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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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작품등록일 :
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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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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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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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믿어

DUMMY

“으으윽!”


올리버가 신음을 흘리며 스태프들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내가 있는 곳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인가.

마치 징크스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하.”


하지만,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

실려 가는 올리버를 바라보던 나는 넋을 잃고 중얼거리는 마이어에게 향했다.


“젠장 올리버···.”

“심각한 건 아니겠지?”

“시즌 초반부터 난리도 아니군.”


올리버가 병원으로 가는 걸 본 선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특히 구석에 찌그러진 마이어의 표정이 그랬다.


“젠장···.”


그도 그럴 게, 선수단에서 우린 그나마 어린 나이에 속하는 동료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런 마이어에게 다가갔다.


“마이어 표정 좀 푸는 게 어때?”

“후우···. 괜히 나 때문에 다친 것 같아서 말야.”

“멍청한 소리하긴.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야. 그리고 이건 올리버의 실수지.”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가오는 야닉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마이어,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 잘 알잖아? 프로선수의 삶이 어떤건지.”

“···그건 잘 알지만.”


그래도 마이어의 표정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안 그래도 감정의 낙폭이 큰 녀석인데 컨디션이 영향이 갈까 걱정이다.

하지만, 주장의 말처럼 우리는 프로선수였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자! 다들 정신 차리자! 올리버의 상태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할 일은 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거야.”

“그래, 주장의 말처럼 성적을 유지하자고! 그래야지 올리버 녀석이 자신 때문에 승격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테니까.”

“좋아! 꼬맹이가 돌아왔을 때 함께 승격할 수 있도록 성적을 유지하자!”


야닉스를 필두로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나서자, 결국 마이어도 표정을 바꾸고 훈련에 임했다.


“우도, 마이어.”

“예?”


훈련이 끝난 뒤에 야닉스는 마이어와 나를 찾았다.

항상 퇴근길을 함께하는 멤버들이라는 걸 떠나서, 주장이 우리를 부른 데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우도, 주소 알지?”


나는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 올리버를 만나러 가는 거겠지.


“올리버네 집이요?”

“그래.”


역시나 예상은 찰떡같이 들어맞았고, 우린 야닉스의 차량에 몸을 싣고 올리버의 집으로 향했다.

내가 올리버의 집을 아는 이유는 간단했다. 구단의 선수 중 유일하게 근처에 살았기 때문이다.


“저기 보이는 데서 우회전하시면 돼요.”


우리 집으로 가기 전에 나오는 사거리에서 공원을 끼고 들어가면 나오는 주택가.

한적한 위치에 자리 잡은 올리버의 집은 평범했다.


“집에 있을까요?”

“응, 감독님께 확인했어. 병원에서 검사받고 집으로 갔다더라고.”


그때, 조용히 듣기만 하던 마이어가 물었다.


“큰 부상은 아니래요?”

“음, 그런 것 같아. 일단 내리자.”


우리는 내려서 담벼락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꽤나 오두방정 맞은 소리 뒤에 잠깐의 인기척이 들리고 중년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여사님. 저는 올리버와 같은 팀에서 뛰는 야닉스라고 합니다.”

“잠깐 실례할 수 있습니까?”


내가 옆에서 거들었다.

야닉스는 ‘이 짜식 봐라’ 하는 눈빛으로 옆에선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며 누가 봐도 올리버의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나오셨다.


“우리 아들의 동료분들이시라고요?”

“네,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같은 팀의 동룐데 걱정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나는 또 한 번 야닉스의 말을 거들었고, 올리버의 어머니께선 많이 당황하신 듯하였지만 우리의 말에 선뜻 안으로 들이셨다.


“올리버는···.”

“저기 나오네요. 주장.”

“흐음···.”


그리고 우린 목발을 짚고 나오는 올리버를 마주했다.


“하하, 여기까진 다들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은, 네 녀석 걱정에 한 번 들렸어.”


올리버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그런데 마이어는 무슨 표정이 그래?”


아마도 뒤에서 조용히 죽을상을 쓰고 있는 녀석 때문인 것 같다.

나와 야닉스도 마이어의 표정을 살핀 뒤 웃음을 흘렸다.


“그래, 마이어 왜 그래?”

“올리버는 씩씩한 것 같은데.”

“후우, 괜히 나 때문에···.”

“뭐? 크큭. 그런 거 아니야. 주장 말 안 듣고 나 혼자 까불대다가 그런 거지. 걱정하지는 마.”


올리버는 담담히 얘기했고, 우린 자연스럽게 거실에 둘러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상태는 어때?”

“음, 그게 2주 정도는 결장해야 한다더라고.”


내 말에 올리버가 멋쩍은 듯 대답했다.


“2주라···.”


야닉스의 혼잣말에 머리를 굴렸다.

불행 중 다행이다.

2주 결장이라면 2개의 리그 경기와 1개의 리그컵을 결장해야 한다는 소리다.


당장 다음 경기의 상대가 DFB-포칼에서 만난 4부리그의 팀이니까.

당장은 우리들 만으로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게 나의 생각.


“그나마 다행이네.”

“그래, 꼬맹이 말처럼 큰 부상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네. 헤헤.”

“······.”


이 와중에도 마이어는 생각이 많은 듯 올리버의 어머니가 내어주신 주스만 벌컥거렸다.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마이어도 유리몸 기질이 있는 선수니까.


“정말 괜찮아? 올리버.”

“···솔직히 화가나, 내 자신한테. 하지만 그건 분명히 내가 안일했던 거고 잘못한 거니까. 빨리 회복하는 수밖에 없잖아. 안 그래? 네 잘못 아니니까 표정 좀 풀어, 마이어.”


과거의 나처럼 어린 시절 당한 부상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격렬하게 뛰어다니는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다리.

그것도 어린 나이에 당한 부상은 완치가 돼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상처를 입은 부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렇게 심각한 것이다.

마이어와 나는.

누구보다 그 좌절감을 잘 알기에.


“우도, 너는 또 갑자기 왜 그래?”

“아, 아니야. 네가 올리는 크로스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심란하네.”


그 말에 올리버가 코웃음쳤다.


“참나. 네가 언제 크로스를 제대로 받은 적이나 있어?”

“응? 무슨···.”

“맨날 헤딩도 못하고 경합에서 나가떨어지잖아. 내가 어시스트 기록된 건 스루패스 한 번뿐이라고.”


···이건 할 말이 없었다.


“으하하! 그건 맞아. 꼬맹이 너는 발로 오는 공의 마무리는 항상 완벽한데, 공중볼은 좀··· 후지지.”


야닉스의 깐족거림에도 마땅한 변명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두 사람이 면전에 대고하는 앞 담화를 잠자코 들어주며, 사람 좋은 척 웃어주는 게 전부였다.


그래. 이 정도만 해도 불행 중 다행이다.

올리버는 최대한 빨리 필드 위에 복귀하겠다는 열망이 가득하니까.


이 몸뚱이의 또래인 녀석이 나와 같은 아픔을 겪진 않았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


이틀 뒤.

DFB-포칼의 경기 날이 됐다.


“상대는 빅토리아 베를린이다. 결코 하위 리그의 팀이라고 방심하지 마라.”


카스파리 감독의 당부를 들으며 우린 라커를 나섰다.

감독님의 포부에서 느꼈듯, 우리는 결코 안일할 수 없었다.

모든 경기는 단판으로 치러지는 포칼의 특성상, 1부 리그의 강팀들도 초반 라운드에서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그들이야 대륙 컵이나, 리그 경기니 우선순위가 높은 경기가 많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와 같은 3부 리그 팀은 다르다.

비교적 일정이 널널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상위라운드로 진출하는 데 혈안이다.

상금이라는 수익은 언제나 중요하니까.


그리고 나는.

그것과 별개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고 싶었다.

올리버에게 또 다른 무대를 선사해주고 싶었으니까.


물론, 내가 활약하는 게 첫 번째였고.


***


삐이익!


[휘슬 소리와 함께 DFB-포칼 1라운드 빅토리아 베를린과 홀슈타인 킬의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네! 시작과 동시에 홀슈타인의 전방압박! 오늘도 선발로 나온 우도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좋은 움직··· 아! 중앙에서 빅토리아의 공을 뺏은 킬! 곧바로 공세로 전환합니다!]


좋다.

평소보다 더욱 날카롭다.

솔직히 말해서 날카롭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체감이 그렇다.

그리고 더 잘보이기까지 한다.

경기장 구석구석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느껴질 만큼 시야가 탁 트였다.


“여기!”


그래서 더욱 많이 움직이고, 훨씬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

그때마다 빅토리아 베를린의 수비가 흔들린다.

그리고 그건 우리 팀도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은 중앙수비진을 4번째에서 5번째 옵션 정도가 되는 리저브팀의 선수들을 기용했다.

베테랑인 야닉스와 파비안에 비해 경험이 적고, 실력 또한 부족하지만 그들을 선발 출장 시켰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조금은 부족해도 노장인 야닉스와 파비안 대신 체력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들로도 빅토리아 베를린의 공격을 봉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공격진은 부상으로 이탈한 올리버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발렌틴과 마이어를 그대로 기용했으니, 먹히는 것 이상 넣어주는 걸로 응징하겠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말은 곧.

나를 믿는다는 소리.

내 역할이 평소보다 조금은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으윽! 비켜!”


나는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빅토리아 베를린의 미드필드에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어깨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밀쳐내니 반대편에서 곧바로 한 명이 더 달라든다.


“크윽.”


내 유니폼을 잡고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몸에 느껴지는 압박이 크다.

하지만 공격을 이끄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다.

상대가 내게 집중되면 그만큼 빈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그라운드가 훤히 보였다.


툭!


간결한 패스로 좌측을 뛰는 발렌틴에게 공을 연결했다.

나는 방금의 선수를 손쉽게 벗겨내고 앞으로 뛰었다.

그리고 다시.


툭!


발렌틴이 공을 돌려준다.

정석적인 2대1패스였다.

발렌틴은 저번 경기부터 느꼈지만, 이런 플레이를 아주 잘했다.


“우우우우!”

“막아! 저 녀석을 막으라고!”


더 깊게 들어가자, 빅토리아 베를린의 팬들이 야유를 보낸다.


“케일! 공격수에게 붙어!”


빅토리아의 선수들도 고함을 지르며 라인을 정비한다.


하지만 나는 더욱 빠르게 땅을 밟았다.

확실히 좋다.


빅토리아 베를린의 경기장은 마치 나를 위한 것 같았다.

오히려 홀슈타인 슈타디온의 잔디보다 발에 착착 감긴다.


[우도의 단독드리블!]


라 크로케타.

팬텀 드리블이라고도 불리는 기술로 정면을 점유한 선수를 제쳤다.

그 사이에 우리 팀의 양쪽 윙은 좋은 자리를 점유하고 있었고, 나는 마지막 수비 라인을 허물어야만 했다.

분명 제쳐야지만 내게 기회가 올 테지만, 나는 각도를 확인했다.

두 명의 수비 사이로 충분히 슈팅의 각이 나왔다.


나는 저번 경기에서처럼 페널티 에어리어 선상에서 반 박자 빠른 슈팅을 가져갔다.

더욱이 왼발로 휘두른 슈팅이기 때문일까.

낮게 깔리면서 예상한 코스를 따라갔다.


[우도의 슛!!]

[고오오올!]

[빅토리아 베를린의 골키퍼, 얀스가 손을 뻗었지만 손끝을 맞고 들어갑니다!]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골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선취득점을 가져간 나는 이리도 먼 거리까지 찾아와준 서포터즈들을 향해서 달려갔다.


“으아아아아아! 우도오!”

“우도! 우도! 우도!”

“이예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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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5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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