볍고 생각한 움직임 그대로 재현해 낸다.


그래, 이렇게 자유로운 기분이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주 오래전 부상 이전에는 이랬던 것 같다.


컨디션이 좋든, 좋지 않든 어쨌든 내가 바라는 대로 골을 넣던 그 때처럼.

아니, 그것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

나를 옥죄던 모든 걸 벗어던졌다.


미치겠다.

도저히 골을 넣지 못할 수가 없었다.


지면을 박차기 무섭게 공이 날아온다.

발을 살짝 움직이는 걸로 부드럽게 트래핑했다.

그 뒤론 자석처럼 오른발에 붙어서 따라왔다.


바로 앞에서 1군팀 수비수 야닉스 테란이 급히 발을 뻗으려는 모습이 보였고, 인지하는 것과 동시에 몸을 회전시켰다.

오른발에 붙어서 따라오던 공도 마찬가지였다.

내 움직임을 거울처럼 투영했다.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던 야닉스가 곧바로 따라붙어서 손을 뻗었다.

나는 타이밍에 맞춰 어깨를 밀어 넣으며 무게중심에서 우위를 점했다.


“크윽!”


야닉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계속해서 달리며 공을 몰았다.

순식간이었다.

잠깐 마킹이 떨어진 사이에 슈팅을 날렸다.


뻐엉!


시원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이 골키퍼의 손을 스친다.

강력한 파워 만큼 경쾌한 골이었다.


골을 넣자마자 근처까지 다가왔던 야닉스는 어깨를 두드렸다.


“하, 참. 꼬맹아, 너무 잘하잖아.”

“그쪽도 훌륭한걸요. 하마터면 막힐뻔했지 뭐예요.”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라도 이렇게 했다.

그런 속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걸까. 야닉스가 씩 웃는다.


“건방진 꼬맹이.”

“꼬맹이라··· 글쎄요?”


장난스럽게 그 옆에 섰다.

야닉스의 키는 수비수치곤 작은 178cm고 나의 키는 183cm다.

그런 나를 한번 올려다본 야닉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마디를 안 지는군. 어차피 그래 봐야 내 눈에 너는 꼬맹이다.”

“저한테 한 골 더 먹히면 그런 말은 못 할걸요?”

“그러는 너야말로 내게 막히면 그런 말은 못 할 거다. 그날로 너는 꼬맹이가 되는 거야.”

“큭큭. 한 번 보자구요.”

“으하하, 그러자. 어리석은 꼬맹아.”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빛엔 결의와 장난기가 다분했다.

아마도 이번엔 제대로 뚫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때 내 표정을 보던 그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고작 열일곱 정도 되어 보이는데, 어째선지 꼬맹이 너는 큰 선수가 될 거란 예감이 든다.”

“그런가요?”

“응. 내 감이 꽤 잘 맞거든.”


연륜이 있는 자의 칭찬과 경지에 도달한 현자의 눈빛.

거기에 더해 사람 좋은 미소다. 하지만 나는 속지 않지.


“그렇다면 옆에서 좀 떨어져 있어요. 이왕이면 유니폼도 좀 놓고.”


아까부터 은근슬쩍 내 유니폼을 쥐고 있잖아.


“쯧. 눈치 빠르긴.”


그렇게 슬쩍 손이 떨어지는 순간.

늙은 야닉스를 뿌리치고 콜 사인을 불렀다.


“어이, 여기!”


오른손이 들리기 무섭게 반대쪽에서 날카로운 패스가 찔러 들어왔다.

나는 빠르게 반응했다.

지금 같이 낮게 깔리는 패스는 반응이 늦으면 공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아까 전과 같은 부드러운 트래핑으로 받아낸 뒤, 쇄도했다.


바로 옆까지 따라온 야닉스와 또 다른 수비수가 보인다.

늙은 수비수 주제에 발이 빠르다. 여기서 판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뚫어낼지 말지, 뚫어낸다면 누가 적합할지.


판단은 빨랐다.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야닉스를 선택한 나는 두 번의 바디페인팅과 스텝 오버로 그를 벗겨냈다.

뒤에서 무어라 소리치는 게 들렸지만 무시했다.

돌아볼 시간 따위 없었을뿐더러 지금은 완벽한 기회였으니까.

또 한 번 깔끔한 슈팅을 때려냈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골대의 구석에 공이 빨려 들어갔다.

야닉스 면전에서 늙은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절묘한 코스였다.


***


연습경기가 끝나고 마무리 훈련까지 진행했다.

온몸이 흥건했다.

곧바로 샤워실으로 직행했다.

이곳저곳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길.


“어이, 꼬맹이. 퇴근 전에 마사지실은 꼭 들리라고.”


어느새 나타난 야닉스의 조언에 고갤 끄덕였다.

안 그래도 방문할 참이었다.

부상 당할 염려가 없는 신체라고 하지만, 운동 전후 관리는 중요한 거니까.


“근데, 아저씨. 제 이름은 우도거든요.”

“그걸 모를까봐? 나도 유니폼에 박힌 글씨 정돈 읽을 줄 알아.”


근데 왜그러실까나.


“두 번이나 털리지 않았던가?”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마사지실을 향했다.


“이 맹랑한 꼬맹이가!”


라는 멍청한 외침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는 걸로 대신했다.

저 아저씨, 야닉스 테란은 주장이라서 저러는 거다. 아까부터 내 주위에서 알짱거리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여튼, 팀의 리더를 골려준 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도착한 곳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 손님인 것 같았다.


“오, 우도! 우리의 어린 영웅.”

“네?”

“크하하. 있어 다들 널 이렇게 부르더군.”


마사지룸에 도착하기 무섭게 스포츠과학자이자 트레이너 지트가 격하게 반겨온다.


“그래서 첫 프리시즌의 소감은?”

“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좋았달까.”

“그래? 그럴 줄 알았어. 감독이랑 수석코치가 아주 좋아죽던걸? 방금 내가 한 말도 둘이 하는 말을 엿들은 거야. 뭐, 너네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야닉스가 환장하더군. 자기를 몇 번이나 골탕 먹였다고 말이야. 큭큭.”

“···그 아저씬 부끄러운 것도 모른대요?”

“음. 정확하게 봤어. 내가 그 친구를 4년이나 봤지만 한결같은 녀석이지.”


음, 맞아.

과거에도 야닉스는 유쾌한 팀메이트였다.

그런 면과 동시에 위엄이 있던 선수라 주장을 맡았던 것이기도 하고.


“아무튼, 오늘 경기는 잘 봤어. 마치 그 시절의 일 페노메노(브라질 호나우두)를 보는 것만 같았어. 플레이 스타일이 까딱하다간 부상당하기 딱 좋더라고.”


역시.

구단의 스포츠 과학자이자 트레이너다웠다.

정확하게 짚어냈다. 내가 그의 플레이와 쏙 닮았다는 걸.

부상으로 나락행되기 십상이라는 걸.

그리고 이 전생에도 이와 같은 조언을 건넸다는 것도.

그러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지트.”

“하하. 누구한테 잘 보여야 하는 지 아는군! 좋아, 오늘 무리한 걸 완벽하게 풀어주지. 매일 내게 들려야 한다는 걸 잊지마.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 시키고 상승시키는 건 내 역할이니까.”

“네.”


부상의 걱정이 없어진 나지만, 과거의 과오를 똑같이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

오히려 더욱 열심히 해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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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로컬 +1 24.09.07 284 12 12쪽
25 박살내줄거라서 +1 24.09.07 308 15 12쪽
24 축구 할 맛이나 +1 24.09.06 341 14 12쪽
23 과감하게 +1 24.09.05 445 16 12쪽
22 분위기 +2 24.09.04 531 17 12쪽
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49 18 12쪽
20 선봉장 +3 24.09.02 576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6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1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9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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