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월클이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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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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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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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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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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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게

DUMMY

감독실에 가까워졌을 때.

문을 열고 나오는 발렌틴이 보였다.


“발렌틴, 면담은 괜찮았어요?”

“뭐···. 나름대로 방안을 찾아보자고 하시더군.”


발렌틴이 씁쓸하게 웃는다.

아마도 최근들어 가파르게 저하하는 기량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동시에 한 소리 들은 것도 같고.


“아무튼, 오늘도 고생했다. 우도. 내일 보자고.”


복도를 걸으며 인사하는 그에게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발렌틴이 코너를 도는 걸 보곤 감독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오게.”


감독님 목소리에 문을 열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말과 함께 종이와 펜을 드는 카스파리 감독이 보였다.


“우도, 솔직히 네겐 딱히 할 말이 없군.”

“네?”

“말 그대로야. 우리 팀에서 너만큼 경기력을 유지하는 선수는 없으니까. 그게 경기 내적으로든, 외적이든.”


할 말이 없어서 희미하게 웃는 감독님을 가만히 보자, 끄으응- 소리와 함께 다시금 그의 입이 열렸다.


“다만, 의문이랄까.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불렀다고 하마.”


궁금한 부분이라.


“어떤 거죠?”


그 말과 동시에 보고서 비슷한 서류를 쥐고 있던 카스파리 감독이 모니터를 조작했다.

곧이어 내 플레이의 주요장면들이 재생됐다.

무수히 많은 득점 장면과 그 직전의 움직임이 담긴 영상이었다.


“우도. 넌 확실히 이런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야. 아마 지금 당장 2부리그, 1부리그에서 뛰어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여주겠지.”


갑작스레 이어진 평가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도 입은 정직하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의문이 생기더군.”

“아, 뒤스부르크와의 경기군요.”

“맞네. 그래서 이때 왜 슈팅을 하지 않은 거지? 자네는 어째서 이런 선택을 했냐는 거야.”


답변을 바라는 카스파리 감독은 계속해서 내가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한 장면을 되감고 있었다.

나는 칭얼거리는 듯한 표정의 그에게 간단히 대답했다.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었거든요.”

“음···? 합리적이었다?”

“네.”


이쯤되니, 감독님이 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모니터는 여전히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위치에서 패스를 선택한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나도 기억난다.


‘분명, 충분히 슈팅을 가져갈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 전제에는 ‘무리하면’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말 그대로 무리해서 욕심을 부렸으면이라는 말이다.


“필드에서 뛰던 제가 그 순간 그런 선택을 한 건 필연적인 겁니다.”

“계속해보게.”

“제가 판단하기에 슈팅해서 골을 넣을 확률이 30%였던 반면, 뒤에서 공간을 파고들던 세르 하트에게 패스를 하면 보다 높은 확률로 골이 들어갈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당연했다.

당시의 나는 많은 수비수에게 둘러싸였고 견제를 받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게 골을 넣지 못할 거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아주 완벽한 찬스가 있는데 저급한 확률에 기회를 걸 만큼 멍청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럼 왜 그런 플레이를 하게 된 건가. 자네는 분명··· 이 경기 전까지는 상당히 이질적인 플레이를 해왔잖나.”


카스파리 감독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왜 이런 플레이를 하게 됐냐···.


“확실하게 이길 확률을 늘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전 경기부터 하나둘씩 선수들의 기량이 오락가락했으니까.

마치 맛탱이가 가버린 것처럼.

벌써부터 방전의 조짐이 보이는 노장이 대다수였기에.


나는 내가 생각한 바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여기저기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팀의 화력이 고갈되어가는 와중에 적은 기회라도 살려야 했노라고.


‘더욱이 한정된 기회가 나에게만 집중되니까.’


“그래서 자네가 연계에 치중되는 모습을 보이는 거군.”


이제 알겠다는 듯 카스파리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우도. 나는 네가 이전처럼 과감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으음.”


이건 조금 생각의 여지가 있다.

결연하게 말하는 감독님의 의지와는 다르게 나는···.


“팀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군.”


뜨끔. 했다.


“이젠 마음을 들켰다는 얼굴이고 말이야.”


···할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나? 저열한 심리가 들켰다는 것 때문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마. 자네의 마음에 십분 공감하니까. 하지만, 명심해줬으면 좋겠군. 너를 제외한 팀원들이 잠시 길을 잃은 것 뿐이야. 우리는 언제가 됐건 다시 제 자리를 찾을 테지. 그렇게 만드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고.”


그러니까 전처럼 네 모든 걸 보여라.

굳이 네 장점을 스스로 갉아 먹을 필요가 없다─ 라는 조언과 함께 감독실을 나서게 됐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팀원들을 얕잡아보고 하찮게 여겼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주어진 이 능력 때문에, 나는 완전무결한 선수가 됐다는 자아도취에 빠진 게 아닐까.

하마터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뻔했다.


오만하고 오만하던.

오물덩어리나 다름없던 그 시절을 말이다.


‘나도 참···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이팀의 일부인 주제에.


***


그렇게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진 뒤.


우리 팀은 패배가 없었다.

위태로운 경기력과 분위기는 이어졌으나··· 여전히 순항 중이었다.


7라운드.

오스나브뤼크와의 경기에서 2대1 승리.

8라운드.

빅토리아 쾰른과의 경기에선 1대0 승리.

DFB-포칼.

마그데부르크와의 경기에서도 1대0 승리.


위태로운 항해를 이어가면서도.

홀슈타인 킬은 무너지지 않았다.


복귀 후에 날아다니는 올리버의 영향도 있고, 백업으로 일취월장한 한네스와 마이엘라의 영향이 지대했다.


“하지만 수비가 위태로운 건 여전하지.”


나는 저 멀리서 중얼거리는 코치의 말에 동감했다.

빌드업도 여전히··· 깔끔하지 못하다.


그나마 한네스와 마이엘라가 출전한 경기에서는 그 문제가 크진 않지만,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사라진다면 타격이 크다.

그리고 문제는 8라운드 빅토리아 쾰른과의 경기에서 마이엘라가 이탈했다는 것이다.

무려 3주 이상의 초기진단을 받은 부상이다.

더불어 위태로운 수비의 유일한 핵이라고 볼 수 있는 주장 야닉스도 동반 이탈했다는 것.

3경기를 못 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체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도 다행이야. 마이어가 조금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앞으로는 맞붙을 놓는 작전이 되겠군. 위태롭긴 하지만 야닉스 덕에 수비가 유지됐으니.”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올리버와 한네스도 남았으니까.

마이어를 시작으로 하는 측면 공격이 활로를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날의 충고를 마음에 새긴 나는 골만 잘 넣으면 되니까.


아무튼, 다음 경기 상대를 떠올리며 전술 훈련에 최선을 다했다.


***


FC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

아우에와의 경기는 이번 달 마지막을 장식하는 경기이자, 홈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다.

그래서 꼭 이기고 싶다.


아니, 이겨야 했다.


우리 팀의 좋은 분위기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니까.

이럴 때 승점을 박박 긁어모아야 했다.

특히나 홈 경기이기에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쌓아둔 승점이 후반기에 든든한 힘이 되겠지.’


더욱이, 선수단의 이탈이 잦아지고 힘들어질 게 자명한 홀슈타인 킬에게는 더더욱.


***


리그 9라운드.

아우에와의 경기를 위해 일찍 홀슈타인 슈타디온을 향했다.


낮 경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평소보다 빠르고 가벼운 몸이 느껴졌다.


어느새 관객들이 입장하는 게 보이고, 필드에서 몸을 푸는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조금은 복잡하고 정신없는 분위기에 어수선한 경기장이었지만, 오롯이 몸을 푸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주심의 휘슬이 울린다.


우리는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고, 아우에는 442로 맞받아쳤다.

내 양쪽에 포진한 날개는 한네스와 올리버였고, 바로 뒤에는 마이어가 자리를 지켰다.

그 뒤로 2명의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진은 리저브에서 올라온 선수들이었다.

확실히 9라운드를 진행하는 오늘까지 중에서 가장 약한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래도··· 믿어볼만 해.’


나와 함께 우리 팀의 공격을 이끌 양쪽 날개와 마이어는 최근 들어 기량이 절정에 달했다봐도 무방하니까.


굳이 카스파리 감독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분위기면 믿을 수 있었다.


근데 어느새 나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선이 변화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아마도 에이스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정녕 선봉에 나서서 적들을 무찌르는 장군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벌써 시즌 13골을 넣고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까.


‘···전반기에 20골을 달성하면 소아암센터와 아동제단부터 들려야겠군.’


어차피 40골 달성을 공약으로 걸었다만··· 득점 보너스나 옵션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들어올 게 자명했으니, 다 쓴다고 하더라도 불만은 없었다.

이번 시즌의 기록이 내 등에 날개를 날아줄테니까.

계약을 협상하고 갱신하는 건 당연한 지상과제였다.


아무튼, 내가 공을 잡으니까 상상을 초월하는 욕설이 들려왔다.


“저, 저 미친 공격수!”

“빌어먹을 폭격기가 공을 잡았어!”


우리 팀 홈팬들의 거대한 함성에 묻혔지만, 어째선지 귓구멍에 선명이 박힌다.


“우우우우우!”

“파트리크! 저 녀석을 막아!”

“뭘 어슬렁 거리는 거야! 쫄지마!”

“막지 못할 거면 자빠트리기라도 하라고! 지킹거! 멍청아!”

“아아아아우우우에에에!! 아우에!”


대단한 열정이었다.

자리를 가득 채운 홀슈타인 킬의 홈팬들에 비하면 먼지 한줌에 불과한 아우에의 원정팬들이 내 귀까지 야유를 전달하다니.


그래도 곧장 반격하는 우리 서포터즈들의 함성이 귓가를 정화했다.


대장군을 외치고, 리가 폭격기를 외치고, 홀슈타인 킬을 외치고.

결국은 키이이일─ 죽여버리라고 끝맺는 홈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몸을 움직였다.


절로 웃음이 난다.


“씨발, 왜 갑자기 실실 쪼개는 거야?”


미친놈.


갑자기 내 미소를 보고 성질을 부리는 아우에의 선수.


기세를 잡고 싶겠지.

그런데 아마도 그건 불가능 하지 않을까 싶다.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미소가 나올 수밖에 없었으니까!


뻐엉!


내가 진작 건넸던 공들이 필드의 좌우를 왕복하다가 내게 연결될 차례를 기다린다.


올리버가 다시 상대에게 넘어간 공을 빼낸 뒤 반대쪽으로 길게 연결 시켰다.

그리고 최근 절정을 달리고 있는 한네스가 곧바로 마이어에게 패스.


경기 직전 훈련까지 가장 많이 나온 연계동작이었다.


마이어가 중심을 지키고 양쪽 날개를 맡은 한네스와 올리버가 편대를 이루어 패스를 찔러주고, 연계를 이어가면서 측면, 중앙 할 것 없이 상대를 휘저어 놓았다.


상당히 간단하고 일견 허접해보이는 플레이지만··· 의외로 세 사람의 합이 아주 훌륭했다.

훈련에서도 핵전술무기에 필적할 활약상을 보인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건··· 오늘도 아주 잘 먹힐 거라는 소리다.


[마이어의 공간을 가르는 패스! 한네스 미리 알았다는 듯 공을 잡습니다.]

[한 개의 두뇌에서 파생되는 움직임처럼 일사불란 합니다! 아, 한네스 빨라요! 하지만 더 빠르게 중앙을 쇄도하는 선수가 있어요! 우도, 우돕니다!]


“한네스! 여기! 여기!”


질주하며 손을 든 내 외침을 들은 걸까.

가공할만한 속도로 측면을 타고 달리던 한네스가 패스를 찔렀다.

공은 정확하게 달리는 속도와 위치를 겨냥했다.


[우도! 곧바로 마르세유 턴! 현란합니다.]


하지만 곧바로 뛰어든 센터백을 한 번 더 등지면서 돌았다.


[연속으로 우도에게 턴을 당하는 아우에의 수비진! 물흐르듯 부드러운 움직임입니다.]

[오늘 홀슈타인 킬의 삼각 편대··· 아니, 마름모꼴의 공격진은 미쳤습니다! 말 그대로 사각 어디를 찔러도 날카롭습니다!]


그사이에도 나는 중심을 잃은 아우에의 선수를 지나쳐서 달렸다.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전술핵에 필적할 오늘의 공격을 운반하고 마무리 짓는 건 나의 역할이었기에.


상대의 마지막 성벽을 앞에 두고 온 힘을 다해 슈팅을 때렸다.

조금은 과감하게.

프리시즌을 거치고 시즌 초반 폭격을 방불케 하던 그때의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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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선봉장 +3 24.09.02 575 17 11쪽
19 나만 믿어 +1 24.09.01 615 16 12쪽
18 벌써?? +2 24.08.31 652 19 12쪽
17 극찬인걸 +1 24.08.31 661 18 12쪽
16 파장 24.08.30 682 15 12쪽
15 활약상 24.08.29 682 17 13쪽
14 홀슈타인의 신인 24.08.28 702 16 12쪽
13 나우도 24.08.27 709 15 12쪽
12 각인(2) +1 24.08.26 742 19 12쪽
11 각인 +1 24.08.25 747 18 13쪽
10 친선(3) +1 24.08.22 780 15 13쪽
9 친선(2) 24.08.21 803 13 12쪽
8 친선(1) 24.08.21 850 15 13쪽
7 영입 24.08.20 870 17 12쪽
6 소문, 소문 24.08.19 921 18 11쪽
5 전초전이 임박해오다 24.08.18 988 16 13쪽
4 역사를 쓰자 24.08.17 1,056 16 12쪽
3 킬! 24.08.17 1,134 17 13쪽
2 신의 농락, 회귀와 가호 24.08.16 1,202 17 15쪽
1 부상의 끝 +1 24.08.16 1,336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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