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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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최근연재일 :
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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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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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봉장

DUMMY

과연.

위대한 공격수란 존재할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투영했던 호나우두.

그도 약점을 가지고 있고, 그 뒤를 이어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모든 선수들이 많든 적든 하나씩의 약점은 가지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곳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령 양쪽 날개라던가, 처진 스트라이커라던가.

그리고 패스와 헤딩도 조금 떨어진다.

유리몸이었다는 것도 한 몫한다.


더군다나 매 시즌 2,30골을 넣었지만 매 경기에서 골을 넣은 건 아니다.

길게는 6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근데 지금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막아!!”


내가 두 번째 골을 넣기 무섭게 빅토리아 베를린의 선수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집요하게 약점들을 노리면서.


“제공권은 우리가 우위야!”

“패스를 차단해!”


그래. 내게 더 이상 골을 내주기 싫겠지.


“고립시킨다!”


2명이서 막지 못할 것 같으니 3명이서 달라붙는다.

아무리 내가 이곳을 폭격할만큼 뛰어난 공격수라곤 하나, 혼자서 세 명의 선수를 몸으로 밀어낼 수준은 못 된다.

그것도 삼면을 가로막은 채 몸으로 밀어붙이는 상태라면 말이다.


어디 피지컬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선수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선택받은 몸뚱아리를 가진 거지 피지컬을 가진 게 아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냐는 건데.


“측면! 측면!”

“또 뚫린다!”


월드클래스급의 패스는 아니지만, 비어있는 공간이 보이니 뿌려주는 수밖에.


뻐엉!


내게 집중된 빅토리아의 선수들로 인해 다른 공간이 훤했다.

다행히 그곳에 포진해있는 우리 팀 선수들이 보였다.

발렌틴과 세르하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저 왼쪽 녀석이 공을 잡았어!”

“젠장 어쩔 수 없어!”


그리고 내 패스를 건넨 발렌틴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둘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신체가 먼저 반응하니까.


“제기랄!”

“저 검은머리 녀석이 또 뛴다!”


내 머리가 어쨌다는 거야. 지는 머리칼도 없는 주제에.


“우도!”

“나이스 발렌틴!”


나는 리턴을 받고 곧장 따라붙은 대머리 녀석을 알까기로 뚫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뚫어야 할 선수가 너무 많았다.


‘적어도 넷.’


벌써 페널티 에어리어에 자리잡는 수비진이 보인다.

그래도 포기 할 수 없었다.


툭, 툭, 드리블하자 빅토리아의 수비진이 이를 깨물며 달려든다.


‘수비진이 망가져도 괜찮다는 건가.’


어떻게든 공간을 막기위해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배움이 느리다.


“발렌틴!”

“그래, 달려!”


투욱. 차 놓고 다시 한번 2대1 패스로 내게 달라붙는 수비의 숫자를 줄였다.

첫 번째 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혼란시켰다.

그리고 위치를 선점하며 외쳤다.


“리턴!”


퉁.

곧바로 굴러오는 공.


타닷!

더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때린다!”

“막아!”


응, 아니야.

이전과 같은 위치에서 슈팅 모션으로 수비수의 몸을 날리게 만들고, 무게중심을 잃은 수비수 사이로 짧은 스프린트.

그리고 빠르게 반응하는 골키퍼를 보며 침착하게 슛.


이예에에에에-!


불과 몇 분도 되지 않아 터진 멀티골.

홈팬들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 수준인 원정팬들이 함성을 지른다.


서둘러 달려온 동료들은 내 머리를 헤집으며 방방 뛰었다.


“크레이지 보이! 미친 놈이야 너는!”

“홀슈타인 킬의 킬러!”


으···. 아무래도 우리 팀 늙다리들의 네이밍 센스는 구린 게 확실하다.


***


삐익! 삐익! 삐이이익!

DFB-포칼 1라운드가 끝났다.

경기 결과는 홀슈타인 킬의 4대0 대승이었다.


경기내용도 훌륭했다.

4부 리그 팀을 상대로 승리했다고는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손발이 맞아가는 게 느껴졌다.

특히 공격을 이끄는 나와 발렌틴, 나와 마이어 등. 올리버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우린 톱니바퀴처럼 서로의 플레이를 이해하고 있었다.


“우도!”

“아, 네.”


상대 선수들과 악수를 나눈 뒤 그라운드 한쪽에 설치된 패널로 향했다.

대기하고 있던 리포터가 질문과 동시에 마이크를 들이민다.


“오늘 아주 멋진 경기를 펼치셨어요. 첫 포칼 경기에서 훌륭한 활약을 하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음, 뭐라고해야할까.

사실 고민할 것도 없다.

나는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매우 좋습니다. 제가 좋은 경기력을 펼쳐서도 있지만, 이렇게 먼 베를린까지 함께해주신 서포터즈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하하하. 서포터즈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말씀이시죠?”

“네.”


대답을 들은 리포터가 환하게 웃었다.


“오늘 경기 멀티골을 기록하셨는데, 이건 혹시 예상하셨습니까?”

“아뇨,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멀티골을 달성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까 말씀드린 이유랑 똑같다고 할 수 있겠네요. 모두 경기내내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입니다.”


여기까지 대답한 나는 왠지 모르게 대화가 빙빙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보기 좋은 눈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리포터를 보자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오프사이드 판정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판정으로 인해서 포칼 데뷔전 헤트트릭에는 실패하셨는데요.”


역시는 역시다.

결국 이걸 묻기 위해서 빙빙 돌렸던 것 같다.


“별다른 불만은 없습니다. 멀티골만으로도 충분하고, 저희 팀은 2라운드에 진출했으니까요.”

“그럼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에서 시즌 7호 골을 기록하신 걸 알고 계신가요? 고작 3경기를 치렀다는 걸 생각하면 대단한 페이스인지라, 데뷔 시즌인 이번 시즌 몇 골이나 넣을 것 같으신지요?”


갑자기?

그러나 나도 모르게 입이 열렸다.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싶습니다.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즌 40골을 목표로 하겠습니다.”

“아하하, 예?”

“40골을 목표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내 말에 인터뷰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이런 반응이 정상이다.

솔직히 50골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한 발 물러선거다.

더는 나도 안 된다.


“하하아하하···.”


리포터가 어색하게 웃었다.

자기가 물어봐 놓곤 참.


“제가 못할 것 같습니까?”

“아, 아뇨. 그게 아니라··· 하하.”


눈에 띄게 당황한 리포터가 보인다.

주위에 모였던 관계자들 역시 웃음이라도 참는 모습이다.

뭘 모르는 어린 녀석이 시즌 초반 날아다닌다고 주제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갓 데뷔한 어린 선수의 커다란 포부가 귀엽게 보이는 걸까.

뭐든 간에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럼, 통큰 공약이라도 하나 걸어야겠다.

너무 우습게 보이는 건 싫으니까.


***


인터뷰가 끝나고 샤워실로 가는 길.

왠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야닉스가 다가왔다.


“꼬맹아, 괜찮겠냐?”

“네? 뭐가요?”

“그, 시즌 40골을 달성 못 하면 기부하기로 했다면서.”

“좋은 일에 쓰는 건데요 뭐.”

“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괜히 공약을 걸어서 네 경기력이나, 앞날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해서 묻는 거야.”


그런 거였나.

확실히 보통의 선수들이라면 저런 인터뷰를 한 뒤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저런 말을 하지 않겠지.’


주장은 그걸 지적한 거였다.


“그게 걱정되세요? 제가 슬럼프에 빠질까 봐?”

“그럼, 걱정이 안 되게 생겼냐? 올리버까지 말성을 부리더니, 이젠 너까지···.”


하지만 나는 허투루 뱉은 말이 아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 몸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갖은 부상과 풍파 속에도 끝끝내 이곳을 전전하며 20골씩은 넣던 놈이다.


실질적으로 체력안배와 부상으로 인한 휴식 결장을 제외하면 제대로 시즌을 치른적은 전무했다.

매번 절반이나 조금 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


‘부상 걱정 따위 없으니까.’


전 경기 선발은 힘들더라도 출장은 할 수 있다는 소리.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모두가 안다.

40경기 20골과 25경기 20골이 같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신 있으니까.”

“으음.”


주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꼬맹이 네 녀석이 허튼소리를 하진 않으니까.”

“당연하죠.”

“그래도 무슨 일 있으면 찾아와라.”


그렇게 어깨를 두드린 야닉스가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혹시라도 부담감에 힘이 부치면 찾아오라는 소린데.’


아니, 근데 말은 바로해야지.

매번 찾아오는 건 자기잖아.

저것봐라.


“구단에 돌아가면 한참 늦었을 텐데, 태워주랴?”

“어휴, 당연하죠.”


***


[17세 공격수, ‘시즌 40골 달성하지 못하면 기부하겠다’ 포부 밝혀]

[우도, 독일 축구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다!]


으음.

저번 경기의 발언은 독일 전역으로 퍼지며 이슈가 됐다.

대다수의 축구 팬들이 3부 리그에서 뛰는 내 이름 정돈 아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관심을 끄는 것도 벌써 두 번째니까.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우리 팀은 다음 경기를 앞두고 수비와 세트피스 강화 훈련을 집중적으로 몰두하느라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 8월의 둘째주.

헤센주 다름슈타트 현 비스바덴의 BRITA 아레나.


최대 인원 1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관중석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나의 발언 이후로 3부리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오늘 경기만 해도 그렇다.

시즌 초반이라는 걸 감안해도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군집하는 건 드물다.

그걸 느끼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후우우.”

“집중, 집중.”


열을 맞춰 대기 중인 비스바덴 선수들 옆으로 우리도 나란히 대열을 맞췄다.

비스바덴 선수들이 나와 우리 팀을 곁눈질하는 게 느껴진다.

덕분에 경기 전부터 제법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입장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어린이들의 에스코트로 필드를 향했다.

비스바덴 쪽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경기장의 열기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뭐, 잘해보자는 거 아닐까.

아니면, 건방진 자식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마 같은 저주일 수도 있고.


아무튼, 심판진과 비스바덴 선수들과 돌아가며 악수를 하고 자리로 향하려 할 때였다.

우린 야닉스의 부름에 일사불란하게 모였다.


“자, 오늘도 원정이야. 녀석들 한껏 날이 서 있는 거 느껴지지? 그래도 다를 건 없다. 평소하던대로만 하자, 그럼 승리하는 거야. 그 이상을 한다면 대승. 오히려 녀석들 홈에서 콧대를 눌러주는 거지. 알겠지.”


오늘도 수비의 핵이 될 주장의 말.

나를 포함한 전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다.”

“어서 뭉게버리러 가죠.”


마음을 다잡고 긴장감을 내려놓은 듯 선수들이 말했고.

우린 자리로 향했다.


나는 하프라인에 같이 선 부주장 발렌틴을 보며 한마디 건넸다.


“오늘도 이기죠.”

“당연하지. 보여주자. 40골 공격수.”


그리고 주심의 휘슬소리와 함께.

비스바덴 과의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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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뒤를 맡길 아군, 조력자 +1 24.09.03 549 18 12쪽
» 선봉장 +3 24.09.02 576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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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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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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